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단감 깍두기, 땅콩호박 팬케이크… 초겨울에 맛보는 특별한 즐거움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0-12-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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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가족이 매년 즐기던 재밌는 행사가 떠오른다. 먼저 끝이 뾰족한 원뿔 모양 대봉감을 왕창 산다. 한 손에 잡기 힘들 만큼 커다란 감을 하나하나 깨끗이 닦는다. 그 뒤엔 온가족이 둘러앉아 껍질을 깎는다. 이 감을 채반에 널어 잘 말리면 겨울 내내 두고 먹을 맛있는 간식이 된다.
    단감크루아상샌드위치, 단감샐러드, 단감깍두기(왼쪽부터) 등 단감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 [홍태식 객원기자]

    단감크루아상샌드위치, 단감샐러드, 단감깍두기(왼쪽부터) 등 단감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 [홍태식 객원기자]

    감 손질은 생각보다 길고 고된 노동이다. 하지만 끝내고 나면 즐거움과 맛의 크기가 생각보다 큼직하다. 

    삐뚤빼뚤 깎은 감은 서로 닿지 않게, 뾰족한 엉덩이가 위로 가도록 채반에 잘 세운다. 일주일쯤 지나면 감 겉이 마르며 살짝 말랑해진다. 열흘쯤 지나면 크기가 작은 감은 꽤 몰캉몰캉해져 손으로 쭉 찢어 먹을 수 있게 된다. 겉은 말랐지만 아삭함이 살아 있고, 속은 영락없이 잘 익은 홍시 맛이다. 

    감은 하루하루 겉이 마르며 색이 진해지고, 속은 말랑말랑 달콤해진다. 공들여 깎은 감의 3분의 1은 3~4주 만에 우리 식구 배 속으로 사라지고, 남은 것은 잘 마른 곶감이 된다.

    풍성한 가을날의 추억

    서양식 감자전 뢰스티. 감자와 단감을 같이 채 썰어 감자전처럼 바삭하게 구우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서양식 감자전 뢰스티. 감자와 단감을 같이 채 썰어 감자전처럼 바삭하게 구우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대봉감은 껍질을 벗겨 익히면 먹을 것이 많고 단맛도 아주 좋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실온에 두면 연시가 된다. 꼭지를 떼고 그 자리에 찻숟가락을 넣어 속을 알뜰히 파먹으면 된다. 껍질과 꼭지를 제거하고 4~6등분해 요리 재료로 써도 좋다. 올리브유에 타바스코 소스를 아주 조금만 넣고 골고루 잘 섞는다. 이 매콤한 소스를 홍시에 발라 잠시 뒀다가 먹는다. 호두나 아몬드를 으깨 뿌리면 고소함이 더해진다. 샐러드처럼 다른 요리에 곁들여 먹어도 되고, 차갑게 뒀다가 한두 조각씩 후식으로 먹어도 맛있다. 세계에서 미슐랭 스타를 가장 많이 받은 프랑스인 셰프 알랭 뒤카스의 요리법이다. 

    감은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딱딱할 때 깎아 먹어도 떫지 않은 단감, 말랑말랑한 연시와 홍시, 반쯤 마른 반건시, 잘 마른 곶감(건시) 그리고 썰어 말린 말랭이 등이 있다. 말랑하게 익은 감 중 유난히 차진 것은 찰감, 과육 밀도가 높고 단맛이 진하면 밀시라고 한다. 연시와 홍시는 맛과 모양이 비슷한데, 나무에서 익은 건 홍시, 수확 후 후숙한 건 연시라고 한다. 감 모양에 따라서도 이름이 달라진다. 동글납작한 것은 납작감, 골이 파인 것은 골감, 원뿔형은 고둥시, 원형에 가깝게 둥근 것은 둥시라고 한다. 



    이 다양한 감 가운데 홍시나 연시는 쓰임이 많다. 수년 동안 마셔본 숙취 해소 음료 중 제일로 꼽는 게 바로 홍시(연시)주스다. 믹서에 홍시, 물이나 얼음, 꿀을 조금 넣고 아주 곱게 갈아 마신다. 감의 타닌 성분이 숙취를 쫓는 구실을 한다. 게다가 감 한 개에 들어 있는 비타민C 양은 성인 하루치 권장량과 맞먹는다. 얼마나 든든한가. 

