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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東亞-미래硏 공동기획 | 미래한국 청년열전

“우린 문명의 옷을 입고 야생을 살고 있죠”

‘한국판 제인 구달’ 영장류 학자 이윤정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우린 문명의 옷을 입고 야생을 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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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긴팔원숭이의 행태를 들여다보며 ‘인간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청년이 있다. 들러붙는 파리떼와 가시 식물을 헤치면서 숲을 오가다 보면 몸은 진흙 범벅에 상처투성이. 그렇게 필드 노트에 써 내려간 관찰기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고자 한다.
긴팔원숭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 동물이다. 영어로는 gibbon. 인류(Homo sapiens)와 같은 영장목에 속한다.   

계 : 동물계(Animalia)

문 : 척삭동물문(Chordata)

강 : 포유강(Mammalia)

목 : 영장목(Primates)



과 : 긴팔원숭이과(Hylobatidae)

속 : Hylobates

속의 명칭인 ‘Hylobates’는 나무에서 거주한다는 뜻이다.

이윤정(27) 씨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긴팔원숭이 행태를 탐구한다. 야생 영장류 학자. 들러붙는 파리떼와 날카로운 가시 식물을 헤치고 긴팔원숭이의 밥 찾기, 밥 먹기, 움직이기, 쉬기, 털 고르기, 싸우기, 짝짓기를 들여다본다.

비는 열대우림에 터 잡은 생명의 원천이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빗속에서 긴팔원숭이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닌다. 숲 속에서 듣도 보도 못한 동물들과 조우한다. 흰개미 떼가 공책을 갉아먹는다.   

이윤정 씨는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의 민가를 빌려 혼자 산다. 가끔 스타벅스 커피가 그리울 때도 있으나, 오감을 열고 야생을 들여다보는 삶은 행복하다. 숲의 생명은 하루하루가 새롭다. 진흙 범벅인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아늑하다.       

2013년부터 긴팔원숭이를 연구해왔다. 영장류 연구는 동물행동학, 행동생태학의 꽃으로 불린다. “침팬지는 자연이 인간에게 파견한 대사”라는 제인 구달(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동물학자)의 말처럼 긴팔원숭이를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What is human)’를 궁리한다.  



인류의 아주 가까운 벗

긴팔원숭이는 사람처럼 꼬리가 없다. 영장목 사람과(hominidae)에 속한 ①사람(Homo sapiens), ②침팬지, ③고릴라, ④오랑우탄, 성성이과의 ⑤보노보, 긴팔원숭이과의 ⑥긴팔원숭이 6종은 진화 여정의 한때를 함께한 ‘아주 가까운 벗’이다.

“이탈로 칼비노가 쓴 ‘나무 위의 남작’이란 소설이 있어요. 열두 살 소년이 나무 위에 올라가 삶을 살면서 겪은 일을 다룹니다. ‘우리의 선조들’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인데,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요. 소년은 나무에서 살면서 동물, 식물에 대해 배우지만 굉장한 고립감을 느낍니다. 타인과 사회를 이뤄 관계 맺을 수 없으니까요. 소설 속 소년이 긴팔원숭이와 닮았어요. 인류도 긴팔원숭이처럼 나무에서 살다가 땅으로 내려왔거든요. 인류의 조상은 나무 위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왜 땅으로 내려왔을까요?”

그는 긴팔원숭이의 행태를 관찰하면서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려 한다.

▼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이 쓴 ‘침팬지 폴리틱스’를 읽어보면, 침팬지들이 소름 끼칠 정도로 ‘인간스럽게’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우열을 따지더군요.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는 아과(亞科)인 호미니데(hominidae)까지 인류와 같습니다. 인간과 하는 짓이 비슷해 침팬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정치적으로’ 상대와 관계 맺고, 누구와 연대해 다른 누구를 끌어내리고, 실력자에게 아부하고…. 너무나 ‘인간스러워서’ 침팬지에겐 정이 잘 안 붙더라고요.”



“원숭이 아닌 유인원”

▼ 드 발은 침팬지가 서로 털 골라주는 횟수 등을 토대로 사회적 관계를 살펴보더군요.  

“저도 그거 모아요, 긴팔원숭이 털 고르기. 침팬지는 제인 구달, 고릴라는 다이앤 포시 같은 대표적 학자가 있죠. 고릴라, 침팬지 같은 대형 유인원 연구는 많이 돼 있어요. 포시가 쓴 ‘안개 속의 고릴라’ 같은 책도 유명하죠. 그런데 소형 유인원인 긴팔원숭이는 대형 유인원에 비해 연구가 거의 안 돼 있습니다.”

