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여당 참패? 文정권 배신 생각하면 30%대 득표도 과분
김종인이 잘해서 표 몰아줬나, 안철수 폄훼는 국민 실망시키는 발언
열심히 일해 부자 되려는 꿈마저 빼앗긴 20대의 분노
분배 정의로 포장한 사실상 증세, 하반기 조세 저항 불보듯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파동 대선까지 갈 것
‘상대적 박탈감’ 조장한 편가르기, 좌파의 정권 쟁취 방법
“개헌 추진 대통령, 남은 임기 채우지 않는다고 각서라도 써”
최근 펴낸 책 ‘헌법은 상식이다’를 통해 문재인 정부 4년간 훼손된 헌법 정신 문제와 개헌 이슈를 제기한 이석연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지호영 기자]
‘지금까지 삶’이란 헌법학자로서 헌법 정신을 알리고, 공익소송으로 위헌적인 법과 제도를 바꾸는 데 평생을 바친 것이다. 그는 1988년 헌법재판소 출범 이후 제1호 헌법연구관으로 일했고, 1994년 변호사가 된 후 150여 건의 헌법소송을 해서 30여 건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수도이전법)’ 위헌결정이다.
이 순간에도 그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 법치주의라는 메스를 가하고 있다.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과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없앤 민간임대주택특별법(민특법)에 대한 위헌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변호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최근 ‘헌법은 상식이다’(2017년 펴낸 ‘헌법은 살아있다’ 개정판)를 통해 지난 4년간 훼손된 헌법 정신 문제와 개헌 이슈를 꺼내 들었다. 4월 12일 이석연 변호사를 법무법인 서울 사무실에서 만나 보궐선거에 대한 소회부터 물었다.
평범한 사람 등골 빼먹는 정권 응징
- 이번 보궐선거가 여당 참패로 끝났다.“이 정도 차로 야당이 이길 거라 예상했다(서울 18.3%포인트, 부산 28.3%포인트 차로 모두 국민의힘 승리). 오히려 정책 실패나 문재인 대통령의 식언, 위선에 대한 평가치고는 유권자들이 관대했다. 이 정권의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보면 여당의 30%대 득표율(서울 39.8%, 부산 34.4%)도 과분하다는 말이다. 그나마 마지막 끈을 놓지 않은 국민에게 더불어민주당은 감사해야 한다.”
- 이 기조가 2022년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질 거라 보나.
“비록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였지만 이 결과는 전국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부동산 대책을 25번 내놓았다고 하는데 이 정도 실패라면 빨리 인정하고 잘못된 것을 보완해야 한다. 이 정부는 오히려 더 센 정책으로 세금만 올려놓았다. 평범한 사람 등골 빼먹는 정책이다. 누구든 재산상 손실을 입으면 가만있지 않는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남의 재산을 탐하면 안 된다. 인간은 아버지 죽음보다 유산 빼앗긴 것을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나. 정부가 가혹한 조세로 수탈한다고 생각하면 왕조시대든 아니든 응징을 하게 돼 있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때마다 개혁을 앞세우는데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떡’이라고 비판했더니 지방에서도 격려 전화가 많이 왔다(이 변호사는 전북 정읍 출신이다).”
- 20대 지지율 폭락도 같은 이유인가.
“대한민국의 근간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젊은이들 꿈을 빼앗았다. 정부가 나눠주는 것만 받아먹으라는 ‘결과의 평등’이다. 모험 정신, 도전 정신이 사라지고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었다. 40대가 이 정권을 받치고 있다는 것도 허상이다.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가자고 하면 누가 따르겠나.”
재산세 고지서 날아들면 조세 저항 일어날 것
- 보궐선거에서 완승한 국민의힘이 내분을 겪고 있다.“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안철수를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 ‘국민의당이 잘해서 이긴 것 아니다, 건방지다’ 그런 뜻인데 단일화해서 함께 선거운동을 한 사람에게 정치 원로로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김종인이 잘해서 이겼다는 말인가. 이번에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유권자를 실망시키는 발언이다.”