    말랑한 홍시는 다른 과일처럼 끓여 잼을 만들어도 된다. 건포도나 마른 살구 같은 마른 과일을 좀 썰어 넣는다. 설탕은 끓이는 도중 윤기나 단맛을 봐가며 추가하는 게 좋다. 진한 단맛의 잼 사이사이에 새콤하고 쫄깃한 마른 과일이 숨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단감은 깍두기처럼 버무려 먹어도 맛있다. 고춧가루, 액젓, 매실액을 섞은 양념을 만들어 한입 크기로 썬 단감에 버무리고 마지막에 참기름 똑 떨어뜨려 먹는다. 부추, 양파, 쪽파 등을 썰어 같이 무쳐도 맛있다. 

    수분이 적은 단감은 피클 재료도 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피클링 스파이스를 활용해 피클주스를 끓이면 된다. 없으면 다음을 따라 하자. 작은 냄비에 물·식초·설탕을 3:1:1로 섞고, 소금으로 짭짤하게 간을 한다. 통후추, 페페론치노(작고 매운 마른 고추), 월계수 잎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그사이 단감을 반달 모양으로 도톰하게 썰어 병에 담는다. 앞서 만든 피클주스를 뜨거울 때 단감에 붓고 이틀 정도 뒤에 먹는다. 깍두기든 피클이든 단감의 아삭하면서 개운한 단맛이 매콤함과 짭짤함을 비집고 나와 개성 넘치는 맛을 선사한다. 

    단감은 구워 먹어도 맛있다. 감자와 같이 채 썰어 빠삭하게 구워 먹으면 달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치즈, 베이컨, 달걀 같은 것까지 섞어 부치면 ‘뢰스티’라고 하는 서양식 감자전 비슷한 모양이 된다. 기름에 익어 한결 달고 보드라워진 감이 있으므로, 맛은 감자 뢰스티보다 한 수 위다. 

    초겨울에 즐길 또 다른 식재료로 늙은호박이 있다. 늙은호박은 큰 칼을 이용해 쩍쩍 쪼개 몇 덩이로 나눈다. 호박을 엎어 꼭지 반대편에서 칼을 넣으면 조금 수월하다. 그다음에 다시 적당한 크기로 썰어 씨를 긁어내고 껍질을 쳐낸다. 과일 껍질처럼 깎아내기 힘드니 칼로 쳐낸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씨는 바싹 말려 간식으로 즐긴다. 잘 마른 호박씨는 껍질 벗겨가며 톡톡 씹어 먹는 재미가 좋다. 오렌지색 먹음직스러운 호박살 대부분은 설렁탕집 깍두기 모양으로 큼직하게 썬다. 남은 것은 곱게 채를 썬다. 채 썬 호박살은 그 자리에서 부침개가 된다. 구수한 호박을 기름에 지졌으니 다디달고 부드럽다. 뜨거운 것을 입에 가득 넣고 먹으면 입천장이 벗겨지기 일쑤다.

    큼직하게 썬 호박으로는 죽을 끓인다. 냄비에 넣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 푹 끓이며 국자로 눌러 대강 으깬다. 으깬 호박에 찹쌀가루 넣고 약한 불에서 잘 저어 끓이면 호박죽이 된다. 우리 엄마는 죽을 끓일 때 미리 삶아둔 통팥이나 콩, 여름에 발라둔 옥수수 알맹이 같은 것을 넣어 씹는 맛을 더해주셨다. 큼직하게 썬 호박은 냉동실에 뒀다가 뽀얗게 국을 끓여 먹고, 갈비찜에 넣고, 채반에 얹어 살캉하게 찐 다음 설탕 솔솔 뿌려 겨울 간식으로도 먹곤 했다. 

