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중국 신장자치구 르포 下

중앙亞 일대(一帶) 엮어 경제·정치 ‘두 토끼’ 몰이

  • 카슈가르=모종혁 | 중국전문 칼럼니스트

    입력2016-11-18 11:11:4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돈, 사람 빨아들이는 블랙홀 ‘국제변경합작구’
    • 호르고스 인구 9만 중 2만은 2~3년 내 유입
    • 8개국 국경 맞댄 신장에 ‘제복 안 입은 군사조직’
    • 우루무치 1인당 GDP 7만4000위안(中 평균 4만9000위안)
    “날마다 국경을 넘어 몰려오는 카자흐스탄인들 덕분에 장사가 아주 잘되죠.”

    중국 신장(新疆)자치구 서북단에 위치한 호르고스시의 국제변경합작구(國際邊境合作區). 규모가 가장 큰 중야(中亞)면세센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무라티-라디나 부부는 소수민족인 카자흐족(哈薩克族)이다. 카자흐족은 몽골과 터키 혈통의 혼혈이다. 2010년 현재 전체 인구는 146만 명으로 중국 소수민족 중 17번째로 많다. 신장에만 사는데, 주로 알타이(阿勒泰)산맥과 톈산(天山)산맥 북부에 거주한다.

    카자흐족은 카자흐스탄 주류 민족과 뿌리가 같다. 무라티는 “카자흐스탄의 표준어와 카자흐족의 언어는 95% 이상 같아 두 민족 간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무라티가 다루는 품목은 트렁크에서 손가방까지 다채롭다. 가격도 20위안(약 3400원)대부터 600위안(약 10만2000원)까지 다양하다. 무라티는 “카자흐스탄에서도 가방을 생산하지만 중국처럼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



    하루 방문객 1만6000명

    가방가게 옆에선 아내 라디나가 의류를 판다. 라디나는 “여름철 카자흐스탄 남성들은 스포츠웨어를, 여성들은 캐주얼웨어를 선호한다. 활동하기 편하고 빨래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변경합작구에서 히잡을 쓴 카자흐스탄 여성은 라디나 말고는 보기 힘들었다.

    호르고스 국제변경합작구는 2012년 4월 문을 열었다. 총면적 528㏊ 중 343㏊는 중국 땅, 185㏊는 카자흐스탄 땅이다. 국경선이 합작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셈. 이 때문에 상인과 방문객 모두 여권을 소지해야 이 지역에 들어갈 수 있다.

    2004년 9월 중국과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제변경구 설립 협정을 체결했다. 취지는 △양국 간 국경무역 및 경제협력 활성화 △수출 지향의 산업체계 발전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 유치 촉진. 중국 주도로 240억 위안(약 4조800억 원)을 투자해 부지를 닦고 비즈니스센터, 면세센터, 부대시설 등을 세웠다.

    뒤이어 두 나라는 특별조치를 시행했다. 먼저 모든 이에게 국제변경합작구 내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했다.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최장 10년간 토지사용료를 면제하고 각종 세제지원 혜택을 줬다. 또한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민은 30일간 무비자로 출입이 가능하게 했다. 지난 8월 이곳을 방문했을 때 만난 카자흐스탄인 멘디달니는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호르고스에 와서 각종 휴대전화 액세서리를 사간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번호판을 탄 차량도 쉽게 볼 수 있다. 가깝게는 자르켄트(Zharkent)에서, 멀게는 알마티(Almaty)에서까지 달려와 국경을 넘는다. 멘디달니도 알마티에서 왔다. 그는 “매일 밤 알마티에서 출발하는 침대버스를 타면 아침에 호르고스에 도착한다”면서 “세관 검색이 까다롭지만 가져가는 물품의 중량이나 종류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차장 한쪽에서는 버스를 통째로 빌려서 국제변경구를 방문한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짐을 카자흐스탄 내 각 도시로 보내주는 택배회사들도 성업 중이다.



