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한’ 현역의원 조경태·하영제 중용될 듯
‘쿼터 아파트’ 공약에 국토부 위상 급등 전망
‘친홍 직계’ 배현진, 최연소 장관 발탁?
“洪, 과거부터 워낙 백용호 좋게 봤다”
총리감 안 보여, 安에게 실세 총리 제안?
홍준표 의원의 섀도캐비닛(Shadow Cabinet·예비내각)을 전망할 때 주목받는 인물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동아DB, 뉴스1]
시곗바늘을 2월 8일로 돌려보자. 이날 기자는 이상돈(70) 전 민생당 의원을 만났다. 그는 오랫동안 필명을 날린 보수논객이자, 정치권의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이 전 의원에게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나”라고 물었을 때 이런 답이 돌아왔다. 당시 홍준표(67) 국민의힘 의원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한자릿수를 횡보했다. 무리한 예측이라 생각했던 이유다. 직전 대선 2위라고는 해도 1위에게 17.1%포인트나 뒤진 참패였기도 하다.
이 전 의원이 선견지명을 갖고 있던 걸까. 야권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20·30대로부터 시작된 ‘홍풍(洪風)’이 국민의힘 지지층에게까지 옮겨 붙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역선택’, 즉 홍 의원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전략적 지지’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속살이야 어찌 됐건 국민의힘 경선의 겉모습은 ‘윤석열 대 홍준표’ 2강 싸움으로 재편됐다.
장제원·윤한홍 가고 조경태·하영제 오고
‘홍준표 정부’의 대한민국은 어떤 골격을 갖추고 있을까. 이를 내다보기 위해 섀도캐비닛(Shadow Cabinet·예비내각)을 살피기로 했다.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기용될 수 있는 파워 엘리트를 살펴봄으로써 국정 기조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새 정부의 요직을 차지할 인물군의 윤곽은 캠프에 참여한 현역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홍준표 캠프는 경쟁 상대인 윤석열 캠프에 비해 현역의원의 세(勢)가 크게 약한 편이다. 홍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탄 뒤에도 현역의원 영입 소식은 없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9월 8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나는 26년 정치하면서 국회의원 줄 세워서 경선해 본 일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종헌 홍준표 캠프 기획팀장 역시 “그전에는 연락해도 잘 받지도 않더니, (지지율이 오른) 지금은 물밑으로 자료를 보내주는 의원들도 많다”면서도 “다만 돕고 있는 의원 명단은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홍 의원의 지지율이 낮을 때 합류한 의원들이 ‘친홍’ 성골(聖骨)이 된다는 뜻이다. 후보와의 유대감이 깊다는 점에서 당선 뒤 중책을 맡을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당초 국민의힘 내에서 홍 의원의 최측근으로 꼽힌 인물은 장제원(3선·부산 사상), 윤한홍(재선·경남 창원 마산회원) 의원이다. 장 의원은 홍 의원이 자유한국당 대표로 있을 때 수석대변인을 맡는 등 ‘홍준표 체제’의 핵심 인사였다. 윤 의원은 홍 의원이 경남지사를 할 때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냈고 2017년 대선에서는 홍 의원의 비서실장을 맡는 등 대표적 ‘친홍 의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나란히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고, 이들을 겨냥해 홍 의원이 “철새들은 날아갔지만”이라는 표현을 써서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의 빈자리를 채운 인물은 조경태(5선·부산 사하갑), 하영제(초선·경남 사천·남해·하동) 의원이다. 캠프에서 조 의원은 선거대책위원장, 하 의원은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조 의원은 실세 장관 후보군으로 꼽힌다. 토목공학 박사 출신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경력을 갖춘 점을 고려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에 기용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은 민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여론의 향배에도 민감해야 한다. 특히 홍 의원은 ‘쿼터 아파트’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이에 ‘홍준표 정부’에서는 국토교통부가 기획재정부에 버금가는 위상을 확보할 전망이다. 따라서 중진 정치인이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단, 5선 의원을 지낸 만큼 당대표 출마로 방향타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하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물망에 오른다. 그는 서울대 농과대학을 나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고 산림청장과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을 지냈다. 이력이 스스로 웅변하듯 정치권에 보기 드문 ‘농업통’이다. 2018년 경남지사 예비후보로 출마한 이력이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 재도전할 수도 있다.
‘정권 2인자’ 비서실장에 MB맨?
2018년 3월 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배현진 전 MBC 앵커가 영입인사 환영식을 마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캠프 내 초·재선급 전직 의원 그룹은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으로 영전할 전망이다. 재선 출신의 안효대 전 의원(상황실장)과 초선을 지낸 정유섭 전 의원(정무실장), 홍지만 전 의원(정무특보)이 눈에 띈다. 3선을 지낸 박순자 전 의원(여성총괄위원장)이 정무수석 등 요직에 중용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첫 정무수석으로 3선 출신의 전병헌 전 의원을 발탁한 바 있다.
