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지(37)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여자들은 집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난다’에서 ‘이주를 경험한 1인 가구 여성청년’이라는 대상에 주목한다. 항해를 택한 여성들에게 렌즈를 들이댄 연구다. 그가 보기에 여성청년의 이주는 단순한 이사(移徙)가 아니다. 그는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으로부터의 탈주”라고 말했다. 2010년 이후 축적된 젠더 연구의 성과를 집이라는 문제적 소재에 버무렸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연 돋보인다.
- 집과 세대, 젠더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시도는 흔치 않다. 이 주제를 생각한 계기가 있나.
“집을 떠나 나만의 집을 구할 때 먼저 염두에 둔 점은 치안이다. 혼자 사는 여성은 독립 뒤 한 번씩은 누군가 집에 침입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나 역시 부산에서 서울, 나주, 마산으로 끊임없이 이동했다. 그때마다 사회적 시선에 대한 걱정, 폭력에 대한 공포, 기묘한 해방감 같은 게 공존했다. 이것이 젠더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연구를 시작했다.”
- 20·30대 여성 12명을 인터뷰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다들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랐던 이야기다. 문제는 책으로 출판하는 과정이었다. 익명으로 처리됐지만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가 밝혀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몇몇이 힘들어했다. 이해는 갔다. 사회는 여전히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해 이중적 시선을 갖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을 검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장민지 지음, 서해문집, 284쪽, 1만8000원
“여성이 결혼이 아닌 방법으로 독립하려면 더 높은 곳으로 진입할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취업이든 입학이든 ‘서울 이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서울 이주에 대한 욕망은 젠더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남성 형제가 있는 인터뷰이 중 일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남성 형제는 받지 않는 사회적 시선(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편견) 같은 데 자신만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청년의 서울 이주를 더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장 교수는 끝으로 “이 책은 여성만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가 아니다”라면서 “독자들이 책을 통해 혼자 사는 사람과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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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돼지 이야기
최승철·김태경 지음, 팬앤펜, 336쪽, 1만9000원
돼지는 어쩌다가 매일 우리 밥상에 오르게 됐을까. 저자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돼지는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정착한 이후 약 400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농경시대를 거쳐 수탈과 전쟁의 시대 고통의 터널을 같이 통과했다. 현대 한국의 기적 같은 경제 발전은 돼지 산업에도 혁신을 가져왔다. 돼지라는 창을 통해 바라본 한민족의 역사가 흥미롭게 읽힌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신화 수업 365
김원익 지음, 위즈덤하우스, 376쪽, 1만6000원
저자인 김원익 세계신화연구소장은 ‘신동아’ 연재와 방송·대중강연 등을 통해 신화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온 인물이다. 그가 그리스, 북유럽, 수메르, 이집트 등 찬란한 문명을 일궜던 세계 여러 문화권의 주요 신화를 한데 묶어 책을 펴냈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문명의 기원과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삶의 지혜를 절로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