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고 2학년 때까지 전도유망한 포수였다가 이듬해 투수에게 공을 던질 수 없을 정도의 심리적 공황장애를 겪고 야구계를 떠난 그는 건설 일용직, 호텔 뷔페 서빙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2012년 불펜 포수 제안을 받고 야구장으로 돌아왔다. “투수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는 역할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불펜 포수 5년차. 이제 공 한 개만 받아봐도 투수들의 고민과 심리 상태가 읽힌다. 불펜 포수 자리에 앉을 때면 스스로 ‘투수가 되자’고 주문하는 직업병도 생겼다.
여주형은 불펜 포수로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양 감독의 배려로 그는 정규 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잠실야구장 관중 앞에서 전인권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를 열창했다.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그때 처음 들었다. 그는 “태어나서 가장 떨리던 순간, 야구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였다고 감격해했다.
불펜 포수가 전문적인 스태프 영역으로 인정받았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불펜 포수 출신 1호 코치나 야구해설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선수들의 심리적 변화도 꼼꼼하게 기록한다.
“단지 투수들의 연습 공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과 혼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야구를 넘어 인생을 배우게 된 불펜 포수는 연봉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직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