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놀랍고, 또 두렵다
김종인도 기본소득에 대해 오락가락
이재명, 민주당과 허경영 중간에 있어
野, 한국노총에 비례대표 주는 버릇 버려야
중국이 거칠게 보복해도 ‘쿼드’ 참여해야
尹 지지율, 거품은 아니나 변화무쌍할 것
김종인, 국민의힘 승리 위해 역할 할 것
박근혜 고초,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차기 대선에서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조영철 기자]
그는 지난 대선 때 6.76%를 득표했다. 기호도 4번, 성적도 4위였다. 질적인 수확은 적지 않았다. 당시 2위를 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층 평균 연령은 60.3세였다. 그의 지지층 평균연령은 42.9세에 불과했다. 3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층(52.3세)보다 10살 가까이 젊은 유권자의 호응을 얻었다. 그의 지지층은 복지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고,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으로는 노무현을 꼽았다.(강원택,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의 보수 정치’)
2~3% 지지율에서 횡보 중인 ‘대선주자 유승민’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여기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앞선 논문에서 유 전 의원의 지지층을 두고 “‘전통적 보수’와 전혀 다른 가치관과 정체성을 갖는 유권자”라고 규정했다. 젊고, 진보적 의제에도 열린 보수 유권자가 이를테면 그의 ‘시드머니’다. 4·7 재보선으로 중도 표심의 중요성이 한껏 커진 점도 그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다.
그와는 초면이다. 2019년 6월, 국회 행사장에서 먼발치로나마 그의 연설을 들은 적은 있다. 자존심이 강하고 표정이 단조로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마주 앉아 대화해 보니 달랐다. 그는 표정이 비교적 풍부했고, 잘 웃었다. 사교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주장은 또렷하나 완고해 보이지는 않았다. “묻고 싶은 것 다 물어보라” 말하는 자신감도 있었다.
윤석열, 김종인, 이재명, 박근혜 등 뉴스 메이커에서 기본소득, 노동개혁, 경제성장, 미·중관계 등 국정 이슈까지 두루 논했다. 1시간을 예상한 인터뷰는 딱 2시간 만에 끝났다.
기본소득 도입할 상황 전혀 아냐
- 재보선 결과에 드러난 민심을 어떻게 봅니까.“무섭다고 느꼈어요. 2016년 총선 이후 지난 5년간 야당이 승리해 본 적이 없잖아요. 여론조사 결과에서 우세하다고 나와도 긴가민가했어요. 투표함을 까보니 여론조사상의 격차가 거의 그대로 나왔어요.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절대 아닙니다. 시민들이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부패, 거짓말, 위선, 오만, 불통에 화가 나서 심판한 것이죠. 재보선에서 이겼지만 대선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죠. 다만 수도권 젊은 층과 중도층에서 ‘너희에게도 기회를 줘볼게, 한번 잘해봐’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내부적으로도) 대선에 이기기 어렵다고 봤는데,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 정도는 하게 된 게 아닌가 싶고요.”
- 민주당은 민심이 잔인하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그럼요. 민생에 관심이 큰 중도층이 선거를 좌우하는 현상이 심화했다는 느낌은 들어요.”
재보선 기간 중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대차3법’ 통과 직전 임대료를 올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유 전 의원은 두 사람에 대해 “‘내로남불’이자 이중인격자의 위선”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부동산 정책을 전반적으로 복기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할 때 서민들은 ‘부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했죠. 몇 년 지나니 주택 공급이 확 줄었고 세금이 가격에 전가돼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값이 미친 듯이 오릅니다.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면 대다수가 불행해진다는 점을 국민들께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자각했어요. 민심을 움직이는 건 민생이고, 민생이 실패하면 국민이 투표에서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됐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8월 당 정강·정책을 바꾸며 강령 1조 1항으로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는 문장을 명시했다.
- 기본소득을 강령에 새긴 정당은 국민의힘밖에 없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해 실험하고 검토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다음 정권, 그다음 정권까지도 기본소득을 도입할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으로 로봇이나 AI(인공지능)가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해 국민 상당수의 일자리가 없어질 때나 하는 거죠. 벌써 많은 사람을 실업자로 간주하고 기본소득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워딩을 자세히 찾아보세요. 이분이 조금 왔다 갔다 했어요. 기본소득이 쉬운 게 아니고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김 전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화두로 던져 우리도 진보 이슈를 검토한다는, 음 뭐라 그럴까요. 당 이미지 변화에 도움을 주셨을지는 모르죠.”
