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기업, 검사 출신 대통령에 ‘불안’

윤석열 시대의 재계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기업, 검사 출신 대통령에 ‘불안’

  • ● ‘기대 반 우려 반’ 복잡한 심경
    ● 反기업 정책 해소 기대
    ● 저승사자로 불린 특수부 검사 尹
    ● “기업 길들이기 하는 건 아닌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는 재계엔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한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는 재계엔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한다. [동아DB]

“보수 정권으로 바뀌었으니 아무래도 기대는 된다. 그런데 새로운 대통령이 ‘특수통’ 검사 출신이지 않나. 이른바 ‘윤석열 사단’도 그렇다. 그들이 검찰 요직에 배치될 텐데…. 누구보다 기업의 약점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섣불리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바라보는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흔히 보수 정권은 친(親)기업적이라고 여겨진다.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완화 등 시장 친화 정책을 기조로 한다. 대선 국면에서 윤 당선인의 행보도 대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하는 것) 완화 및 상속세 제도 개편 등 재계의 바람을 수용할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해 7월 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라며 “나쁜 규제는 없애야 한다”고 했다. ‘선택할 자유’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의 철학을 잘 반영한 경제학 고전이다. 여기까진 ‘기대’ 요소다.

‘우려’ 요소는 윤 당선인이 걸출한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력이 화려하다. 현대차, SK, LIG, 삼성 등 굵직한 기업 총수 수사에 관여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사법연수원 부원장), 박찬호 광주지검장, 이원석 제주지검장, 이두봉 인천지검장 등 ‘윤석열 사단’도 내로라하는 ‘특수통’이다. 기업 비리 수사 전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13일 한동훈 부원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게 신호탄이다. 재계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재계에서 ‘기업 길들이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분위기는 좋은데…

3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과 회동하고 있다. 경제단체장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동아DB]

3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과 회동하고 있다. 경제단체장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동아DB]

공식적으로 나타난 윤석열 당선인과 재계 사이 양상은 ‘화기애애’다. 3월 10일 재계를 대표하는 6개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한국무역협회(무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차기 정부가 성공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계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할 것”(상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 본연의 역할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전경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새 정부와 함께 대한민국이 보다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경총) 등 일제히 기대감을 나타내며 윤석열 당선인을 축하했다.



3월 21일 윤 당선인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당선인 집무실에서 6개 경제단체 수장을 만나 화답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한국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나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면서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 뒤에서 기업을 돕고, 기업이 앞장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투자하면 된다. 기업이 크는 것이 나라가 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 내각 인선도 재계에 ‘청신호’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탁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다. 친시장·기업 중심 정책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는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 회장을 지냈다. 무역업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만큼 규제 개혁에 나서리란 기대를 받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낙점된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도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산업 이해도가 높은 ‘친(親)시장주의자’로 평가받는다.

주가에도 기대감이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공약으로 플랫폼 기업 최소규제,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철폐, 임기 내 민간 주도 200만 호 포함 총 250만 호 주택 공급,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내세운 바 있다. 대선 다음 날인 3월 10일 플랫폼, 건설 산업 분야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전날 종가 기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8.54%, 8.58% 급등했다. GS건설(8.18%), 현대건설(8.94%), 대우건설(3.86%) 등 건설사도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튿날엔 원전 산업 ‘대장주’ 두산중공업(10.19%)을 필두로 한전KPS(11.85%), 한전기술(6.37%) 등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기업 비리 수사 大家

1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1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드러난 것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속사정은 다르다.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윤 당선인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사상은 맹목적 시장 예찬론이 아니다. 프리드먼은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기업 이익 극대화”라면서도 “속임수나 기망행위가 없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지난해 7월 윤 당선인과 매일경제의 인터뷰로 돌아가 보자. 윤 당선인은 “2007년 대검 검찰 연구관을 할 때까지 ‘선택할 자유’를 항상 갖고 다니며 업무 기준으로 삼았다”며 “공정한 경쟁에서 반칙을 한 것에 대해 사법 처리를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건 기업가치를 올리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1월 3일 한국거래소(KRX)에서 한 발언도 눈길을 끈다. 당시 윤 당선인은 “기업실적에 비해 뒤떨어진 정치·경제 시스템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불투명성, 회계 처리의 낮은 신뢰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기업 비리 수사의 대가로서 ‘재계 저승사자’라고 불렸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검 중수부에 파견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구속을 이끌어냈다.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에게 사직서를 내밀며 정 명예회장 구속을 요구한 일화가 유명하다.

2010년엔 C&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임병석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 14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2012년엔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한 뒤 강제로 부도 처리했다는 혐의로 당시 구자원 LIG그룹 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 등 3부자를 모두 기소했다. 같은 해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소 유지를 담당해 2014년 최 회장이 실형(징역 4년)을 받는 데 일조한 것도 윤 당선인이다.

재계 1위 삼성도 윤 당선인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을 맡아 2017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한 달 간의 보강수사를 거쳐 재청구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구속됐다.

차기 정부에서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사단’도 재계엔 부담이다. 윤 당선인 검사 시절 ‘오른팔’로 불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초임 검사 시절인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을 맡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에서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다.

윤 당선인의 ‘왼팔’ 격인 박찬호 광주지검장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여야 유력 정치인, 재계 인사들을 수사했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에 소속돼 윤 당선인과 함께 일했다.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2013년 4대강 담합 의혹 사건 등 수사팀에서 활약했다.

검찰총장일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서 함께한 이원석 제주지검장 역시 삼성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비리, 자원 외교 등을 수사해 대검 중수부 폐지 후 실질적 최상위 특수부로 여겨지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1·4 차장검사로서 보좌한 이두봉 인천지검장도 검찰 내 ‘특수통’으로 꼽힌다.

“털면 먼지 안 나는 곳 있나”

‘기업 길들이기’가 행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의 목소리가 나온다. 매 정권 굵직한 수사로 이른바 재계의 ‘군기’를 잡았다는 것. 노무현 정부 때 SK 분식회계 사건, 이명박 정부 때 삼성 비자금 사건, 박근혜 정부 때 CJ 비자금 사건, 효성 탈세 사건 등이 예로 꼽힌다. 한 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정부(문재인 정부)에서 유독 규제 움직임이 많아서 그렇지, 보수 정권 때도 기업 길들이기는 있었다. 정부 말 안 듣는 기업 때리는 건 똑같다. 기업 약점을 워낙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 더 쉽지 않겠나. 반대 진영에 대한 보복 수사도 걱정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만 해도 두산, 현대백화점, 네이버 등이 연루돼 있다. 지난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유독 끈끈했는데, SK도 타깃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삼성도 ‘급식 몰아주기’로 수사 받는 중이고…. 털면 먼지 안 나는 곳이 있겠나.”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가재는 게 편이라는데, 검사 출신 대통령이니 검찰이 더 강화되지 싶다. 기업 처지에선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윤 당선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그의 ‘사단’이 갖는 영향력은 커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성향을 볼 때 비리는 눈감아 주지 않으리란 의견도 있다. 윤 당선인 검찰 동료 출신 A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어떠한 함의를 갖고 수사하지 않았다.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잘못이 있으면 수사하고 없으면 안 한다. 대신 하면 제대로 한다. 업무 스타일이 매우 꼼꼼하다. 리더십이 있어 조직을 움직이는 데도 능하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게 최선이다. 잘못한 게 없으면 불안할 것도 없지 않겠나.”



신동아 2022년 5월호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대기업, 검사 출신 대통령에 ‘불안’

댓글 창 닫기

2022/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