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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방식 바꾸니 실적 다투던 경쟁자가 동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조직 문화를 바꿨을까

  •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

평가 방식 바꾸니 실적 다투던 경쟁자가 동료 됐다

  • ● 신나서 일하게 하라
    ● 의욕 충만이 중요
    ●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 가라앉던 MS의 반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마이크로소프트]

[Gettyimage]

[Gettyimage]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젊은 직장인들은 자기개발에 몰두했다. 업무를 더 잘하려고 학원에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2012년 포털 다음에 연재된 웹툰 ‘미생’의 등장인물 한석율이 퇴근 후 무역 업무를 배우러 학원에 다니는 설정이 있을 정도다.

10년 새 젊은 직장인의 관심사는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 업무보다 개인의 삶에 관심이 더 많다. 업무 시간 외에는 건강관리에 힘쓴다. 출근 전이나 후에 운동하고, 영양제를 날마다 챙겨 먹는다. 식사 시간에도 맛있는 음식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찾는 추세다. 자기개발에서 자기 관리로 관심이 이동한 셈이다.

회사가 임직원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업무 역량을 키워주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임직원 건강관리에도 열심이다. 정기 건강검진은 물론 직원 지원 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 . 이하 EAP) 등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EAP는 직원의 건강 증진, 업무 역량 관리 등을 돕는 서비스다.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상담 서비스도 EAP에 도입됐다.

최근 번아웃증후군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늘며 EAP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멘털 케어 EAP 스타트업들은 2021년 55억 달러(약 6조75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전년(23억 달러) 대비 139% 투자액이 늘었다.

과거에도 EAP 서비스가 있었지만 임직원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기에는 부적합했다. 직원들이 직접 상담사를 찾아가야 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음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문화 탓에 이용자가 적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며 EAP 서비스가 달라졌다. 각종 방역 수칙과 통신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상담이 가능해졌다. 대면 서비스 부담이 사라지니 이용자가 빠르게 늘었다.



가치가 있다면 격무도 즐거워

회사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직원의 성과에만 주목했지만, 최근에는 직원 건강과 기업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기 증진이 건강한 조직 문화의 토대가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왼쪽).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담은 책 ‘규칙 없음’.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왼쪽).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담은 책 ‘규칙 없음’. [넷플릭스]

조직 문화는 기업의 성과에 큰 영향을 준다. 대표적 예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는 ‘규칙 없음’으로 요약된다. 성과만 낸다면 임직원은 어떤 규칙에도 구애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대신 성과 위주의 조직인 만큼 업무량은 살인적이다. 이 같은 업무량에도 넷플릭스는 2018년 미국 기술직 근로자가 뽑은 일하고 싶은 회사 1위, 직원이 행복한 회사 2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기업이, 듣기에 그럴듯한 단어들을 로비에 걸어둔다. 회사에서의 진짜 가치는 그럴듯해 보이는 구호가 아닌, 누가 보상받고, 승진하고, 해고되는지로 나타난다. 회사의 실제 가치는 동료 직원이 가치 있게 여기는 행동 속에 있다.”

넷플릭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성과를 높이려고 임직원을 교육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편하게 일할 환경과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임직원은 확실한 성과를 낸다. 따라서 국내외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은 자신들만의 조직 문화를 만드는 일에 힘쓰고 있다.

문제는 임직원이 조직 문화대로 행동하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점. 넷플릭스 같은 조직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넷플릭스의 방식은 막대한 비용이 든다. 넷플릭스는 조직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한다. 그러니 알아서 인재가 모여든다.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이 경쟁업체로 갈 가능성도 적다. 넷플릭스와 같은 대우를 해줄 곳이 없어서다.

