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호

양강 이재명·윤석열이 넘어야 할 여섯 고개

‘친문 시험대’ 李, ‘입당 시험대’ 尹…둘 다 위태롭다

  • 소종섭 시사평론가·유튜브 ‘소종섭의 상식학교’ 대표 jongseop1@naver.com

    입력2021-04-19 1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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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재·보궐선거가 끝나자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게임에 등판한 형국이다. [동아DB]

    4·7 재·보궐선거가 끝나자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게임에 등판한 형국이다. [동아DB]

    4·7 재·보궐선거(재보선) 결과는 판을 크게 흔들었다.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선과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달아 패배한 야권은 반격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크게 한 방 맞은 여권은 서둘러 재정비에 나섰다. 여야 모두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누가, 얼마나 변화하느냐에 따라 국면은 바뀔 수 있다. 이번 선거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이었다면 다음 대선은 이와 함께 미래에 대한 투표가 될 것이다. 당도,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여야 대선주자에게 기회와 위험이 병존하는 정국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정국이라고나 할까.

    국민의힘은 압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는 물론이고 기초단체장 두 곳, 광역의원 8곳 중 5곳, 기초의원 9곳 중 6곳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이겼으니 압승은 압승이다. 내용도 그렇다. 서울시장은 18.32%포인트, 부산시장은 28.25%포인트 차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민주당은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에만 매달렸을 뿐 이렇다 할 선거 캠페인을 펼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내로라할 대선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대선(내년 3월 9일)을 11개월 앞둔 상황, 대선 후보 선출(당헌대로라면 11월 9일)을 7개월 앞둔 시점의 제1 야당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두 사람 지지, 겹치는 부분 있어”

    지난 4월 5~7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8세 이상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1% 이상 얻은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은 두 명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 유승민 전 의원이 2%를 기록했다. 미미한 수준이다. 장외 주자들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18%), 홍준표 전 대표·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에 뒤졌다. 제1 야당 소속 주자보다 장외 주자의 지지율이 더 높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에는 위기다. 제대로 된 대선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은 유지되기 힘든 것이 정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목되는 인물이 윤석열 전 총장이다. 4·7 재보선 이후 정가에서는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야권의 윤석열 전 총장 간 양강 구도로 대선판이 짜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1위를 고수하던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사직하면서 그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윤 전 총장이 39.1%를 기록해 이 지사(21.7%)를 두 배 가까이 앞선 조사 결과도 있다.(TBS 의뢰 KSOI의 3월 19∼20일 1007명 대상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그러던 것이 4월 5~7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24%를 차지해 18%를 기록한 윤 전 총장을 제쳤다. 재보선 직후인 4월 10~11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36.3%를 얻어 23.5%에 그친 이 지사를 앞섰다.(JTBC 의뢰, 1016명 대상 조사결과·표본오차 95.1% 신뢰수준 ±3.1%포인트) 아직 좀 더 두고 보아야 하지만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두 사람의 지지율은 길항(拮抗·서로 버티어 대항함)관계에 있다. 한쪽이 오르면 한쪽은 떨어진다. 그 이유는 보수-중도 영역에서 지지율이 겹치기 때문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아직 좀 더 두고 볼 필요는 있지만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상승할 때 이 지사 지지율이 빠지고, 이 지사 지지율이 상승하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 간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인 지난 2017년 1월 11일 SBS 8시 뉴스에 출연해 “대통령이 되면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에 기용해 정부 내 부패를 완전히 청산하고 싶다”고 한 발언도 주목된다. 여권에서 ‘검찰개혁’을 내세우면서 노골적으로 윤 전 총장에 대한 퇴진 압박을 가할 때도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을 특정해 비판한 적이 없다. 당시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왜 윤석열을 비판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일자 ‘적폐 검찰’을 비판했을 뿐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윤석열 양강 체제는 대선까지 이어질까. 속단하기는 이르다. 두 사람이 넘어야 할 고개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후보로 확정되기까지는(당헌대로라면 민주당은 올 9월 9일까지, 국민의힘은 11월 9일까지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다.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 어떤 예기치 않은 사건이 생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과연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이 험난한 고개를 넘어 대선후보를 거머쥐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재명이 넘어야 할 고개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4월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대선후보들의 선거 벽보를 점검하고 있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4월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대선후보들의 선거 벽보를 점검하고 있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이 지사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고개는 ‘친문(親文)’이다. ‘친문(친문재인)’은 민주당 최대 세력이다. 김성휘 ‘머니투데이’ 기자는 지난해 4월 ‘피렌체의 식탁’에 기고한 글에서 민주당 친문 국회의원이 최다 90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친문을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인물들 ▲문 대통령과 인간적·정치적 인연을 다양하게 맺은 인물들 ▲총선 당시 민주당에 영입된 초선의원들로 분류했다. 세 그룹은 각각 핵심친문, 친문, 신(新)친문이라 할 수 있다며 모두 합하면 최소 60명, 최다 90명 안팎으로 분석된다고 봤다. 친문 세력의 모임으로 알려진 ‘민주주의 4.0 연구원’의 경우 출범 당시 소속 의원이 56명에 달했으니 얼추 맞아떨어진다.