    그러나 최근엔 집에서 늙은호박 요리를 먹기 힘들다. 단단하고 무거워 옮기기 힘들고 쪼개기도 쉽지 않다 보니, 엄마가 어느 나이에 이르고부터 늙은호박을 집에 들이지 않게 됐다. 단호박이 늙은호박 자리를 메울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둘은 좀 다르다. 단호박의 단맛은 진하고 좋지만 과육이 단단하고 수분이 훨씬 적다. 단호박을 밤호박으로 부르는 건 그래서인 듯하다. 


    땅콩호박과 버터의 고소한 만남

    물주머니처럼 생긴 땅콩호박. 길게 반으로 쪼개면 쉽게 손질할 수 있다. [GettyImage]

    물주머니처럼 생긴 땅콩호박. 길게 반으로 쪼개면 쉽게 손질할 수 있다. [GettyImage]

    단호박이 뭔가 아쉬운 사람에게는 땅콩호박을 추천한다. 땅콩처럼 허리가 잘록하게 생긴 호박인데 속살이 촉촉하고 부드럽다. 단맛이 늙은호박보다 조금 덜하지만, 익으면 나아진다. 그걸로 충분하다. 

    물주머니처럼 생긴 땅콩호박을 길게 반으로 쪼개 손질한다. 늙은호박과 비교할 수 없이 부드러워 칼질이 쉽다. 요리도 수월하다. 씨를 파내고 오렌지색 과육에 소금을 솔솔 뿌리고 올리브유를 바른다. 버터를 작게 잘라 호박 위에 군데군데 올리고 180℃ 오븐이나 토스터에 넣어 30분 이상 굽는다. 말랑하게 익으면 숟가락이나 포크로 똑똑 잘라 먹는다. 버터 향이 물씬 밴 촉촉하고 부드러운 호박살에서 달콤함, 짭짤함, 고소함이 배어난다. 손질할 때는 호박이 아담해 좋다고 생각하지만, 먹을 때는 좀 더 크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곤 한다. 

    껍질을 벗겨 요리할 때는 필러로 쓱쓱 긁어내면 된다. 껍질 벗긴 땅콩호박은 한입 크기로 깍둑 썰어 소금, 후추에 잠깐 버무려뒀다가 기름에 달달 볶는다. 이때 로즈메리 한 줄기를 뜯어 넣으면 더욱 좋겠다. 쌉싸래한 맛이 좋은 겨자채, 라디치오, 루콜라 같은 채소를 뜯어 커다란 그릇에 담고, 건포도와 아몬드 슬라이스나 땅콩, 구운 땅콩호박을 넣어 올리브유, 식초, 소금을 뿌려 버무려 먹는다. 시큼한 리코타 치즈를 두어 숟가락 넣고, 꿀도 조금 뿌리면 훨씬 맛좋은 샐러드가 된다. 

    늙은호박처럼 가늘게 채를 썰어 전을 부쳐도 맛있다. 호박전 부치듯 밀가루를 아주 조금만 넣고, 슈레드 모차렐라나 덩어리 치즈를 잘게 썰어 섞는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팬케이크처럼 작게 넣고 튀기듯 앞뒤로 구워낸다. 부드러운 단맛에 고소한 치즈 향이 어우러지고,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여러 면에서 즐겁다. 이맘때면 엄마도 나만큼 늙은호박의 풍성하고 달콤한 맛이 그리울 게 틀림없으니 귀여운 땅콩호박 두어 개 구해서 가볼까 한다. 


    향긋 쌉싸래한 모과홍차의 풍미

    석류를 설탕에 절여 만든 석류청을 얹은 샌드위치. 새콤달콤한 석류청은 각종 요리와 잘 어울린다(왼쪽). 삶은 모과에 겨자를 섞어 만든 ‘모과 겨자’를 고기 요리에 쓱쓱 발라 먹으면 매우 맛있다. [GettyImage]

    석류를 설탕에 절여 만든 석류청을 얹은 샌드위치. 새콤달콤한 석류청은 각종 요리와 잘 어울린다(왼쪽). 삶은 모과에 겨자를 섞어 만든 ‘모과 겨자’를 고기 요리에 쓱쓱 발라 먹으면 매우 맛있다. [GettyImage]

    가을에 추수한 각종 과일도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선물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는 벚나무가 꽤 많다. 봄이면 탐스러운 연분홍 벚꽃을 팡팡 터뜨리고, 가을이면 빳빳한 잎에 알록달록 화사한 물이 든다. 노랗고 빨간 벚나무 잎사귀가 파란 하늘을 가리다 보도블록 위로 소복소복 떨어질 때쯤이면 석류, 모과, 유자가 장에 나온다.

