2020년 12월호

중국 코로나19 환자수 급감, 백신보다 봉쇄가 주효

[코로나 백신 팩트체크②]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11-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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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일주일 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韓 2187명 vs 中 220명

    • 중국 제약사 시노팜 “중국인 100만 명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 감염병 전문가 김우주 “중국, 집단면역 효과 나타날 상황 아니다”

    • 환자 나오면 지역 폐쇄, 전수 조사하는 시스템이 유행 차단 원동력

    중국 국영제약사 시노팜의 생산 시설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국영제약사 시노팜의 생산 시설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미국 유럽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북반구에 겨울이 찾아오면서 코로나19가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는 모양새다. 

    단, 올 초 세계에 감염병 충격을 던진 중국 상황은 좀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11월 15~21일 사이 중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20명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신규 환자(2187명)의 10분의 1 규모다. WHO가 정리한 인구 100만 명 당 누적 확진자 수도 한국 599명, 중국 63명으로 중국이 훨씬 적다. 

    이 수치를 100% 믿기는 어렵다. 중국은 코로나19 핵산검사(PCR)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도 기침 발열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 확진자 통계에 넣지 않는다. 집계 방식이 국제 기준과 다르다. 또 진단검사 정확도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확인되지 않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을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때 의료체계 붕괴까지 야기했던 코로나19 환자 수 급증을 막고, 자국 내 유행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비결이 뭘까. 일각에서는 중국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덕분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은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은 백신을 7월부터 상당수 국민에게 접종하고 있다. 중국 국영제약사 시노팜 임직원들이 시험용 백신을 직접 맞아가며 연구를 진행한 사실이 현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월 7일 이에 대해 “제약사 직원을 상대로 약품을 시험하는 건 현대 약품 제조 기준에 비춰보면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때때로 이것을 고귀한 희생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이런 지극히 ‘중국적인 방식’이 코로나19 통제에 기여한 것일까. 전문가들과 함께 이 문제를 짚어봤다. 가치판단을 배제한 ‘팩트 체크’다.


    팩트1 : 중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권에 있다

    중국 신화통신이 공개한 시노팜 코로나19 백신 샘플. 시노팜이 중국 당국에 백신 사용승인을 신청해 빠르면 연내 제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뉴시스]

    중국 신화통신이 공개한 시노팜 코로나19 백신 샘플. 시노팜이 중국 당국에 백신 사용승인을 신청해 빠르면 연내 제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뉴시스]

    WHO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48개다. 이 가운데 11개가 임상시험 최종단계인 3상에 진입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4개) 미국(3개) 업체 개발 속도가 빠르다. 한국에서는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요즘 세계의 이목은 서구 쪽에 쏠려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개발하는 백신 후보물질의 3상 결과를 종합해 “코로나19 예방효과가 90%를 상회한다”는 결과를 공개해서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도 11월 23일 3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특정 투약방식을 사용하면 예방효과가 90%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 제약사 가운데는 아직 3상 결과를 수치로 발표한 곳이 없다. 단 중국은 정식 임상시험과 별개로 자국민에게 막대한 양의 백신을 접종하며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7월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하는 의료진이나 해외 파견 노동자, 외교관,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시노팜 백신 긴급사용을 허가했다.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 접종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후 약 석 달 사이에 수많은 중국인이 해당 백신을 맞았다. 11월 19일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그 규모를 “약 100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백신 접종자 가운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사람은 없다”는 시노팜 대표 발언도 실렸다.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은 백신을 100만 명이나 접종한 건 유례없는 일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백신을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투여하는 단계는 일반적으로 3상이다. 이때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을 시험대상으로 삼는 게 보통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백신 허가 기준으로 제시한 것도 ‘3만 명 이상이 참여한 임상시험’이다. 이에 따라 서구권 회사인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모두 3만~4만 명 규모 자원자를 대상으로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시노팜 또한 임상시험 참여자 규모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는 “시노팜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바레인, 페루 등 세계 각지에서 6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노팜이 개발하는 백신 후보물질이 2종이므로, 한 물질 당 약 3만 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외에 약 100만 명이 더 해당 백신을 맞았다는 게 개발사측 주장이다. 

    시노팜은 최근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중국 당국에 코로나19 백신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글로벌타임스는 11월 25일 백신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연내에 시노팜 백신을 승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시노팜은 현재 FDA에 백신 사용승인을 신청한 화이자, 조만간 관련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비슷한 시기에 백신 제품을 시장에 내놓게 될 전망이다.

    팩트2 : 중국 코로나19 백신 성능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5월 4일 미국 메릴랜드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참여자가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받고 있다. [뉴시스]

    5월 4일 미국 메릴랜드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참여자가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받고 있다. [뉴시스]

    중국 측 발표를 보면 시노팜 백신 후보물질은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백신 개발의 핵심 요소인 안전성과 예방효과, 두 가지 측면 모두 압도적인 수준이다.
    먼저 안전성을 보자. 시노팜 대표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약 100만 명이 시노팜 백신을 맞았고, 심각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탁 순천향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믿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 설명이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3상 도중 피험자에게 중대 이상반응이 나타나 임상시험을 잠정 중단한 일이 있다. 이후 해당 이상반응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연구를 재개했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이런 일은 숱하게 벌어진다. 글로벌 제약사는 문제 발생과 결과 추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백신 신뢰도를 높인다. 현재 시노팜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약 100만 명이 해당 백신을 맞았다면, 그 가운데 사망하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 있겠나. 사망자가 몇 명, 중증질환 발생자가 몇 명인지를 공개하고, 해당 이상반응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까지 밝혀야 시노팜의 안전성이 증명될 것이다.” 

