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호

尹 당선인 덕에 ‘명문高’ 과거 스포트라이트

윤석열 시대에 들뜬 충암고 동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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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2-05-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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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민, 김용현… 중용되고 있는 충암 라인

    • 재계, 학계, 법조계, 관료, 언론계 인사 多

    • 민주당계 인사도 많아

    4월 5일 서울 은평구 충암중고교 담에 동문회와 학교에서 제작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동아DB]

    4월 5일 서울 은평구 충암중고교 담에 동문회와 학교에서 제작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동아DB]

    “보아라 미더운 우리의 선수~” 충암고 야구부 응원가의 한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충암고 8회 졸업)도 미더운 선수를 모교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정계 입문 전에는 법조계에만 몸담았던 인물이다. 정계는 물론 관계, 재계와도 관계가 깊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당선인이 동문 중에서 ‘미더운 선수’를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게다가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인 지난해 9월 8일 충암고를 찾아 모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면 충암고 야구부 후배들을 청와대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부 충암고 동문들은 다가올 윤석열 시대에 마음이 들떠 있다. “과거 ‘명문고교’로 불리던 시절로 되돌아온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동문도 있었다.

    4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상민 법무법인 김장리 대표 변호사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동아DB]

    4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상민 법무법인 김장리 대표 변호사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동아DB]

    최근의 인선만 보면 충암고 출신들이 중용되는 모양새다. 4월 13일 윤 당선인이 이상민 법무법인 김장리 대표 변호사(12회)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충암고 중용론에 힘이 더 실렸다. 이 변호사 외에도 윤 당선인의 지척에는 충암고 출신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의 선거를 지척에서 도운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7회)은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았고, 5월 1일에는 대통령경호처장에 내정됐다. 윤 당선인의 충암고 동기인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4월 3일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에 합류했다. 정 교수는 ‘중국통’으로 잘 알려진 학계 인사로, 윤 당선인과는 고교 동기 예닐곱 명이 만든 친목 모임에서 자주 얼굴을 맞대던 사이다.



    인수위 요직에도 충암人 다수 포진

    충암고 인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16회)은 과학기술교육 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다. 안성식 해양경찰청 형사과장(16회)은 경제2분과 실무위원으로 인수위에 합류했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47회)에 합격한 그는 2008년 해경에 특채됐다. 인수위 전문위원이나 실무위원 중 해경 간부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과장은 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약속한 해양영토 주권 강화 관련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분야도 충암고 동문이 뒷받침하고 있다. 기획조정분과 실무위원으로 참여한 최연우 씨(31회)는 대선 때 청년본부와 청년보좌역을 이끌었다. 최 위원은 인수위 청년소통태스크포스(TF) 간사도 겸하고 있다. 인수위에 전문·실무위원으로 합류한 충암고 출신들은 윤 당선인과 직접적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충암고 출신 주목 중

    2021년 9월 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모교인 충암고등학교에서 야구부 선수들과 만났다. [동아DB]

    2021년 9월 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모교인 충암고등학교에서 야구부 선수들과 만났다. [동아DB]

    윤 당선인이 정계 진출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충암고 출신 중용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 당선인 중 유일하게 선출직 공무원 경력이 없다. 정계 진출 이전에는 법조계에만 몸을 담아 다른 대통령 당선인에 비해 정·관계 인맥이 빈약한 편”이라며 “정권 초에는 당선인이 잘 아는 동문을 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윤 당선인의 정계 진출 이후 각계각층의 충암고 출신 인사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금융계에서는 충암고 졸업생 모임 ‘충여회’(충암고 여의도 모임)가 주목을 받았다.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9회),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9회),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대표(10회), 정환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11회), 김경배 전 금융투자협회 본부장(9회) 등이 이 모임의 주요 멤버다. 하지만 충여회는 최근 해산했다. 충여회 회장을 맡았던 조철희 아셈자산운용 대표(11회)는 “18년째 이어온 단순 친목 모임이 부각되며 부담을 느끼는 회원이 적지 않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삼성, 현대차 등 굵직한 재벌 기업 수사를 맡아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 검사 출신인 만큼 기업인들과의 교류도 많지 않았다.하지만 정치 입문 이후 시장 자율성 회복과 규제 혁신을 내세워 온 만큼 재계와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도 윤 당선인과 직접 친분이 있는 기업인이 많지 않은 만큼 충암고 인맥이 당선인과 재계와의 연결고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양새다.