    이들은 먹자고 사기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석 같은 석류는 힘껏 쪼개다 석류물이 벽에 튀기 일쑤인데, 붉은 자국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향이 좋은 모과는 너무 단단해 굵은 것 하나 칼질하고 나면 손목이 얼얼하다. 유자 역시 날것 그대로는 한입도 먹을 수 없으니 사들이기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조금만 공을 들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식재료로 탈바꿈한다. 

    세 가지 과일을 먹는 가장 익숙하고 수월한 방법은 설탕에 재우는 것이다. 모과는 나박나박 썰거나 채를 쳐서 설탕에 버무린다. 이때 생강을 모과 모양 비슷하게 썰어 같이 넣기도 한다. 모과는 수분이 적은 과일이라 설탕이 녹고 맛이 스며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이렇게 만든 모과청 건더기와 국물을 듬뿍 떠 주전자에 넣고 물을 부어 팔팔 끓이면 매우 맛있는 차가 된다. 모과청을 끓일 때 홍차 티백을 하나 담그면 쌉싸래한 맛과 향이 은은하게 배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다. 모과차를 차갑게 마실 때도 일단 청을 끓인 다음 얼음이나 탄산수를 넣어야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모과는 좋은 잼 재료이기도 하다. 모과 껍질을 벗긴 다음 과육을 아주 잘게 썬다. 꼬마아이가 먹는 깍두기 크기 정도면 된다. 이후 모과 조각을 넓은 그릇에 펼쳐 색이 누렇게 될 때까지 30분 이상 뒀다가 물을 자작하게 붓고 설탕을 넣어 무르도록 끓인다. 이것을 곱게 갈면 잼이 된다. 

    모과를 즐길 다른 방법도 있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무르도록 끓인 모과를 곱게 간다. 여기에 단맛 없는 머스터드나 노란 겨자를 섞는다. 맛을 봐가며 원하는 맵기 정도를 맞춘다. 입맛에 따라 꿀을 좀 섞어도 된다. 이렇게 만든 ‘모과 겨자’를 구운 닭고기, 삶은 돼지고기, 소시지 요리 등에 쓱쓱 발라 먹으면 매우 맛있다. 샌드위치 스프레드로 사용해도 좋다. 모과의 농익은 향과 은근히 맵싸한 겨자가 어우러진다니, 상상만 해도 호기심과 군침이 샘솟지 않는가. 맛을 보면 색다른 풍미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살캉하게 씹히는 유자껍질 샐러드

    다시 청으로 돌아오면, 유자는 씨를 뺀 과육과 가늘게 채 썬 껍질을 섞어 설탕에 재워 청을 만든다. 이때 유자 과육은 잘게 썰거나 믹서로 후루룩 갈아 넣어야 맛이 한결 진해진다. 

