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책 속으로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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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0-12-09 10: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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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와 茶 한잔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펴낸 20대 청년 김지호 씨
    “코로나 걸리자 ‘사과하라’는 회사, 확진자가 죄인인가요?”

    김지호 지음, 더난출판사, 276쪽, 1만4500원

    김지호 지음, 더난출판사, 276쪽, 1만4500원

    “‘코로나에 걸려 물의를 일으켰으니 직장 동료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수화기 너머 회사 관계자의 말에 어이없어 화도 안 났어요. 음압병실에서 고열에 시달리며 코로나와 싸우던 때였습니다. 아파서 누워 있는 사람더러 ‘사과’하라니….” 

    11월 5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지호(28) 씨가 말했다. 김씨는 5월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실(특수 격리 병실)에서 50일간 치료받았다. 할머니 장례식을 찾은 친구들에게 답례하고자 함께 식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문상(問喪)과 소규모 모임이 가능한 ‘생활 속 거리두기’ 시기였다. 확진자인 친구 1명에게 감염됐다. 6월 28일 완치돼 병원을 나섰지만 ‘확진자’라는 손가락질은 바이러스 못지않게 무서웠다. “젊고 건강한 덕에 심하게 앓지는 않았다. 몸보다 마음에 더 큰 생채기가 남았다”고 말한 김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대학 휴학 후 일찌감치 IT업계에 투신했다. 원래 직장인 스타트업 업체도 창업 당시부터 참여했다. 퇴원 후 곧 김씨는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관둬야 했다. 

    “회사 측은 ‘당신이 사무실에 바이러스를 갖고 들어왔다’고 책임을 추궁했어요. 휴일에 미열 증상이 나타났어요. 재택근무를 자청해 곧장 ‘셀프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제게 감염된 사람도 없습니다. 사과를 거부하자 ‘처신을 어찌했기에 코로나에 걸리느냐’는 사내 ‘뒷담화’가 전해지더군요. 퇴원 후 직장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는 이유로 계속 재택근무를 하라더군요. 이후 ‘회사 밖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사실상 ‘사직권고’를 받고 직장을 떠났습니다.”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김지호 씨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이로서 확진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배제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 다만 나 자신과 가족을 근거 없는 공격에서 지키고 싶다”며 얼굴 노출을 피했다. [홍중식 기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저자 김지호 씨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이로서 확진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배제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 다만 나 자신과 가족을 근거 없는 공격에서 지키고 싶다”며 얼굴 노출을 피했다. [홍중식 기자]

    김씨 몸속에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없다. 지금껏 폐렴 등 후유증도 없다. 정작 후유증은 사회관계에서 나타났다. 4년간 다니던 헬스장 트레이너는 김씨에게 에둘러 헬스장 이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단골 술집도 마음 놓고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다른 손님에게 면박당한 것. 



    김씨는 입원 중 쓴 기록을 바탕으로 10월 15일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더난콘텐츠)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투병과 퇴원 후 일상 복귀 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기록했다. 김씨는 “세상에 난 죄인이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코로나 따위에 질 수 없다는 심정으로 병상에서 일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대면 인터뷰 동안 김씨는 밝고 명랑했다. 20대의 활달함, 청년 사업가의 당당함이 느껴졌다. 다만 코로나 확진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편견·배제를 논할 때는 진지하게 목소리 높였다. 11월 9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7553명, 이 중 2만5029명이 완치됐다. 김씨는 병원을 나선 2만5029명 중 1명으로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에 걸렸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고 ‘코로나 블루’에 시달렸습니다. 원래 성격이 활달한 데도 말이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사회적·경제적 처지가 달라 후유증이 더 심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확진자의 마음을 갉아먹지 못하도록 우리 사회가 연대(連帶)와 포용의 정신을 보여줘야 해요.”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서가에 꽂힌 한 권의 책

    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는 한자
    “‘식겁했네’가 경상도 사투리라고?”

