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아들한테, 대통령이 믿고 하셨나 봐요” <정윤회 부친>

다시 뜨는 ‘정윤회 비선실세론’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입력2016-11-30 17: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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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1월 28일 ‘비선(秘線) 실세’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의 ‘정윤회 문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정윤회 씨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과 모여 김기춘 비서실장 사퇴설 확산을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이 문건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민경욱 당시 대변인은 “시중에 근거 없는 풍설을 다룬 이른바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 나온 내용을 모아놓은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시 ‘신동아’ 취재에 따르면 ‘정윤회 문건’에 나오는 내용은 찌라시에 나온 적이 없다.  

    검찰 수사와 재판은 문건 작성자 및 유출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선에 그쳤다. 정작 문건 내용의 진위는 덮였다.  

    2년여가 지나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실체가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정윤회 비선실세론’도 다시 점화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최순실·정윤회 씨가 각각 박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은 부부였기 때문이다. 1995년 결혼한 두 사람은 2014년 3월 최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해 5월 조정이 성립됨으로써 이혼이 확정됐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 취임 후 약 1년간 두 사람은 부부관계를 유지한 셈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을 거의 원격조종하다시피 한 최고 실세로 판명됐다. 박근혜 정권 초반 1년 동안 정씨는 그런 최씨의 남편이자,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자, 청와대 문고리 비서관 3인을 천거한 멘토였던 셈이다. ‘최순실만큼은 아니어도 그 배우자로서 막후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고 말했다.





    “좀 힘을 많이 받았나 봐요”

    박 대통령은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을 부인해왔다.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오래전에 곁을 떠난 사람(정윤회)과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는 사람(동생인 박지만)이 갈등을 빚고 국정 전횡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씨의 말은 뉘앙스가 좀 다르다. 정씨는 당시 “2007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래 나는 7년간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지난 대선 때도 활동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박 대통령과 접촉한 건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이 나에게 전화를 한 번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오래 전 곁을 떠난 사람”이라는 말과 “대선 후 대통령이 전화했다”는 말이 다소 엇갈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씨가 대선을 도왔기에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은 것 아니겠나. 대통령의 감사 전화를 받은 인사가 극소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윤회의 부친 정관모 씨는 아들이 좀 힘을 많이 받았고 대통령이 아들을 믿고 하셨나 보다고 육성 증언한다. 신임을 얻어서 한참 성장을 해갔다고도 했다. 그러다 최순실 씨의 견제로 정윤회 씨가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 같다고 한다. 이 증언에 따르면 정윤회 씨는 박 대통령의 비공식 측근으로서 어느 정도 활동한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음은 정관모 씨의 육성 증언 내용이다.      


    “약점도 많이 알겠죠”

    “애비(정윤회)가 좀 힘을 많이 받았었나 봐요. 대통령이 믿고 하셨나 봐요, 아들한테. 그리고 얘는 너무 자신을 가졌었나 봐요. 유연(정·최 부부의 딸 정유라 씨의 개명 전 이름)이 에미(최순실)가 보기에는 좀 불안했었나 봐요. 활동하는 것을 조금 억제했나 봐요. 우리 애가 윤회가, 거기서 실망을 한 거죠. 자기가 신임을 얻어서 한참 성장을 해가는데 왜 나를 도리어 대통령한테 그렇게 뭐를 하느냐. 이런 식으로. (…)

    자기 대통령한테 신임, 인정하는 능력의 한계를 인식하게 대통령으로 하여금 인식하게 만들어준 것이 유연이 어미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요. 대통령이 (정윤회를) 인정을 안 하게끔 아주 그렇게 아마 에미(최순실)가 이야기했나 봐요. ‘유연이 어머니가 대통령에게 진언을 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나 봐요. (…)

    윤회는 어느 정도 에미에 대해서 물론 약점도 많이 알겠죠.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 있겠어요? 그렇지만 어느 정도 열등한 것을 느끼죠. ‘대통령이 자기보다는 더 신뢰하고 신임하고 인정하는구나’ 생각하는 거죠.”

    정관모 씨는 서울대 농대를 나왔으며, 옛 사돈인 최태민 씨를 “심령학을 하신 분”으로 설명한다. 정씨는 최순실·정윤회 씨의 이혼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거듭 언급한다. 마치 부부가 박 대통령에게 더 신임을 얻기 위해 경쟁하다 갈등을 빚은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아들이 유연이 에미와 그렇게 된 것도, 대통령께서 그전같이 인정을 덜 하시나 봐요. (기자 : 아드님을?) 예. 그래서 그게 제일 커요. 인정을 덜 하게끔 한 것이 누구냐? (기자 : 최순실 씨?) 예.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얘는 유연이 에미가 뭔가 무슨 이야기를 잘못 드려서 자기에 대해 그렇게 한 것 아니냐. 오해를 해서 이혼한 것이 아닌가. (…)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틀림없이 뭔가 얘(정윤회)에게 뭘 보이셨을 거예요. 그게 벌써 오래됐을 거예요. 이혼은 그게 원인이다. 다른 게 원인이 아니고, 대통령이….”



    날개 꺾인 비운의 실세?

    정윤회 씨를 비선 실세로 지목한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검찰은 2015년 9월 14일 재판에서 오히려 문건의 신빙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문건 내용 전부를 허위로 볼 수 없다”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이 시중의 찌라시 따위를 모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보고하진 않는다” “범죄첩보는 기소 비율이 매우 낮지만, 이는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문건 내용이 허위이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윤회 문건을 처음 보도한 매체는 11월 14일 “이 나라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다라는 말이 오가고 있다고 함”이라는 내용의 정윤회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정씨는 최순실 사태 이후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전 부인이라도) 잘못을 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절대권력을 쥔 아내’에 의해 날개가 꺾인 비운의 비선 실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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