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문재인_겉과 속 다르다’ 불신 확산, 안철수_집토끼 챙기다 산토끼 놓쳐, 이재명_‘하야 투쟁’ 선점해 대약진, 박원순_‘너무 계산적’…인격 논란, 손학규_책임총리 덥석 물었다 굴욕

‘하야 정국’ 野 대선주자 득실성적표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6-12-06 13: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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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회가 왔다. 대권을, 예정보다 일찍, 잡을 수 있다. 누가 수혜자가 될까. 누가 이 기회를 낚아챌까. 그러나 발 한번 잘못 담그면 대선 판에서 나가떨어질지 모른다. 민심이 요동치는 가운데 야권 대선주자들은 어떤 꿍꿍이속이며,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
    이재명 성남시장은 야권 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이에 질세라 하야 요구에 힘을 실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거들고 나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모호한 스탠스다. 국군통수권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하야를 입에 올리진 않는다.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미 국민이 박 대통령을 탄핵했다면서 2선 후퇴를 요구할 뿐, 하야란 단어를 쓰는 것엔 신중하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야와 탄핵 주장을 참고 있다고 언급한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국민의 탄핵과 하야 요구가 정당하다면서도 “뜨거운 국솥 옮기듯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대선 판에서 자신의 위상에 따라 정밀하게 계산된 발언을 내놓는 듯하다.

    한국갤럽의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11월 11일)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9%,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 10%, 이재명 성남시장 8%, 박원순 서울시장 6%,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 6% 순이다. 그다음이 아마도 안희정 충남지사일 것이다(한국갤럽 10월 14일 조사 결과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은 4%였다).

    추세를 보면, 지지율이 가장 가파르게 오른 사람은 이재명 시장이다. 1개월 사이 3%포인트 상승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각각 1%포인트 상승했다. 박원순 시장은 변화가 없었고, 새로 조사 대상에 편입된 손학규 전 고문은 6%로 나왔다. 손 전 고문도 정계 복귀 이후 상승세를 타는 것으로 보인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인기

    이재명 시장은 왜 하야를 선제적으로 들고 나섰을까. 많이 얻기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후발주자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산토끼(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는 당분간 놔두고 일단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큰 집토끼(진보 성향 유권자)를 더 많이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요즘 진보 세력에서 이 시장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그들의 ‘반(反)박근혜 정서’를 속 시원히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중도 세력과 보수 세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이 시장에 대한 지지가 더 확산될 여지가 없지 않다. 물론 강성 진보 이미지 때문에 제약이 없진 않을 것이다. 이 시장은 당분간 진보 세력 내의 태풍으로 존재할 듯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왜 하야 주장을 망설여왔을까. 누구보다 선명성을 강조해온 그이기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 전 대표는 진보 세력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지율 1위 대선주자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사실상 오너로서 조직적 기반이 누구보다 탄탄하다. 이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외연 확장이다. 2012년 대선 득표율 한계치 48%를 극복해야 한다. 50%를 넘어서는 게 목표다. 당연히 산토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는 여전히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의심 가득한 눈으로 본다. 의심의 근원은 두 가지다. 첫째, 종북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이 김정일의 의중을 물어본 뒤 유엔 인권결의에 기권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장관의 주장은 이 의심을 더 키운다. 둘째, 나라를 다스릴 만한 수권 역량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중도 세력과 보수 세력은 극단적 처방을 꺼린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하야와 같은 비상시국을 싫어한다. 중도보수로 표를 확장해야 하는 문재인이 신중론을 펴는 이유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다. 중도보수 진영이 ‘문재인이 변했다’고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권 역량도 여전히 의문이다. 그는 이들에게 더 많은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이 대목에서 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다. 책임총리와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했다가 여당이 받아주니 거부했다.



    ‘반반 전략’의 함정

    그러다 보니 ‘표심(票心) 획득이 필요해 신중론을 펴는 척하지만 내심은 하야를 주장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에 대해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평판이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다. 그는 반반 전략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유교에서 중용은 양비론이나 양시론이 아니다. ‘해법이 명확한 중용’이 문 전 대표에게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재명 시장 다음으로 하야 대열에 합류한 진짜 이유는 이 시장과 같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총선 리베이트 사건으로 지지율이 한 단계 떨어진 이후 장기침체 상태다. 빨리 벗어나야 한다. 당장은 진보 세력의 지지를 다시 끌어모으는 게 우선이다. 호남에서조차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쫓기는 처지라서다. 산토끼를 돌볼 겨를이 없다. 그래서 하야를 주장하는 강경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강철수’일 때 지지율이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때가 그랬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도 ‘강철수’ 이미지로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려보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그러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집토끼는 이미 문재인 전 대표가 선점한 까닭이다. 그나마 남은 집토끼는 이재명 시장이 가장 먼저 하야를 치고 나와 재빠르게 차지했다. 안 전 대표는 차라리 산토끼 잡기에 주력했어야 했다. 중도 세력과 보수 세력이 급속하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 세력은 하야에 신중하다. 하야를 하더라도 ‘질서 있는 하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그런 점에서 안 전 대표도 ‘해법이 명확한 중용’ 전략을 취하는 게 좋았다. 문 전 대표가 갈피를 못 잡고 헤맬 때 안 전 대표가 이렇게 했다면 이탈한 중도보수 세력 대부분을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안 전 대표는 회군하지 못한다. 하야를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그의 이런 행보는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충분한 동의를 못 얻고 있다.



