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선거라면 안 나왔다
김동연, 소신도 능력도 없어
당선 즉시 대장동 의혹 TF 구성
진정한 尹心 내게 있다
미우나 고우나 세상 바꾸는 건 정치
유승민 전 의원. [지호영 기자]
유승민(64) 전 국민의힘 의원의 22년 정치 역정은 ‘개혁보수(改革保守)’라는 말로 점철된다. 보수이되 수구(守舊)가 아닌 ‘개혁’을 추구하는 보수. ‘따듯한 보수’라고도 한다. 중도 확장을 표방한다.
어렵다. 개혁은 필히 기존 질서와 불화(不和)한다. 중간과 오른쪽 사이 어딘가에 있지만 오른쪽에서 보면 왼쪽, 왼쪽에서 보면 오른쪽이다. 어느 곳에도 뚜렷이 소속될 수 없다. 어쩌면 유 전 의원 정치 인생에서 ‘가시밭길’은 숙명이었을지 모른다.
유 전 의원은 3월 31일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역시 쉽지 않다. 먼저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의 마음, 즉 ‘윤심(尹心)’을 배경으로 뒀다고 평가받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과 치르는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본선도 장담할 수 없다. 경기도는 3월 9일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당시 대선후보)이 득표율 과반(50.94%)으로 승리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4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유 전 의원을 만났다. 그는 약속 시각보다 20분 일찍 나왔다. 책상 위 30㎝쯤 쌓여 있는 자료를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마주하자 기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커피를 건넸다. 험난한 여정을 앞두고 있는 사람답지 않게 의연했고 제법 여유로워 보였다.
“쉬운 선거라면 나오지 않았다. 이기기 위해 출마했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표정이 밝고 웃음도 많았다. 은연 중 나오는 걸쭉한 대구 사투리가 퍽 소탈하게 느껴졌다.
전임 경기지사 이재명 고문에 대해 말할 땐 다소 격정적이었다. 조곤조곤하지만 날카로운 말로 폐부를 찔렀다. 경쟁자 이야기에도 사뭇 진지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선 “한국 경제를 망친 사람이다. 출마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김은혜 의원에 대해선 “윤심은 본선에서 이길 후보인 내게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김동연, 정치 잘못 배웠다”
2월 17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회동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윤 당선인과 불편한 사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 [뉴스1]
“저는 한국의 다른 어떤 정치인들보다 경제와 안보에 대해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경제는 평생 몸담은 분야죠. 8년간 국회 국방위원회에 있으면서 위원장을 지내 안보 분야도 잘 알아요. 경기도는 한국 경제·안보의 중추입니다. 지금까지 갈고닦은 저의 능력이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3월 대선 때 저희 당이 경기도에서 어려웠습니다. 득표율 5.3%, 46만 표 차인데, 굉장히 큰 차예요. 호남을 제외하고는 가장 ‘험지’죠. 한 가지 더. 이번 지방선거는 경기도가 가장 핵심입니다. 여기서 이겨야 지선을 이기는 거예요. 지선을 이기면 윤석열 정부가 힘을 얻고 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벌써 국회에선 민주당이 의석수를 내세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마음대로 하려드는 상황입니다. 새 정부 출범(5월 10일), 지선(6월 1일) 간격이 한 달도 안 돼요. 선거에서 지면 정부가 힘을 얻을 수 없어요. 경기도에서 이기는 건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출마한 거죠.”
대구에서만 4선 했습니다. 대구시장은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사실 지금까지 대구시장 제안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즉시, 깔끔하게 거절했어요. 지금 저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경기도입니다.”
일각에서는 경기지사를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합니다.
“경기도를 이곳저곳 다녀보니까 주택, 교통, 일자리, 복지, 보육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임기 마치는 마지막 날까지 경기도민을 위해 일할 겁니다. 다만 제가 4년간 열심히 일해서, 경기도민이 ‘유승민 정말 잘했다’는 평가를 해주신다면 가능성은 있겠죠. 지금은 그 정도입니다. 아직 출마에 대해 논할 계제는 아니죠.”
