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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은 北·中 밀착, 韓·美 이간시키는 꽃놀이패”

  •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bcshin70@gmail.com

“탄도미사일은 北·中 밀착, 韓·美 이간시키는 꽃놀이패”

  • ● 美 압박, 핵능력 시험, 내부 결속…발사 이유
    ● 단거리미사일은 핵탄두 탑재 전술핵 개발 과정
    ● 전임과 다른 美 바이든 “北 도발 상응하는 대응”
    ● ‘대화 희망’하는 文…틈 벌리고 전술핵 개발하는 北
    ● 미사일 발표 지연…靑 ‘정치적 처리’했거나 ‘軍 무능’
    ● ‘도발로 얻는 이익 없다’ 인식해야 협상장 복귀
3월 26일자 노동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 [평양 노동신문=뉴스1]

3월 26일자 노동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지난 3월 21일 서해 방향으로 순항미사일을, 그리고 3월 25일에는 동해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미사일 발사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와중에 벌어진 것으로 향후 재개될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향후 도발의 강도를 점점 더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불과 3년 전 ‘평화의 봄’을 노래했던 한반도에 다시금 ‘화염과 분노’가 다가올까 걱정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배경은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먼저,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군사도발이 북한의 협상력을 높여온 과거의 경험이 그 배경이 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게 되면 유엔의 대북제재가 만들어지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돼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된다. 이 경우 긴장 완화의 목소리가 한국과 미국의 여론에서 힘을 얻으며 북한과 대화를 하게 되는 패턴을 보여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을 성과로 내세웠기에, 북한이 이러한 전략 도발을 감행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시험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다음으로 북한 핵 능력의 기술적 진전을 시험하는 것이다. 지난 1월 개최된 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당 총비서 김정은은 전술핵을 최초로 언급했다. 전술핵은 폭발력이 수킬로톤(kt)급으로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의미하는데, 대체로 단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한다. 따라서 북한이 단거리 순항미사일이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하는 것은 핵탄두가 탑재 가능한 전술핵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의 냉각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핵 능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美 압박, 핵능력 시험, 내부 결속…미사일 발사 이유

끝으로 내부 결속용으로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경제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다.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김정은은 당대회, 당 중앙위원회, 당 세포비서회의 등을 연속적으로 개최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자력갱생만으로 북한 경제를 회복시키기는 어렵다. 이를 김정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체제의 성과를 과시하는 차원에서 열병식을 통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는 한편,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며 주민들에게 자위적 국방력을 달성한 김정은의 업적을 홍보하고 있다. 물론 미사일 발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큰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김정은에게는 만족스러운 순간이 될 수 있다.

향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내용이 발표된 이후 북한은 도발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되며, 궁극적으로는 신형 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까지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시기와 강도는 절대적으로 김정은에 달려 있기에 어느 시기에 어느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미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핵 능력을 강화하며 내부 결속을 위한 도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임과 다른 바이든 “北 도발 상응하는 대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동맹국·파트너와 논의하고 있으며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월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동맹국·파트너와 논의하고 있으며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뉴시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 국무부는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이 지역과 더 넓은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위”로 규탄했다. 또한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에 해당하고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며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면 상응하는(accordingly)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와 사뭇 다른 움직임이었다. 지난해 3월 29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 국무부는 “우리는 북한에 도발을 피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하의 의무를 준수하며,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복귀하길 계속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을 뿐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질문을 받자 “그것은 ‘작은 일(small thing)’”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업적으로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과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같은 국제규범을 중시하는 바이든 현 대통령의 입장이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강도 높은 대응은 유엔 차원의 논의로 이어졌다. 미국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소집을 요청했고, 영국·프랑스 등과의 협력을 통해 유엔 안보리 비공개회의를 개최했다. 물론 중국 등의 반대로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은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에 대해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미 행정부는 3월 30일 발표한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일일이 비판하며 북한을 최악의 인권 국가로 지명했다. 또한 4월 2일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며 대북제재 유지와 북한 도발에 상응하는 대응을 강조했다. 물론 북핵 협상 방안과 관련해서는 단계적 비핵화나 핵 동결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등 유연한 접근도 강조하고 있기에 과연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대화 재개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북한과 대화 희망하는 文, 소극적 대응 비판

