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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주둔비용 더 낸다면 핵재처리·핵잠수함 챙겨야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

  •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미군 주둔비용 더 낸다면 핵재처리·핵잠수함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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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후보 트럼프 ≠ 대통령 트럼프
  • ● 한국 경제·안보 예측 불가능성 커져
  • ● 북한에 힘 과시…한국에 절체절명 위기
  • ● 中 견제 위해 北과 협상 나설 수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미국과 세계를 뒤흔든 충격적 사건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예측한 여론조사 대부분은 빗나갔다. 세계는 지구 최강대국의 새로운 진로를 긴장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승리는 대세처럼 보이던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도발적인 반발이다. 트럼프는 엘리트 주류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노골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몰락하는 공업 벨트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

미국 유권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난하고 화난 백인 노동자들(pure & angry white)’은 값싼 중국 상품 수입, 국경을 넘어 몰려드는 히스패닉 노동자들로 일자리를 위협받는다고 느껴왔다. 구글의 자율주행차와 로봇, 오프라인을 잠식해가는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는 이들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에게는 생존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트럼프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합법적 저항이었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통적인 경계선을 무너뜨렸다. 경제정책으로는 공화당의 트레이드마크인 감세와 뉴딜의 계승자인 민주당의 재정정책을 동시에 담고 있다. 대외정책으로는 공화당의 적극적인 시리아 개입을 반대하고 오바마와 클린턴이 혐오하는 푸틴과 손잡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역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가운데 트럼프만큼 비현실적인 공약을 내건 후보는 없었다. 트럼프는 미국 시민이 아닌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인공 장벽을 세울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을 것이며,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기 싫으면 핵무장을 하라고 비아냥거렸다.





세계화 반대, 환경 무관심

트럼프와 미국의 새로운 진로를 예상하려면 대통령후보 트럼프와 대통령 트럼프를 구별해야 한다. 후보 트럼프는 당선을 위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했지만 대통령 트럼프는 현실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당장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도움이 없으면 트럼프의 공약은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 대외정책의 경우 우방국과의 입장 조율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이 자수성가 백만장자 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개성이 강하다. 이번에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에도 빚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미국 의회나 공화당 주류와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를 움직이는 힘은 그에 대한 정치적 지지와 4년 뒤의 선거다. 대통령 트럼프는 당선의 일등공신이자 정치적 기반인 미국 백인 중산층의 편에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들은 세계화에 반대하고 신기술을 두려워하며, 돈이 더 많이 드는 환경보호에는 관심이 없다. 미국 정부가 소수자에 대한 우대 조치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복지가 축소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돈이 안 되는 세계 문제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하며 해외 미군 주둔은 정당한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거 유세 기간에 트럼프는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러스트 벨트(Rust Belt, 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제조업 지역)를 돌면서 수입차에 40% 관세를 물려버리겠다고 공약했다. 당장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무역협정’을 표방하며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이미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겠다고 외쳤다. 또한 값싼 아시아산 상품의 미국 시장 진출을 규제하기 위해 중국과 한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제재를 천명했다. 심지어 애플에 미국 내 공장을 세우라고 몰아붙였다. 이같은 공약의 가시적 성과를 위해 대통령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와 통상 마찰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월드’의 명암

트럼프의 대외정책도 미국의 이익(America first)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될 것이다. 당장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비용청구서를 재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과 유럽에서 미군 철수 및 재배치가 구체화할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과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더 이상 한국과 유럽 국가를 공짜로 보호할 수 없으며 이들 국가가 안보비용을 더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아래 있는 발트해 국가들조차 앞으로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공격하더라도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우방인 유럽 또한 충분한 비용 부담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탈퇴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은 고립주의로 회귀할 것이다. 더 이상 미국의 자원을 미국의 실질적인 이익과 상관없는 다른 나라에 소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선 밑 빠진 독과 같은 중동 분쟁에서 개입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이 중동에 돈을 물 쓰듯이 쓰고도 정작 얻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시리아 내전 개입은 중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리아는 이제 러시아가 후원하는 아사드가 다시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중동에서 전통적으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도 악화될 것이다. 공화당은 미 본토에서 벌어진 테러 희생자와 유족이 해당 테러리즘을 발생시킨 국가에 책임을 묻는 ‘9·11테러 소송법’을 지지한다. 그런데 9·11 테러범의 대부분이 사우디 출신이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러한 사우디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소송을 걸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또 다른 맹주인 이란과의 관계도 악화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이란 핵 합의’에 대해 트럼프는 부정적이다. 물론 이란 핵 합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과한 것으로 미국이 혼자 폐기하고 다시 협상할 수는 없지만 미국과 이란 관계도 악화될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우방국인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확고해 보인다.