    ‘도시 속의 도시’

    지난 3월 호르고스 시정부가 발표한 통계공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변경구를 찾은 방문객은 366만 명에 달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하다 올해 6월 1일부터 개방시간을 14시간으로 늘렸다. 그 뒤 하루 평균 방문객이 1만6000명으로 늘어, 올해 상반기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제변경구를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직수출된 화물은 1463만8400건에 달했다. 덕분에 호르고스의 대외무역액은 120억 달러(약 13조7200억 원)에 이르렀다. 2010년 30억 달러의 4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국산 제품은 제조업이 취약한 카자흐스탄에서 인기가 높다. 의류, 생활용품, 전자제품, 기계부품 등 온갖 상품이 국경을 넘어간다. 국제변경구 관계자는 “올 초까지 26개 기업이 투자를 마쳤거나 진행 중이고 3200개 상점이 입주했다”면서 “1~2년 내에 24시간 입출입이 가능해지면 입주하는 상점과 방문객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르고스 시정부는 여권이 없는 중국인에게 임시통행증도 발급한다. 숙박까지 가능한 24시간 입출입체제가 가동되면 국제변경구는 독립적인 도시 기능을 갖추게 된다.

    ‘도시 속의 도시’ 국제변경구 덕분에 호르고스는 변경(邊境)이면서도 연해지방 못지않게 성장했다. 인구는 ‘생산건설병단’과 가족을 포함해 8만7000명인데, 이 가운데 2만여 명은 일자리를 찾아 최근 2~3년간 유입된 외지인들이다. 한족이 71.7%를 차지하는 데 반해 원주민인 카자흐족은 9.7%에 불과하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34억6300만 위안(약 5900억 원)을 달성했다. 1인당 GDP는 3만9995위안(약 680만 원)으로, 신장 전체 평균(4만34위안)과 맞먹는다.

    이런 눈부신 성장세에 기대를 걸고 조선족 대건국(代建國) 씨도 호르고스로 이주했다. 대씨는 대륙 반대편 헤이룽장(黑龍江)성이 고향이다. 2년 전 쥐펑(聚豊)무역회사에서 한국 상품 전문점을 관리할 매니저를 구하는 광고를 보고 하얼빈(哈爾濱)에서 찾아왔다. 그가 일하는 쥐펑 매장은 한국에서 직수입한 각종 상품을 판매한다.

    “하얼빈에서 우루무치(烏魯木齊)까지 여객기로 7시간 반, 우루무치에서 호르고스까지 기차로 11시간 반 걸려 왔다. 지난해 8월에 문을 연 매장이 성황이라 선택에 후회는 없다. 구매자의 90% 이상은 중국인으로 화장품이 가장 많이 팔리며, 전기밥솥과 주방기기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생산건설병단 파워

    중국 정부는 신장 개척과 지배를 위해 중앙정부 직속으로 병단을 운영했다. 2014년 말 현재 병단에는 14개 생산건설사단이 있다. 각 지역과 도시마다 골고루 배치된 병단원 273만 명은 신장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한다. 각 사단은 독립적인 농장과 목장, 건설업·공업·상업 기업, 교통운수업체 등을 경영한다. 심지어 교육기관과 연구소, 예술단, 신문사, 방송국, 출판사, 스포츠구단 등도 운영한다. 이처럼 전 분야에 걸쳐 독자적인 체계와 조직을 갖췄다.

    무엇보다 병단의 경제력에 주목할 만하다. 병단의 지난해 총생산은 1934억 위안(약 32조8700억 원)으로 전년대비 12.3% 증가했다. 신장 전체 GDP가 9324억 위안(약 158조5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8.8%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인구를 감안하면 병단의 실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엿볼 수 있다.

    병단은 민·관·군을 한데 묶은 ‘제복을 입지 않은 군사조직’이나 다름없다. 중국 정부는 병단원의 90% 이상을 한족으로 구성해 운영한다. 소수민족도 병단원으로 받아들이긴 하지만, 위구르족이 신장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을 비춰보면 그 숫자는 극소수다.

    그간 서북부라는 지리적 위치, 병단의 절대적인 지위, 위구르족의 끊임없는 분리독립 움직임 등으로 인해 신장에 대한 외국 기업 투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50개 외국기업이 8억5700만 달러(약 9800억 원)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으로 투자된 금액은 4억5300만 달러(약 5200억 원)에 불과했다. 중국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평소 우루무치 시내 곳곳에선 테러에 대비해 무장경찰이 장갑차를 세워놓고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공공기관, 상가, 백화점 등을 출입할 때는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

    이처럼 긴장된 분위기에서도 경제활동은 활발하게 이뤄진다. 지난해 우루무치의 1인당 GDP는 7만4000위안(약 1260만 원)으로, 중국 전체 평균(4만9351위안, 약 840만 원)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연해지방과 달리 부동산시장이 안정돼 지난해는 아파트 분양가가 2% 떨어졌다. 시민들은 어느 도시보다 왕성한 소비생활을 구가한다. 지난 8월 필자가 찾은 한국 제품 전문 매장 한국성이 그런 현장이다. 한국성은 3000여 개 점포가 입주한 화링무역상가 6층에 있다.