    충암고 출신 재계 인사로는 옥경석 한화 기계부문 사장 겸 한화정밀기계 사장(6회)이 있다. 옥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6년 한화그룹에 영입돼 2020년 9월부터 한화 기계부문을 이끌고 있다. 김태준 아워홈 사장(8회)은 1986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지냈다, 전준영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10회)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줄곧 삼성전자에 몸담아왔다.

    학술, 관료, 언론계에도 인사들

    이외에도 충암고 출신 재계 인사로는 서정곤 부산롯데호텔 대표이사 전무(10회), 이기흥 신한생명 DB마케팅그룹 부사장(11회), 최영무 삼성글로벌리서치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11회),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14회)가 있다. 차 대표는 배우 차인표의 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충암고 출신 학계 인사로는 4회 졸업생인 박종구 초당대 총장이 가장 먼저 꼽힌다. 박 총장은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5남)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그의 형이다.

    박 총장은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관료가 됐다. 김대중 정부 때 기획재정부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 노무현 정부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이명박 정부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지냈다. 2009년 아주대로 돌아와 교무부총장을 맡았고, 2015년 3월 초당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또 다른 학계 인사로는 유지상 광운대 총장(10회),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5회), 이유재 서울대 경영대 교수(6회), 고경철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연구교수(7회), 석재왕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교수(11회) 등이 있다.

    충암고 출신 전·현직 관료로는 이제원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9회), 이충호 중앙경찰학교장(12회), 조재호 한국농수산대 총장(14회)이 있다. 조 총장은 1990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공직 생활 대부분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보낸 농업 전문가다.

    윤정식 전 OBS 경인TV사장(4회)은 충암고 출신 언론인 중 최연장자 격이다. 1983년 춘천MBC 기자로 입사해 2015년부터 2년간 OBS 사장을 지냈다. 송재조 전 한국경제TV 사장(6회)도 충암고 출신이다. 2020년 3월부터는 뷰티·헬스케어 전문 기업 셀리턴의 대외협력업무 총괄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원만식 전 전주MBC 사장(7회)은 윤 당선인 캠프 언론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원 전 사장은 1984년 MBC 예능PD로 입사해 군 장병 위문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 소아암 질병 환아를 돕는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등을 연출했다. 이후 MBC 예능본부장을 맡아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등 MBC 유명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진두지휘했다.

    충암 3尹 등 당선인 측근 법조인들

    충암고 출신 법조인도 상당수다. 판사로는 이대경 전 특허법원장(6회)과 윤성근 전 남부지방법원장(7회)이 있다. 윤 전 법원장의 동기인 이석웅 변호사도 판사 출신이다. 1985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한 이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으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장을 끝으로 2007년 법원을 떠났다. 이 변호사는 윤 당선인과 평소 연락을 주고받는 친밀한 사이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1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윤 당선인은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이때 윤 당선인의 법적 대리인 중 한 명이 이 변호사였다.

    이 변호사와 인연이 있는 법조계 인사들은 그에 대해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담백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선친은 신정당, 민주당 소속으로 11·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김대중 정부 시절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지낸 고(故) 이원형 전 의원이다.