‘이재명식’ 악성 포퓰리즘
화제는 이재명 경기지사로 옮아갔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과 기본대출 등 ‘기본 시리즈’를 역점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장기적으로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주자고 합니다.
“‘복지를 다 없애고 기본소득을 할 거냐’ 이 지사한테 물어보면 기존 복지제도에 기본소득을 얹어 준다고 해요. 기본소득은 필요 여부나 소득 및 재산 수준도 따지지 않고 똑같이 막 주는 겁니다. 야당은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 그분들이 사회안전망에 들어올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합니다. 왜 재산과 소득 많은 사람한테 돈을 줘야 합니까. 또 이 지사는 경기도에서 아직 하지도 못하면서 무주택자에게 소득과 재산에 관계없이 기본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해요. 극빈층은 월 20만~25만 원짜리 고시원과 단칸방, 쪽방에 살고 계세요. 이분들께는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해요. 야당이 생각하는 공공임대와 주거 복지는 그런 겁니다. ‘이재명식’ 악성 포퓰리즘은 민주당과 허경영의 국가혁명당 중간 어디쯤에 있어요.”
- 지난 대선 때 ‘안전고용(비정규직 정규직화·실업수당 대폭인상)’ ‘안심임금(최저임금 대폭인상·임금체불 국가 지불)’ ‘안전현장(산업안전 확실 보장)’을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노동정책과 유사해 보이는데요.
“상당히 진보적인 노동 공약에 가깝죠. 다만 노동 공약 중 제가 지난 4년 동안 국민들께 사과한 게 있습니다.”
- 최저임금 인상….
“문 대통령이 취임 첫해 최저임금을 16.4% 올려서 깜짝 놀랐어요. 2018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신년교례회에 가서 마이크를 잡고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잘못됐습니다.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어요. 다음에는 최저임금 공약 안 할 겁니다. 노동시간 단축, 육아휴직, 직장에서의 남녀차별 해소 등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 때와 입장이 같습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 산업재해를 당해 목숨을 잃는 분들이 있잖아요. 사용자가 노동자 안전을 위해 철저한 감독을 해야 하는데, 이를 안 한 책임을 엄격히 묻는 것도 여전히 생각이 같습니다.”
얼치기 사이비 좌파의 거짓말
4월 1일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라면 현재 있는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만들어주자는 게 ‘문재인식’이죠. 저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들어오려는 바깥의 청년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자고 하는 겁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내부 사람에게만 특혜를 주지 말고 바깥에도 공정하게 기회를 주겠다는 거면 저도 찬성해요.”
유 전 의원은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 비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차별을 없애려면 노동법을 손대야 하는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머리 싸매고 반대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눈치 보느라 노사정 대타협은 하는 척만 했는데, 다음 정부에서는 해고는 자유롭게 하되 노동자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빠졌을 때는 실업급여가 됐건 공적 부조가 됐건 사회안전망을 확실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대타협을 해야 합니다. 재벌 대기업에 치우친 정부도, 노동에 치우친 정부도 안 돼요. 정부가 한쪽 편을 들면 다른 한쪽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습니다.”
- 국민의힘도 한국노총 출신 비례대표 몫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국민의힘이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낼지 의문이 듭니다.
“국민의힘도 한국노총에 비례대표 자리 제공하고, 노동절 등 때만 되면 찾아가는 버릇을 고쳐야죠.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행사장에 가서 보면 심상정 정의당 대표 올 때 (참가자들이) 환호해요. 속으로 ‘심 대표는 정의당 대표인데 비정규직 문제에 더 신경 써야지, 정규직이 모인 자리에서 뭘 이렇게 환호 받나’ 싶었어요. 보수야당이 정의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비정규직이 인간답게 노동할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해요.”
- 경제성장을 강조하던데, 성장 담론은 구시대적 발상이라 치부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구시대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약간 더 멋있어 보여요. 그분들은 저성장이 당연하고, 낙수효과도 없다고 해요. ‘고용 없는 성장’도 이야기하고요. 그분들의 말이 옳다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는 없는 거예요.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YS·DJ 이후 5년 단위로 정권 바뀔 때마다 성장률이 1%포인트씩 하락한다고 해요. 인구는 지난해부터 감소하고 있어요. 그런 나라가 나중에 무슨 돈으로 복지를 해결하고 양극화 해소를 합니까.”