민주당에선 경기지사 후보를 놓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안민석 의원, 염태영 수원시장, 조정식 의원 등이 경쟁하고 있다. 유 전 의원과 김 전 부총리는 정치권 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힌다. 김 전 부총리는 4월 6일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유 전 의원을 두고 “경제 운영이나 국제관계에서 조언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이고 나는 직접 (안에서) 경험했다”면서 “옆에서 훈수 두는 것과 직접 하는 건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로부터 ‘훈수 두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는데.
“정치를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좀 잘 못 배우신 거 같은데(웃음). 그분은 문재인 정부가 한국 경제를 완전히 망친 데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이에요. 소득주도성장 한다고 망쳤죠, 일자리 망쳤죠, 또 부동산 얼마나 망쳤습니까. 어디 가서 고개도 못 들고 다녀야 할 사람이 ‘자신은 직접 해봤다’고 해요. 잘한 걸 자랑해야지, 망친 걸 자랑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그분 경제부총리 할 때 소득주도성장, 공공 일자리정책, 부동산정책,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수도 없이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실세들한테는 꼼짝 못하고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이번 대선에 출마해선 자신도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고 말하더니, 이제 경기지사 민주당 후보에 도전하니 그런 말이 쏙 들어갔어요. 이렇게 소신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경기지사가 되면 경제를 얼마나 더 망치겠습니까. 김 전 부총리가 말 잘 듣는 훌륭한 공무원인지는 몰라도 저에게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은 전혀 없어요. 전 그분이 경기도지사 출마 자격 자체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李, 뭐가 그리 무서운 게 많은지”
3월 31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경기지사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동아DB]
개혁보수의 아이콘으로 꼽힙니다. 개혁보수와 경기도정에 연결고리가 있다면.
“바로 연결됩니다. 제가 개혁보수에서 강조하는 몇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정치를 정말 깨끗하고 바르게 하자. 20년 넘게 정치하면서 단 한 건도 부정부패·비리에 연루된 적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경기도정 어땠습니까. 이재명 고문의 4년이 깨끗했습니까. 대장동 의혹, 법인카드 의혹 등 경기도에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가 득실거립니다. 제가 이 고문의 그림자를 깨끗하게 청소할 겁니다. 두 번째, 헌법 가치 수호입니다. 자유, 평등, 공정, 정의 같은 가치를 지키는 겁니다. 제가 보수 정치인 중에서 누구보다도 이런 점에 대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만큼 이른바 ‘중수청(중도층, 수도권, 청년층)’에 강점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극단적 진영 논리에 따라 투표하지 않습니다. 개혁보수의 정신을 살린다면 제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당선된다면 1호 업무로 처리할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교통 문제요. 경기도민 중 서울로 통근하시는 분이 절반입니다. 하루 통근시간만 평균 134분을 쓰죠. 경기도민 전체 기준이니 실제 서울을 오가는 분은 더 시간이 많이 든다는 뜻이에요. 하루 3~4시간을 통근하는 데 뺏기면 얼마나 피곤합니까. 빨리 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완공해야죠. 또 지하철 개통 안 된 곳이 아직 많아요. 당연히 노선 연장해야 하고요. 그리고 ‘버스 총량제’라고 해서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버스 대수를 서울시에서 규제하거든요. 오세훈 서울시장하고 이야기를 나눠서 개선해 낼 겁니다. 이게 1호 업무긴 한데, 대장동·법인카드 의혹도 꼭 조사해야죠. 도지사로서 과거 도민의 세금이 잘못 쓰인 부분을 찾아내 책임을 묻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비리와 부정부패가 안 일어나도록 해야죠.”
대장동 의혹 조사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있습니까.
