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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학자 전강수 “文 정부, 부동산 정책 이제 그만”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부동산학자 전강수 “文 정부, 부동산 정책 이제 그만”

  • ● 폭등 원인은 유동성, 전 정권의 부양책, 문 정부의 착각
    ● 괴물(부동산 투기) 설치는 것 정말 몰랐나
    ● 미국은 1%, 한국은 0.16%… 보유세 강화가 투기 해법
    ● 지지율 걱정해 보유세 강화 못 했나
    ● 부동산 지역 간 양극화 심각…文 정부 균형발전 방치
    ● ‘똘똘한 한 채’ 열풍 막으려면…
전강수 교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주창한 헨리 조지학파다. [정현상 기자]

전강수 교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주창한 헨리 조지학파다. [정현상 기자]

부동산 문제는 여러 요소가 얽히고설켜 해법 찾기가 매우 어렵다.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정책을 26회나 남발했으나 참패하고 말았다. 집값 폭등의 핵심 이유는 저금리, 유동자금 유입, 공급 부족, 부동산 관련 대출 확대, 주택 투자 불패라는 투자심리 등 여러 요인이 언급된다. 잘못된 정책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탓이라는 전문가도 많다. 원인이 눈에 보이는데도 정부는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쾌도난마의 해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논란이 될 해법이겠지만, 보유세 강화 같은 것은 우리 사회가 깊이 논의해 볼 필요가 있었다. 미국은 부동산 보유세가 1% 수준인데, 우리나라 보유세는 0.16%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사람들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기 어렵게 되고, 가격도 시장에 따라 적정한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 문제는 증세에 대한 반발 여론이다.

오랫동안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 온 전강수(62)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를 만나 그 논리를 들어봤다. 전 교수는 부동산 폭등 원인들을 하나씩 짚어내고, ‘부동산 약탈국가’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는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진보와 빈곤’의 저자 헨리 조지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학자다. 스스로 ‘조지스트’(헨리 조지의 학문을 따르는 사람)라고 말하는 그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안타까워하며 “자꾸 (부동산 정책을)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실패 교훈을 정리해서 다음 정부에 전해주는 게 최선”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보유세를 강화하면 부동산 소유 욕구가 줄어들고, 증세분을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반발을 막을 수 있다”며 기본소득형 보유세 강화안을 주장했다.

유동성, 전 정권의 부양책, 문 정부의 착각

- 2021년 봄 LH발(發) 부동산 투기가 정국을 뒤흔들었고, 문재인 정부에 치명타를 안긴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나.

“크게 보면 전 세계적 유동성,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착각이 결합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 그 가운데 제일 큰 원인은 무엇인가.

“제일 큰 원인은 전 세계적 유동성 과잉이다. 유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가격 안정이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정부 측에서 이런 말을 하면 변명이라고 들리겠지만, 제가 봐도 이 상황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은 어떤 작용을 했나.

“부동산값 폭등을 촉발했다. 출발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부양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지방에선 2011년부터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수도권에는 먹히지 않다가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골적으로 부동산 부양정책을 펼쳤는데, 언론에서는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 정책을 계기로 수도권의 부동산값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 이명박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지 않았나.

“당시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상당히 안정돼 있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는 보통 시차가 있다. 노무현 정부가 편 강력한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2007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햐향 안정화 추세를 보여줬다. 더욱이 세계 금융위기를 맞이해 부동산시장도 침체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려고 규제를 풀었는데 부양이 잘 되지 않았고, 지방의 부동산값만 올라갔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에서 더 노골적 부양책을 동원했고, 2014년부터 수도권이 상승하기 시작됐다.”

괴물(부동산 투기) 설치는 것 정말 몰랐나

- 문재인 정부의 착각과 실책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하면서 좀 더 결연한 의지를 갖고 투기 문제에 대처했어야 했다. 부동산 투기는 괴물이다. 우리에 갇혀 있던 괴물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뛰쳐나왔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 괴물이 나와서 설치기 시작한 것을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 아니면 애써 무시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 어쨌든 이 괴물과 맞서 싸울 강한 정책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정책은 보유세 강화 정책인데, 이것을 하지 않으려고 1년 이상을 회피했다. 예컨대 기자회견까지 하며 보유세 강화 계획이 없다는 것을 수차례 밝혔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정책이 수백 가지인데, 왜 하필 보유세 강화 계획이 없다는 내용을 알렸을까.”

