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호

봄부터 후끈 ‘비빔면 전쟁’, ‘팔도’야 게 섰거라

[유통 인사이드] 정우성·유재석·백종원 大戰…1강 체제 균열 오나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1-05-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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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도 비빔면, 지난해 1.2억 개 팔려

    • 칼 간 농심의 배홍동 비빔면

    • 年 5000만 개 팔린 오뚜기 진비빔면

    • 삼양식품 열무비빔면도 꾸준한 실적

    • 벌써 대형마트서 일제히 할인 경쟁

    올해는 비빔면 전쟁이 조기에 점화하는 양상이다. 농심 배홍동 비빔면 새 모델 유재석(왼쪽)과 오뚜기 진비빔면 모델 백종원. [농심 제공, 오뚜기 제공]

    올해는 비빔면 전쟁이 조기에 점화하는 양상이다. 농심 배홍동 비빔면 새 모델 유재석(왼쪽)과 오뚜기 진비빔면 모델 백종원. [농심 제공, 오뚜기 제공]

    매해 여름 국내 라면 시장에서는 비빔면 전쟁이 벌어진다. 식품업계에서 경쟁은 늘 있는 일인데 굳이 전쟁이라 표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치열하다. 일반 라면과는 달리 여름 비빔면 시장에서는 전장(戰場)에 나서는 대표선수들이 매년 바뀔 정도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업체가 때마다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을 펼친다.

    승자는 매번 같았다. 왕좌를 빼앗긴 적 없는 주인공은 ‘팔도 비빔면’이다. 전쟁은 팔도 비빔면의 아성에 경쟁사들이 도전하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팔도 비빔면은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라면 브랜드다. 지난 1984년 출시된 이래 한 번도 연간 매출이 줄어든 적이 없는 제품이다. 지난해에도 1억2000만 개나 팔려 전년보다 매출액이 20%가량 증가했다. 비빔면 시장점유율은 6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톱스타 총출동 비빔면 광고

    팔도는 수성전략을 펴고 있다. 팔도비빔면 새 모델 정우성. [팔도 제공]

    팔도는 수성전략을 펴고 있다. 팔도비빔면 새 모델 정우성. [팔도 제공]

    팔도를 따라잡기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신제품이 등장했다. 최근 주목받은 제품은 바로 국내 라면업계 1위 업체인 농심이 야심만만하게 내놓은 ‘배홍동 비빔면’이다.

    농심은 이 제품을 내놓기 위해 지난 1년간 칼을 갈았다고 한다. 우선 마케터와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결성했다. 자칭 ‘비벤져스(비빔면+어벤져스)’다. 이들이 지난 1년여 동안 전국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연구한 끝에 배와 홍고추, 동치미를 갈아 숙성한 비빔장을 만들었다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배홍동은 시중 비빔면보다 양념 소스 양이 20% 많다. 요즘 소비자들은 라면 하나를 끓여 먹더라도 각종 재료를 더해 조리해 먹는 경우가 많다. 재료까지 버무리기 위해서는 양념이 더 필요하다. 이를 고려해 양념 소스를 더 넣었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제품 모델도 톱스타급으로 정했다. 국민 MC로 불리는 개그맨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이 광고에서 ‘비빔면 장인 배홍동 유씨’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요새 유행하는 ‘부캐(부캐릭터)’를 만들어 눈길을 끌려는 전략이다. 농심은 지난해 여름 비빔면 시장에 선보인 ‘칼빔면’ 생산을 중단하고 이 제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출시한 ‘진비빔면’을 계속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출시한 뒤 1년 만에 5000만 개 이상 팔리며 선방했다. 오뚜기 역시 지난해 이 제품을 야심만만하게 내놨었다. 진비빔면에는 ‘타마린드’라는 열매로 만든 양념 소스가 있다. 시원한 매운맛을 내는 소스다. 진비빔면은 기존 제품보다 면의 양을 20%가량 늘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비빔면은 일반 라면보다 양이 적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지난해에 이어 요리전문가 겸 방송인 백종원을 모델로 앞세워 올해 몸집을 더욱 키운다는 전략이다.

