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호

윤여정 ‘또박또박 영어’ 오스카에서도 통했다

연기력으로 한 번, 화술로 또 한 번 인정받은 尹

  • 송화선 기자 오홍석 기자

    입력2021-04-26 1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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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년 한국 영화사에서 첫 한국인 연기상

    • “운이 좋았다. 한국인 배우 선호 때문에 상탔다”

    •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일하라고 잔소리를 하니까요”

    • 겸손하면서 유머 넘치는 영어…세계적 화제

    • 언어교육전문가 선현우 “윤여정 씨, 영어 정말 잘 한다”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Gettyimages]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Gettyimages]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겠어요.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여러분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미국인들의 한국인 배우 선호 때문이겠죠(How can I win over Glenn Close. The reason I am here tonight is because I am little bit luckier than you. Also because of American hospitality for Korean actor).”

    4월 2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은 시상대에 올라 다소 상기된 채 소감을 이어갔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도 ‘또박또박 영어’로 겸손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우선 윤여정은 자신과 여우조연상을 놓고 경쟁하던 다른 후보들을 치켜세우며 자신을 낮췄다. 미국인들의 한국 배우 선호로 자신이 운 좋게 상을 탔다고 말하자 좌중은 폭소했다. 아카데미 상 후보에 8번 올랐지만 이번에도 고배를 마신 대배우 글렌 클로즈를 위로했다. 지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치켜세운 장면을 연상케 했다.

    가수 조영남과의 이혼 후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어떤 배역도 마다하지 않았던 윤여정은 아픈 가족사도 유머로 승화시켰다.

    “제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제게 밖에 나가 일하라고 잔소리를 하니까요. (이 트로피가) 엄마가 힘들게 일한 결과물이란다(I would like to thank my two boys. Who make me go out and work. This is the result of mommy's hard work).



    尹 영어 소감이 화제가 되는 이유

    배우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레드카펫에 올라 웃음 짓고 있다. [뉴시스]

    배우 윤여정이 4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레드카펫에 올라 웃음 짓고 있다. [뉴시스]

    윤여정의 겸손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소감은 이전에도 지속해서 화제가 돼왔다.

    “모든 상이 다 의미 있죠. 그러나 이 상은, 고상한 척 하기로 유명한 영국인들이 저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준 것이잖아요. 정말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4월 11일 영화 ‘미나리’로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밝힌 수상 소감의 한 대목이다. 윤여정은 이날 시상식에서 자기 이름이 불리자 한동안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지 못했다. 이후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Every award is meaningful, but this one, especially being recognized by British people, known as snobbish people, and they approve me as a good actor, I am very happy. Thank you so much.”

    윤여정이 말을 마치자 영국 아카데미상 사회자는 허리가 꺾일 만큼 크게 웃었다. 많은 영국인 면전에서 그들을 ‘고상한 척 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했지만 윤여정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재치와 유머에 각계 찬사가 쏟아졌다.

    미국 연예매체 ‘벌처’는 이 소감에 대해 “좌중을 웃기고 윤여정에게 반하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또 다른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도 “영국인들은 윤여정의 솔직하고 우스꽝스러운 평가에 기습당했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윤여정이) 이날 밤 가장 큰 웃음을 선사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기자 카일 뷰캐넌은 자기 트위터에 “올해 시상 시즌 최고의 수상 소감”이라고 썼다.

    ‘미나리’를 통해 세계적 배우로 우뚝 선 윤여정이 최근 연기력 못잖은 세련된 화술로 많은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역 없이 해외 언론과 인터뷰하고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윤여정 특유의 인간적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66년 TBC 3기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결혼 후 1973년부터 1984년까지 약 11년 간 미국에서 살았다. 윤씨는 2009년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내가 살던 시골 마을에는 한국 사람이 없고 한국 슈퍼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환경에서 현지인과 더불어 살아가며 실전 영어를 익힌 것으로 보인다. 언어교육 전문가 선현우 씨는 “윤여정 씨가 영어로 말하는 걸 들어보면 영어를 굉장히 편하게 구사하는 게 느껴진다”며 “쉬운 단어로 자기 의사를 명료하게 표현할 뿐 아니라 발음도 좋다. 외국인이 그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가 지금 영어를 제대로 하고 있나요?”

    윤여정은 이 실력을 바탕으로 세계인 앞에서 자기 생각과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겸손하고 꾸밈없는 태도다. 윤여정은 4월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I don’t know how to describe my feeling)”라고 말했다. 이후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특히 내 동료 배우들이 나를 최고의 조연배우로 뽑아줘서 영광스러워요. 제가 지금 영어를 제대로 하고 있나요? 제가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거든요(It is very, very honored. Especially by my actor fellow, choose me as a supporting actress. I don't know. Am I saying right? My English is not good.)”이라고 말하자 함께 후보에 오른 동료 배우들이 입을 모아 “완벽해요(Perfect!)”라고 소리를 쳤다.

    윤여정은 이 자리에서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속편’),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 등 같은 부문에서 경쟁한 할리우드 여배우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감사를 표했다. 영국 아카데미시상식 때는 이틀 전 만 99세로 별세한 필립 공(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에 대한 애도 인사를 전했다. 영어권 매체들은 이런 윤여정의 태도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벌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윤여정의 수상소감을 또 한 번 듣기 위해서라도 그가 오스카 상을 받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언어교육전문가 선현우 씨는 “윤여정 씨는 영어를 할 때 실수할까봐 쩔쩔매지 않는다. 유창하게 보이려고 어려운 단어를 골라 쓰지도 않는다. 자기가 잘 아는 표현으로 하고 싶은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윤여정 씨를 보며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좀 더 편하게 일상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시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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