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호

[단독] 文정부 1기 참모들 서울 아파트값 4년간 평균 80% 올랐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05-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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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공직자 재산 등록 기준

    • 차관급 이상 8명, 평균 76.5% ↑

    • 임종석 비서실장 은평구 아파트 60% ↑

    • 장하성 정책실장 송파구 아파트 71% ↑

    •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성북구 아파트 105% ↑

    • 25건 조사 대상 중 7건, 실거래가 10억 넘게 상승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뉴스1]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괴롭히는 이슈 중 하나는 ‘집값’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 대통령 취임 후 2020년 말까지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82% 올랐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새 서울 부동산 가격은 폭발적 상승을 거듭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반면 정부는 관련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경실련의 공개 질의에 대해 3월 초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내놓은 답은 다음과 같다.
    “2017년 5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 기준 17.17%, KB주택가격동향 38.68%,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 기준 67.0%이다. 정부는 주택시장 진단을 위해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답변”이라고 비판한다.
    “진단이 잘못되면 그에 따른 처방 또한 잘못될 수밖에 없다. 서울 사람 가운데 최근 4년 동안 아파트값이 17%만 올랐다는 통계를 믿을 사람이 있나. 이 정부에도 서울 사는 사람이 있을 텐데, 자기 동네 집값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를 수 없다.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것을 모른 척하니 불신이 커지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이제라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잘못된 통계를 바로잡고, 자체적으로 시장 상황을 분석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신동아’는 시민이 체감하는 부동산값 변화를 알아볼 지표로 ‘청와대 사람들’의 서울 아파트값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에 몸담은 이른바 ‘1기 청와대 참모진’이 보유한 집값이 지난 4년 새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1기 참모진 등록 아파트 25개, 평균 가격 상승률 80%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1일, 신임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안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왼쪽부터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제1부속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1일, 신임 참모들과 함께 청와대 안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왼쪽부터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제1부속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본인 및 가족의 재산 내역을 공개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함께한 청와대 사람 가운데 재산등록 대상은 63명이다. 이 중 장관급은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등 3명이다.

    이어 전병헌 정무수석, 조국 민정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주영훈 경호처장 등 차관급 수석 및 보좌관 13명과, 1급에 해당하는 비서관 48명이 청와대에서 일했다.

    ‘신동아’는 전자관보에 실린 공직자 재산등록 내역을 분석해, 63명 가운데 임명 당시 본인 또는 배우자가 서울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을 추려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평구), 장하성 정책실장(송파구) 등 차관급 이상 8명이 서울 소재 아파트를 재산으로 신고했다. 비서관급에서도 17명의 서울지역 아파트 보유자를 확인했다.

    고위공직자는 재산등록 시 보유 아파트 소재지와 명칭, 면적 등을 공개한다. ‘신동아’는 이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해당 아파트 25건의 거래 기록을 조회했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일인 2017년 5월 10일과 가장 가까운 거래가격을 ‘과거가(過去價)’로 삼았다. ‘현재가’ 기준일은 2021년 4월 15일이다. 이때와 가장 가까운 거래 내역을 찾아, 양자의 매매가 차이를 통해 가격상승률을 계산했다.



    ‘신동아’ 분석 결과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조사 대상 아파트값은 평균적으로 80% 올랐다. 윤건영 1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신고한 ‘성북구 돈암동 현대’ 실거래가가 해당 기간 105% 올라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신지연 1기 해외언론비서관이 신고한 ‘서초구 서초동 유원’도 같은 기간 가격이 103% 뛰었다. 차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는 조현옥 1기 인사수석의 ‘강서구 가양동 가양9단지’ 실거래가 상승률이 98%로 가장 높았다. 이들 집값은 말 그대로 ‘두 배’가 됐다.

    모두(冒頭)에 밝혔듯 이 조사는 서울 아파트값 변동 추이를 살펴보고자 진행한 것이다. 따라서 해당 참모가 조사 대상 아파트를 지금도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성북구 아파트 105% ↑

    또 하나 밝혀둘 것은 아파트 가격 변동 기간이 상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혜승 1기 뉴미디어비서관이 신고한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 7차’(148.08㎡)의 경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최근 거래 내역이 2019년 9월 7일 것이다. 이날 이 아파트 4층이 16억5000만 원에 팔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무렵인 2017년 5월 20일 거래된 3층 매매가는 12억 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아파트 가격 상승액은 4억5000만 원, 상승률은 37%로 계산했다. 이 두 수치는 이번 ‘신동아’ 조사 대상 아파트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다.