    조금 다채롭게 유자를 쓰고 싶다면 청을 담글 때 껍질을 좀 남겨두자. 껍질 흰 부분을 깔끔하게 도려내고 곱게 채를 썬 다음 끓는 물에 데치면 쓴맛이 빠지고 기분 좋은 쌉싸래함만 남는다. 살캉하게 씹히는 맛, 톡 쏘는 향긋함을 가진 유자껍질은 샐러드에 넣고, 고기를 굽거나 볶을 때 섞고, 구운 생선에 올리고, 생선회를 찍어 먹는 간장에도 몇 개 담그면 좋다. 굵직하게 썬 배, 사과, 감 위에 데친 유자껍질을 몇 개 뿌려 달콤한 샐러드를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석류청 한 숟가락을 듬뿍 얹으면 가을 열매 한 사발을 아삭아삭 씹어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석류청은 발라낸 석류 알갱이와 설탕을 잘 버무려 만든다. 설탕에 절여도 석류의 쟁쟁한 신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어 말 그대로 새콤달콤이다. 보석 같은 석류 알갱이가 눈길을 끌고, 쨍한 맛이 미각을 깨우니 여러 요리에 조금씩 곁들이면 좋다. 오일과 섞어 드레싱을 만들고, 탄산수를 부어 음료로 마실 수도 있다. 술에 타면 칵테일, 따뜻한 물과 섞으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차가 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가을 대추를 연상케 하는 생김새의 대추야자를 소개한다. 대추야자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지만 건자두나 건포도처럼 말린 것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말린 대추야자는 대추처럼 생겼지만 표면에 골이 적어 좀 더 미끈해 보인다. 아주 오래전부터 중동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은 과일로, 성경에도 나온다. 

    대추야자에서는 녹진하고 깊은 단맛이 난다. 보통 그 맛을 꿀에 비유한다. 달콤하고, 말랑하면서 쫄깃해 한개 두개 집어 먹다 보면 금세 봉지가 바닥을 보인다. 얼마 전 책을 함께 만들고 있는 지인 집에 들렀다 특별한 대추야자를 맛봤다. 돌돌 만 대추야자를 입에 넣자 쫀득하고 달콤한 과육 안에서 단단하고 고소한 것이 입에 쏙 들어왔다. 기분 좋은 짠맛을 퍼뜨리며 쫀쫀한 대추야자와 부들부들 엉기는 것은 바로 버터였다. 대추야자 씨를 뺀 다음 그 자리에 버터를 넣어 단단히 말아 만든 것이다. 

    대추야자는 그냥 집어 먹어도 맛있고, 곶감처럼 펼친 뒤 버터 조각을 넣고 다시 말아 이국의 맛을 내도 된다. 호두, 헤이즐넛, 마카다미아 등 고소하고 바삭한 속재료를 넣고 돌돌 만 뒤 도톰하게 썰어 한쪽씩 먹어도 좋다. 


    쭈글쭈글 주름 속에 단맛이 가득, 대추야자

    크림치즈와 아몬드로 속을 채운 대추야자 요리.  [GettyImage]

    크림치즈와 아몬드로 속을 채운 대추야자 요리. [GettyImage]

    마른 과일이 보통 그렇듯 꼼꼼한 향이 나는 짭짤한 치즈와도 썩 잘 어울린다. 고르곤졸라나 로크포르 같은 강렬한 풍미의 푸른곰팡이 치즈를 대추야자에 쓱 바르고, 쌉싸래한 맛이 진한 초콜릿과 한입에 넣고 오물오물 먹으면 좋다. 시큼한 맛이 살아 있는 페타나 브리 같은 치즈도 대추야자의 단맛과 잘 어우러진다. 

    과일이니 음료로도 즐길 수 있다. 잘게 썬 대추야자를 우유에 넣고 곱게 갈아 마신다. 이렇게 만든 우유를 냄비에 붓고 생강청을 더해 따끈히 데우면 달콤한 온기에 마음까지 모락모락 따뜻해지는 음료가 된다. 요즘 흔히 구할 수 있는 흑임자나 귀리 등의 곡물 음료에 대추야자를 넣고 갈아 마셔도 잘 어울린다. 

    대추야자 잼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대추야자를 생수에 30분 정도 담가 말랑말랑하게 불린 뒤, 물과 대추야자를 함께 곱게 갈아 끓이면 된다. 대추야자 잼에 땅콩이나 아몬드 다진 것을 섞어도 맛있다. 대추야자 잼에 대추야자를 잘게 썰어 넣으면 씹는 맛이 더해진다. 따뜻한 비스킷, 바삭한 쿠키 등에 발라 먹으면 좋다. 고기 요리 양념에 설탕이나 과일청 대신 대추야자 잼을 조금씩 넣으면 부드러운 단맛에 은근한 향까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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