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 결과는 5대 2로 국민의힘 우세
전국적으로 패했을 뿐, 경기에서는 이재명 앞서
민주당 지지율·文 국정 지지율 여전히 높아
한덕수 총리 인준, 장관 인사청문회 여론도 변수
역대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5, 민주당 2
경기도지사 선거는 주로 새 정부 임기와 관련이 많았다. 민주당 계열이 승리한 1998년, 2018년 선거는 범진보 정부가 출범한 이듬해 치러졌다. 1997년 12월 대선에선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해 헌정사상 최초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2017년 대선에선 국정농단과 탄핵 끝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정권이 교체됐다. 민주당 계열에서 두 번의 승리를 거둔 것은 임기 초반 국정 안정을 원하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임기 중후반 치러진 선거에서는 정권 심판 선거 양상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국민의힘 계열이 승리한 다섯 차례 선거 중 2002년, 2006년 선거가 여기에 해당된다. 2002년엔 김대중 정부 난맥상이 심화하던 시기였고, 2006년엔 노무현 정부가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린 때다. 1995년엔 김영삼 정부 임기 중반이었지만 민심이 국정 안정에 힘을 실으면서 민자당 이인제 후보가 이겼다. 이명박 정부 중반에 치러졌던 2010년 지방선거는 야권 단일후보 심판 성격이 나타나면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승리했다. 박근혜 정부 중반인 2014년 선거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이슈에 매달리면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선전했다.
6월 1일 경기도지사 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에 상당히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 패배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경기도는 전국 선거와는 다른 정치 지형이 형성돼 있고 변수도 많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대통령선거 때 경기도에서 5.32%포인트 차이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을 제쳤다. 따라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경기도는 대선 패배에도 여전히 이재명 후보 텃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 여부,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 청문회 여론도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수사권 완전박탈(검수완박)’ 역시 선거 승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경기도는 대체로 보수 성향 우위 구도가 유지됐다. 수원시, 고양시, 성남시, 부천시 등 규모가 큰 도시들은 진보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지만 도농복합지역인 경기도 동북부에선 보수 색채가 뚜렷했다. 1995년 선거에선 민자당 이인제 후보가 당선했지만 득표율은 40.56%에 머물렀다. 전국적으로 민주당 계열이 선전했던 2010년, 2014년 선거에서도 경기도지사 선거는 국민의힘 계열이 승리했다.
2018년부터 민주당 텃밭으로 변모
2020년 총선에서도 민주당 우위 구도가 이어졌다. 경기도 국회의원 지역구 59곳 가운데 민주당은 51석을 차지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7석을 얻는 데 그쳤다. 나머지 1석은 고양시갑에 출마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당선했다. 민주당 지역구 총 득표수는 53%인 383만6642표, 통합당은 40%인 292만5564표를 각각 획득했다. 양당 득표 수 차이는 91만1078표로 민주당이 13%포인트 차이로 통합당에 앞선 것이다.
3·9 대선 때 경기지역 개표 결과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0.94%(442만8151표)를 득표한 데 반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5.62%(396만5341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 후보가 5.32%포인트(46만2810표) 차이로 앞섰다. 이 후보는 수원·고양·성남·화성·안양·의정부 등 23개 시·군에서, 윤 후보는 가평·연천·용인·과천·포천·양평·여주·이천 등 8개 시·군에서 각각 이겼다. 다만 이 후보가 성남·하남·의왕·안성 등에선 윤 후보에 앞섰지만,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성남시 0.01%(75표), 하남시 0.49%(1018표), 의왕시 1.29%(1441표), 안성시 1.65%(1924표) 등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기도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율 차이는 점차 좁혀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지방선거 때 20.89%포인트를 기록한 격차는 2020년 13%포인트로 좁혀졌고, 2022년 대선에서는 5.32%포인트로 줄었다.
경기도가 2018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 텃밭으로 변모했지만 2020년 총선,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격차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우세 시·군이 늘어나고 있고, 민주당-국민의힘 득표수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양당의 격차는 투표율이 낮아지는 6·1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3·9 대선 경기도 투표율은 76.7%(전국 77.1%)였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투표율은 57.8%(전국 60.2%)를 기록한 바 있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는 70여 일 사이를 두고 치러진다. 당연히 대선 연장전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즉 경기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경쟁이기도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상임고문’ 대결이기도 한 것이다. 경기도에서 유난히 높게 형성돼 있는 민주당 지지율, 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이 고문 낙선에 대한 미안한 마음, 즉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에서 비롯된 정서의 영향이 크다.
더욱이 이 고문은 선거 이후 “정치 그만두기엔 젊다”고 밝혔다. 2027년 차기 대선 도전을 시사한 것이다. 윤 당선인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의원이 출마하면서 이른바 ‘윤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정 안정 여론은 이를테면 ‘석열이형’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지못미’와 ‘석열이형’ 대결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8월 전당대회에서 이 고문이 정치에 복귀하기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반면 패배한다면 이 고문의 앞날은 캄캄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고문이 사활을 걸 수밖에 이유다.
윤 당선인도 물러설 수 없다. 경기도 인구는 1350만 명을 넘는다. 국민의힘이 영남·충청·서울에서 이긴다고 해도 경기도를 뺏기면 승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윤 당선인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해야 ‘대선 박빙 승리’의 꼬리표를 떼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패배한다면 통합·협치 압력이 거세지면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과 윤 당선인 첫 조각 청문회 정국은 경기도지사 선거의 주요 변수다. 민주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문 대통령 임기 내 국무회의 공포까지 완료하면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경기도에서도 ‘지못미 선거 분위기’가 옅어질 수 있는 것이다. 윤 당선인도 반대 여론이 많은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면 ‘국정 안정 선거’가 퇴색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