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호

親尹-反尹 대립하면 安 샌드위치 신세 될 수도

안철수에게 열린 길, 막힌 길

  •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입력2022-04-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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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급 조절 달라진 ‘친절한 철수 씨’

    • 공동정부 지분 포기하고 당권行

    • ‘성공한 인수위’ 평가 첫 번째 숙제

    • 지방선거 지원 통한 세력화 노려

    • 대중정당·개혁 기치로 전대 출사표

    • 安-李 당권 경쟁 빅 이벤트 현실화?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4월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있는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8차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4월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있는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8차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 “불편한 점 없으세요?” “궁금한 점 없으세요?” 3월 30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기자실을 찾았다. 그야말로 ‘친절한 철수 씨’였다. 기자들을 상대로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고 표정도 밝았다. 어눌한 말투와 초조한 표정의 ‘기존 안철수’와는 사뭇 달랐다.

    안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거취와 관련,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단일화에 합의했던 안 위원장이 ‘공동정부’의 지분권을 사실상 내려놓은 것이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정당으로 돌아가 지지 기반을 넓히고 기득권 정치의 체질을 바꾸겠다”고 답했다.

    # 4월 7일 오전 안철수 위원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실에 도착한 안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정부 조직 개편은 성급하게 추진하지 않겠다.”



    “현행 정부 조직 체계에 기반해 여성가족부 장관도 발표한다.”

    다소 경직된 어투로 새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힌 안 위원장은 두 명의 기자에게 간단한 질문을 받고 자리를 떴다. 내각 구성 등 중요 주제를 다루면서 신중을 기하려는 안 위원장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안철수가 달라졌다.” 3월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나설 때만 해도 그의 갈 지(之)자 행보에 탄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후보직 사퇴에 실망한 국민의당 당원들의 탈당 행렬도 상당했다.

    만약 윤석열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면 ‘안철수의 정치’는 막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부정적 기류는 기우(杞憂)였다. 안 위원장의 결단은 정권교체의 마중물이 됐다. 그는 새 정부의 토대를 구축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아 정권 인수 절차를 순조롭게 이끌고 있다.

    안 위원장은 소통과 책임 그리고 겸손이라는 인수위 운영 철학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언론과의 소통 측면에서 과거 새 정부 인수위원장과 달리 적극적인 스킨십도 눈길을 끈다.

    인수위 운영 철학 실천

    정치권에는 윤 당선인의 공동정부 구상에 따라 안 위원장이 초대 국무총리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작 안 위원장은 총리직 대신 “당으로 돌아가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신선하기까지 했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비공개 회동에서 모종의 ‘합의’를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국정의 틀을 잡는 데 있어 안 위원장이 공간을 열어준 대목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안 위원장의 활약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수위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해 ‘군기 반장’을 자임하는가 하면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아 과학 방역의 틀을 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에 대한 재평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안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조차 “(안철수) 인수위원장 하시는 것 보니까 본인도 즐기시는 것 같고, 일의 그립을 잡으려고 하시는 것 같다. (과거와) 다른 모습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새 정부 기조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 충돌할 때 당선인과 직접 소통하며 소신을 관철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안 위원장과 윤 당선인의 상호 신뢰가 두텁다는 방증인 동시에 국정 운영에 관한 나름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 사례가 여성가족부 폐지 이슈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에서 유연함을 보여준 것과 달리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강약을 조절하는 정치력을 선보였다.

    안 위원장은 평소 여성, 청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는 신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탓에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려 ‘선(先) 여가부 장관 인선, 후(後)조직 개편’으로 방향을 조정한 것도 안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대선후보 시절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대신 양성평등부로 재편, 기능을 조정하자는 절충안을 공약으로 낸 바 있다.

    안 위원장은 또 이준석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문제를 두고 충돌하는 와중에 임이자 인수위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 등을 전장연 측에 보내 의견 수렴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때도 안 위원장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정책적 지원은 정치의 본령이라는 것. 안 위원장의 정치적 소신은 이처럼 정권 인수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당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의힘 착근 후 당권 도전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당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김기현 전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권 원내대표, 조해진 의원.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당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김기현 전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권 원내대표, 조해진 의원.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안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우선 인수위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나면 안 위원장의 당 복귀와 이후 행보는 순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위원장의 정치적 선택지는 결국 내년 6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좁혀지고 있다. 집권 여당의 당권을 잡아 2024년 4월 총선을 지휘함으로써 당내 입지를 공고히 구축해 나가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종착지는 2027년 차기 대선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안 위원장이 국무총리를 포기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면서 “지방선거, 총선까지 내다보고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을 경우 정부의 공(功)은 물론 과(過)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4월 18일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당명은 국민의힘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이 골자인 합당 합의문을 발표했다.