    삼양식품은 장수 브랜드인 ‘열무비빔면’을 매년 리뉴얼해 내놓는 전략을 지속해 오고 있다. 2월부터 8월까지만 계절 한정판으로 판매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인기가 있지는 않지만, 매년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이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로써 올해 경쟁에 나설 선수의 면면은 어느 정도 정해졌다. 팔도는 어떤 전략을 내놓았을까. 농심이 적극 나섰기 때문일까. 팔도 역시 액상스프를 25% 늘린 제품을 한정판으로 내놨다. ‘팔도비빔면8g+’다. 역시 톱스타인 배우 정우성을 모델로 발탁해 홍보를 시작했다.

    팔도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봄마다 한정판을 내놓는 방식으로 시장을 수성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봄꽃에디션’과 ‘팔도네넴띤’ ‘BB크림면’ 등 이색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의 호응을 끌어낸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여기에 더해 면 중량을 20% 늘린 ‘팔도 비빔면 UP’을 내놓기도 했다. 팔도는 여름을 앞두고 이처럼 양을 늘린 제품을 종종 한정판으로 선보이곤 한다.

    비빔면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계절은 여름이다. 올해는 농심 배홍동이 3월 초부터 판매를 개시했다. 팔도와 오뚜기 역시 본격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른 시기에 라면 업체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이유는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다. 특히 그해 첫선을 보이는 신제품의 경우 여름이 오기 전에 소비자에게 확실히 각인돼야 본게임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쟁사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봄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농심은 지난해 신제품 칼빔면을 4월에 출시한 바 있다. 같은 해 오뚜기는 진비빔면을 3월 말에 내놨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이른 시기에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한 라면 업계 관계자는 “비빔면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3월 초부터 움직여야만 하는 분위기”라며 “이미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일제히 할인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비빔면 시장 경쟁은 왜 이토록 치열할까.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빔면 시장규모는 1400억 원가량을 기록했다. 2016년 약 900억 원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전체 라면 시장 규모는 2조 원 안팎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이 반짝 좋아지긴 했지만, 가정간편식(HMR) 등에 밀려 점차 정체하는 분위기다. 이를 고려하면 비빔면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라면업체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열풍 지나간 뒤의 승자는?

    올해의 승자는 누구일까.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올해 역시 큰 이변이 없는 한 팔도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비빔면 시장에서는 일부 신제품이 인기를 끌더라도 금세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농심 칼빔면은 굵은 면발과 김치 비빔소스를 내세워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출시 초 한 온라인 몰에서는 5000세트가 6시간 만에 다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사실상 단종되는 처지가 됐다. 오뚜기는 2018년 ‘진짜쫄면’을 출시해 66일 만에 1000만 개를 판매했지만 팔도 비빔면의 아성을 깨지는 못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신제품이 단기간에 왕좌를 차지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식품 시장에서 소비자는 매우 보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입맛은 잘 바뀌지 않는다. 과거 하얀 국물 열풍을 불러일으킨 ‘팔도 꼬꼬면’을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열기가 가라앉은 뒤 익숙한 빨간 국물 제품인 신라면이나 진라면으로 돌아섰다. 스낵 시장에서는 한때 웃돈 주고도 사기 어렵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대표적 사례다. 열풍이 지나간 뒤 소비자는 다시 새우깡이나 꼬깔콘을 고르고 있다. 두 장수 제품은 여전히 스낵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올해 비빔면 시장에서는 오뚜기 진비빔면이 지난해보다 더 몸집을 키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판매량 5000만 개를 넘어 1억 개 수준을 넘볼 경우 팔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또 농심 배홍동이 선방하면서 살아남는다면 ‘팔도 1강 체제’였던 시장 구도가 바뀔지도 모른다.

    다른 라면 업체 관계자는 “팔도는 오랜 기간 소비자 머릿속에 비빔면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어 이걸 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요즘에는 젊은 세대가 새롭고 독특한 식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경쟁 업체들에도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비빔면 #정우성 #백종원 #유재석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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