긴팔원숭이는 몸길이 40~60㎝, 몸무게 5.5∼15㎏다. 털빛은 검은색·회색·적갈색 등이다. 수명은 25∼30년. 사육하면 40세 넘게도 산다. 임신 기간은 210∼240일, 한 배에 1마리씩 낳는다.

“영장류를 거칠게 분류하면 ‘유인원’과 ‘원숭이’로 나뉩니다. 사람과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 오랑우탄, 긴팔원숭이가 유인원이죠. 사람과 가장 가까운 게 침팬지, 침팬지와 가장 가까운 게 보노보라고 생각하면 돼요. 긴팔원숭이는 gibbon을 일본에서 잘못 번역한 거예요. 원숭이라고 일컬으면 안 되는 종이거든요. 원숭이가 아니라 유인원입니다. 고릴라, 침팬지는 대형 유인원, 긴팔원숭이는 소형 유인원.”

▼ 왜 자바를 연구지로 골랐나요.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 이화여대가 관리해온 필드 사이트가 있어요. 야생 영장류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뭔 줄 아세요?”

▼ ….

“녀석들이 사람을 보면 도망가요. 일상적 행동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데, 인간이 통제하는 환경에서 수집하면 인위적 자료일 뿐이죠. 질릴 때까지 녀석들을 쫓아다녀 인간이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해요. 사람이 그렇듯 영장류는 호기심이 아주 많은데, 질리는 것도 금방이에요.”

▼ 사람에게 질리도록 하는 거네요.

“생각보다 사람에게 빨리 질립니다. 처음엔 보자마자 도망가다가, 익숙해지면 연구자가 나타나도 먹던 거 먹고 하던 짓 해요.”



영장류에서 인간을 보다

▼ 야생에서 긴팔원숭이와 자연스럽게 지내면서 연구하는 거군요.

“선배 한 분이 9개월 넘게 긴팔원숭이 집단을 따라다니기만 하면서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저는 녀석들의 영역이 어떤지, 어느 길로 이동하는지 등이 축적된 상태에서 연구를 시작했고요.”  

▼ 영장류 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영장류 팀은 인도네시아에 주로 머무르기에 학교에서 만나기도 어려웠죠. 어느 날 한국에 들어온 영장류팀 선배를 만났는데, 그날로 혹했어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친절하고, 거기 밥도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 밥이 맛있단 얘기에 혹했다?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간과 영장류는 공통점이 굉장히 많아요. 인간과 개구리를 비교하는 것과 사람과 침팬지를 비교하는 것은 굉장히 다르죠. 진화적으로 인류와 가까운 긴팔원숭이를 관찰하면서 ‘왜 우리는 이렇게 진화했는가’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특성을 가졌는가’에 대한 답을 탐구할 수 있죠. 영장류의 활동 중에서도 개체와 개체의 관계, 그룹과 그룹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고, 변화하는지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인도네시아 밥이 맛나다는 말에 혹한 건 아니고요.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게 싫었어요. 책상에 앉아서 실험하는 것보다는….”

▼ 야생에서 연구하는 게 좋았군요.

“누가 저한테 ‘동물원에서 오랑우탄 연구할래, 아니면 밖에서 거미 연구할래? 양자택일해’라고 했다면 거미를 골랐을지도 몰라요.”



‘회사 인간’만 키우는 교육

▼ 야생동물 연구자가 한국에는 흔하지 않죠.

“‘어떤 일 해요?’라고 묻는 이들에게 ‘긴팔원숭이 연구해요’라고 답하면 막 웃거든요. 개구리 연구한다고 하면 ‘헉! 개구리를?’하면서 기막혀 할 겁니다. ‘너, 나이 들어도 그 길로 계속 가려고?’라면서 걱정도 해주고요. 야생동물 연구는 직업이 되기 어렵단 인식이 있어요. 꼭 동물 연구가 아니더라도 뭐랄까요, ‘회사 인간’만 만들어내는 교육 시스템? 재미있고 궁금한 것을 탐구하기보다는 취업할 스펙만 쌓으려고 하죠.”  

▼ 청년들이 안정적인 진로만 선호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많이 듣는 질문이 ‘뭐 해먹고 살거니?’ ‘연구 끝나고 뭐할 거니?’예요. 공무원이 적성에 맞으면 그 일 하는 게 좋을 테고, 필드 워크가 적성에 맞으면 그 일 하는 게 옳은 것 아닐까요.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면 당연히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도네시아 촌구석에서 굉장히 고생하는 줄 아는데, 그렇게 고생 안 합니다. 재밌고 신나요.”