    안 위원장의 당면 과제는 친안(친안철수) 세력을 구축하는 데 있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물론이고 차기 대선 가도에서 지지 세력 규합은 승리의 필수 조건이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여전히 안 위원장의 정치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과거 안 위원장과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은 그에 대한 비토 세력으로 남아 있다.

    안 위원장이 정권교체의 최대 공신인 것은 맞지만 초대 총리직을 마다하고 당으로 돌아온 이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당 안팎의 정치인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윤핵관 지원사격 받을 수 있나

    당내 주류 세력과 영남 패권이 공고한 점도 안 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익명을 요구한 유력 선거 전략가는 “안 위원장의 어휘 선택 능력이 조금 나아졌지만 리더십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건 자기중심적이라는 얘기이고, 그런 식의 정치를 계속하면 당권을 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수위나 당선인 비서실 주변에서도 “안 위원장의 당 복귀 이후 상황은 온전히 본인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안 위원장이 인수위 임기를 마치고 나면 윤석열 정부 안에서 그 영향력이 약화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군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간다면 현 정권의 기여도가 높은 안 위원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여지가 충분하다.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경쟁했던 주호영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 입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안 위원장을 상대할 마땅한 대항마가 부상하지 않고, 차기 대권에 대한 기대치마저 반영된다면 전당대회 승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4월 8일 ‘윤핵관’(윤석열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것도 안 위원장에게는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지방선거와 총선 등 큰 선거가 예정돼 있는 것도 안 위원장에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당내 인사들과 친분을 다지는 데 선거 지원 유세가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어서다. 안 위원장은 6월 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준석 대표는 안 위원장이 당에 복귀하면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둔 상태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중앙선대위 일정에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는 선대위원장보다 유세 지원 요청에 자유롭게 응하며 전국을 누빌 전망이다.

    “‘C나 D’ 도전하면, 그분 막기 위해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3월 18일 윤석열(가운데) 대통령 당선인, 안철수(오른쪽) 인수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3월 18일 윤석열(가운데) 대통령 당선인, 안철수(오른쪽) 인수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 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치르고 난 뒤 곧바로 내년 6월 전당대회 준비 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차기 당대표 재도전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 양자 간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4월 1일 SBS 라디오에 나와 “(당대표로서) 일이 남았다 싶으면 또 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고 했고, 나흘 뒤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C나 D’가 도전하면, 그분을 막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내년도 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차기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서울 노원구병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두고 경쟁하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당권을 두고 일합을 겨루게 될지도 내년 전대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결국 안 위원장의 행보는 ‘당대표’ → ‘총선 승리’ → ‘차기 대권’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 같다. 안 위원장이 내년 국민의힘의 새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2024년 총선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최악의 경우 총선 패배 시 안 위원장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될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 위원장이 당에 복귀하면 당 안팎의 견제도 상당히 거세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게 될 참모들은 여당 내 차기 주자의 부상을 꺼린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박근혜 대표의 사례가 말해주듯 야당보다 외려 여당 내 견제 세력이 집권층에는 더 불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 등 기존 당내 인사들도 국민의당 세력을 견제하려는 심리를 갖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안 위원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성공한 인수위’ 성적표와 ‘대중정당으로의 개혁’ 두 가지를 뽑을 수 있다. 안 위원장은 지난 3월 3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옆에 다가가서 민생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중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당내 개혁의 동력은 거대 양당에 실망한 민심(民心)에서 찾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정치는 안 위원장의 말처럼 변화무쌍하다. 수년 뒤를 내다본 장기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거대 야당과 반목하고 갈등을 빚으며 국정에 혼선을 빚게 되면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한 채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 이는 대선가도를 달릴 안 위원장에게도 위협 요인이다.
    2024년 6월 전당대회에서 ‘친윤’(친윤석열) 대 ‘반윤’(반윤석열)의 당내 갈등이 격화할 경우 개혁파인 안 위원장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권여당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늘 있어왔다.

    안 위원장이 그토록 강조해 온 기득권 양당 체제의 개혁이 불발될 경우 그는 언제든 제3지대로 뛰쳐나올 인물이기도 하다.

    세대교체론은 安에게도 위협 요인

    안 위원장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세대교체론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야당발(發) 세대교체와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소속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최재성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1980년대 초·중반 운동권 세력의 정계 은퇴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마저 패배하면 세대교체론은 더 탄력을 받게 된다.

    1962년생인 안 위원장도 세대교체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국민의힘을 온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런 흐름을 돌파할 수 있겠으나 자칫 그렇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면 세대교체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차기 대선이 치러지는 2027년의 시대 흐름과 민심은 과연 안철수를 선택할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안 위원장은 국무총리직을 고사한 2022년 3월의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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