- 왜 그랬나.

“저도 그게 너무 이상하고 황당해서 ‘이게 무슨 신호인지 알고 그런 말을 했느냐’고 관계자에게 물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 말을 듣고 이 정부가 부동산값을, 부동산 투기를 잡을 확실한 의지가 없다고 받아들였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1년 이상 집값이 상승하자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으라는 사회적 압력이 분출했다. 그래서 정말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보유세 강화정책이라는 정공법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 그 요구를 회피하기 위해 2018년 4월 재정개혁특별위원회라는 민간 기구를 만들어 미약하기 짝이 없는 보유세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여기에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부동산시장의 선수들, 즉 투기꾼이나 민첩한 이들은 이 정부가 부동산 문제는 적당히 관리해서 소란이 일어나지 않게만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확실히 감 잡았다. 그 뒤로 부동산 가격은 잡히지 않았고, 정부가 26번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수습되지 않았다.”

- 정부는 무엇을 오판했나.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적, 즉 부동산 투기가 얼마나 강력한 적인지 인식하지 못했다.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나 시각도 갖고 있지 못했다. 그 대신 오로지 지지율에만 신경 썼던 듯하다. 지지율에 도움 되지 않는 것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면 지지율에 마이너스 영향이 있으니 하지 않겠다고 한 것 아닌가. 그러다 완전히 실기(失機)한 것이다.”

지지율 걱정해 보유세 강화 못 했나

전강수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다. 사진은 2017년 4월 열린 국토보유세 토론회. [전강수 제공]

전강수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다. 사진은 2017년 4월 열린 국토보유세 토론회. [전강수 제공]

-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은 것이 정말 지지율 문제 때문이었을까.

“지지율 문제가 큰 원인이었다고 짐작한다. 2018년 한 토론회에서 어떤 이가 ‘보유세 강화는 지지율 10%를 까먹을 생각을 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나고 보니 그 말이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지율 10%를 까먹을 생각을 하고 시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권 초반에는 시행이 가능했지만 임기 말인 지금은 가능하지 않다.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에 노무현 정부 때의 트라우마(trauma·과거부터 계속되는 심리적 불안)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정책으로 크게 공격을 받았다. 그래서 보유세 강화는 정치적으로 큰 손해가 되고, 엄청난 비극이 될 수 있다는 트라우마가 작동한 것 같다.”

- 지금도 보유세 강화가 가장 핵심적 정책인가.

“어떤 상황에서건 보유세 강화 정책이 핵심이다.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는 이유는 부동산을 샀다가 팔면 엄청난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유세 강화의 목적은 보유 비용을 높여서 부동산을 쓸데없이 갖고 있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더욱이 세금을 제대로 걷으면 새로운 세수가 확보되므로 그것으로 국가재정을 늘려 다른 일에 쓸 수 있게 된다.”

- 어떤 일에 쓸 수 있나.

“제가 모든 토지에 국세를 부과하자며 국토보유세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극소수의 과다 보유자뿐 아니라 땅 가진 이는 다 세금을 내도록 하고, 조세 저항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 세수는 다른 곳에 쓰지 말고 기본소득처럼 n분의 1로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고 주장했다.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전체 가구의 95%가 순 수혜자였다. 이렇게 되면 조세 저항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순부담을 지는 상위계층은 반대하겠지만, 95%가 방파제가 되므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다. 일부 국민에게 벌금을 매기는 세금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근본 질곡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정책 수단이다.”

전 교수는 2017년에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하며 17조2000억 원을 더 걷자고 주장했다. 이는 국토보유세율을 0.6% 할 경우의 세수 총액이다. 종부세 2조 원을 제외하고 세수 순증액 15조2000억원은 전 국민에게 1인당 연간 30만 원씩 나눠주자고 했다. 참고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보유세 총액은 16조 원이다. 지방세인 재산세 12조9000억 원,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3조3000억 원을 합친 금액이다. 부가세를 더하면 약 18조6000억 원.