-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세법률주의, 조세평등주의(조세공평주의)에 다 어긋난다. 헌법상 조세의 부과·징수는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거해야 하고, 조세는 국민의 부담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배분돼야 한다. 종부세든 취득세든 모든 것은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이 과표부터 주먹구구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는데 어느 지역은 70%(세종), 어느 지역은 1.7%(제주) 인상이다. 같은 동 같은 평수인데 이 집과 저 집이 다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정하게 했다, 수정할 것 없다, 직접 다 확인했다’고 우겨댄다. 더 큰 문제는 이 과표를 법제처 심의 없이 국토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국토교통부훈령).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치솟으니까 공시가격을 인상해 세금으로 환수하는 편법을 쓴다. 사실상 증세다. 더욱이 재산세나 종부세는 보유세로 미실현 소득인데 누진과세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도떼기시장도 이렇게는 안 한다. 국민을 졸(卒)로 보는 것이다.”
- 본격적인 조세 저항이 일어날 것으로 보나.
“6월 1일이 재산세 과세 기준일이다. 그 기준에 따라 7월(건축물), 9월(건축물·토지) 두 차례 재산세를 내지 않나. 올해는 작년에 급등한 부분이 반영되니 고지서 받고 억 소리 날 거다. 그리고 12월 중순쯤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든다. 대통령선거를 3개월여 남기고 어떻게 될지 보자. 부동산 정책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정부 정책에 순응하며 ‘부자가 되겠다’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하겠다’고 열심히 살아온 이가 대부분이다. 애초 집값이 급등한 게 이들 책임인가. 이런 말 하면 가진 자만 편든다고 비난한다. 이 정권은 편가르기에 능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임대인과 임차인,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이런 식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해 국민을 갈라 친다. 분배와 정의를 앞세워 인간의 맹점 중 하나인 평등의식을 자극해 표로 연결하는 것이 좌파 진영의 정권 쟁취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미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임대차3법과 민특법 위헌 소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개정판 ‘헌법은 상식이다’를 내면서 2017년에 타계한 변정수 초대 헌법재판관(재임기간 1988~1994) 추모 글을 썼다. 그는 재임 중 60여 건의 소수의견과 20여 건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내면서 헌재 위상 정립에 큰 공헌을 한 분이다. 그분이 ‘평범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재판은 건전한 상식과 순리에 입각한 단순명료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논리나 현학적 법리보다 상식과 경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나는 이번 소송에서 헌법재판관들의 헌법적 양식, 헌법적 양심을 믿는다. 양식은 건전한 상식, 양심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양심에 입각해서 판단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기각은 있을 수 없다.”
- 종부세는 아직 헌법소원도 하지 못했다.
“조세 관련 소송은 반드시 조세심판을 거쳐야 행정소송에 들어갈 수 있다. 사실상 조세심판에서 구제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60일간 시간만 끄는 셈이다. 불필요한 절차로 국민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언젠가는 위헌 소송을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절대 부동산 정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누가 이끌어도 침몰하는 타이태닉호다. 새로운 정책을 할 생각 말고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부동산 정책을 원점으로 돌려놓기 바란다. 아니면 원점에 가깝게 개정안을 내달라. 그러면 헌법소원을 취하하겠다. 자신들이 박수 치며 통과시킨 것을 되돌리기가 멋쩍을 테니 야당이 수정안 내고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 된다. 문 대통령이 레임덕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다.”
대통령 마음대로 탈원전? 국민을 개·돼지로 보나
이석연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입법을 통해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임대차3법 등에 대한 위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당시 수도이전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니까 정부는 위헌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일사천리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행복도시법, 이후 세종시법)’을 제정해 수도의 3분의 2를 옮기겠다고 했다. 사실상 수도 분할이다. 이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냈으나 7대 2로 각하됐다. 그때 헌법재판소가 행복도시법까지 위헌결정을 내렸더라면 부동산 투기 문제도 여기까지 안 왔다. 수도 분할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국가적 낭비가 발생했나. 지난해 여당이 다시 수도 이전 얘기를 꺼내기에 내가 또 헌법소원 하겠다고 했더니 쏙 들어갔다. 정부·여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으려고 또다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 이전 공약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월성 1호기 폐쇄는 19대 대선 공약이었고, 그것을 감사 또는 수사하는 것은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선 공약이니까 국민의 명령? 천만에. 법치주의 구조,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망각한 발언이다. 공약처럼 허망한 게 없다. 강이 없는 데도 다리를 놓겠다는 게 정치인의 공약이다. 당선자의 공약이라도 내용적 정당성이 있어야 하고 적법절차를 지켜야 한다. 원전 폐쇄를 그런 식으로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위헌적이라는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핵·탈원전을 결심했다는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현재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국가적 에너지 낭비이며 국력을 약화시키는 일인가. 북한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더 강화해야 하는 게 원전기술이다. 국가적으로 핵기술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것은 위헌 중에 위헌이다. 다음 정권에서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
- 지난해 말 법원이 현직 검찰총장(윤석열)에 대한 ‘2개월 정직처분’ 효력을 정지했을 때도 헌법상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대통령이나 어떤 공권력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고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평범한 상식이 곧 헌법 정신이다. 반대로 적법절차가 무시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추구하는 목적에 관계없이(그것이 검찰개혁이라 해도) 공권력 남용이고 위헌이다. 내가 헌법연구관으로 있던 1993년 헌법재판소는 공권력 개입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전두환 정권은 경영 부실을 이유로 1985년 국제그룹 해체를 결정)를 위헌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대통령의 통치권적 결단으로 정당시돼 온 행위를 위헌으로 선언한 것이다. 헌법 판례의 금자탑이다.”