“당선되면 바로 TF 구성해서 제대로 조사할 겁니다. 검찰·경찰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는 건 당연하고요. 6월 지선에서 성남시장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어요. 대장동·법인카드 의혹 조사에는 성남시의 협조가 필요하잖아요.”
3월 대선 때 경기도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건 경기도민이 이재명 고문의 도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고문도 대선 때 ‘유능함’을 강조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그렇게 볼 수 있죠. 하지만 대선 때 경기도에서 민주당이 이겼다는 것만으로 이 고문의 도정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정 도민을 위해 세금을 썼을까요. 도민 분들이 진상을 다 아신다면 이 고문에게 계속 지지를 보낼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 고문의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 있잖아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부터 페이스북 등으로 이 고문과 뜨겁게 논쟁해 왔기도 하고요. 이 고문은 이번에 경기지사에 출마하지 않지만 그의 도정 4년은 이번 선거에서도 아주 중요한 쟁점이에요. 아직 남아 있는 이 고문의 그림자 때문에 경기지사 선거가 어려운 겁니다. 이를 깨부수고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이 고문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법도 결국 ‘이재명 방탄법’입니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 게 많은지.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것에선 면책특권 뒤에 숨으려는 의도가 보이고요. 이 고문은 자신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나는 문제없다’고 주장하잖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왜 의원 출마를 하겠다고 합니까. 또 왜 정권교체기에 당 전체가 나서서 법안 통과를 밀어붙입니까. 이런 게 세상에 어디 있어요. 깨끗하게 정치했으면 두려울 게 뭐 있겠습니까. 이 고문이 진정 깨끗하다면 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없어요. 곱게 볼 수가 없습니다.”
‘핵관’도 생각 있다면…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여론조사에선 당심(黨心)에서 앞서고 민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대선 때 여론조사 봤잖아요(웃음). 들쭉날쭉했는데, 정확히 맞힌 게 없었어요. 여론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평균적으로 종합해 보면 제가 민심에서 앞서고 김 의원 쪽이 당심에서 앞서는 것으로 보여요. 김 의원 쪽 지지를 선언하는 의원 분이 많이 계셔서요. 당심에서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 저야 반갑죠(웃음).”
김은혜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의 대변인 출신이다. 경기지사 출마에 윤심이 작용했으리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4월 12일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이 “내 꿈은 김은혜 의원이 이뤄나갈 것”이라며 후보를 사퇴했다. 이해구·이재창·김문수 등 전직 경기도지사와 강성구·목요상 등 경기도지역 전직 국회의원 12명도 김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이튿날엔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원 7명 전원이 김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혀 윤심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같은 날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김 의원이 출마한 것에 대해 “(윤 당선인이) 유승민을 떨어뜨리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대놓고 라이벌을 제거하는 건 처음 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과 더 가까운 김 의원이 도지사가 돼야 중앙정부와의 호흡이 원활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저와 당선인의 인연이 김 의원의 그것보다 더 오래됐습니다(웃음). 진정한 당선인 마음이 뭘까요. 선거에서 이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누가 후보가 된들 경기지사 선거 패배는 곧 지선 패배입니다. 지선에서 지면 당선인에게 얼마나 타격이 크겠습니까. 윤심은 본선에서 이기는 후보에게 있을 겁니다. 그게 저라고 보고요. 당선인뿐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계신 분들과도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냈습니다. 국무총리, 장관 등 내각 구성원도 마찬가지고요. 중앙정부와의 소통은 제가 훨씬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김 의원 출마에 대해 ‘윤 당선인이 유 전 의원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얘기죠. 출마 선언 후에 당선인과 통화했습니다. 당선인께서 저에게 항상 ‘선배님’이라고 하는데, ‘선배님, 응원합니다’라고 말씀했어요. 지선 시기가 한창 장관 인사청문회 열리고 국무총리 인준동의안 처리해야 하는 때와 맞물려요. 국회도 2년간은 민주당이 지배합니다. 이런 상황에 당선인께서 그러시겠습니까.”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경쟁한 사이입니다. 불편함이 남아 있는 것 아닙니까.
