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합편성채널(종편) 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약하다 정계로 진출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종편 패널로 얻은 인지도에 힘입어 배지를 단 게 대표적이다. 이들을 향해 ‘방송을 자기 정치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 90일 전’ 조항이 그나마 자정 기능을 한다.
종편에선 전직 정치인이 시사 프로그램의 패널이나 사회자로 활동하는 양상도 나타난다. 이들은 특정 정파에 소속돼 있던 사람이므로 그 정파의 시각을 대변하기 쉽다. 더구나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민감한 정치 현안을 자주 다루기에 이들의 출연은 방송의 불편부당성과 관련해 의구심을 낳게 한다.
더 고약한 것은 다가올 선거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전직 정치인이 선거와 선거 사이의 시기에 시사 패널로 활동하는 점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뒤 TV조선 ‘강적들’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 활동하는 이준석 씨가 그런 사례다.
유시민 씨는 이런 문제의 정점에 서 있다. 유씨는 JTBC ‘썰전’의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그는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했으며 노무현 자서전의 편저자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재선 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방송에 출연하는 전직 정치인들 중에서도 특정 계파 색깔이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방송에서 비중 있는 자리를 독차지한다. ‘썰전’엔 세 명이 매주 고정 출연하는데 유씨는 그중 한 명이다. 종편 시사 프로그램을 통틀어 그의 발언권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총리 하라면 할 것 같아요”
유씨는 지금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인터넷에선 그를 ‘책임총리’에 앉히자는 청원운동이 일어난다. 그 역시 이런 상황이 싫지 않은 듯하다. 그는 방송에서 “저는 총리 하라고 하면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건만 무르익으면 유시민은 정치에 복귀할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의 생각이다.그는 ‘썰전’에서 소위 ‘사이다 발언’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본질적으로 친노(親盧)의 상징이고, 실제로 그의 방송 발언은 ‘다소 순화된 친노 프레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썰전’은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는 패널이 논쟁을 벌이는 구도다. 유시민 씨의 상대인 전원책 변호사는 정치 경력이 전무하므로 방송의 정치적 중립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유씨는 다르다. 특정 정치계파 측이 공공재인 방송 마이크를 독점해 이 계파의 메시지를 마치 ‘정치와 무관한 작가의 의견’인 양 포장해 전파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시청률보다, 인터넷에서의 즉흥적 평판보다, 훨씬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방송의 정치적 중립’이다. 그러나 몇몇 방송은 이와 관련된 최소한의 금도마저 어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