최근 캠프에 합류한 6선의 이인제 전 의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에 중용될 수 있다. 국제신문 정치부장 출신의 강남훈 공보특보는 청와대나 내각 공보 라인에 배치될 전망이다. 1991년생인 여명 서울시의원(대변인)은 시의원 재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청년 몫으로 청와대 입성이 유력하다.
캠프 내 전문가 그룹 중 가장 주목할 인물은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다. 이종헌 홍준표 캠프 기획팀장은 “백 교수가 이명박(MB)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할 때 (홍 의원이)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해서 인연이 있다. 후보께서 그때 워낙 (백 교수를) 좋게 봐서 이번에도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캠프에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과 정책 총괄을 맡았다. 9월 7일 홍 의원이 경기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을 찾을 때도 동행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을 지내면서 ‘MB의 경제 브레인’으로 불렸다. 홍 의원이 권좌에 오르면 가장 유력한 대통령비서실장 후보군이다. 차기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 사실상 ‘정권 2인자’로 꼽히는 비서실장직에도 경제통이 주목받을 개연성이 높다. 물론 부처를 이끈 경험이 있는 백 교수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기용할 수도 있다.
외교통일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나오나
‘홍준표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 내각은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다. 홍 의원이 행정 부처 통폐합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7월 9일 페이스북에 “행정 각부는 통폐합하여 현재 18개 부처를 10여 개 부처로 개편해야 할 때”라고 썼다. 이와 관련해 9월 9일 당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서 홍 의원은 면접관으로 참여한 박선영 동국대 교수와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박 | “어떤 부처를 축소하시겠습니까?”
홍 | “여태 발표한 것은 외교부와 통일부 통합, 여가부(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통합,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하고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 통합입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각 부처에서 혹시 엄청난 저항이 들어오는 수가 있으니까 세 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홍 의원이 추진력을 자기 정치의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만큼, 집권하면 부처 축소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개면접’에서 공개한 대로만 단행을 해도 세 개 부처가 줄어든다. 겉으로는 통합이라 표현하고 있으나, 홍 의원의 정치철학과 각 부처의 규모를 살펴보면 실제로는 ‘인수합병’ 방식이 유력하다. 통일부와 여가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산업부의 품속으로 들어가는 식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전임 정권과 차별화라는 ‘정치적 목적’이 조직 개편 설계도에 스며들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부는 ‘홍준표 대통령’ 시대에 존재감 하락이 불가피하다. 홍 의원이 대북정책으로 남북 상호불간섭주의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맥은 유지하더라도 북한과 협력하기보다는 체제 경쟁을 우선하는 부처로 색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규모를 키운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산업부의 위상이 한껏 높아진다. 각기 다른 부처가 합쳐지는 만큼 내부 갈등 소지도 생긴다. 자연히 장관의 정치력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부처 관료 출신보다는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믿을맨’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실세 장관의 부임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세간의 이목은 외교 부처로 쏠린다.
외교부와 통일부가 합쳐진 공룡 부처의 수장으로는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순위로 거론된다. 제 교수는 홍 의원이 자유한국당 대표이던 2018년 당 통일외교특보를 맡았던 인물이다. 서울대 법학과에서 학·석·박사를 받은 법학자이지만,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외교부 인권대사 경력이 있을 만큼 외교·통일 분야에 조예가 깊다. 과거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를 맡는 등 보수 색채도 짙어 체제 경쟁에 초점을 둔 대북 노선과도 결이 맞다.
“DJP? 尹에 대한 견제구”
그러나 홍준표 캠프에 내로라할 만한 국무총리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홍 의원의 최근 발언을 주목할 만하다. 그는 9월 8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처럼 공동으로 정권 창출에 나설 수가 있다”고 말했다. DJP 연대는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선거 뒤 연립정권을 구성키로 한 합의를 가리킨다. 합의에 따라 초대 국무총리는 JP가 맡았는데, 경제부처 임명권까지 쥔 실세 총리였다. 즉 홍 의원과 안 대표가 연립정권 구성에 합의하면 총리직은 안 대표 몫이 된다.다만 야권 내부에는 안 대표에 대한 홍 의원의 구애가 술수라는 해석도 있다. 윤석열 전 총장보다 자신이 안 대표와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뜻이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대표가 ‘윤석열 vs 홍준표’ 구도에서 미리 한쪽 손을 들어줄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DJP 연대 발언은) 안 대표에게 보내는 러브콜이라기보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 역시 최근 ‘신동아’ 인터뷰에서 홍 의원의 연대 발언에 대해 “(홍 의원의) 희망 사항이지. 솔직히 다른 당 내부 경선에서 (후보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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