성장률 공약은 한국 대선의 단골 메뉴였다. 유 전 의원은 “다음 대선에서 몇 % 성장하겠다는 공약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성장에 필요한 전략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재와 과학기술이 성장에 가장 중요합니다. 디지털 혁신 인재 100만 명을 양성해야 합니다. 세금으로 공공근로 일자리 만들고 공무원 많이 뽑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성장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과학기술, 교육, 디지털 혁신 인재 이야기하면 표가 안 되죠. ‘전 국민 재난지원금 100만 원’ 이래야 표가 되는데, 그런 거 갖고 성장할 수 없잖아요. 대선에서 인재와 과학기술만이 답이고, 그러려면 교육 시스템 뜯어고치고 R&D 정책도 혁신해야 한다고 호소할 거예요.”
- 그야말로 인기 없는 주제가 될 텐데요.
“인기 없는 주제인데, 그렇게 해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쉬운 말로 설득력 있게 해야겠죠.”
시대정신과 관련해 유 전 의원은 “보수가 그간 자유에만 매달리고 공정, 정의, 평등, 복지, 인권, 생명의 가치를 너무 등한시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니 얼치기 사이비 좌파들이 거짓말만 했다”고 했다. 그의 톤이 부쩍 높아졌다.
“보수는 공정하면 안 되나요? 정의로우면 안 되나요? 인권과 생명, 안전을 중시하면 안 되나요? 헌법 가치를 지키는 게 정치의 역할이고, 거기에는 진보·보수의 구분이 없어요. 진보는 맨날 퍼주자고 하니까 우리가 경제와 안보에 유능한 모습을 보여야죠. 과거 보수가 그런 모습을 못 보였죠. 무능했죠. 시대정신은 공정이라고 하는데, 거기에는 ‘오케이’ 할게요. 그런데요. 그것만 하면 대한민국이 살아날까요? 그러니 제가 경제에 대해 자꾸 열변을 토하는 거죠.”
그는 16년간 국회의원을 했다. 이 중 8년을 국방위원회에 있었다. 2012년 6월~2014년 5월에는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냈다. 안보는 경제와 함께 그의 정치 인생을 구성하는 키워드다.
- 미국은 반중 전선 성격의 쿼드에 “한국의 참여를 언제든 환영할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중단됐던 외교·국방 당국 간 ‘2+2’ 대화를 재개하자고 했습니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모양새인데요.
“중국이라는 나라를 옆에 둔 게 불행이기도 하고, 또 끊임없이 도전의식을 키워주는 것이기도 하죠. 근대 역사만 보더라도 중국이 우리한테 호의적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36년 동안 고통을 준 일본에 대해서도 늘 냉정하게 생각해야죠. 중국이 사드 갖고 보복할 때, 우리도 전략적으로 실수를 했어요. 3년 동안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노(NO)’ 전략을 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해버렸거든요. 중국이 속았다는 생각은 들었을 거예요.”
이 대목에서 유 전 의원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미·중 갈등은 피할 수 없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겁니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간다고 생각해야 해요.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고,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인데, 결정적 순간에는 ‘죽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죠. 나는 미·중 경쟁이 상당기간 미국 우위로 갈 거라 봐요. 대한민국을 잘못 건드리면 크게 다친다는 두려움을 줄 정도의 ‘거부적 방위’가 가능한 국방력을 갖춰야죠. 거기다 한미동맹을 추구해 안보를 굳건히 지키고 한미일 안보협력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쿼드도 참여하면서 새로운 한중관계를 정립해야 해요. 중국이 거칠게 나올 거고 보복도 할 겁니다. 그렇지만 중국도 혼자 살아가는 경제가 아니에요. 중국에 ‘무역과 투자, 문화 협력은 계속 하길 원한다. 하지만 안보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해야죠.”