    안철수 등에 또 업히지만…

    박원순 시장도 안 전 대표 못지않게 마음이 급하다. 결국 다시 안철수 등에 업히기로 한 것 같다. 11월 9일 박 시장은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 하야를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아름다운 양보’ 이후 5년 만이다. 박 시장은 이후 홀로서기를 시도해왔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여야 통틀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지지율이 하락한 뒤 정체 상태다.

    홀로서기가 실패로 귀결된 지금, 그로서는 다시 안철수의 힘을 빌려 재기를 모색할 요량인 듯하다. 그 역시 1차 목표는 집토끼 확보다. 당분간 강경론을 펴지 않을 수 없다. 협력적 경쟁으로 안 전 대표의 손을 잡고 일정 수준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다음 홀로서기에 재도전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수가 훤히 읽힌다는 점이다.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장이 된 이후, 그가 안 전 대표를 어떻게 대해왔는지는 온 국민이 안다. 그래서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머리는 좋은데 너무 자기 계산이 빠른 사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정치적 계산 이전에 인격에 관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비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발빠른 정치적 행보를 보여도 지지율 반등은 없을 것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은 이번에도 정답을 말했다. 지난 대선 때의 ‘저녁이 있는 삶’이 그러했듯 이번에 정계에 복귀하면서 내건 ‘제7공화국’도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참 좋은 말이었다. 그런데 역시 묻히고 말았다. 차라리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에 복귀하면 어땠을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선택한 정계 복귀였지만 타이밍은 딱 들어맞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은 정·관계는 물론 문화예술계까지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최순실 무리가 문화예술계를 초토화하는 동안 소문 한 토막 못 들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관계 선후배나 문화예술계 지인 중에 그런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었느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손 전 고문의 인맥은 허당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인맥이 넓긴 하지만 깊진 못하다는 뜻이다. 이런 인맥으로 거사를 치를 순 없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요구한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면서 손 전 고문을 책임총리 후보 3인 중 1인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손 전 고문은 책임총리로 추천받았다는 이야기가 불거진 뒤 사실상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물론 ‘여야 합의로 과도정부로서 거국적 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다. 그러나 전제조건은 사족이다. 손 전 고문은 책임총리 자리를 수용할지 말지의 문제를 너무 쉽게 넘어갔다.



    김부겸 책임총리論

    그런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책임총리로 내정함으로써 손 전 고문은 굴욕을 당했다. 보기 민망할 정도다. ‘책임총리 받으실 거냐’는 물음에 대해, 차라리 강진토굴에서 하산하기 전처럼 소이부답(笑而不答)했어야 했다. 여야가 합의 추대할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정보력뿐만 아니라 정치력도 부족하다면, 손 전 고문의 대권 도전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중도보수 세력이 부동층이 됐으므로 중도 이미지의 손학규는 좋은 기회를 만난 셈이다. 그러나 타이밍이나 정교함이 떨어져 극적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 전 고문이 지지부진한 틈을 노린다. 안 지사는 일관되게 외연 확장을 추구했다. 산토끼를 잡을 역량을 보여주면 집토끼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계산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다 막판 스퍼트로 따라잡겠다, 문 전 대표가 악재로 탈락 위기에 처하면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안 지사가 하야 신중론을 택한 이유다.

    김부겸 의원은 동진(東進)전략의 선두주자다. 최순실 게이트로 부산·경남은 물론 대구·경북 표심까지 새누리당에서 이탈하는 중이다. 김 의원이 이들 산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그는 집토끼까지 획득할 수 있다. 손학규 전 고문이 책임총리로서 신선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야권 책임총리 후보로 김부겸 의원이 거론될 수 있다. 책임총리가 되면 차기 대선을 포기해야 할지 모르지만, 김 의원으로선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새누리당 전략가들은 ‘강성 친노’인 이해찬, 유시민만큼이나 김 의원을 책임총리감으로 꺼린다. 그가 책임총리가 되면 여권의 영남 기반이 더 흔들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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