    두 번째로 검토할 건 코로나19 백신 예방효과다. 11월 10일 글로벌타임스는 “시노팜 백신이 멕시코에서 100% 유효성(efficacy)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보자. 멕시코에 있는 화웨이 지사 직원 99명 가운데 81명이 시노팜 백신을 맞았다. 이후 이 사무실에서 10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전원 백신 미접종자였다. 글로벌타임스는 ‘타오 리나’라는 중국 백신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이 결과는 시노팜 백신이 매우 유망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전했다. 현재 세계 각국이 예방률 90% 이상을 공언한 화이자 백신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시노팜 백신 효과는 이를 상회한다는 게 해당 기사 내용이다. 

    이 주장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김탁 교수는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언론 보도와 과학적 보고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미국 FDA 사용승인을 추진하는 화이자와 모더나는 각각 3만 명 이상이 참여한 임상시험 결과를 대중에 공개했다. 이들 제약사는 시험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하고, 다른 쪽에는 가짜 약(플라시보)을 줬다. 이후 모든 피험자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감염자 90% 이상이 위약 접종군에서 나왔다는 게 발표의 핵심이다. 아직 시노팜은 이런 수준의 임상시험 결과를 학계와 대중 앞에 보고하지 않았다. 최근 중국 당국에 제품 사용승인을 신청하며 임상연구 결과를 제출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시노팜이 8월 13일 저명 의학학술지 ‘미국의사협회보(JAMA)’에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1상과 2상 예비분석 결과를 공개하긴 했다. 당시 내용을 보면 1상 때 96명, 2상 때 224명을 대상으로 각각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했다. 관건은 3상 결과다. 이것이 발표돼야 시노팜 백신에 대한 ‘과학적’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김탁 교수의 의견이다.


    팩트3 : 중국은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완성한 게 아니다

    6월 중국 베이징 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신파디시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중국 당국은 일대를 봉쇄하고 1000만 명이 넘는 시민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7월 7일 봉쇄가 풀린 베이징 거리에서 한 남성이 방역 직원에게 손 소독제를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6월 중국 베이징 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신파디시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중국 당국은 일대를 봉쇄하고 1000만 명이 넘는 시민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7월 7일 봉쇄가 풀린 베이징 거리에서 한 남성이 방역 직원에게 손 소독제를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정리하자. 중국은 7월부터 개발 단계 백신을 약 100만 명에 이르는 자국민한테 접종했다. 또 최근 영토 내 코로나19 상태를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중국 인구가 약 14억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100만 명 정도의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계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60~70%, 즉 100명 가운데 60~70명 정도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해야 비로소 코로나19 확산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말한다. 백신 접종을 통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효과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이 정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대상이 대부분 해외로 나가는 외교관, 노동자, 유학생 등이었다. 백신 피접종자 상당수는 현재 중국 밖에 있을 것이므로, 중국이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어떻게 자국 내 유행을 틀어막은 걸까. WHO 통계를 보면 11월 22일 현재 미국 인구 100만 명 당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만5616명에 이른다. 프랑스(3만2009명), 영국(2만1998명) 등 다른 선진국도 최악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반면 중국(63명)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599명)보다도 훨씬 적은 수준에서 코로나19를 관리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그 비결로 “강력한 봉쇄”를 꼽았다. 

    올 초 후베이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국가적 위기를 맞았던 중국은 이후 전시를 방불케 하는 국민 통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되면 즉시 해당 지역 일대를 봉쇄하고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핵산검사를 실시한다. 10월 12일 산둥성 칭다오시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발생한 뒤 불과 엿새 만인 18일, 중국 보건당국은 “칭다오시 거주민 1090만 명에 대한 코로나19 핵산검사 결과 전원이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5월 우한주민 약 1000만 명을 대상으로 핵산검사를 실시한 이후 수시로 이런 대규모 ‘작전’을 펼치고 있다. 6월 베이징 한 도매시장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약 1100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발생 즉시 지역 봉쇄→대규모 진단검사→신속치료 수순을 밟으며 코로나19 유행의 싹을 잘라버리는 정책이 현재의 ‘환자 수 급감 환경’을 가져왔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중국은 해외 환자 유입도 철저히 막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 등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11개 나라에는 빗장을 걸었다. 이들 국가를 거쳐서는 중국에 들어갈 수 없다. 

    한국 등 일부 나라에 대해서는 입국 허가 기준을 강화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기 항공편을 타고 중국에 들어가려면 탑승일 기준으로 48시간 이내에 핵산검사를 두 차례 받아 ‘코로나19 음성’을 증명해야 한다. 2회 검사와 증명서 발급에 드는 비용 약 40만원은 본인 부담이다. 

    이 과정을 거쳐 중국에 들어간다고 바로 현지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해외 입국자에게 최대 4주 간 격리할 것을 요구한다. 중국 간쑤성 입국자는 14일간 지정시설격리 후 추가로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중국 쓰촨성은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핵산검사를 실시해 음성 판정자는 14일간 시설격리 후 7일간 자가격리, 양성 판정자는 병원 이송 결정을 내린다. 격리 및 치료에 드는 비용은 모두 본인 부담이다. 

    중국 베이징시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외국인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6월 8일부터 베이징행 국제선 항공편 탑승객 전원을 톈진, 칭다오, 난징 등 다른 공항에 내리게 하고 있다. 그곳에서 최소 14일간 격리 후 핵산검사를 받아 음성이 확인되면 베이징 이동이 허가된다. 베이징에서는 다시 7일간 추가로 건강 모니터링에 따라야 한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가 사람을 타고 퍼진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중국은 강력한 봉쇄를 통해 감염 확산을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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