    단, 이 단지의 실제 매매가 상승 수준은 이보다 높을 개연성이 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서초 7차’ 단지에서는 지난해 12월 2일, 정혜승 비서관이 신고한 것보다 작은 110.68㎡ 규모 아파트 5층이 17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박형철 1기 반부패비서관이 신고한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151.99㎡)도 동일 면적 최근 거래일이 2020년 11월 25일이다. 당시 이 아파트 15층 매매가는 21억3000만 원으로, 2017년 4월 29일 기록한 14억7000만 원(37층)에 비해 6억6000만 원 올랐다. 가격상승률은 44%다. 한편 이 단지에서는 면적이 거의 유사한 151.633㎡ 규모 30층 매물이 2월 24일 26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文 정부 집권 중 가격 10억 넘게 오른 아파트 7개

    시민단체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서울 아파트값이 대폭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3월 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모습.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시민단체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서울 아파트값이 대폭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3월 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모습.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정부 1기 참모진 아파트는 서울지역 곳곳에 퍼져 있다. 이 가운데 가격이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보인 것은 한 개도 없다. 조사 대상 25개 가운데 22개가 매매가 상승률 60%를 상회할 만큼 고른 급등세를 보였다. 단, 실제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강남 지역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윤건영 1기 국정상황실장이 신고한 ‘돈암동 현대’의 경우 거래가격이 2017년 2월 21일 3억6300만 원(8층)에서 올해 2월 20일 7억4500만 원(12층)으로 3억8200만 원 올랐다. 반면 채희봉 1기 산업정책비서관이 신고한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은 2017년 5월 20일 17억4500만 원(22층)에서 올해 1월 22일 33억2000만 원(22층)으로 15억7500만 원이나 뛰었다. 가격상승률은 해당 기간 90.25%로 ‘돈암동 현대’(105%)보다 15%포인트 낮다. 하지만 이 아파트를 사는 사람이 치러야 할 비용은 크게 늘었다.

    조사 대상 가운데 해당 기간 거래가격이 10억 이상 급등한 아파트는 ‘도곡렉슬’을 포함해 7개였다. 이들은 전부 다 한강 이남에 있다. 매매가 상승액 기준 2위는 장하성 1기 정책실장의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13억3000만 원)이다. 이어 주현 1기 중소기업비서관 ‘강남구 개포동 엘지개포자이’(12억8000만 원), 김현철 1기 경제보좌관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2억4500만 원), 조용우 1기 국정기록비서관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12억3000만 원), 주영훈 1기 경호처장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11억7000만원), 조국 1기 민정수석 ‘서초구 방배동 삼익’(11억 원) 등이 10억 원 이상의 높은 매매가 상승폭을 보였다.

    가장 조금 오른 아파트값도 3억 뛰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집값 안정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았다. 김현미 초대 국토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부동산시장 과열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다주택자의 투기”라고 선언하며 이들을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2017년 6월 야심만만하게 내놓은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맞춤형 대응방안’이 시장 과열을 억누르지 못했고, 정부는 8월 추가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때는 김수현 당시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나서 “새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분야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2019년 11월 22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고, 이듬해 1월 7일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주일 뒤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과열 지역 집값은 취임 초기 수준으로 원상복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운영하는 ‘경제정책시계열서비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발표된 부동산 정책은 올해 3월 29일 나온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까지 모두 33개에 이른다. 그러나 부동산값은 도무지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서민의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이번 조사 대상 25개 가운데 매매가가 가장 조금 오른 아파트는 하승창 1기 사회혁신수석이 신고한 ‘성북구 정릉동 대우’였는데, 이 또한 최근 4년간 상승액이 2억9000만 원에 달했다. 2017년 5월 27일 4억3500만 원(13층)에 팔린 아파트가 2021년 3월 4일에는 7억2500만 원(5층)에 거래됐다.

    #서울아파트 #패닉바잉 #부동산정책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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