    “잠재력 큰 블루오션”

    한국성 매장은 외진 곳에 자리 잡았지만 한족과 위구르족이 쉴 새 없이 방문했다. 샴푸와 보디케어 제품을 고르던 리징(여) 씨는 “한국산은 중국산보다 품질이 뛰어나다”며 “이곳은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고 100% 한국산이라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영 한국성 사장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이 중국산보다 2배 가까이 비싼데도 꾸준히 잘 팔린다”며 “고객 비율은 우루무치의 인구 비율처럼 한족과 위구르족이 7대 3을 이룬다”고 밝혔다. 코를라(庫爾勒)에서 찾아온 한 위구르족 여성은 “위구르족에게 한국 상품은 아주 인기가 높다”고 했다.

    최상영 사장은 2003년 중국으로 건너와 선양(瀋陽)에서 사업하다 2009년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우루무치로 이주했다. 한국성에 400만 위안(약 6억8000억 원)을 투자해 400㎡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며 직원 8명을 고용하고 있다. 최 사장은 “TV홈쇼핑 2개 채널에도 납품하고 커피전문점 오픈도 준비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신장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생산돼 도시민의 생활수준과 구매력이 높은 데다 사업 영역을 중앙아시아로 넓힐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인민광장 근처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최평식(54) 사장도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2007년 한족 의사와 결혼한 뒤 우루무치에 정착했다. 초기에 170만 위안(약 2억8900만 원), 지난해에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을 투자해 매장과 제빵학원을 운영한다. 최 사장은 “위구르족은 전통적으로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운 낭(饢)을 주식으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서구식 빵을 좋아한다”며 “주민들이 한국을 무척 좋아해 블루오션이나 다름없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 인터뷰 “러시아 경기침체로 실크로드 관심 집중”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교류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학과장)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1990년 주하이(珠海)대 중국역사연구소에서 석사, 1998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3년부터 단국대에서 재직해왔다. 홍콩 ‘아주주간(亞洲週刊)’ 한국특파원, 홍콩 봉황 위성 시사 프로그램 고정 출연 등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온 중국 전문가다.

    ▼ 중국이 카자흐스탄과 호르고스에 국제변경합작구를 운영하는 등 중앙아시아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중앙아시아는 중국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자원의 보고(寶庫)이자, 중동과 유럽으로 연결되는 요충지다. 중국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수급 및 수송 구도 변화라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앙아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이 매우 중요하다. 홍콩과 마카오가 반환되기 이전에 중국은 이들 지역과 가까운 선전(深圳)과 주하이에 변경특구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호르고스에 국제변경합작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중앙아 국가들과 ‘일대일로’를 앞세워 경제교류와 자원개발을 강화하면 경제적 번영은 물론 정치적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

    ▼ 중국이 신장을 전진기지로 삼아 중앙아시아에서 어떤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나.

    “중앙아시아는 육상 실크로드인 ‘일대(一帶)’의 중심 무대다. 중국은 카자흐스탄과 석유 및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낮은 인건비를 이용한 제조업 기지를 만드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카자흐스탄도 중국의 투자를 받아들여 낙후한 인프라를 건설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려 한다. 특히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해 석유화학, 기계, 정보통신, 대체 에너지 등을 부흥시키려 애쓴다. 가장 큰 협력국이던 러시아의 경제가 침체하면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중국은 신장을 기점으로 실크로드를 복원하려는 정책을 서부지역 개발과 연계해 추진할 것이다.”

    ▼ 일대일로가 신장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중국은 중앙집권적 통치로 소수민족을 강력히 통제했으나 위구르족, 티베트인 등은 분리 독립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신장을 비롯한 지역의 불균형과 도농 격차를 해소해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을 일소하려고 한다. 중국은 신장을 실크로드의 에너지ㆍ교통ㆍ물류 허브로 육성할 예정이다. 이런 정책은 경제와 산업뿐 아니라 주민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신장 지역을 안정시킬 것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