    이명학 지음, 김영사, 292쪽, 1만5000원

    이명학 지음, 김영사, 292쪽, 1만5000원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화제의 한문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이명학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는 한자’(김영사)를 펴냈다. 암기 위주 한자 책이 아니라 흔히 쓰는 한자어의 속내를 역사와 문화를 통해 풀어 써 독자의 상식을 깨치는 책이다. 읽다 보면 ‘아 이 말이 이렇게 해서 나왔구나’ 하고 무릎을 친다. 

    예를 들어 물의 끓는점과 어는점을 온도 표준으로 정해 그 사이를 100등분한 온도 눈금을 뜻하는 ‘섭씨’는 한자어다. 1742년 스웨덴 학자 셀시우스가 고안했는데, 고안자의 한자 이름이 섭이수(攝爾修)였던 것. ‘섭이수 씨가 만든 눈금’이라는 의미로 ‘섭씨’라고 했고 ℃로 표시한다. 화씨(℉)는 독일 학자 파렌하이트의 한자 이름 화륜해(華倫海)의 성을 따 만든 온도 단위다. 

    흔히 경상도 방언으로 알고 있는 ‘식겁하다’는 표현도 ‘겁을 먹다’는 뜻의 한자어 ‘식겁(食怯)’에서 나왔다. ‘숨 막힐 듯이 갑작스럽게 겁을 내며 놀란다’는 뜻의 ‘기겁(氣怯)하다’도 ‘기가 질릴 정도로 겁을 내다’는 한자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와해(瓦解)’라는 단어 뜻풀이도 흥미롭다. ‘해’는 ‘뿔 각(角)’과 ‘칼 도(刀)’ ‘소 우(牛)’가 모여 이루어진 한자로 소의 뿔까지 칼로 떼어내는 모양을 가리킨다. 여기서 ‘풀다’ ‘흩어지다’는 의미가 나왔다. 따라서 ‘와해’는 ‘기와가 흩어지다(깨지다)’라는 뜻으로 조직이나 계획이 산산이 무너지고 흩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 

    이순신 장군이 남긴 “아직 열두 척이 있습니다(尙有十二隻)”라는 말에 나오는 ‘척’은 배를 세는 단위다. ‘척’이 두 개 모이면 ‘쌍(雙)’이 된다. 반면 ‘남과 척(隻)지지 마라’고 할 때의 ‘척’은 같은 한자지만 뜻이 다르다. 조선시대 백성끼리 분쟁이 생겨 송사를 할 때 ‘척’이 등장하는데 흔히 ‘척인(隻人)’ ‘원척(元隻)’ 등 ‘소송 당사자’를 이르는 말로 쓰였다. 따라서 ‘척지다’는 말은 ‘소송 당사자가 돼 좋지 않은 관계가 되다’를 의미한다. 

    이처럼 저자는 언어를 잘 활용하려면 한자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오해 없는 소통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그 힘이 발휘된다는 사실을 차분하게 웅변한다.
    저자는 “한자는 우리 민족의 언어생활을 원활하게 한 ‘모양이 다른, 또 다른 우리 문자’”라며 “한글과 한자가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발전해 나갈 때 우리 언어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부연한다.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와 한국고전번역원장을 지낸 저자는 부친이 평생 모은 10억 원의 유산을 모교인 중동고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참빛누리 봉사단’을 만들어 매월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등 ‘키다리 선생님’으로도 유명하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
    칼 세이건 지음, 홍승효 옮김, 사이언스북스, 496쪽, 2만2000원
    칼 세이건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천문학을 가르친 과학자면서, 동시에 대중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린 작가다. 그는 대중이 ‘유사과학’ 또는 ‘사이비과학’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같은 과학 잡지부터 ‘플레이보이’ 같은 대중잡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다. 그 글을 모아 펴낸 책이다.



    제우스는 세상을 바꿨다
    최복현 지음, 인문공간, 294쪽, 1만7000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감염과 격리의 시대에 제우스를 소환해 ‘뉴노멀’의 새로운 가치를 성찰한 인문 에세이. 저자는 제우스와 관련된 여러 신의 일화를 통해 균형추(크로노스), 약속(메티스), 정의(테미스), 품격(에우리노메) 등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10가지 핵심 가치를 성찰한다.


