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 콘셉트에 조화로운 색깔로 가치↑
주방 인테리어 요소, 현관·침실로 확장하기
성능 유사하면서 저렴한 마감재로 ‘가성비’ 추구
“인테리어를 잘하면 돈이 될 뿐만 아니라 더 벌어주기도 한다.”
인테리어 전문가 남경엽 뉴빌드 대표의 인테리어 재테크에 대한 평가다. 인테리어 재테크는 최근 방송가의 ‘핫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의뢰인의 낡고 오래된 집을 전문가가 인테리어를 다시 해 용도에 맞게 수익성을 창출하는 콘셉트의 TV 예능 프로그램 ‘하우스 대역전’이 좋은 예다.
남경엽 뉴빌드 대표는 인테리어를 잘하면 집값을 올려 받을 수 있기에 그 자체가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인테리어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
최근 건축 연한 22년을 넘은 아파트의 대변신 사례가 전파를 탔다. 인테리어 시공 이후 촌스럽던 집안 분위기가 산뜻해졌을 뿐 아니라 시설 노후화와 곰팡이 문제가 해결됐다. 게다가 인테리어 마감재로 대리석과 편백나무 등 천연 소재를 사용해 공기 정화와 습기 조절까지 가능해 화제를 모았다. 시공비 5800만 원으로 집의 가치를 확 끌어올린 것이다. 이런 인테리어 재테크 효과에 놀란 이가 적잖다.요즘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도 인테리어 재테크로 집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는 댓글이 넘쳐난다. 한편에서는 “집값 높이려다 업자들에게 바가지 쓰기 십상” “인테리어를 다시 하기보다 열심히 돈 벌어 신축 주택을 구매하는 게 낫다” 등 인테리어 재테크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남경엽 대표에게 인테리어 재테크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 건 이 때문이다.
남 대표는 인테리어를 전공한 부동산 투자자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근무하다 전문 지식을 쌓고 싶어 연세대 대학원에 진학해 실내환경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삼성물산, 코오롱건설 등 대기업 건설사에서 인테리어 및 모델하우스 기획 분야를 중심으로 15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
2017년 1월 건설사에서 나온 그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인테리어 노하우와 사례를 공유했다. 사람들이 인테리어할 때 도움이 될 노하우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동시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인테리어 컨설팅 ‘막퍼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테리어를 하려는 의뢰인이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오면 남 대표가 직영공사를 설명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조언해 화제가 됐다. 뉴빌드는 그가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한 기업이다. 지금도 이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바쁜 일정 사이 틈이 날 때는 유튜브 채널 ‘뉴빌드tv’ 유튜버로 사람들에게 돈이 되는 인테리어 비법을 알려주는 활동도 한다. 인테리어가 정말 돈이 되는지 묻자 남 대표는 “인테리어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전세나 월세 임대료를 올려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팔 때도 주변 시세보다 더 좋은 가격에 매도가 가능하다. 설령 비싸게 팔지 못하더라도 주변 물건보다 빨리 뺄 수 있기에 대출 이자를 줄일 수 있으니 돈을 번다고 볼 수 있다.”
통일된 콘셉트, 조화로운 색깔 균형
부동산 투자자라면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인가.“‘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같은 입지에 비슷한 가격이라면 당연히 예쁘게 꾸민 곳이 예비 임차인과 매수자의 마음을 홀려 좋은 거래를 성사시킨다. 비단 부동산 투자자만이 아니다. 앞으로 자가 주택에 인테리어 공사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업자들에게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누가 ‘인테리어’라는 말을 하면 그게 골조와 마감, 홈퍼니싱(Home Furnishing)을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의 설명을 듣고 사전에서 골조를 검색해 봤다. 풀이가 배관이나 단열재, 벽체, 천장 등 집의 구조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다. 골조에 마감 자재를 입히는 단계를 마감이라고 한다. 보통 골조와 마감 공사 단계를 리모델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홈퍼니싱은 마감이 끝난 뒤 별도의 공사 없이 가구, 소품, 조명, 커튼 등으로 공간을 꾸미는 작업을 뜻한다. 남 대표는 “아무리 마감이 깨끗하게 잘돼 있는 집이라도 홈퍼니싱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허전해 보일 수 있다”며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은 홈퍼니싱”이라고 강조했다.
무작정 돈을 많이 들인다고 인테리어를 잘하는 건 아닐 것 같다.
