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서울시 중재 거부
“계약서 재작성은 재건축 조합 당연한 권리”
“시공사업단 빠지면 조합도 같이 죽는다”
4월 15일 0시부로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지호영 기자]
시공사업단 측은 앞서 3월 21일 조합이 시공사업단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한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계약변경 무효 확인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또 시공사업단은 이번 사태로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분을 조합이 책임지지 않는다면 공사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뜻도 서울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둔촌주공조합 정상화위원회(박승환 외 3인)는 4월 28일 ‘현재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사재개’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둔촌주공조합 정상화위원회는 공사 중단 파행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현 조합과 별도로 조직한 모임이다. 이들은 “현 조합 집행부가 성사 가능성도 없는 서울시 중재회의를 핑계로 시간을 끌며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합이 언론에 보도된 업체를 포함해 1.5~2군 건설사까지 찾아가 사업 참여 의사를 타진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 조합과는 별도로 시공사업단에 정식으로 공사재개를 위한 면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공사 중단 2주째, 서울시 중재에도 협상 결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은 2020년 2월 85개 동(지하 3층~지상 35층), 1만2032채 규모로 착공에 들어갔다. 그런데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가를 낮게 산정해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일반분양이 지연됐다. 이에 시공사업단은 그해 6월 25일 당시 조합(조합장 최찬성)과 공사비를 약 5500억 원 증액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이 총회를 거치지 않고 조합장 직권으로 성립되자 조합원들은 반발했고, 8월 기존 조합지도부를 해임하고 2021년 5월 새 조합을 출범시켰다.이후 올해 3월 14일 시공사업단은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4월 15일 공사 중단을 예고했다. 그러나 새 조합은 3월 21일 공사비 증액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양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시공사업단은 예정대로 4월 15일 0시를 기점으로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의 공정률은 52%로, 높이 20층까지 지어진 건물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형기 신반포 1차(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 조합장은 2020년 6월 시공사업단과 조합장이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철 기자]
삼성물산 및 대우건설에서 21년간 근무하고, 재건축을 속도전으로 이끈 경력까지 알려지자 여러 조합들이 그를 찾아 조언을 구했다. 둔촌주공조합 역시 2년여 전 내부 갈등 당시 그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장은 둔촌주공 사태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재계약을 요구하는 것은 조합의 당연한 권리”라며 조합의 편을 들었다.
- 4월 15일 이후 2주째 공사 중단 상태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이 사태가 장기화 될 수 없다. 사회적으로 보통 이슈가 아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4500여 일반 분양도 남아 있다. 조합원들이 장기간 고통 속에 있는데, 공사 중단이 길어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지금 조합은 시공사가 요구하는 공사비 증액 금액을 인정하고 그대로 계약하겠다고 한다. 시공사업단도 이대로 공사를 접으면 손해가 크기 때문에 머지않아 합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재건축 공사 도중 계약서를 새로 쓰는 경우가 있나.
“물론이다. 이는 조합의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둔촌주공 조합은 2019년 12월 일반분양 지연에 따라 시공사업단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총회를 열었다. 그런데 조합이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고, 2020년 7월 총회를 소집해둔 상태였다. 그 와중에 당시 조합장이 6월 25일 조합장 직권으로 시공사업단과 공사비 증액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그날 스스로 사퇴했다. 스스로 사퇴할 사람이 도장은 왜 찍나. 따라서 7월 총회에서 조합장 해임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시공사업단도 이런 상황을 다 알면서 조합원 동의도 없이 문제가 있던 조합장과 공사비 증액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조합원들이 그 계약을 왜 미뤘겠나. 도장을 찍어서는 안 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던 것 아니겠나. 그러면 계약서를 다시 쓰는 게 맞다.”
- 기존 계약서에 어떤 부분이 문제였다고 보나.
“공사비를 5500억 원 올리는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면 조합도 납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계약에 앞서 한국부동산원에서 공사비를 검증한 것이 조합에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비가 책정된 것이 드러났다. 알고 보니 아파트 전체가 35층 높이인데 시공사업단이 공사비 감정을 요청할 때는 40층 설계안으로 보냈다더라. 높이가 35층일 때와 40층일 때 공사비는 5~10%정도 차이가 난다. 조합이 당연히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조합은 증액한 공사비는 그대로 두되 세부 조정을 원하는 눈치다.
“조합은 공사비 금액보다 지금의 지분제 계약방식을 도급제로 바꾸길 원한다. 지분제 계약은 일반분양에 따른 수익을 시공사와 조합이 지분에 따라 나눠 갖는 구조로 10여 년 전에나 쓰였던 방식이다. 요즘 방식은 도급제인데 일반분양에 따른 수익이 적기 때문에 도급제로 바꾸는 것이 서로 이득이다. 또 마감재 계약이 4년 전 이뤄졌고, 지금은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으니 조합은 자재를 바꾸자는 입장이다. 고급화에 따른 비용도 별도로 주겠다는데 시공사업단은 기존 계약서만 고집하며 새 조합이 공사업체를 못 박아 버렸다고 언론 플레이하니 안타깝다.”
“조합도 같이 죽는다”
- 2년 전 일반분양이 미뤄진 것이 이번 갈등의 핵심 아닌가.“일반분양이 늦어진 건 다른 문제다. 사실 공사비를 3조2000억 원으로 올려줘도 일반분양 수익이 어느 정도 나오면 조합에 부담이 없다. 2019년 말 일반분양가 산정 당시 조합장이 ‘3.3㎡당 3500만 원에 분양이 가능하다’고 설명해서 조합원들이 공사비 증액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애초에 분양가 산정은 HUG 관할이기 때문에 3500만 원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HUG에서 2910만 원 이상은 안 된다고 했고, 뒤늦게 조합원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분양가’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커진다. 이 때문에 결국 2019년 12월 총회에서도 공사비 증액 계약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 지금이라도 분양가를 다시 산정해 일반 분양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닌가.
“HUG가 분양보증을 안 해주면 분양 자체를 못하니까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다.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이 토지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에 심의요청 했고, 이미 토지분은 2020만 원에 심의가 끝났다. 토지분에 대한 가산비와 정부표준에 따른 건축비, 건축비에 대한 가산비(특수 마감)까지 합해야 일반분양가가 결정된다. 개인적으로 둔촌주공은 건축비 및 가산비만 제대로 산정되면 최소 3.3㎡당 3500만 원이 나오고, 3~4개월 후 일반분양까지 하리라고 본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공약에서 민영주택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했으니 그렇게 되면 둔촌주공 일반분양은 4000만 원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 시공사업단 계약 해지 및 신규 건설사 계약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양측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시공사업단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서 빠지면 시공사업단도 조합도 같이 죽는다. 지금 양측에 아무런 길이 없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4조 원 가까이 되는 사업이다. 그걸 어떤 건설사가 받아서 할 것인가. 조합도 소송 걸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지만 다른 시공사가 못 들어온다는 걸 알고 있다. 솔직히 시공사업단은 이렇게 판을 키우는 것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공사업단 잘못이 80%, 조합원과 조합집행부 잘못이 20%라고 본다. 시공사업단도 기존 계약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미 들어간 공사비에 대한 손실을 줄이려면 하루라도 빨리 합의하고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좋을 걸로 보인다.”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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