    문 앞의 야만인들
    무자본 인수의 원조 기술자를 찾아서

    브라이언 버로·존 헬리어 지음, 이경식 옮김, 부키, 1000쪽, 4만4000원

    브라이언 버로·존 헬리어 지음, 이경식 옮김, 부키, 1000쪽, 4만4000원

    1963년생 이상직. 1989년 현대증권에 입사해 2001년까지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02년 철강·플랜트 제조업체 KIC를 인수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삼양감속기, 신한이엔씨, 새만금관광개발 등의 회사를 인수해 그룹 덩치를 키웠다. 2007년 10월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설립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고 전주 완산을 선거구에서 당선했다. 2020년 재선에 성공했다. 

    2015년 26세, 16세이던 그의 딸과 아들이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이스타홀딩스를 만들었다. 같은 해 12월 31일 이스타홀딩스는 약 100억 원으로 이스타항공 지분 68%를 사들여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80억 원을 한 사모펀드에서 빌렸다. 대체 어떻게? KBS의 7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77만여 주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당시 이스타항공 전체 주식의 10%다. 무자본 인수의 전형인 LBO(차입매수·Leveraged Buyout)로, 기업사냥꾼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1989년 미국서 출간된 ‘벽돌 책’을 평하기에 앞서 한국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가 있다. LBO의 원조 기술자는 사모펀드 KKR이다. KKR은 1988년 미국 19위 대기업 RJR 나비스코를 246억 달러에 인수했다. KKR이 투자한 금액은 15억 달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LBO 거래로 조달했다. 책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두 사람이 이 거래에 관계된 사람들과 100여 건의 인터뷰를 진행해 만들어낸 대작이다. 

    왜 ‘야만인’인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사를 사들여 한탕 치고 빠지려는 사람이 기하급수로 늘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한 회사 경영진과 손잡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주식을 공매해 마련한 자금으로 회사를 산다. 이때 발생한 부채는 회사의 일부 사업 부문을 팔아 갚는다. 냉혹한 구조조정이 뒤따를 공산이 커진다. 

    RJR 나비스코 거래를 계기로 모두가 LBO에 뛰어들었다. “경영진은 회사를 팔아넘김으로써 수수료를 챙기고, 투자은행가들은 자본 수수료를 챙기고, 채권 전문가들은 정크 본드 수수료를 챙겼다. LBO 산업은 불로소득을 노리는 사기꾼 기술자들이 판치는 곳이 되고 말았다.” 

    책은 세계 주요 비즈니스 스쿨에서 30년 넘게 교과서로 군림해 왔다. 저자들 말마따나 “지금도 야만인들은 문 밖에서 다시 한번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 10월 14일 이스타항공은 직원 615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와중에 이상직 씨는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 신분이다. 그는 9월 11일 “재산은 회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하던 20여 년 전 내 집 장만 차원에서 마련해 지금까지 거주한 32평(약 115㎡) 아파트가 사실상 전부”라고 밝혔다. 이씨의 일생은 한국형 약탈 자본주의의 교과서로 후대에 오르내릴지도 모르겠다.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유쾌한 부부의 교육수다
    김창용·김영주 지음, 해븐, 224쪽, 1만원
    김창용 인천 청학초 교장과 김영주 제주 프라임국제어린이집 원장 부부가 30여 년간 교육을 주제로 식탁에서 나눈 수다 모음집.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아이들’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커가는 아이들’ 등 다양한 교육 현안을 다루고, ‘아이를 지켜봐주고 기다려주자’ ‘경청해 주자’ 등 부부의 교육 제안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편안하게 읽으며 자녀교육 고민을 풀 수 있다.



    사진치유의 힘
    김문희·이정희·정은영·한경은·허슬기 지음, 피와이메이트, 352쪽, 1만8000원
    사진을 찍고, 고르고, 다시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현대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행동이다. 저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심리 치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각각 대학교수, 초등학교 교사, 사진 교육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5명의 저자는 사진을 통한 치유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과 교류해 왔다. 그 경험을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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