“돈을 많이 들이면 예쁠 수는 있다. 다만 공간이 통일된 콘셉트와 조화로운 색깔을 갖추도록 표현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아무리 좋은 마감재를 사용하더라도 이 두 가지가 부실하면 좋은 인테리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 대표에 따르면 인테리어 콘셉트는 모던, 내추럴, 클래식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할 때 예쁜 이미지를 찾아내 그것과 비슷하게 디자인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람들이 하는 실수가 있다. 현관은 모던, 거실은 내추럴, 주방은 클래식으로 제각각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이 경우 어느 공간도 좋은 인테리어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모델하우스 통해 주방·거실 인테리어하는 방법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연출하기 위해 주방과 거실 천장, 벽지, 바닥의 색상을 화이트로, 재질은 무광택으로 마감한 아파트 모습. [e편한세상 강동에코포레]
“건설사가 모델하우스에 적용하는 일정한 인테리어 패턴과 공식을 참고하면 좋은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30평형대 인테리어를 예로 들어보겠다. 주방의 경우 상부장과 키 큰 장 색상은 화이트로 마감해 깔끔함을 강조한다. 하부장은 상부장보다 짙은 그레이를 사용해 안정감을 준다. 선반장의 색상은 하부장 색상처럼 그레이로 통일시킨다. 주방 상판은 미드웨이(midway, 상·하부장 사이의 중간 벽체)와 동일하게 적용해 고급스럽게 연출한다. 주방 바닥은 밝은 메이플 색상, 천장도 화이트 벽지로 마감해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되게 디자인한다. 거실에도 주방에서 사용한 색상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천장지와 마루 색상을 주방의 바닥·천장과 동일한 메이플과 화이트로 각각 마감하는 식이다. 아트월은 그레이 타일로 마감한다. 주방 하부장 색깔도 거실 곳곳에 적절히 반영한다. 집은 주방, 거실, 침실, 현관, 욕실 등 각 공간이 떨어져 있지만, 결국 모여서 하나의 완성된 형태를 만든다. 모든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한 곳만 보지 않아야 한다. 인테리어를 할 때 이 점을 유념하면 좋겠다.”
주택에는 거실, 침실, 욕실 등이 있다. 주방부터 설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주방은 여성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세대 내에서 마감재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기도 하다. 상부장부터 하부장, 상판, 미드웨이, PL(plastic·플라스틱)창호, 천장, 바닥, 가전제품, 수전과 액세서리까지 전부 주방에 위치한다. 그래서 건설사에선 주방을 가장 먼저 디자인한다. 마감재가 많은 곳에서부터 적은 곳으로 이동해야 디자인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방 디자인 요소를 현관, 침실 등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건설사는 일반인에게 마감재 목록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 모델하우스에 적용한 마감재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나.
“먼저 마감재의 종류와 스펙 지식을 쌓는 것이 좋다. 주방의 상판을 예로 들어보겠다. 국내 건설사는 상판으로 주로 인조대리석과 강화천연석을 사용한다. 미드웨이와 상판석이 같은 종류라면 강화천연석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바닥재의 경우 합판(온돌)마루, 강화마루, 강마루가 있는데, 주로 강마루 제품을 사용한다. 이처럼 마감재 종류를 유추하고 스펙을 결정한다.
둘째, 스펙을 한 등급 낮춰야 한다. 업체별 유사 제품을 선정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전 등급을 낮출 수 있는 품목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제품 단가가 낮아진다. 상판과 미드웨이를 예로 등급을 낮춰 보겠다. 상판과 미드웨이의 마감재를 강화천연석으로 적용해 고급스럽게 연출했다고 가정해 보자. 하지만 강화천연석은 제품에 따라 단가가 60㎜ 기준 20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상판과 미드웨이를 모두 적용할 때는 비용 지출이 상당하다. 이런 경우 해당 마감재의 등급을 낮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강화천연석 상판과 유사한 인조대리석을 찾고, 인조대리석과 유사한 미드웨이 타일을 찾으면 ‘가성비 높은’ 인테리어가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색상이다. 제품 특성상 강화천연석과 인조대리석의 패턴이 다르고, 타일의 패턴 또한 차이가 있다. 유사한 제품을 찾을 땐 컬러가 가장 유사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색상이 비슷한 마감재 찾기’는 인테리어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룰이다.”
마감재 스펙 낮추고 유사 제품 찾기
마감재 종류와 스펙을 결정하고 등급 낮추기까지 알아봤다. 다른 필요조건이 있나.“업체별 유사 제품 찾기다. 이 단계부터는 개인의 인테리어 역량을 활용해 직접 마감재를 선택하고, 초보자라면 전문가를 고용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주방가구나 상판, 미드웨이는 주방가구 업체와 협의하면 되고, PL(플라스틱) 창호 표면재는 창호 업체, 강마루는 마루 업체, 실크벽지는 도배 업체에 의뢰하면 된다. 을지로 방산시장 같은 종합건자재 유통단지에는 강마루와 실크 벽지를 같이 취급하는 곳이 많다. 여러 마감재를 같이 취급하면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두 종류의 견적을 한 업체에 합산해서 받으니 협상할 수 있는 범위가 좀 더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방법은 비단 주방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모든 공간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 회사 선정 시 주의 사항이 있나.
“보통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할 때 사전에 인터넷 검색으로 업체 홈페이지나 블로그,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거나 주변 사람에게 소개받아 견적 한 번 받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업체의 시공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업체에 전문건설업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지 문의하면 좋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최소 자본금 1억5000만 원, 전문기술인력 2인 이상 보유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이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전문건설업 면허가 없는 경우 1500만 원 미만의 공사만 맡을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또 사업자 이름과 전문건설업 면허 소지자 이름이 같은지, 공사대금 입금 시 사업자 명의와 통장 명의가 같은지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남 대표는 “인테리어 계약을 체결하기 전 회사를 방문해 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회사를 방문해 작업 공간을 둘러보면 (회사 직원이) 자세히 상담받기를 권한다. 혹시 면허 없는 무자격 업체는 아닌지, 회사의 실체를 좀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