지난 1월 개최된 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총비서로 선출된 김정은. [노동신문=뉴스1]

지난 1월 개최된 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총비서로 선출된 김정은. [노동신문=뉴스1]

미국의 대북 규탄과 안보리 소집에 대해 북한은 조철수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담화를 통해 반박했는데,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신들의 자위권으로 규정하며, 이를 침해할 경우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할 것으로 경고했다.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미국과 북한이 상대를 비난하며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가지 못할 경우,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사실을 일본보다 늦게 발표했고, 탄도미사일로 확인하는 것 역시 몇 시간이나 지나서 이루어졌다. 가능하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함일 것이지만, 지나치게 소극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의견이 갈린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비난하겠지만 중국은 장거리 미사일이 아닐 경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려 할 경우에도 중국은 이를 반대한다. 거부권을 가진 중국의 동의가 없을 경우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 어떠한 구속력 있는 조치도 강구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도발은 북한과 중국의 밀착을 낳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한미관계도 이간시킨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희망한다. 이로 인해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 해도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려 든다.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와 입장이 다른 것이다. 새로운 대북제재나 한미 양국의 군사적 대응도 없다. ICBM이나 SLBM 발사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며 미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그 결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북·중관계를 밀착시키고 한미관계를 이간시키는 북한의 꽃놀이패가 된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철저하게 계산된 수위 조절이 뒷받침돼야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너무 성급하게 ICBM이나 SLBM 발사를 선택할 경우, 합법적 핵보유국으로서 한반도 안정을 희망하는 중국의 입장 변화가 야기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상황이 만들어질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고,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에 휩싸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김정은 정권에는 적절한 도발 시기와 명분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며, 반대로 한국과 미국에는 북한 도발 시 군사적 긴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위험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한 업무가 된다.

지난 3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문재인 정부의 반복되던 문제점을 다시금 노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확인하는 데 너무도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이다.

지구촌에 존재하는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구분된다. 이 양자는 비행 속도나 궤도만 봐도 구분이 쉽게 가능하다. 음속의 몇 배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순항미사일이 아닌 것은 모두 탄도미사일이다. 그런데 왜 탄도미사일로 발표하는 데 시간이 걸릴까. 그것은 우리 군이 무능하거나 청와대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정치적으로 처리하려 들기 때문일 것이다. 둘 다 있어서는 안 되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면 즉각 이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면 된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면 이를 규탄하고, 북한에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지 말 것을 촉구해야 한다. 동시에 국제사회와 북한 비핵화 공조를 강화하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도발로 얻는 이익 없다’ 인식해야 협상장 복귀

북한이 계속해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은 과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여하를 막론하고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과거 한국이나 미국 정부는 그 성향에 따라 북한을 대하는 방법이 달랐다. 그 결과 북한은 한미 양국의 시각차를 비집고 들어와 틈을 벌리고 전술핵무기 개발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규탄하며, 필요시 새로운 제재 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북한에 알려야 한다.

한편, 북한의 증강된 핵 능력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 강화도 시급하다.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스커드 미사일이나 초대구경 방사포와 함께 발사될 경우 미사일 방어가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비행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첨단 미사일이거니와, 다양한 각도로 다양한 미사일이 함께 발사될 경우 현재의 레이더 시스템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사일 방어망을 더욱 촘촘히 하고, 응징 보복할 수 있는 타격 능력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의 도발을 예방할 수 있는 주변국 관계를 조성해야 한다. 북한이 도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게 될 때, 비로소 협상장에 복귀하게 될 것이다.

#탄도미사일 #김정은 #바이든 #핵탄두 #신동아



신동아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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