보유세, 2005년 한나라당도 0.5% 주장

- 입법이 필요한 사안인데, 국회에선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과거엔 그다지 큰 호응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정책에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 아닌가. 현재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누구나 새로운 세금은 다 싫어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애국심이 있지 않나. 잘못하면 부동산으로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워낙 큰 개혁이니 지금 정부처럼 임기 말에 도입하는 것은 어렵고, 새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놓고 임기 초반에 시행해야 한다.”

- 부동산 보유세율이 0.16%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부동산 가액분의 보유세액이다. 미국은 평균 1%인데, 텍사스주의 경우 3%에 이르는 곳도 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이 지나치게 낮다. 그래서 시중에 유동성이 갑자기 증가하는 상황이 되면 보유세를 조금 물더라도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부동산투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유세 문제가 부동산 정책의 근본이라고 하는 것이다.”

전 교수의 말처럼 어떻게 보면 명쾌한 해법일 수 있지만, 보유세 강화에는 국민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요즘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한 보유세 인상 문제가 한 예다. 국토교통부의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8%, 서울은 19.91%다. 이로 인해 많은 곳에서 집단적인 이의신청과 반발이 있었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도 공시가격 폭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4월 10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보유세율은 몇 퍼센트 수준이 적당한가.

“국내 보유세 실효세율이 0.16%이지만 미국 평균인 1%까지 7배 가까이 올리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지금보다 세 배 정도 무거운 수준을 장기 목표로 잡고 가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8·31대책에서 보유세 강화정책을 발표했는데, 장기 목표로 0.61%의 보유세를 제시했다. 지금보다 4배 정도 되는 수치다. 노무현 정부 당시 논쟁이 붙었는데 열린민주당은 1%를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0.5%를 주장했다. 당시 가장 보수적인 목표인 0.5%를 목표로 잡으면 지금보다 3배 높다. 이 정도라면 정치권 설득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그때는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없어 조세 저항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극복할 방법이 있지 않나. 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그 길로 가야 한다고 본다.”

토지 자산 불평등 극심

- 지금이라도 부동산 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나.

“양도소득세로 보완할 수는 있지만, 이 제도는 너무 구멍이 많다. 또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매기면 부동산을 팔지 않으려 해 동결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부작용도 초래한다. 역시 정공법은 보유세 강화이며, 그것이 효과도 크다. 금융규제나 조정대상 지정 등의 규제 조치는 보유세가 강화된 뒤 보완적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지난 4년간 나름대로 노력한 것들이 다 실패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자꾸 더 하려고 하지 말고 다음 정부에 실패한 교훈이라도 잘 정리해서 정책 방향을 전수해 주면 좋겠다. 그게 최선이 될 것 같다.”

- 부동산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가.

“부동산 소득은 국민 소득계정에 다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부동산이 소득계정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대 정책실장이던 장하성 교수는 부동산은 우리 사회 자산 불평등의 원인이긴 하지만 소득불평등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시각이다. 가격 폭등 시기에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임대소득, 귀속임대소득, 부동산값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익(고정자산 매각 소득)이 생기지 않는가. 그것을 다 소득으로 넣어 보면 부동산 소득이 소득불평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드러난다.”

- 부동산이 자산 불평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우리나라 토지 소유 백분위 통계를 바탕으로 개인 소유자의 지니계수(빈부격차와 소득불균형 지표)를 계산했더니 0.8이 넘었다. 2018년엔 0.809, 2019년엔 0.813이었다. 1이 완전 불평등이므로 이 정도 수치는 토지 자산의 불평등이 극심함을 드러낸다. 2007년 이후 상위 1% 기업의 토지 소유 비중도 크게 늘어 재벌과 대기업이 토지 매입에 열을 올렸음을 알 수 있다.”

- 지역 간 부동산 가격 차이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의 지역 간 양극화도 심각하다.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값이 폭등하다 보니 지방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가난해진 거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같이 3억 원대였던 집값이 서울은 10억 원, 지방은 4억 원대가 된 상황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은 지방도시 중 30%가 20~30년 안에 소멸한다는 지역소멸론이다. 지방의 혁신도시들도 텅텅 비고 있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올해 많은 지방대학이 정원 미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지역소멸론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거품 위험 항상 있다

- 3월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주택시장에 잠재적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한국 부동산시장도 거품 상황인가.

