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해병대 신병 훈련의 마지막 관문은 ‘천자봉 행군’이다. 어느 봄, ‘진정한 해병’이 되고자 행군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날 산에는 온통 산수유꽃이 만발했다. 아름다운 꽃무리를 바라보며 산길을 걷는 건 견딜 만했다. 그러나 등정 후 훈련소로 돌아가는 길, 3시간 동안 아스팔트 위를 걷는데 발바닥이 무척 아팠다.
발바닥 아치의 중요성
성인 남자 발 크기는 보통 세로 270㎜, 가로 150㎜ 정도다. 몸 전체에 비하면 무척 작다. 이 두 발이 보행 시 우리 체중을 안정적으로 버텨내며 균형까지 유지하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람 발을 “인체공학 최대의 걸작이자 최고의 예술품”이라고 했다.우리 발이 이처럼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는 건 한가운데 위치한 아치형 구조 ‘족궁’ 때문이다. 마치 스프링처럼 힘과 유연성을 동시에 발휘하는 족궁이 무너지면 족저근막염 등 여러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에서 시작해 발가락 아래까지 이어지는 두껍고 강한 섬유띠를 일컫는다. 여기 염증이 생기는 게 족저근막염이다. 무리한 걷기, 체중 증가, 하이힐 착용 등은 족저근막염의 대표 원인으로 꼽힌다. 이외에 노화와 폐경 등도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몸통, 특히 복부를 제외한 온몸 지방이 줄어든다. 그 여파로 발바닥에서 지방이 담당하던 충격 흡수 기능이 줄어들면 염증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은 보통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천천히 낫는다. 그러나 회복까지 약 6~18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리기 어렵다. 또 염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발을 계속 사용하면 보행 습관에 영향을 미쳐 무릎 골반 허리 등에까지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장거리 행군을 한 해병대원처럼 발을 많이 사용해 염증이 생긴 경우에는 휴식과 더불어 발바닥 부위 스트레칭이 중요하다. 또 통증을 느끼는 부위 경락 및 혈자리에 침을 놓는다. 침에 전기 자극을 더하는 전침요법, 특정 혈에 실 같은 이물질을 매입해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매선요법, 끝에 편평한 날이 있는 침으로 조직을 작게 절개하는 침도요법 등도 사용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 개선하는 산수유 열매의 힘
돌아보면 해병대 시절, 나는 딱딱한 군화를 신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며칠씩 행군하곤 했다. 그래도 멀쩡하던 발바닥이 미끈한 아스팔트 길만 걸으면 금세 아파왔다. 당시엔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안다. 산길을 걸을 때면 발바닥뿐 아니라 발의 옆날, 뒤꿈치, 발가락 등 다양한 부위로 땅을 딛는다. 반면 평탄한 길에서는 오직 발바닥이 모든 충격을 감당한다. 그것이 우리 발을 병들게 하고, 심지어 걷기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삶의 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 앞에 탄탄대로가 없음에 절망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험한 길이 내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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