▼ 나이가 더 들어서도 현장 연구(field work)를 할 거예요.

“계속 필드 워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야생에서 무언가를 탐구하는 게 아주 매력적이거든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현장 연구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긴팔원숭이 가족 안에서 개체 간 관계의 변화 양상이다.

“기존 연구에서 가족 간 관계는 엄마와 아기에만 중점을 뒀는데,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의 특징 중 하나가 청소년기가 굉장히 길다는 겁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엄청나게 많은 걸 배워야 해요. 청소년기는 굉장히 취약한 시기고요. 어중간하게 성장한 상태여서 포식자의 타깃이 되거든요.”  

▼ 청소년기를 관통해 종적으로 연구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학위 논문용 연구로는 기간을 좁힐 수밖에 없어요. 청소년기 개체에 대한 양육 행동에서 아빠의 역할에 특히 주목하고 있어요.”

▼ 긴팔원숭이 ‘사회’가 다른 영장류의 그것과 특별히 구분되는 점이 있나요.


“침팬지 사회엔 암컷도 많고 수컷도 많아요. 이렇게 뭉쳤다, 저렇게 뭉쳤다 하죠. 학술 용어로는 ‘융합-분열(Fission-Fusion)’ 사회라고 합니다. 고릴라는 수컷 한 마리에 암컷이 여럿입니다. ‘실버백’이라고 하는 알파 메일(alpha male, 우두머리 수컷) 한 녀석이 암컷들을 독점하죠. 오랑우탄은 암컷, 수컷이 혼자 다니다 짝짓기 시즌에만 메이팅(mating)하고요.”



아주 희귀한 일부일처제

▼ 보노보는 성적(性的)으로 문란하다면서요.

“굉장히 특이한 종이죠. 보노보, 침팬지는 진화적으로 매우 가까운데 사회 운영 체계가 완전 달라요. 먹을 것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침팬지는 서로 싸웁니다. 보노보는 성행위를 통해 갈등을 해소한 후 나눠 먹어요. 걔네들은 막가요. 동성 간 성행위도 하고, 유사 성행위도 하고….”

▼ 사람 이외 영장류 중 일부일처제인 종도 있나요.


“긴팔원숭이 사회가 다른 영장류의 그것과 특별히 구분되는 게 일부일처제예요. 성적(性的) 일부일처제는 굉장히 특이한 겁니다. 긴팔원숭이보다 크기가 더 작은 마모셋, 타마린 같은 영장류 정도가 일부일처제예요. 일부일처제는 성적 일부일처제, 사회적 일부일처제로 나뉘는데, 사회적 일부일처제로는 새들이 있죠. 성적 일부일처제는 아주 희귀합니다.”

▼ 사람의 일부일처제도 동물계 전체로 보면 아주 특이한 사례겠네요.




“인류는 사회적 일부일처제라고 규정하기도 애매해요. 이슬람 사회만 봐도 아내를 여러 명 두죠. 성적 일부일처제는 더더욱 아니겠고요. 인간은 ‘약한 일부다처제’라고 보는 게 보통입니다.”

▼ 긴팔원숭이는 엄격한 성적 일부일처제인가요.

“그간 완전한 일부일처제로 알려졌지만, 그것에 도전하는 자료가 최근 많이 나와요. 친자 확인 검사를 해봤더니 친자가 아닌 경우가 보고된 거죠. 긴팔원숭이 수컷의 역량이 암컷 2~3마리까지 커버하는 경우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요.”

▼ 진화적으로 설명되는 인간 본성의 예는 어떤 게 있을까요.

“문화를 축적하면서 숨겨졌으나 진화적으로 설명될 인간의 밑바닥 본성이 굉장히 많죠.”



우리는 언제 행복할까

▼ 밑바닥 본성?

“동물 사회에서 암컷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먹이예요. 먹이를 먹어야 재생산할 수 있죠. 수컷에게도 먹이가 중요하지만 수컷은 암컷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암컷이 없으면 유전자를 퍼뜨릴 수 없으니까요.

긴팔원숭이 사회 또한 ‘암컷-먹이, 수컷-암컷’의 관계를 통해 꾸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긴팔원숭이는 과일을 주로 먹는데요. 과일은 잎보다 덜 흔하죠. 암컷이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려면 수컷이 넓은 영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여러 암컷과 관계하려면 수컷이 엄청나게 넓은 영역을 확보해야 하므로 한 마리밖에 못 사귄다는 겁니다. 지금껏 말씀드린 것은 가설이에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 사람은 어떤가요.