트럼프 당선으로 가장 고무된 나라는 러시아다. 푸틴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한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러시아의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 트럼프는 개인적으로도 푸틴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에도 부정적이다. 대신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주장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지금 러시아는 거의 축제 분위기다.


푸틴과 ‘중국 고립화’ 합작?

러시아의 유럽대외정책연구소 드미트리 소스로프 부소장은 트럼프의 미국과 푸틴의 러시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을 맺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미국의 처지에서 가장 큰 적국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가 미국과 합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또한 국경을 맞댄 중국이 잠재적 적국이다. 유라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려면 급성장하는 중국을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미국과 러시아가 대결이 아니라 중국 견제를 위해 협력을 추구한다면 전후 국제 질서는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베트남전 실패 이후 닉슨 대통령은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오바마는 푸틴의 적극적인 대외정책에 맞서 유럽에서 NATO 확장 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미국의 실질적인 주적(主敵)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바뀌면 미국의 세계 전략은 러시아와의 협력도 가능해진다.

이미 시리아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협력해 IS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러시아가 미국 편을 들어준다면 중국 견제는 훨씬 용이해진다. 러시아는 미국과 협력하는 대가로 일본과 한국에 가스와 전기를 팔 수 있으며 철도도 연결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8년 동안 추진한 동북아와 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중국 견제’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로 요약된다. 이 정책의 목표는 더 이상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가가 될 경우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거부, 중국을 배제한 TPP 경제 블록의 결성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당장 미국은 TPP 가입을 거부할 예정이며, 반면 미국의 이익이 보장된다면 중국이 주도하는 AIIB도 기꺼이 가입하겠다는 자세다. 그동안 적대적이던 러시아와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어디로?

트럼프가 중국에 적대적인 이유는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크게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고 무역에서도 공정한 국제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중국은 미국에다 엄청난 상품을 쏟아붓는데, 미국이 중국에다 수출하는 상품은 없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기업이 7만 개가 넘는다.

트럼프는 현재 35%인 법인세를 15%로 내려 중국으로 간 기업들을 유턴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통상 마찰과 외교적 충돌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트럼프는 한국에 대해서도 가혹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발효 중인 한미 FTA 재협상의 가능성은 낮지만, 제조업에 대한 관세율 확대, 슈퍼 301조와 반덤핑 강화 등을 통한 보호무역주의의 물결이 한국에도 몰아닥칠 것이다. 쇠고기 등 농산물에 대한 추가 수입 요구도 거세질 것이다.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미국은 한국을 중국과 마찬가지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환율 슈퍼 301조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3년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의 6%를 넘어서 중국, 이스라엘, 대만과 함께 1차 조사 대상 국가로 선정됐다.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한국 부품이 들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통상 압력은 보다 거세질 것이다.

한국으로선 향후 미국 정부가 몰아붙이는 무역 공세에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과의 공동 대응 방안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는 자칫하면 미국의 불만을 고조시켜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슈를 점화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기보다 생산주기의  마지막에 있는 제조업을 미국의 전통적 제조업 중심지인 중서부로 이전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미국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 한국이 제공하는 일자리가 증가하면 미국과의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감세를 동시에 추구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가 부채를 증가시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량도 줄어들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백색가전(전자제품), 휴대전화 산업 등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는 전 세계 GDP의 약 25%를 차지한다. 그런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한다는 것은 세계경제의 총구매력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세계경제의 전체 구매력이 줄어들면 세계 경제가 저성장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경제적 측면에서 한 가지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트럼프가 향후 10년간 1조 달러(약 1167조 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교통 인프라 보완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투자하겠다고 한 것이다. 주요 프로젝트는 고속도로, 교량, 터널, 공항, 미래형 철도 등인데 1930년대 대공황기 뉴딜 정책을 연상케 한다. 대규모 인프라 토목과 건설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그나마 위안이 된다.  

