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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가고 싶은 마음, 돌돌 말아 담았다[김민경 ‘맛 이야기’]

‘집콕’ 하며 즐기는 나들이 음식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나들이 가고 싶은 마음, 돌돌 말아 담았다[김민경 ‘맛 이야기’]

  • 요즘에는 어디 나가서 밥 먹기가 조심스럽다.
    화창한 날씨는 손짓을 하는데 몸은 여전히 ‘집콕’이다.
    이럴 때 마음이라도 나들이 기분을 내보고 싶다면 도시락을 싸보자. 늘 먹는 밥과 반찬도 칸 있는 그릇에 담아 먹으면 제법 색다른 맛이 난다.
흰 밥 위에 검은깨를 뿌린 도시락. [GettyImage]

흰 밥 위에 검은깨를 뿌린 도시락. [GettyImage]

학창 시절 도시락을 먹던 시간은 지금도 자주 들여다보는 즐거운 기억이다. 사실 우리들 도시락 반찬은 특별할 게 없었다. 어제 저녁에 먹은 찌개일 수 있고, 일주일 내내 먹은 멸치볶음일 때도 있다. 따끈하게 구운 햄이나 소시지가 있으면 횡재, 먹고 싶지 않은 새파란 나물이 가득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도시락 뚜껑 여는 순간이 매번 즐거운 건 친구들 반찬 덕이다.

같은 김치찌개라도 집집마다 재료가 참치, 돼지고기, 꽁치로 제각각이다. 달걀도 삶아온 아이, 구워온 아이, 돌돌 말아온 아이, 햄을 넣고 볶아온 아이가 있다. 마른반찬이며 장아찌 맛도 다 다르고, 소시지에 뿌려온 것도 고추장, 케첩, 머스터드 등으로 다양하다. 너도나도 숟가락 끄트머리가 포크처럼 생긴 일체형 도구를 써서 친구들 반찬을 야무지게 가져다 먹는다.

검은깨로 흰 밥 위에 앙증맞게 그린 마음

어느 날에는 삼삼오오 모여 계획을 세운다. 나물 담당, 달걀프라이 담당, 고추장과 밥 담당, 김과 기타 반찬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눈다. 가장 중요한 건 큰 그릇인데, 아무래도 들고 오기가 번거롭다. 그래서 그릇 담당은 그릇과 숟가락만 챙겨 오기로 한다.

이런 날은 마치 점심을 먹으러 학교에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큰 그릇을 가져온 아이 주위에 모여 각자 가져온 것을 탈탈 털어 넣고 한데 비벼 나눠 먹는다. 거의 고추장 맛으로 먹었던 이 비빔밥이 뭐라고, 지금까지도 다시 먹고 싶은 음식으로 내 맘에 깊게 새겨져 있다.

도시락 반찬은 식어도 맛있어야 한다. 튀김보다는 볶음이 좋다. 전분 등을 넣어 걸쭉하게 조리한 요리는 식으면 재료가 분리되거나 물이 생기니 피한다. 두부전, 호박전, 생선전 같은 것을 넣을 때는 다른 양념 국물에 젖지 않게 주의한다. 아삭하게 씹는 맛을 내기엔 역시 나물, 김치, 장아찌 같은 게 좋다. 고기나 해물을 볶아 다소 푸짐하게 꾸리는 것도 좋지만, 메추리알 혹은 고기 장조림 정도로도 충분하다. 도시락을 열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건 달걀프라이거나, 검은콩·완두콩·검은깨 등으로 흰 밥 위에 앙증맞게 그려놓은 마음이다.



도시락은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느냐보다 누가 싸줬는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먹는지가 더 중요하다. 도시락을 둘러싼 기분과 날씨가 음식 맛과 함께 시간에 새겨진다.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맛이다.

고추장아찌와 어묵볶음의 ‘구수 매콤’ 하모니

보기 좋고 맛도 좋은 형형색색 주먹밥. [GettyImage]

보기 좋고 맛도 좋은 형형색색 주먹밥. [GettyImage]

도시락을 좀 색다르게 꾸미고 싶다면 냉장고 속 재료를 털어 주먹밥을 만들어보자. 재료나 크기는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주먹밥 뭉치는 데 자신이 없다면 김·깻잎 등으로 겉을 감싸거나, 달걀물을 묻혀 살짝 구우면 된다.

지금 같은 봄에는 참나물, 미나리, 유채 등을 데친 뒤 잘게 썰어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하고 밥과 뭉친다. 선명한 초록색이 군데군데 섞여 예쁜 무늬를 만든다. 이때 잔멸치나 간 고기 볶음 등을 넣으면 당연히 더 맛있다. 재료가 없으면 김이나 통깨 정도만 더해도 충분하다.

향이 진하고 쌉싸래한 머위, 씀바귀, 냉이 등으로 주먹밥을 만들 때는 된장이나 고추장을 더하면 좋다. 재료를 간간하게 뭉쳐 밥과 섞으면 봄맛 가득한 한입 비빔밥이 된다. 도시락에 넣을 거라면 주먹밥을 작게 만들고 상추에 한 알 한 알 올려 귀여운 쌈밥으로 준비한다.