    윤 당선인과 동기인 8회 졸업생 중에는 윤기원 법무법인 원 공동대표 변호사와 신용락 법무법인 원 변호사가 있다. 두 변호사가 있는 법무법인 원은 노무현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변호사와 윤 변호사가 함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윤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부회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당시 국회 추천으로 국가인권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윤기원 변호사와 윤 당선인 그리고 지난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윤홍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충암 3윤’이라 불리며 아주 가깝게 지냈다. 윤 당선인과 고교, 대학 동기인 신용락 변호사는 마산지법 판사와 대전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 등을 지냈다. 판사 시절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동문 중 尹 지지 않는 사람도 많아”

    각계각층에서 충암고 출신의 인사를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충암고 출신 인사들은 “단순히 충암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새 정부에서 중책을 맡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충암고 졸업생 A씨는 “충암고가 있는 은평구는 다른 명문고교가 위치한 동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지역이다. 과외 등 사교육 없이 자신의 실력만으로 높은 성적을 올린 학생이 많았다”며 “그만큼 졸업생들은 학맥의 도움 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관계자도 “당선인과의 친분, 학연 등을 이유로 인수위에 들어온 사람은 없다.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쌓은 인사”라며 “당선인과의 학연이 자꾸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충암고 졸업생들도 동문이라는 이유로 윤 당선인에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지는 않았다. 졸업생 B씨는 “동문이 대통령후보로 나왔어도 자신의 철학과 후보의 공약이 맞지 않는다면 낙선 운동까지 벌일 수 있는 것이 충암고 동문들이다”라고 말했다.

    충암고 출신 중에는 김만수 전 부천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도 있다. [동아DB]

    충암고 출신 중에는 김만수 전 부천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도 있다. [동아DB]

    충암고 출신 정치권 인사 중에는 더불어민주당 당원이거나, 현 정권 관계자도 많다. 최초의 충암고 출신 국회의원인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10회)과 김만수 전 부천시장(12회)은 민주당에 당적을 둔 정치인이다. 문재인 정부 관계자로는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13회), 홍현익 국립외교원장(7회) 등이 있다. 김 사장은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건설교통부와 국토해양부의 요직을 거쳤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국토교통비서관에 발탁됐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새만금개발청 차장, 국토교통부 제2차관직을 역임했다.

    홍 원장은 대선 기간 윤 당선인의 선제 타격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는 군 지도자가 할 말이지 정치 지도자가 할 말은 아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국민을 안심시키고 전쟁을 막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계는 물론 학계와 법조계, 관계, 언론계 인사까지 사회 각계각층에 충암고 졸업생들이 진출해 있다. 비교적 최근에 충암고를 졸업한 이들은 “지금은 학업 성적으로 유명한 학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10여 년 전에 충암고를 졸업한 이모(33) 씨는 “야구와 바둑으로는 유명했지만, 공부를 특출나게 잘하는 학교는 아니었다.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가 생기기 전까지는 학력으로도 뛰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고 밝혔다.

    바둑, 야구, 연예계 유명인도 다수

    충암고는 야구 명문으로 이름이 높다. 충암고는 1970년 야구팀을 창단했다. 1977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첫 우승을 기록했다. 이후 봉황대기 4회, 황금사자기 3회, 청룡기 1회, 대통령배 2회 총 10회 전국대회 우승을 했다.

    충암고 출신 인사 C씨는 “김성근, 조범현 등 야구계 전설적 인물은 물론고우석(LG트윈스), 류지혁(기아 타이거즈) 등 현역 야구선수로 뛰는 동문도 많다”며 “30대 초중반 졸업생부터는 모교를 야구 명문으로만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암고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바둑기사로 꼽히는 이창호 9단(23회)의 모교로도 유명하다. 세계 정상급 기사인 유창혁 9단(15회), 국수전과 명인전을 모두 석권한 최철한 9단(33회)과 그의 라이벌 박영훈 9단(33회) 등 걸출한 국수를 배출했다.

    충암고 인근 주민 정모(30·여) 씨는 “연예인을 많이 배출한 학교로 알고 있다”며 “윤상, 이휘재, 김명민 등 유명 연예인들 출신고로만 알고 있었는데 윤 당선인 덕분에 과거 공부로도 유명한 학교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다수의 졸업생 이야기에 따르면 충암고가 명문고가 된 것은 학력고사가 도입된 1982년경으로 추정된다. 1980년대 말 충암고를 졸업한 B씨는 “학력고사가 도입된 4회부터 충암고가 공부를 잘하는 학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강남 8학군은 물론 경기고, 서울고 등 전통의 명문고교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학교였다”고 밝혔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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