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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목장의 혈투, 윤석열·홍준표 운명 가른다!

反文 신상품으로 갈아타느냐, 嫡子 다시 보기냐

  •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TK 목장의 혈투, 윤석열·홍준표 운명 가른다!

  • ● 중원 관문이자 보수의 안방 TK
    ● 尹과 洪으로 양분된 TK 민심
    ● ‘위기의 가을’ 맞은 윤석열
    ● ‘MZ 세대’ 지지 받는 홍준표
    ● 유승민은 ‘고발 사주 의혹’ 유탄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발 사주 의혹 사건’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오른쪽).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발 사주 의혹 사건’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오른쪽).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삼국지’의 유비는 제갈량의 계책 중 하나인 형주(荆州) 땅을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했다. 그는 형주 공략이 곧 중원을 도모하는 길이요, 천하를 삼분하는 안정적 치세(治世)의 지름길이라 믿었다.

그러나 유비는 형주를 얻고도 중원을 품는 데 실패했다. 그가 믿고 의지했던 관우가 끝내 형주를 지켜내지 못한 탓이다. 유비가 세상을 떠난 후 제갈량이 진두지휘한 북벌은 이미 형주를 내줄 때부터 예고된 패전(敗戰)이었는지도 모른다. 중원을 품으려는 자는 이처럼 그 관문을 열고 수성(守城)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의도의 논객들도 왕왕 정치 구도를 논하며 ‘중원’을 언급한다. 더러는 중도 유권자의 표심을 ‘중원’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 글은 지역으로서의 중원에 초점을 맞춘다. 대구·경북(TK)은 충청과 경기 남부권 그리고 강원을 품는 중원의 관문이자 보수의 안방이다. TK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사람은 예외 없이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특히 보수 정당에서는 그랬다.

2012년 12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얻은 TK 지역 득표율은 80%를 넘었고, 2007년 이명박(MB) 한나라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도 대략 70%였다. 2007년 대선 당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18%)을 MB와 합치면 보수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은 2007년이 더 공고했다. 이명박 후보와 경쟁했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당시 TK 득표율은 약 6%였다. 2002년 12월 대선의 경우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비록 낙선했지만 대구에서 77.7%, 경북에서 73.4%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압승 문재인, TK에선 21.7%

2017년 12월 대선에서는 보수가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른 탓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압승했다. 그럼에도 TK 민심은 보수 후보들을 적극 지원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구에서 45.3%를 득표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 12.6%와 중도 보수로 분류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14.9%)을 합치면 대구에서 70% 이상 유권자가 비(非)민주당 계열에 투표했다. 역대 대선과 비슷한 수치다.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구에서 얻은 득표율은 21.7%였다. 경북 표심도 비슷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48.6%,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4.9%,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8.7%를 득표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경북 득표율은 공교롭게도 대구와 동일한 21.7%였다.



그렇다면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TK 표심은 보수정당의 어느 후보로 향하고 있을까. 국민의힘 대선후보 가운데 TK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인물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정도가 있다. 이들은 현재 국민의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4위에 올라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TK 지역에서 31.7%의 지지를 받았다. 이어 홍준표 의원 26.0%, 유승민 전 의원 11.1%, 최재형 전 원장 2.6%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홍 의원 지지율이 오르는 반면 윤 전 총장은 하락세에 있다 보니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는 양상이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9월 3일과 4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방식(ARS)을 통해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는 ±3.1%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9월 첫째 주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윤 전 총장의 독주가 이어졌다. 그는 TK 지역에서 25%의 지지를 받아 8%를 얻는 데 그친 홍 의원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최 전 원장은 3%, 유 전 의원은 2%의 지지를 받았다. 단, 이번 조사에서 TK 지역 유권자 가운데 39%는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응답을 거부했다. 무응답층이 많다는 건 판세가 뒤바뀔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8월 31부터 9월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이 직접 면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다.

두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방식이 달라 후보 간 수치가 들쑥날쑥하지만 TK 지역 민심이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에게 집중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9월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에서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9월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에서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서울 태생 尹이 TK 지지받는 이유

국민의힘 당내 대선주자를 선출하는 경선 버스는 이미 출발했다. 최종 승자는 11월 5일 결정된다. 구도가 유지되느냐, 아니면 순위 바뀜이 생겨 반전 드라마가 연출되느냐가 관건이다.