겨울 반찬을 활용해 주먹밥을 만들 수도 있다. 매운 고추장아찌 물기를 빼고 잘게 썰면 기분 좋은 알싸한 맛이 난다. 여기 잘게 썬 어묵을 살짝 볶아 함께 넣으면 구수한 맛과 매콤한 맛이 아주 잘 어울린다. 무장아찌가 있으면 물기를 꽉 짜고 얇게 썬 뒤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밥에 섞으면 된다. 이때 간장과 설탕으로 양념해 볶은 고기나 당근, 버섯 등을 함께 넣으면 주먹밥이 한층 근사해진다.

주먹밥 재료로 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신김치나 묵은 김치를 헹궈 물기를 꽉 짠 다음 잘게 썰어 참기름 또는 들기름과 설탕에 무친다. 이때 매운 고추를 조금 썰어 넣어도 좋다. 양념에서 설탕을 빼고 싶다면 꼬들꼬들한 단무지를 구해 잘게 썰어 섞는다. 밥에 참기름, 통깨, 단무지 등을 넣고 섞은 다음 씻은 김치에 밥을 돌돌 말아 한입 크기로 만들면 색다른 맛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 주먹밥에는 잘게 썬 햄, 기름기를 쪽 뺀 통조림 참치 등을 풀어 넣어 섞어도 좋다.

달콤새콤 오독오독 피넛 버터&젤리 샌드위치

식빵에 땅콩버터와 과일잼을 동시에 발라 먹는 ‘피넛 버터&젤리 샌드위치’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위). 버터를 듬뿍 넣고 구운 크루아상 사이에 마요네즈로 버무린 삶은 달걀을 채웠다. 기름진 데 기름진 것을 더했으니 부드럽고 고소하다. [GettyImage]

식빵에 땅콩버터와 과일잼을 동시에 발라 먹는 ‘피넛 버터&젤리 샌드위치’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위). 버터를 듬뿍 넣고 구운 크루아상 사이에 마요네즈로 버무린 삶은 달걀을 채웠다. 기름진 데 기름진 것을 더했으니 부드럽고 고소하다. [GettyImage]

도시락 메뉴로는 샌드위치도 빼놓을 수 없다. 촉촉한 식빵 한쪽에 땅콩버터를 빈틈없이 듬뿍 바른다. 되도록 땅콩 식감이 오독오독 살아 있는 청크(chunk) 땅콩버터를 사용한다. 다른 한쪽에는 딸기잼을 듬뿍 바른다. 땅콩버터와 딸기잼이 마주 보도록 빵을 붙인다. 무척 단조로운 조합이지만 한입 한입 쫄깃하면서,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찰떡궁합을 이룬다. 이게 바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피넛 버터&젤리 샌드위치’다. 우리가 짭조름한 김에 싼 밥을 즐기듯, 미국 아이들은 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을 조금 더 내자면 딸기잼 위에 치즈를 두 장 올린다. 한 장은 빵 한가운데 놓는다. 나머지 한 장은 조각조각 잘라서, 작은 치즈 한 장으로 채 메우지 못한 빵 나머지 부분에 올린다. 그 위를 땅콩버터 바른 빵으로 덮은 뒤 그릴 오븐이나 토스터에 넣는다. 겉이 노릇해지고 치즈는 가볍게 녹는다.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빵인 치아바타도 샌드위치를 만들기에 좋다. 치아바타는 이탈리아 빵인 만큼, 색깔을 살려 재료를 조합한다. 먼저 탄력 있고 폭신폭신한 빵을 갈라 바질페스토를 바른다. 그다음 도톰하게 썬 모차렐라치즈와 토마토를 켜켜이 끼워 넣는다. 이때 치즈와 토마토를 미리 잘라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빼고 사용하면 좋다. 루콜라 몇 잎까지 얹으면 더할 나위 없다. 페스토가 없으면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빵 안쪽 면을 굽자. 샌드위치에 신선한 바질 잎을 두어 장 끼워 넣으면 달고 산뜻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구운 채소 치아바타 샌드위치

채소만으로도 맛좋은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 가지와 주키니호박을 길게 어슷 썰어 기름에 말랑말랑하도록 굽는다. 이때 짭짤하게 소금 간을 하고, 후추도 넉넉히 뿌린다. 올리브유에 굽거나 페스토를 바른 치아바타에 구운 채소를 불룩하도록 끼워 넣는다. 치즈를 넣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파프리카나 버섯이 있으면 같이 구워 넣으면 된다. 고기 한쪽 없어도 얼마나 든든한 한 끼가 되는지 모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두툼하게 썬 치즈 한 장(애덤이나 체다처럼 쫀쫀한 것), 프로슈토나 모르타델라 같이 짭짤하고 향이 좋은 햄 여러 장, 아삭한 잎채소 한 장을 빵 사이에 넣어 만든 것이다. 치즈, 햄, 빵을 입안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어 먹으면 ‘이토록 맛있을 수 있나’ 의문이 생길 정도로 맛있다.