조직 문화 고치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

그렇다고 조직 문화 혁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대표적 예가 마이크로소프트다. 윈도, MS오피스 등으로 2000년대 IT기업 최고 위치를 달리던 이 회사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구글, 애플 등이 모바일 시대를 열었지만 변화의 시류를 타지 못했다. 2010년 글로벌 IT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마이크로소프트 2192억 달러)를 애플(2221억 달러)에 내줬다. 이즈음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IT 기업을 일컫는 ‘FAANG(Facebook, Amazone, Apple, Netflix, Google)’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름은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AZURE.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AZURE.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이끈 것은 2014년 부임한 새 사령탑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지휘하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부활하기 시작했다. 2018년 애플(8474억 달러)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8512억 달러)이 됐다. 성장의 주축이 된 것은 2010년 내놓은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다. 클라우드를 쉽게 설명하면 기업 혹은 단체에 서버나 데이터센터 등 IT 자원을 빌려주는 일이다. 나델라는 “모바일, 클라우드 퍼스트”를 주장했다. 애저는 나델라의 진두지휘하에 빠르게 성장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 증대를 이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내실을 다지는 것만으로 최고의 자리를 되찾았다. 조직의 구성원을 대거 바꾸지도 않았고, 신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결국 회사를 바꾼 것은 조직 문화다. 나델라는 부임 중 조직 문화에 관한 책을 썼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조직 문화를 설명한 것. 그는 저서에서 CEO의 C가 문화(Culture)의 약자이며 CEO는 조직문화 큐레이터라고 말한다.

경쟁자에 손 내밀다

그가 부임하기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적이 지배하는 회사였다. 임직원들은 각자 일하며 단기 목표 달성에만 힘썼다. 단기 실적에만 매달리다 보니 중장기 계획 수립이 어려웠다. 어떤 팀도 단기 실적에서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나델라는 “실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영향력”이라고 역설하면서 임직원 평가 방식을 바꿨다. 기존에는 임직원이 거둔 각자의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동료나 팀의 성공에 각 임직원이 미친 영향력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실적만 좇아 홀로 일하던 임직원의 태도는 빠르게 바뀌었다. 실적을 두고 다투던 경쟁자가 동료가 된 것이다.

협력의 문화는 회사의 모습도 바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판매 회사였다. 윈도와 MS오피스 등을 판매했다. 프로그램만 판매하면 되는 구조라 굳이 다른 회사와 협업할 필요가 없었다.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변했다. 다른 회사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협업의 문화는 여기서 빛을 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를 도입한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고객사가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도왔다.

최근에는 자동차업계도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시작했다. 2019년 메르세데스-벤츠, 2021년 BMW와 손잡았다.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일신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외에도 전방위로 협력의 장을 넓히고 있다. 월마트, 크로거 등 대형 유통업체와 협업해 새로운 물류 시스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경쟁사이던 어도비, 오라클에도 손을 내밀어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작고 꾸준한 변화가 문화 바꾼다

이처럼 조직 문화를 재구축하려면 회사의 비전을 재정의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경쟁에서 협력으로 회사의 비전을 바꿨다. 다만 비전만 바꾼다고 해서 조직 문화가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괴테의 말처럼 문화는 만드는 일보다 구성원들의 체화가 더 중요한 영역이다.

새로운 조직 문화가 회사에 잘 녹아들게 하려면 CEO가 끊임없이 애써야 한다. 리더가 어떻게 조직 문화의 방향성을 잡는지, 얼마나 조직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관심이 있는지, 새 조직 문화 확립을 위해 얼마나 앞장서는지 등에 따라 조직 문화 재건의 성패가 갈린다.

나델라는 온라인 회의에서 인상적 주장을 펴는 직원들에 대해 공부한다. 해당 직원이 현재 작업 중인 사항, 문서 등 각종 자료를 읽는다. 그러곤 이들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어 짧게 대화를 나누며 격려한다. 나델라는 HBR과 인터뷰하면서 “이것만으로도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분석 결과 유대관계가 나아졌다”고 밝혔다.

회사의 건강한 성장은 건강한 조직 문화에서 시작된다. 건강한 조직 문화로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최혁준
화이트큐브는 건강 습관 앱 챌린저스의 개발 · 운영사다. 건강한 사람을 넘어 건강한 회사를 위한 임직원 전용 조직문화 개선 서비스도 제공한다. 삼성, 현대, LG, CJ, DB손해보험, 나이키를 비롯해 쿠팡, 요기요 등 대형 스타트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는 서울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에너지 자원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SK이노베이션 연구원, 영어 교육프로그램 영단기 운영사 에스티유니타스에서 CGO(성장전략책임자)로 일했다.



신동아 2022년 11월호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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