“거품 위험은 항상 있다. 특히 수도권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 분명히 거품이 끼어 있다. 다만 그 규모는 알 수 없고, 미리 측정할 수도 없다. 어떤 학자는 거품이 없다면서 현실의 가격이 합당한 가격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거품은 있다. 다만 거품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면 거품이 터져야 한다. 항상 그랬다. 거품이 생기고 잘 관리하지 못하면 터지게 마련인데 어느 정도 규모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 관리하면 부드럽게 넘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일본처럼 거품이 터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 우리도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대폭락 같은 상황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인가.

“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특히나 이번엔 너무 많이 올랐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 일본은 1980년대 말에 전국이 폭등했다. 반면 지금 우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지적 거품이 형성됐다. 많이 올랐다 해도 거품으로 인한 충격이 일본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해 본다.”

- 거품이 꺼지는 시점은 언제쯤일까.

“시점을 예견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원래 부동산값 동향은 하느님도 모르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러 후보가 개발과 관련된 공약을 내세웠다. 이것이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오세훈 시장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도 서로 비슷하다. 오세훈 후보는 특히 더 노골적인 개발주의자이지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놓은 2·4대책도 서울을 고층아파트 단지로 뒤덮겠다는 개발주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발주의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나. 급진적 개발은 안 된다는 반성이 우리 사회에 생겼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도시 재생안이 나왔다. 소규모에 도시의 과거 형태를 존중하면서 하는 개발 방식이 간신히 뿌리내렸는데, 2·4대책이 그것을 뒤집었다. 오세훈 시장은 또 한강변 아파트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풀 가능성이 크다. 걱정이다.”

‘똘똘한 한 채’ 열풍 막으려면

-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한 특혜가 부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취득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세 감면, 거주주택 비과세 등 여러 혜택을 주는 바람에 집값 폭등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 아이디어는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2011년 펴낸 책 ‘부동산은 끝났다’와 이전 그의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김 전 실장은 임대 시장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이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로 이것을 정책으로 처음 도입한 것은 박근혜 정부다. 당시 전·월세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는 대신 세제 혜택을 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더 확대하면서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됐다. 이 제도는 임대료 상한을 정해 임대 시장을 안정화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보니 투기꾼들이 대부분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폭등한 데는 이 제도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

- 등록된 임대주택은 모두 160만 채에 이른다.

“저는 소급해서라도 혜택을 없애야 한다고 본다. 단 이 제도를 바로 없애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으니 일정 기간을 정한 뒤 정상 과세를 하든, 혜택을 줄이든 할 필요가 있는데 정부는 전혀 손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 강남의 ‘똘똘한 한 채’ 열풍이 강남 집값을 올렸다고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부동산 소유자에게 과세를 강화하면 그 저항을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갈라치기를 했다. 1주택자는 선의의 소유자이고, 다주택자는 투기를 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다주택자에게 규제든 과세든 집중하자고 한 것이다. 일종의 프레임 걸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1주택자라고 투기적 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전형적 경우가 ‘똘똘한 한 채’다. 이전에 5억원대 집을 3채 갖고 있었는데, 다주택자에게 과세나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니 집을 다 팔고 강남에 20억 원대 집 한 채를 사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정부의 그런 프레임이 ‘똘똘한 한 채’ 형태로 투기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 이런 상황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론적으로는 주택 소유 숫자로 프레임을 만들 게 아니라 보유가액 기준으로 과세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보유세 형태가 사실은 이상적이었다. 전국에 몇 채를 갖고 있든지 상관없이 일정가액 이상에 대해선 종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제안

- 투기세력이 아파트 호가를 올리기 위해 거짓으로 거래하고 일정 기간 지난 뒤 취소하는 자전 거래로 집값을 올렸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 악용된 사례다.

“자전 거래를 방지하는 조치가 취해졌는데, 걸려도 페널티가 낮아 실효가 없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자전거래 투기꾼들이나 시흥 신도시 지역에 투기를 한 LH 직원, 사기를 치고 비리 행위를 저지르는 악당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역시 한계가 있다. 그들을 때려잡는 것은 통쾌할지는 모르나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달달한 게 있으며 벌은 몰려들게 마련이다. 단 것을 치우지 않고 벌부터 잡으려다 보면 자칫 벌에 쏘이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은 단것을 치우면 되는 것이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된다.”