“인간이 축적한 문화와 지성이 재생산을 넘어 미래를 계획하고 성취감을 즐기며, 여유에서도 행복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여건이 갖춰졌는데도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기도 하고요. 동물도 암컷이라고 먹이만 좋아하고 수컷이라고 암컷만 좋아하는 게 아니죠. 그렇더라도 진화의 양상이라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 그렇군요.

“사람은 성인이 되면 독립해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긴팔원숭이도 성적으로 성숙하면 집단을 벗어납니다. 다 컸는데 떠나지 않으면 구박받아요. 나무에서 밥도 못 먹게 하거든요.”

▼ 긴팔원숭이는 몇 살 때 부모를 떠납니까.

“7~8세 때요. 제가 연구한 집단 가운데 아빠보다 몸집이 더 큰 아들이 있는 가족이 있었어요. 다 커서 집단을 떠나야 하는데, 아들녀석이 안 나가는 겁니다. 그 그룹은 큰 무화과나무에 가정을 꾸렸는데 아빠가 아들을 마구 쫓아내더군요. 덩치 큰 아들녀석은 구박을 당하면 떠나는 척하다 슬그머니 돌아와 무화과를 먹는 겁니다. 그렇게 버티다 결국은 쫓겨났죠. 아빠가 ‘이제 독립하라’고 몰아세운 거예요. 사람으로서 제가 경험한 사회와 긴팔원숭이 집단은 이것 말고도 닮은 구석이 참 많아요.”  

그는 ‘슬픈 과학자(Sad Scientist)’의 멤버다. 이 단체는 멸종 위기 동물의 불법 거래 등을 감시한다.  

▼ 지난해 12월 파리 협정이 채택됐습니다. 멸종 위기 동물과 관련한 규제도 협정에 포함됐고요. 코끼리 상아, 코뿔소 뿔 같은 게 많이 거래된다면서요.



‘슬픈 과학자’

“생각보다 엄청난 수의 멸종 위기종이 거래됩니다. 엄마는 죽이고 아이들만 잡아와서는, 애완동물로 키우려는 이들에게 팔아요. ‘슬픈 과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영장류를 마구 사고팝니다. 긴팔원숭이, 돼지꼬리원숭이가 인터넷에 매물로 나와 있어요.”

▼ 한국에서도 팔린다고요?

“네! 완전 불법이죠. 굉장히 귀여운 작은 원숭이 종들도 거래돼요. 불법이라는 인식이 없는 것 같아요. 야생동물을 택배 박스에 넣어 고속버스에 실어 옮기는 식으로 사고팝니다. 끔찍한 일이죠.”

▼ 경찰에서 수사는 제대로 합니까.


“처벌이 어려운 게, 거래 현장을 적발하지 못하면 ‘시세를 알아보려고 올렸다’ ‘장난으로 올린 거다’ ‘병들어 죽었다’고 변명하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긴팔원숭이 불법 거래는 지금껏 3차례 적발됐습니다. 3마리가 당국에 압수됐는데, ‘그 후’도 문제예요. 압수한 녀석들을 어느 곳에 보낼지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 미국에 사는 지인이 다리가 부러진 사슴을 돌보다 기관에 넘겼는데, ‘그 후’가 궁금해 알아봤더니 안락사시켰다고 하더군요.  
 

“인도네시아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아요. 야생화 훈련을 시킨 뒤 자연에 되돌려놓아야 하는데, 서식지가 대부분 파괴돼 놓아줄 곳이 없습니다. 계속 돌보자니 비용이 들고, 다른 개체들이 사는 곳에 풀어주면 먹을 음식이 부족해지고…. 안락사? ‘옳다’ ‘잘못이다’를 딱 부러지게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예요.”


What is human?

▼ 지리산 반달곰과 관련한 활동도 한다면서요.

“협의가 아직 안 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반달곰 복원 사업을 10년 동안 진행해 50개체가량이 지리산에  살아요. 그 녀석들이 잘 사는지 야생의 다른 개체들과 잘 지내는지, 적당한 영역을 확보했는지 등을 살펴보려는 계획인데 확정된 게 없습니다.”