김종인 추대? 난 잘 모르겠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한다고 했다. [조영철 기자]
-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을 놓고 일각에서는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례를 들어 ‘거품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분의 지지율이 거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권에 분노한 국민의 기대가 윤 전 총장에게 모여 있는 상태니까요. 다만 지지율은 정말 변화무쌍한 겁니다. 제가 2000년에 정치를 시작한 이후 대선만 4번 치렀어요. 대선 1년 전 지지도는 그대로 갈 수도 없고, 그대로 간 적도 없습니다. 지난 총선에서는 코로나가 터져 우리가 참패했는데, 이번에 ‘LH 게이트’가 터질 줄 누가 알았어요? 모르는 거죠.”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월 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윤 (당시) 총장은 국민의힘이 만든 두 대통령을 구속한 사람인데 국민의힘에 들어올까. 또 국정원 직원 수십여 명이 수사받았고 국정원장 4명이 구속됐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주도한 ‘적폐청산 수사’ 때문에 보수 지지층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 김무성 고문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우파를 쑥대밭 만든 사람”이라 하더군요.
“김 고문께서 최근에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우호적으로 바뀐 것 같더라고요. 우리 당 지지자들도 윤 전 총장에게 호감 갖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부분(적폐청산 수사)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요.
“당 바깥에 후보들이 있는 게 현실이니 그분들이 입당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열려 있어야 해요. 그분들이 ‘국민의힘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죠. 경선에서 여러 차례의 검증과 토론을 거쳐 가장 경쟁력 있는 한 분을 뽑아 민주당과 대항하는 게 정권교체 가능성을 가장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제3지대에서 윤 전 총장과 협력할 수 있다는 설이 많은데요.
“그분이 비대위원장 그만두셨지만, 당적은 갖고 계시거든요. ‘외부 세력에 의존할 생각 말고 자기혁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분도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 후보단일화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겼듯이 내년 대선에서 (같은 방식으로) 이기는 걸 상당히 바라실 거라 생각해요. 그분이 바깥에 나가셔서 윤 전 총장과 새로운 당을 만들어 끝까지 대선에 갈 가능성에 대해 나는 상상을 잘 못 하겠어요. 안 그러실 거라고 봐요.”
김 전 위원장은 4월 8일 퇴임사에서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 부리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했다.
- 퇴임사는 어떻게 봤나요.
“내부의 반목, 일부 인사들의 당권 욕심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셨죠. 충분히 받아들여야죠. 어제 초선의원들이 당의 혁신과 변화를 주장했잖아요. 초선들의 마음을 저는 100% 동감해요. 앞으로 있을 원내대표 선거나 전당대회에서 개혁 마인드를 갖춘 초선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당원들도 밀어주고, 또 새 인물이 당을 이끌어갈 수 있게 해야죠.”
- 초선을 중심으로 김 전 위원장을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얘기도 나왔잖아요.
“하…(짧은 한숨). 그거는 난 잘 모르겠어요. 진짜 그런 뜻을 가진 분들이 있으면 전당대회 전에 의견을 표출해서 토론하는 과정은 필요하겠죠. 몇 사람이 이야기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다시 ‘비대위 체제’로 가기는 그렇잖아요. 저는 김 전 위원장께서 조금 쉬셨다가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 정권교체를 위해 무슨 역할이건 하실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로 추대하는 게 가능할까….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박근혜와의 화해
기자와 만나기 전날. 그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세미나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문 대통령이 극렬 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사면하는 게 맞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장 사면해야 한다고 봅니까.
“당장이라고 말한 적은 없고요. 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특별사면은 헌법에 주어진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에요. 문 대통령이 결심할 문제이고, 만약 문 대통령이 끝까지 사면하기 싫다면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일이죠.”
- 김무성 고문은 “박 전 대통령과 화해할 방법만 있으면 화해하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유 전 의원께선 무어라 말하시겠습니까.
“국정이 잘못 가고 있는 점에 대해 당시 더 강하게 반대해야 했던 게 아닌가 후회가 들죠. 제 말이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한테 통했으면 박 전 대통령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잘 마쳤을 거고, 이런 불행한 일도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탄핵에 대해서도 여전히 제 생각은 같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겪는 고초가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죠.”
4·7 재보선을 통해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을 건넜다. 그는 “탄핵 문제로 보수층 지지를 얻는 데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대구·경북 유권자의 오해를 풀고 싶어 했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저 사람이 박 전 대통령 덕에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오해해요. 저는 여당 9년 하면서 외국 특사 한 번 나가본 적 없어요. 국방위원장이고 원내대표고 다 제가 손들고 나가서 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박·친박 등 박 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았던 그 사람들이 진짜 원망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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