- 보유세를 강화하지 못한다면.

“전체 부동산 정책의 철학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저는 그런 철학으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주장한다. 토지공개념을 천명하되, 규제 위주가 아니라 시장원리에 맞게 토지공개념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헌법 제122조가 토지공개념 조항(국토의 효율적, 균형적 이용을 위한 제한 등)인데, 그게 너무 추상적이어서 그 정신에 입각해 법을 도입하려면 항상 위헌 시비가 있었다. 그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명기하자는 것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19세기 후반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주창한 사상이다. 토지와 자연자원, 그리고 환경은 모든 사람의 공공재산이라는 성격을 가지는 만큼 그것을 보유하거나 사용하는 사람은 각 자원의 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하도록 하고, 사용료 수입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 예를 든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한가.

“토지보유세 강화와 토지비축제를 활용한 국공유지 확충이다. 국공유지를 민간에게 빌려주되, 국가는 임대료를 받는 것이다. 시장이 과열되면 금융규제 등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온갖 규제 정책을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고,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규제를 풀면 된다.”

부동산 공화국은 망한다

우리나라 국공유지 비율은 전체 토지의 30% 정도다. 주요 선진국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미국은 50%, 싱가포르는 80%, 대만은 70%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개발 과정에서 국가 소유 땅을 민간에 팔고, 그 매각비용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전 교수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지금도 같은 방식을 반복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2·4대책에서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군부대, 골프장,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을 개발해 민간에 팔려는 대책을 내놓았다. 얼마나 한심한가. 그나마 남아 있던 공공부지에 집을 지어 팔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인데, 무엇이 잘못됐나.

“건물과 토지를 파는 분양을 하지 말고 공공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주택처럼 토지는 정부가 갖고 건물만 분양하는 등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 국공유지를 개발해 팔면 그 땅은 계속해서 가치가 올라가는데, 분양할 때는 그 미래가치를 반영한 값을 다 받지 못한다. 민간의 손에 넘어가 땅값이 계속 올라가면 민첩한 이들이 불로소득으로 챙기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국가가 가지고 있으면 거기서 생기는 임대료를 국가가 공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 교수는 4월 16일 ‘투기 근절을 바라는 단체들의 연대토론회’에서 ‘부동산 공화국 해체를 위한 정책 전략’을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 우리나라가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것인가.

“우리나라가 그렇게 됐다. 소수의 민첩한 사람들, 투기꾼들이 불로소득을 얻자 이제는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불로소득 얻기를 희망하게 됐다. 한 나라가 생산적 활동·투자·노력·희생에는 관심이 없고, 부동산을 잘 샀다가 팔면 가만히 앉아서 거액을 챙길 수 있는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실제로 역사에 그런 경우가 많았다. 대토지소유제가 계속되면 그 나라는 망했다. 고려도, 조선도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져 망했다. 고려 말의 농장, 조선말의 대토지 사유화가 얼마나 심각했나. 고대 로마제국도 대토지소유제(라티푼디움·귀족이나 상층 시민의 광대한 토지 소유)로 멸망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부동산 문제는 이념 문제 아냐

전 교수는 부동산 문제를 진보나 보수의 이념적 문제로 보는 것도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땀 흘리고 희생해야 소득이 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돼 굴러가도록 해야 하는데, 국민이나 기업이 여기에 관심이 없고 주로 불로소득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는 망한다. 토지공개념은 보수 정권인 노태우 정부가 도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그 기조를 이어받아 ‘부동산을 많이 가진 것이 고통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보수 세력이 정말 애국심이 있었고, 부동산 문제를 보는 시각이 옳았다.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자는 주장에 대해 색깔론으로 공격하지 말기 바란다.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하려는 것이다.”

- 차기 대통령 선거가 1년이 남지 않았다. 그때도 부동산 문제가 여전히 중요한 이슈가 될까.

“지금 상황으로는 부동산 문제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거품이 터진다면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고,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이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다.”

#부동산거품 #보유세 #아파트값 #신동아



신동아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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