    이들 가운데는 민형배 의원처럼 이 지사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의원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의원들은 ‘대기 상태’다. 특정인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이 지사와 친문은 악연이 있다. 전해철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 친문은 이 지사를 맹공했다. 이른바 ‘혜경궁 홍씨 사건’이다. 이 지사와 친문 세력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이제 뉴스가 아니다. 이 지사는 ‘뿌리를 흔드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과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보다는 당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지지를 획득하는 방법이다. 자신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지사와 ‘친노’ ‘친문’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의 관계다. 두 사람은 지난 3월에도 식사를 함께 했다. 이 지사는 언론에 이 사실을 밝히며 이 전 대표를 “대선배”라고 칭했다. 2018년 이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일부 친문 당원들은 그를 당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전 대표는 이 지사를 감쌌다. 이 전 대표는 5월 말 개최되는 ‘2021 DMZ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등 이 지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시사인’ 인터뷰에서 이 지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분이 입지전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성격이 굉장히 강하죠. 그런 건 뭐 정치권에서는 있을 수 있는 논란이에요. 그런 게 없으면 되나. 대법원에서 무죄 받고 나서 인터뷰한 걸 보면, 본인도 일련의 과정 속에서 생각을 많이 했을 거 아닙니까. 본인 생각이 깊어진 거 같아요. 과거에 여러 논란을 만들 때와 비교해 보면 그래요.”

    이 지사가 넘어야 할 두 번째 고개는 ‘기본 시리즈’다. ‘기본소득’ ‘기본대출’ 등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는 브랜드화됐다. 이 지사도 자신의 대표 정책으로 이것을 내세운다. 기본소득의 경우 모든 국민에게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을 꿈꾼다.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는 증세를 전제로 한다. 특히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기업들, 자동화 비율을 확대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로봇세’ 등이 주 타깃이다. 이 지사는 “내는 세금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신뢰하면 증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그러나 이 지사가 내세우는 ‘기본 시리즈’는 민주당 안에서도 아직 공감대가 큰 것 같지 않다. 민주당 한 전직 의원은 “논쟁이 붙으면 허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고 국민적 공감대를 갖고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측면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전면화할 경우 이 지사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세 번째 고개는 결선투표제다. 친문 그룹 일각에서는 이른바 ‘13룡 프로젝트’를 주장한다. 경선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치르는 과정을 통해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외에 정세균 국무총리(전북), 임종석 전 비서실장(전남), 김경수 경남지사(경남), 양승조 충남지사(충남), 최문순 강원지사(강원), 이광재 의원(강원), 김부겸 전 의원(대구), 김두관 의원(경남), 박용진 의원(서울), 이인영 통일부 장관(충북) 등 지역별로 인지도가 있는 인물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가 가시화돼 경선을 치르면 각 후보별로 지지층 결집에 나서기에 한 후보가 50% 이상 득표하기가 쉽지 않다.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제도이기에 이 지사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윤석열이 넘어야 할 고개

    윤석열 전 총장의 경우는 어떨까. 그는 아직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지도 않은 상태다. 하지만 지지율은 선두를 다툰다. 그래서 야권 주자로서 국민의힘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그 역시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개가 셋 있다.

    우선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인가, 독자 세력화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선택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정치 초년생이고 자금력도 넉넉지 않은 그가 독자세력화를 도모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어떤 경우든 국민의힘을 상수로 놓고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합하는 모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가 관전 포인트다. 윤 전 총장의 고민도 이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이 주목된다. 대략 7~8월이 마지노선이 될 것이다. 현재 흐름으로 봐서는 선택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비전이다. 윤 전 총장은 잠시 변호사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을 검사로 살아왔다. 그가 갖고 있는 비전이 무엇인지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경제, 외교, 통일, 인권, 환경 등에 대한 자신의 비전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단순히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것 갖고는 시험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에 어느 정도 스스로 준비돼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속성 과외로 비전을 정립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햇볕 아래 노출돼 직접 의견을 밝혀야 하는 순간이 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하는 고개다.

    검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세 번째 고개다. 특히 최근 언론에 조금씩 보도되기 시작한 윤 전 총장의 장모에 대한 의혹 제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대선은 정치 전쟁이다. 모든 것이 쏟아져 나온다. 때로는 조작된 문서까지 사실인 것처럼 나오는 게 대선 정국이다. 윤 전 총장은 2012년 3월 늦깎이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전 일이라고 해서 면책될 수 없다. 본인은 물론이고 장모를 비롯한 처가에 대한 심층 검증은 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할 가장 힘든 고개가 될 것이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할 고개는 이외에도 더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검증되고 단련된 인물만이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지금은 앞서 있지만 예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만큼 격변하는 것이 한국 정치다. 두 사람은 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이재명 #윤석열 #대선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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