서울 태생인 윤 전 총장은 TK 연고가 없는데도 이 지역에서 대선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논산 출신이라 충청 연고 인사로 분류된다. 스스로도 “뜨거운 충청의 피가 흐른다”고 말하는 그가 TK의 지지를 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여론조사 1위의 후광 효과가 크다. TK 유권자층은 문재인 정권 심판과 정권교체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게 표를 주는 전략적 선택의 경향이 뚜렷하다. 두 번째는 상대적 신선함이다. 당내 경쟁자인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오랜 정치 경험이 장점이지만 기득권 정치인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윤석열 하면 ‘반문재인’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점도 TK 지역 민심을 자극한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에 올랐다. 그에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에 맞서 검찰 중립을 지키는 과정에서 ‘문 정권 사람’ 이미지가 상쇄됐고 ‘반문’ 주자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TK 지역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 다수가 윤 전 총장을 지지하고 있다. 김상훈(대구 서구), 김승수(대구 북구을), 홍석준(대구 달서갑), 김정재(경북 포항북구),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김영식(경북 구미을),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 등은 지난 6월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하며 “우리 주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최대 난적으로 평가받는 홍 의원은 최근 역선택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선후보 적합도 지지율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검증 공세가 이어질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데, 홍 의원은 이런 공간을 파고들며 이른바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 분위기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9월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을 상대로 전국지표조사(NBS)를 실시한 결과,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 24%, 윤 전 총장 18%를 기록했다. 홍 의원이 1위를 차지한 것은 NBS 조사 이래 처음이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

“TK 평정되면 경선 끝” 호언장담 洪

홍 의원이 말한 ‘골든크로스’는 현실이 됐다. 특히 20~30대 유권자의 호응과 호남에서 부는 순풍은 기존 국민의힘 대선주자에게서 좀체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윤 전 총장 선거캠프가 홍 의원의 추격세를 애써 외면하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이유다.

홍 의원은 ‘보수 꼰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는 홍 의원을 두고“할 말은 한다” “속이 시원하다” 등의 호평이 많다. 고시 제도 부활, 흉악범 사형과 같은 논란성 발언도 외려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케미’도 타 후보에 비해 좋다. 홍 의원은 또 ‘호남 사위론’을 내세우고 공을 들여온 게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호남에서의 지지율 상승을 자평하고 있다. 놀라운 반전이다.

홍 의원이 다시 TK의 주자로 부상하려면 당내 대선후보 경쟁에서 부동의 1위에 오르며 대세를 장악하는 길밖에 없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누르고 1위에 오른 결과가 추석 때까지 이어진다면 양강 구도 구축과 함께 TK에서도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홍 의원 선거캠프에는 TK 지역 현역 국회의원이 1명도 없다. 그럼에도 홍 의원은 9월 3일 페이스북에 “60대 이상과 TK만 평정되면 경선은 끝난다”는 글을 올리며 TK 공략에 ‘올인’할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최근 대구 지역 전·현직 시구의원 및 대구시민 50여 명이 홍준표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TK 내에서 홍 의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실 TK의 적통(嫡統)은 유승민 전 의원에게 있다. 홍 의원은 중·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다녔으나 고향은 경남 창녕이다. 반면 유 의원은 경북고 출신으로 대구 토박이다. 정작 TK 유권자들은 ‘반(反)박근혜’ ‘배신’의 프레임에 갇힌 유 전 의원을 대구의 대표주자로 평가하지 않는다. 물론 당 경선이 본격화하면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간 대결 구도가 격화할 테고, 이에 유 전 의원이 그 틈새를 비집고 갈 여지가 있다. 유 전 의원 선거캠프에는 TK 지역의 강대식(대구 동구), 김병욱(경북 포항남구울릉), 김희국(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의원 등이 속해 있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고발 사주 의혹’의 유탄을 맞았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사건 핵심 인물인 김웅 의원은 유 전 의원 선거캠프의 대변인이었다. 이는 당내 경선 구도에서 득(得)보다는 실(失)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이번 사건을 당내 권력 암투의 결과로 인식하는 당원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또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보수가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르게 한 당사자들이다. 일부 TK 지역 유권자에게 이것은 참패의 단초로 인식돼 있다.

캠프 재정비 VS 총력 캠페인

TK 지역도 정치 혁신과 새 인물을 기대하는 여론이 비등하다. 지난 6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이준석 돌풍’은 변화된 민심의 향배를 오롯이 증명했다. 당시 유일한 TK 출신 당대표 후보였던 주호영 의원은 이 후보의 폭발적 상승세에 큰 힘도 못 쓰고 무너졌다. 이런 기류가 대선 경선에서도 일부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TK의 패자(霸者)가 보수정당의 주도권을 잡고 대권가도에 나서는 것은 민주당 유력 정치인이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원을 노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전 총장이 캠프를 재정비하고 선거 전략을 당내 경선에 맞춰 수정한다면 TK에서 우세를 지켜낼 것이다. 홍 의원이 중원을 품는 포석으로 TK에서 총력 캠페인을 벌인다면 진정한 ‘골든크로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두 사람에게 중원의 관문을 책임질 공명과 중달은 있는가?

#대구경북 #윤석열 #홍준표 #국민의힘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0월호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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