“경선 때는 치열하게 경쟁했죠. 끝난 뒤에 깨끗하게 승복했고, 적극 지지했습니다. 당선인에 대해 한 마디도 비판적 발언을 한 적도 없습니다. 당선인도 이를 잘 알 겁니다.”
당선인은 몰라도 이른바 ‘윤핵관’이나 당내 ‘비토’ 세력의 영향이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핵관’이라는 표현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웃음). 중요한 건 당선인의 마음입니다. 새 정부를 위해 경기지사 선거 승리가 절실한 시점이에요. 넓고, 길게 생각하면 누구를 제거한다느니 할 때가 아니죠. ‘핵관’이라고 불리는 그분들도 다 정치인입니다.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다 같이 힘을 합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관계입니다. 저는 아주 품격 있게, 끝까지 갈 생각입니다.”
“朴, 건강하고 편하게 사시길”
유 전 의원의 정치 인생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한때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여겨졌으나 보수의 정체성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다 멀어졌다. 2015년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 전 의원은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면서 ‘따듯한 보수’를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공개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주기 바란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 전 의원은 ‘배신자’로 낙인찍혀 원내대표직에서 밀려났다. 이때 씌워진 ‘배신 프레임’이 아직 위력을 보인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때 유 전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것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사면됐다. 병원에 입원해 건강을 회복한 후 3월 24일 퇴원할 때 황교안 전 국무총리,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상현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이 대거 마중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3월 24일 박 전 대통령 퇴원 때 친박 인사들이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소회가 어땠습니까.
“저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잘됐다고 봅니다. 퇴원하시고, 과거 가까웠던 사람들과 다시 재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하게,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아 화제가 됐습니다.
“인간적 차원에서 하신 일 정도로 생각해요.”
자리 탐해서 나온 선거 아냐
인터뷰 막바지 이야기가 유 전 의원의 각오로 옮겨갔다. 그는 지난 대선 출마 당시 “이번 대권 도전이 마지막 정치 도전”이라고 한 바 있다. 경기지사 출마 선언 직전까지 정계 은퇴를 고민했다. 유 전 의원은 4월 1일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사람이 꼭 정치를 해야만 사회에 기여하는 건 아니니까 정치를 그만두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가족과 보좌진 등 가까운 이들도 처음엔 출마를 만류했다고 했다.정계 은퇴를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습니까.
“정치 인생 내내 ‘내가 왜 정치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제 화두였습니다. 정치의 역할은 국민이 더 행복하게,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정치인으로서 내가 국민을 위해 쓰일 수 있느냐는 문제죠. 이번 출마에 고민이 컸습니다. 굉장히 힘든 결정이었고요. 그렇지만 당선돼서 ‘이재명 4년’보다 ‘유승민 4년’이 경기도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제가 정치를 한 이유와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도 출마를 반대했지만 이젠 적극 도와주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인의 가족이란 건 늘 힘드니까 미안하죠(웃음). 당과 경기도를 위해서 출마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정치 외에도 다른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의 답이 그것입니까.
“한국에서 직업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하면 정치인은 항상 낮게 나와요. 그런데 아무리 손가락질하고 욕해도 결국 국민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힘은 정치입니다. 정치가 잘되는 나라가 잘사는 나라입니다. 정치가 잘못되는 나라의 국민은 불행합니다.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대 도시 ‘노갈레스’라는 곳이 있습니다. 인종, 문화 다 똑같은 데 미국에 사는 사람은 자유의 가치를 누리고 멕시코인은 그렇지 못해요. 이게 정치의 힘입니다. 대통령이 되려고 두 번이나 출마했던 사람입니다. 경기도지사가 무슨 대단한 권력이라고 자리를 탐해 나왔겠습니까. 아직 젊음이 남아 있을 때 경기도민을 위한 일을 좀 더 해보고 싶을 뿐입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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