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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붙은 마지막 한 점까지 쪽쪽 빼먹는 그 맛, 양갈비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뼈에 붙은 마지막 한 점까지 쪽쪽 빼먹는 그 맛, 양갈비

잘 구운 양갈비는 부드럽고 고소하다. 도톰한 살코기를 썰어 한입 두입 먹은 뒤 뼈를 손으로 잡고 뜯는 맛도 즐겨 보자. [GettyImage]

잘 구운 양갈비는 부드럽고 고소하다. 도톰한 살코기를 썰어 한입 두입 먹은 뒤 뼈를 손으로 잡고 뜯는 맛도 즐겨 보자. [GettyImage]

요즘 만들고 있는 책이 하나 있다. 집에서 해먹을 만한 요리법을 담은 것이다. 책 속에 여러 주부의 손맛 비결이 모여 있는데, 그 중 한 요리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양갈비 구이다. 양고기가 어느새 한국 가정집 문턱을 넘고 있구나 싶어 반가웠다.

이 풍미 좋은 고기는 사실 오래 전부터 우리 가까이에 있어 왔다. 두런두런 떠들며 반주 즐기기에 딱 좋은 중국식 양꼬치 구이, 홍백탕으로 두루 즐기는 양고기 샤브샤브, 푸드 트럭에서 빙빙 돌아가는 모양이 익숙한 터키식 케밥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6~7년 전부터 삿포로식 숯불 양고기 구이가 외식 메뉴로 인기를 끌었고, 맛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영등포구 대림동 ‘통양다리 구이’의 명성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지금까지 양고기는 이처럼 ‘밖에서’ 먹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외식 문이 좁아지면서 양고기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이가 빠르게 늘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요리를 해봤다면 양고기도 요리가 어렵지 않다. 요즘엔 잘 손질한 신선한 양고기를 택배로 받을 수 있으니 부위를 어떻게 고르나 걱정할 필요도 없다.

집에서 즐기는 고소한 양고기 맛

양갈비를 굽기 전 소금, 후추를 뿌리고 앞뒤로 문질러 밑간한 다음 올리브유를 골고루 발라 잠시 둔다. 이때 로즈메리 잎, 다진 마늘 등을 올리브유에 섞어 같이 발라도 좋다. [GettyImage]

양갈비를 굽기 전 소금, 후추를 뿌리고 앞뒤로 문질러 밑간한 다음 올리브유를 골고루 발라 잠시 둔다. 이때 로즈메리 잎, 다진 마늘 등을 올리브유에 섞어 같이 발라도 좋다. [GettyImage]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저마다 향을 갖고 있지만 양고기의 특별함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양은 생고기를 조리해도 마치 오래 숙성한 것처럼 ‘응축된 풍미’를 준다. 양고기 향은 웬만한 향신료로 잡을 수 없고, 장시간 조리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양고기를 좋아하는 이는 대체로 요리의 국적이나 조리법에 상관없이 신바람 나게 이 고기를 즐긴다.

양고기도 여느 육류처럼 갈비, 등심, 목살, 어깨살, 엉덩이살, 다리살, 삼겹살, 늑간살 등 부위별로 판매하는데, 아직 양고기가 낯선 사람이 제 맛을 즐기기엔 양갈비 구이가 가장 알맞다. 양갈비는 소갈비나 돼지갈비보다 뼈에 붙은 살이 연한 편이다. 쫄깃함은 있지만 부드럽고 정말 고소하다. 조리도 손쉽다.



양갈비는 다시 숄더랙과 프렌치랙으로 나뉜다. 숄더랙은 어깨 쪽 갈비로 목과 등 사이 부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렌치랙은 등쪽 갈비다. 숄더랙 뼈가 더 넓적하고 큼직하며 살점도 크고 육질이 단단한 편이다. 프렌치랙은 뼈가 가느다랗고 고기도 아담하며 부드럽고 연하다. 나는 숄더랙의 경우 두세 쪽, 프렌치랙은 서너 쪽을 금세 먹어치운다. 양갈비를 구매할 때는 먹을 사람 수에 맞춰 갈빗대 수를 계산하는 게 좋다.

냉장 양갈비가 집에 도착하면 키친타월로 핏물이나 물기를 꼼꼼히 닦는다. 이후 소금, 후추를 뿌리고 앞뒤로 문질러 밑간한 다음 올리브유를 골고루 발라 잠시 둔다. 이때 로즈메리 한 줄기의 잎을 뜯어 함께 묻혀 두면 좋다. 없어도 그만이다. 다진 마늘을 올리브유에 섞어 같이 발라도 좋다.

이제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 다음 센 불로 올려 양갈비를 앞뒤로 굽는다. 겉면이 핏기 없이 잘 익으면 불을 약하게 줄여 속까지 천천히 익힌다. 채소를 함께 구워도 좋다. 마늘, 대파, 양파, 버섯, 작게 썬 당근, 토마토 등 무엇이든 괜찮다.

양갈비 구울 때 버터 한 스푼

 민트젤리를 곁들인 양고기 구이. 양갈비에 어울리는 소스로 민트젤리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지만, 향신료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민트젤리의 맛과 식감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GettyImage]

민트젤리를 곁들인 양고기 구이. 양갈비에 어울리는 소스로 민트젤리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지만, 향신료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민트젤리의 맛과 식감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GettyImage]

양고기 초보 요리사는 이때 버터를 조금 써본다. 불을 줄여 고기를 속까지 익힐 때 버터를 한 조각 넣어 녹이는 거다. 팬을 흔들어 버터가 양고기에 골고루 닿게 하거나 녹은 버터를 숟가락으로 떠서 고기에 끼얹어가며 익힌다. 버터의 풍미가 양갈비에 배 맛과 향이 다채로워지고 육질도 살짝 부드러워진다.

나는 잘 구운 양고기에 디종 머스터드만 살짝 발라 먹는다. 중국식 양꼬치 소스 등을 곁들이는 사람도 있다. 입맛대로 선택하면 된다. 양고기의 ‘찰떡궁합’ 소스는 민트젤리라는 얘기도 있는데, 양고기 냄새가 버거운 사람에겐 민트젤리의 맛과 식감이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다. 향신료를 즐기는 입맛이 아니라면 피하는 게 낫다.

양갈비와 친근해졌다면 소고기의 ‘토마호크’처럼 큼직하게 정육한 부위에 도전해보자. 한 덩어리에서 여러 맛을 즐길 수 있고, 지방질이 적당히 있어 풍미도 좋다. 선선한 가을 날 캠핑을 떠날 계획이면 양갈비뿐 아니라 삼겹살, 늑간살, 갈비살, 어깨살 등 여러 부위 맛을 즐겨 보면 좋겠다.

우리가 먹는 양고기는 대체로 수입산이고, 곡물보다는 풀을 먹고 자란 양의 고기다. 생후 12개월 미만의 양고기를 램(lamb)이라고 하는데, 그중에도 6개월 미만은 스프링 램(spring lamb)이라고 따로 분류한다. 어린 양일수록 고기가 부드럽고 향이 연하다. 국내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판매하는 양고기는 대부분 램이다. 외국에서는 호깃(hogget, 생후 12~18개월)과 머튼(mutton, 생후 18개월 이상)도 많이 먹고, 내장·머리·꼬리 등까지 다양하게 요리해 즐긴다.

#양갈비 #양고기레시피 #통양다리구이 #양꼬치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0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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