버터를 듬뿍 넣고 구운 크루아상에는 달걀이나 참치로 만든 속을 채우면 좋다. 기름진 데 기름진 것을 더해 먹으니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어디 비할 데가 없다. 크루아상 샌드위치 속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삶은 달걀이나 기름 뺀 참치를 마요네즈에 버무리고 소금, 설탕 등을 넣어 간을 맞추는 것이다. 여기에 아삭한 오이, 당근, 양파 등을 잘게 썰어 넣고 후추나 드라이 허브 등으로 향을 더한다. 타바스코, 겨자, 고추냉이처럼 매운맛 재료를 조금 섞어도 맛있다.

라이스페이퍼 간편 활용법

나들이 음식의 최고봉은 역시 김밥이다. 김과 밥이 만나면 속에 무엇을 넣든 대체로 맛있다. 한입에 쏙 먹을 수 있어 간편하기도 하다. 이런 음식은 김밥 외에도 많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라이스페이퍼, 토르티야 등으로 채소, 고기를 돌돌 말아주면 재미있고 맛있는 나들이 음식이 된다.

라이스페이퍼는 보통 뜨거운 물에 데쳐 사용하는데 더 간편한 방법이 있다. 도마 위에 라이스페이퍼를 펼치고, 손끝에 물을 묻혀 톡톡 두드린다. 잠시 뒤 수분감 있는 채소를 포함한 속재료를 올리고 땅콩소스나 스위트칠리소스, 와사비마요네즈 같은 것으로 간을 한 뒤 돌돌 만다. 라이스페이퍼가 수분을 머금어 금세 촉촉해진다. 끼니로 든든히 먹고 싶으면 가느다란 쌀국수를 데쳐 넣는다. 아삭한 맛이 산뜻하고, 채소 물기가 목마름을 덜어주며, 아무것도 흘리지 않은 채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나들이 음식에 딱 알맞다.

생채소는 라이스페이퍼와 잘 어울리는 반면 토르티야말이 재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토르티야가 물기를 흡수해 눅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채소를 익히거나 절여서 넣는다. 채소를 포함한 모든 재료를 살짝 볶은 뒤 소금, 굴소스, 스테이크소스, 케첩 등으로 간을 조금 해 사용하면 좋다.
토르티야는 불고기나 우삼겹과도 잘 어울린다. 구운 고기에 매운 고추 피클 몇 쪽, 고수 몇 잎을 더하면 색다른 맛이 난다. 토르티야말이는 속을 푸짐하게 넣어 크게 한입 먹는 게 제맛이다.

만두피도 나들이 음식을 만들기 좋은 재료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감자샐러드를 속재료 삼아 만두를 빚으면 맛있다. 잘게 찢은 게살을 마요네즈로 버무려 넣어도 좋다. 냉동떡갈비는 살짝 녹인 뒤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쪽 빼 사용한다. 여기에 잘게 썬 매운 고추를 좀 더하면 입맛이 솔솔 돋는다. 직접 만든 만두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넣고 지지거나 튀겨서 먹는다. 만두 튀김 도시락에는 단무지나 피클 몇 쪽을 함께 챙겨 넣자.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베이컨말이

삶은 메추리알, 버섯, 대파나 쪽파 등을 베이컨으로 돌돌 말아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구워 익히면 짭짤 쫄깃한 간식이 된다. [GettyImage]

삶은 메추리알, 버섯, 대파나 쪽파 등을 베이컨으로 돌돌 말아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구워 익히면 짭짤 쫄깃한 간식이 된다. [GettyImage]

베이컨은 다양한 말이의 속재료로 손색없을 뿐 아니라 겉재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짭조름하게 간이 돼 있어 간편하다. 삶은 메추리알, 소시지, 여러 가지 버섯, 대파나 쪽파, 데친 두릅이나 아스파라거스, 새우, 길게 썬 식빵 등을 베이컨으로 돌돌 말고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구워 익힌다. 베이컨이 다 익으면 후추나 드라이 허브를 약간 뿌린다.

식빵은 디저트 재료로 활용해 보자. 가장자리를 잘라낸 식빵에 휘핑크림이나 크림치즈를 꼼꼼하게 펴 바른다. 그 위에 딸기, 키위, 바나나 등을 올리고 힘주어 돌돌 만다. 랩으로 잠시 감싸두거나 이쑤시개를 꽂아 고정하면 모양이 잡힌다. 달콤한 과일은 토르티야와도 잘 어울린다. 바나나는 초콜릿소스, 딸기는 땅콩버터와 조합하면 맛있다.

#도시락반찬 #피넛버터젤리샌드위치 #샌드위치레시피 #신동아



신동아 2021년 5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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