▼ 동물계에서 긴팔원숭이와 반달곰은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반달곰이 더 크다고 하겠죠. 최상위 포식자거든요. 반달곰이 멸종하면 먹이가 되는 동물, 그 동물의 먹이가 되는 동물이 차례차례 영향을 받습니다. 긴팔원숭이는 과일을 먹으니 반달곰과는 사정이 다르죠. 긴팔원숭이는 깃대종(flagship species)이에요. 멸종 위기인 긴팔원숭이가 보존되면 숲 전체의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겁니다. 긴팔원숭이를 보호함으로써 서식지의 다른 종도 지켜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히 커요. 깃대종부터 보존하면 다른 종도 살아남습니다.”  

▼ 야생동물을 탐구하면서 ‘인간도 별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그렇죠. 인간만 연구해서는 빠뜨리는 게 많습니다. 다른 종과 비교를 통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같은지’를 고찰하는 과정을 통해 ‘What is human?’이라는 물음의 답에 다가서겠죠.”

▼ 종교와 진화는 부딪칩니다. 종교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졌나요.

“인도네시아에서 연구를 보조해주는 분들이 다 이슬람교 신자예요. 그 분들에게 ‘종교가 없다’고 말하면 ‘아직 없구나’라고 생각해요. 이슬람교도 처지에선 종교를 갖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기 에,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인도네시아에서 안경원숭이를 연구할 때인데, 그 지역은 인구의 80%가량이 천주교를 믿습니다. 종교가 없다고 말하면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결혼은 어디서 하니?’ ‘장례식은?’ ‘우리는 죽으면 천국 가는데, 너는?’이라고 묻더군요.”

▼ 과학자 중 무신론자가 가장 많은 분야가 생물학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무신론자가 상대적으로 불행하다는 연구도 있고요.

“종교가 있으면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종교를 갖는다면 본말이 역전된 것이죠.”

▼ 인간 외 영장류 중 망자를 추모한다거나 하는 종이 관찰된 적이 있나요.

“오랑우탄이 죽은 새끼를 계속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착일 수도, 추모일 수도 있겠죠. 반대로 영아를 살해해 먹는 경우도 있고요.”

▼ 인류도 영아를 살해하는 사례가 있긴 하죠.

“인간 종에는 영아 살해가 있습니다. 단 한 케이스라도 있으면 있는 겁니다. 영장류에서 영아 살해가 일어나는 보통의 경우는 일부다처제 상황입니다. 내 핏줄이 아닌 영아를 죽이면 내 자식이 잘 자라니까요. 정신병리학적 문제로 엄마 유인원이 새끼를 죽이는 경우도 있고요.”



문명과 야생

▼ 사람 외 영장류에서 문화가 대를 이어가는 게 관찰된 적이 있나요.

“일본원숭이 중에 고구마를 씻어 먹는 문화를 가진 집단이 있습니다. 한 개체에서 시작해 따라 하기가 이뤄지고 그 집단의 특성이 된 것이죠. 어떤 행동이 특정 집단에서 생겨나 퍼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경우는 사회성이 굉장히 발달했기에 문화를 축적하고 전파하는 데 탁월한 것이고요.”

▼ 연구하다가 휴양지에도 가고 그럽니까.

“네! 야생동물 연구가 좋은 게 공부하면서 쉴 수 있는 거예요. 보르네오 섬에 오랑우탄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신났습니다. 다른 섬에 가서 자바 섬의 긴팔원숭이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기도 하고요.”

▼ 혼자 삽니까.

“그냥 저 혼자 있어요.”

▼ 외롭지 않나요.

“구눙할라문의 연구 사이트를 개척한 남자 선배가 쓴 글에 ‘긴팔원숭이의 삶을 관찰하느라 나에게는 삶이 없었다’는 구절이 나와요. 그런 감정을 느끼기는 하죠. 이웃에 사는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친구, 가족처럼 지내는데, 진짜 가족과 친구는 한국에 있으니까요.”

▼ 인도네시아 음식은 정말로 맛있던가요.


“다 맛있어요.”

▼ 맵다던데….

“매운 것을 많이 먹기는 하는데 한국 음식이랑 비슷해요, 한국인 입맛엔 잘 맞아요.”

▼ 스타벅스 커피 마시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아…. 그거 엄청난 딜레마예요. 아이스 카페라테 마시고 싶고,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싶고 그래요. 그런데 막상 도시에 돌아오면 숲 속 연구지로 되돌아가고 싶습니다. 새 소리, 동물 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워요.”

▼ 인간은 자연과 문명에 걸쳐 살아야 행복한 존재인 듯합니다.


“맞는 얘기인 것 같아요. 우리는 지금 문명의 옷을 입고 야생을 사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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