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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반도 대지진 공포

요동치는 지구 속 유체 우린 거센 강물에 떠 있다

과학으로 본 지진 & 대피 요령

  • 오가희 |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요동치는 지구 속 유체 우린 거센 강물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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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가장자리의 한반도

좁은 강에 배 여러 척이 간격 없이 떠 있는 것을 상상해보자. 물결이 잔잔할 땐 별문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생기면 배들이 출렁인다.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 배 위에 사람이 있다면 배와 배가 부딪치는 충격에 심한 진동을 느낄 것이다. 이때 물은 지구 내부 물질, 배는 판이다.

그렇다. 지진은 판과 판이 상호작용할 때 생기는 진동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지진대)을 표시하면 특정한 패턴을 그려낸다. 지진대에 위치한 지역 사람들은 언제나 지진을 조심하면서 살아간다. 이웃 일본처럼 말이다.

이 판구조론에 의해 그동안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로 생각돼왔다. 전 세계적으로 지진을 연구한 역사 자체가 오래되지 않은 데다, 한반도가 판의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있고, 지진의 위협을 느낄 만큼 큰 지진을 겪어보지 않아서다.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 이전까지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1980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발생한 규모 5.3 지진이다.

판과 판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때 발생한 에너지는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이 때문에 판의 경계가 아닌 곳에서도 힘을 받은 흔적이 곳곳에 나타난다. 판은 아무런 흠이 없는 매끈한 덩어리가 아니다. 거대한 지층이 겹겹이 쌓인 형태다.

판의 경계에서 전달된 에너지는 지층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쌓인 지 얼마 안 돼 암석이 덜 된 지층은 무너져 내릴 수도 있고, 어떤 지층은 처음엔 단단하게 버티다가 한계를 넘어서면 부서질 수도 있다. 즉, 어느 쪽에서든 힘을 전달 받는다면 경계부가 아니라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완전한 경계가 아니더라도, 판의 가장자리에 있는 한반도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역사적 기록을 보면, 한반도에서도 지진이 자주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기상청은 ‘삼국사기’ ‘고려사절요’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증보문헌비고’ ‘승정원일기’ ‘일성록’ ‘풍운기’ ‘천변초출승록’을 비롯해 개인 문집, 지방지 등을 참고해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역사에 기록된 지진을 전수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1900년간 기록된 지진 중 건물이 지붕까지 크게 흔들린 지진은 440회 이상이다. 생각보다는 자주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가 생각보다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지진 생존 노하우 7지진이 두려운 이유는 지진 그 자체가 아니다. 지진의 거대한 에너지로 인해 발생하는 부수적 피해다. 201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규모 9.1(~9.3) 지진은 바다에서 발생해 쓰나미(지진해일)를 일으켰다. 쓰나미로 인한 인명 피해는 23만 명이 넘었다. 지난해 네팔 카트만두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7.8이었는데, 이 나라 전체 가옥 중 약 20%가 부서졌다. 1556년 중국 산시(山西)성에서 발생한 지진 때는 82만~83만 명이 산사태로 사망했다고 문헌은 전한다. 지진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지구 내부 상황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미리 대비하고 발생 시 최대한 빨리 대피하는 수밖에 없다.


① 책상, 탁자 아래 숨는 건 임시방편  지진이 발생했을 때 단단한 책상이나 탁자 아래로 대피하는 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 목조건물이 많은 일본에서는 추천할 만한 대피법이지만, 대다수 건물을 벽돌과 철근 콘크리트로 짓는 한국에선 잘못하면 역사 속 돌무지 덧널무덤이 될 수 있어 실정에 안 맞는 대피법으로 알려졌다. 이 대피법은 지진이 발생해 건물이 흔들리는 동안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 실내에서 공중에 있는 무언가(예컨대 조명)가 떨어져 다칠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② 최소한의 안전장치  인터넷 괴담 중 화장실 문에 대한 것이 있다. 바깥쪽으로 열리는 문인데,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짐이 화장실 문을 막아 오랫동안 나오지 못했다는 얘기다. 지진이 발생하면 이 괴담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갇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문을 활짝 열고, 가스관 등이 파손돼 큰 사고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 가스 밸브와 차단기 등은 잠그자.

③ 밖으로 나가는 게 우선  우리나라는 1988년 이후 6층 이상 건물엔 내진 설계를 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내진 설계가 아니더라도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규모 6의 지진까지는 버틸 수 있어, 지진이 발생해도 건물이 단번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진동은 오래가지 않으니 진동이 멈춘 뒤 재빨리 밖으로 나가자. 단, 이동할 때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사용은 금물. 조금 편하려다 갇힐 수 있다.

④ 어떤 경우에도 머리를 보호하라  지진 발생 때 모든 위험은 위에서 비롯된다. 머리 위에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것이다. 창가에 내놓은 화분 같은 작은 물건일 수도 있고, 건물에 매달려 있던 간판일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든 낙하물로부터 몸을 보호하면서 공터, 기둥 주변, 비상계단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⑤ 운전 중엔 길가에 차 세우고 도보 이동  지진이 일어났을 때 자동차에 짐을 싣고 멀리 도망갈 생각보다는 당장 내 몸 하나 건사할 생각을 하는 게 먼저다. 도로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예를 들어 다리 같은 건축물은 진동으로 출렁이다 끊어질 수 있다. 차를 길 가장자리에 세운 뒤 차 키를 내부에 두고 근처 공터로 이동하자. 차 키를 두고 내리는 것은 긴급차량이 지나갈 때 움직여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연락처와 귀중품, 차량등록증 정도만 챙겨서 이동하자. 

⑥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화장실, 그러나…  위의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최후 수단으로 화장실로 대피하기를 권장하는 경우가 있다. 식수가 확보되기 때문인데, 하지만 정말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딱히 권하지 않는다. 화장실엔 깨지는 물건이 많다. 진동으로 떨어지면서 부상당할 수 있다.

⑦ 비상 물품 챙겨두기  지진 대피 시 필요한 물건을 담은 가방을 미리 챙겨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일명 ‘지진 가방’이라고 하는데 구급약품, 비상식량 외에 휴지(및 물티슈), 휴대용 세면도구, 파편 등으로부터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장갑, 랜턴, 일회용 우비, 마스크, 핫팩, 다용도 칼, 신호용 호루라기, 물(혹은 정수 알약) 등을 담아두고 비상시 들고 뛰어나가면 유용하다.

요동치는 지구 속 유체 우린 거센 강물에 떠 있다

일본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지진 가방.’ 부피와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가방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온용 알루미늄 비닐 이불, 장갑, 구급 키트, 호루라기와 랜턴, 휴대용 변기 비닐. [사진제공·동아사이언스]



신동아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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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희 |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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