국정농단 넘은 헌정농단
- 현 정부의 위헌 사례를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부터 최근까지 날짜별로 위헌 사례를 정리하고 있다. 대북정책, 외교, 안보, 사법, 탈원전, 선거제도 등 국가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 행태가 너무나 심각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가 최순실의 국정농단인데 국정농단의 본질은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뇌물을 챙기는 것이다. 이 정부 사례는 국정농단을 넘어 헌정농단이기에 훨씬 더 탄핵에 가깝다. 헌정농단은 국가의 기본틀을 바꾸는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망한다. 그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이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무섭지 않다. 어차피 역대 최악의 정권이 될 것이다. 헌정농단 사례를 기록으로 남겨 언젠가는 국민들로부터 헌법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헌법학자로서 지난 40년간 일관되게 해온 일이고 나의 헌법적 소신이다.”
- ‘헌법은 상식이다’에서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수도·국기·국가·국어에 관한 조항, 기본권 신설·확충, 권력구조 또는 정부 형태의 손질, 대통령선거에서 결선투표제 도입 등 개헌에 꼭 담아야 할 10대 핵심을 열거했다. 개인적으로 순수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국민이 선호하지 않는다. 그럴 바에는 4년 중임 대통령제와 부통령제를 제안한다. 대통령은 이쪽에서 뽑고 총리는 저쪽에서 뽑는 이원집정부제는 반대다. 역할분담놀이에 그칠 뿐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다. 무책임한 정치인들 발상이다.”
- 박병석 국회의장도 ‘34년 된 낡은 옷’이라며 개헌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87년 체제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고 궁지에 몰릴 때 개헌 카드로 돌파구를 삼는 것은 반대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율 떨어지자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정권 말기여서 개헌 동력을 상실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 법제처장으로서 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청와대에서 함구령이 내려왔다.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최순실 사태가 심각해지니까 갑자기 국회에 와서 개헌하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태블릿PC 사건이 터졌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국민은 촛불을 들었고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당연히 개헌부터 시작했어야 한다. 전제는 자기 임기를 단축하는 것인데 막상 청와대에 들어가면 생각이 달라진다. 자신은 임기를 다 채우면서 끝날 때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겠다며 권력분산, 내각제 개헌, 4년 중임제 아이디어를 들고나오면 철면피다. 이 정권에서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다음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임기 전반에 개헌을 추진하되 남은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나겠다고 국민 앞에 각서라도 쓰면 가능할 것이다.”
- 장기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그 대통령에 한해 효력이 없다(헌법 제130조)는 조항이 늘 개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 조항은 이제 폐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조항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권력욕에 누더기가 된 후진국형 헌정사의 오점이다. 우리 국민이 이승만, 박정희같이 헌법을 고쳐서라도 한 번 더 하겠다는 대통령이 다시 나오면 용납하겠나.”
이석연 변호사의 결론은 ‘국가흥망 필부유책(國家興亡 匹夫有責)’이다. 국가가 망하고 흥하는 것은 평범한 한 사람의 책임이라는 말이다. 정치인이 바뀌어야 하고 정치제도가 바뀌어야 하지만 유권자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정치인 탓하지 마라. 이런 수준의 정권밖에 못 갖는 것도 유권자의 수준이다. 이렇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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