트럼프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보조금을 줄이고, 석유산업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리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는 기후변화 자체를 믿지 않는다. 미국은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파리 기후협정을 파기할 것이다. 대신 트럼프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위해 미국 내 석유 채굴을 늘릴 것이다. 미국이 석유 탐사와 시추를 늘리면 유가가 폭락해 한국의 원자재 수입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방위비 부담 갈등

트럼프의 집권은 한국 경제는 물론 안보에도 충격파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수십 년간 지속된 한미방위조약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미국이 더 이상 한국에 대한 방위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절반에 달하는 9억 달러를 매년 지불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전액을 부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한국이 전체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며 한국은 스스로를 방위하기 위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현실성 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의 핵 보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라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목적은 한국에다 최대한의 방위비를 떠넘기는 데 있다. 방위비 압력은 한미동맹을 비용이 적게 드는 동맹으로 재조정하기 위해서다. 트럼프에게는 동맹국의 안보보다는 미국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의 미국이 주한미군을 전면 철수하진 않겠지만, 대외전략의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을 경량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하거나 그 기능을 보조적 역할로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여러 가지 대응전략을 다각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전면적 미군 철수에서부터 부분적 철수, 그리고 현상 유지에 따른 방위비 분담액의 증액에 상응하는 협상 시나리오를 갖춰야 한다. 먼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한국이 부담하는 50% 기타 부담액 등을 정확히 설명해서 트럼프와 미국을 납득시켜야 한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 카드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에 대한 협상은 현행 협정이 종료되는 2018년부터 이뤄진다. 트럼프는 방위비를 앞세워 한국에 미국산 무기 구입을 늘리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방위비를 100% 한국이 내든 아니면 적정 수준으로 부담하든 한국은 막대한 방위비를 추가로 내는 이상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전액 부담할 경우 일본과 같은 핵 재처리 시설을 간접적으로 인정받는다든지, 아니면 핵 잠수함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내걸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자주국방의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국으로선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와 주고받기 협상을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韓 ‘외교 패닉’ 우려

트럼프의 대북정책 변화도 한국 안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하겠다고 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을 암살하겠다는 둥 협상과 대결이라는 양면 전략을 구사했다. 트럼프는 클린턴과는 달리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라는 조건을 내걸지 않고 북한과 직접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제재’를 순차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트럼프는 지금까지 북미관계를 미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북한 문제를 결론지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중국의 고립을 극대화하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하고 북한 핵 개발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북한이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협력하면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고립이 심화된다. 반면 중국을 통해 북한 핵 문제해결을 시도한 한국은 외교적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선(先)비핵화 후(後)대화’ 기조를 고수하며 물밑대화를 거부하고 오직 대북 압박에 ‘올인’했다. 한국을 배제한 북미 간 대화는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구경꾼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한국도 이제부터 북한과의 대화를 일정 부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미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은 핵 개발을 추진 중인 북한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트럼프는 효용성이 실종된 경제제재보다는 힘의 과시를 통해 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사실 트럼프가 미국의 압도적 무력을 과시할 자리는 마땅치 않다. 중동은 복잡한 정세로 미국이 다시 개입할 수 없다. 동유럽과 구소련 지역은 이제 잘 지내야 하는 푸틴의 앞마당이다. 반면 북한 김정은은 이미 세계의 문젯거리로 낙인찍혀 있기에 북한이 5차, 6차 핵 실험을 한다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에 나선다고 뭐라고 할 국가가 없다.  

미국은 지상군 파견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김정은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행동으로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과의 극단적 마찰을 꺼린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는 중국이나 국제사회를 무시하고 일방통행 식으로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를 꺼리지 않을 것이다. 레이건 정부가 극단적 봉쇄를 통해 소련을 붕괴로 몰아갔듯이 트럼프도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를 통해 반세기 이상 끌어온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민간인 疏開 훈련의 의미

북미 간에 어떠한 식으로든 무력 대결 상황이 빚어진다면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나 절체절명의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무력제재를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없는 북한은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이나 한국을 상대로 반격에 나설 것이다. 11월 14일 주한미군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미국 국적 민간인들의 소개(疏開) 훈련을 실시했다. 실제로 주한미군 가족 수십여 명을 헬기에 태워 일본으로 후송하는 작전을 실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진보와 보수 중에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한국의 안보적 가치와 경제적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반도를 안정화하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한국은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이며,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을 억제하고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혈맹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한반도를 새롭게 바라보는 트럼프에게 한국은 전략적으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는 한국이 공짜 안보를 누리면서 미국 시장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한국보다는 북한이나 러시아와 손잡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한국의 국가 안보가 벼랑 위에 올라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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