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권말부록

“자부심이 사명감 이끈다”

PART2 Interview - 이근 가천대 길병원장

  • 기획·취재 김진수 기자 | ckey@donga.com

    입력2016-12-14 14: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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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원격의료, 송도 브레인밸리 기반 다져
    • ‘가천지역사회상생봉사단’…대단위 사회공헌활동
    이근(64) 가천대 길병원장은 ‘한국 외상(外傷)의학계의 거목’으로 불린다. 경희대 의대 출신의 일반외과 전문의인 이 병원장은 1985년 이래 32년째 가천대 길병원에 몸담으며 응급실장과 외과과장, 철원 길병원장, 응급센터 소장 및 응급의학과 과장, 진료부원장, 기획부원장, 총괄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한 1996년 응급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대한재난응급의료협회 이사, 대한화상학회 회장 등을 지내며 국내 응급의료 분야를 개척, 발전시킨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다.

    1999년부터 인천서해권역응급의료센터 소장도 맡고 있는 이 병원장은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의무분과위원장 및 선수촌병원장 등 활발한 대외활동도 해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2005), 국민훈장 무궁화장(2016) 등을 받았다.



    응급의학 기틀 마련

    2013년 9월 길병원장으로 취임해 2년여 동안 병원을 이끈 이 병원장은 올해 3월 병원장직에 연임됐다. 길병원의 산증인인 그는 “길병원은 직장이기 이전에 내 젊음과 평생을 바친 곳이자 나의 생명과도 같다”고 말했다.



    ▼ 병원 운영에서 중점을 두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안팎으로 의료 환경이 어렵습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고객의 니즈(needs)는 다양해집니다. 의료기관 간 경쟁도 치열해요. 이런 격랑 속에서 꼼짝하지 않아도 현상을 유지할 순 있겠죠.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 순 없습니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께서 늘 강조하는 ‘바람개비 정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바람이 불어야 바람개비가 돌 듯, 병원 운영에서도 안팎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어떻게 이용하고 리듬을 잘 타서 더욱 잘 돌아가게 할지를 고민합니다.

    특히 최근 의료 영역에서도 크게 주목받는 인공지능(AI) 분야, 페루 국립병원과의 협약으로 수출 길에 오른 원격의료시스템, 송도 브레인밸리 조성 등 앞으로 잘 꾸려나가야 할 대형 이슈가 많습니다. 장기적 과제인 데다, 현재 초석을 다지는 단계여서 기반을 튼튼히 닦으려 직원들과 많이 대화하고 토론합니다.”

    11.7T MRI 개발 단계
    ▼ 길병원 응급의료센터가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올해로 14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내 유일의 기록인데, 비결이 있습니까.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길병원이 그간 우리나라 응급의료 발전에 기여한 바가 무척 크다는 점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응급의료 불모지였죠. 제가 1995년 대한응급의학회 총무이사로 재임하던 때 응급의학 전문의 제도가 만들어졌어요. 1996년엔 제1회 응급의학 전문의 고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후배를 배출했습니다. 이 때문에 길병원 응급실은 모든 면에서 최초였고, 모범적이어야 했지요. 지난 20여 년 동안 국내 응급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는데, 길병원은 하나하나 준비하며 응급의학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리만의 체계와 틀이 더욱 확고히 잡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부심 덕에 의료진도 특별한 사명감으로 응급의료센터를 지킵니다.”

    ▼ ‘핵심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활동 계획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의해 연구중심병원 육성 연구개발(R&D)사업 기관에 뽑히면서 두 가지 분야에서 집중 연구 및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요. 그 하나인 뇌질환 분야에선 11.7T(Tesla,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 쓰이는 자석의 자장 세기) MRI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지난 8월 11.7T 마그넷 발주 계약을 체결했어요. MRI 장비 1대를 개발하려면 우주선을 만들 정도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갖춰야 하니, 이는 곧 한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주선 제작을 선포했다는 의미나 다름없죠. 2009년 설립한 송도 바이오연구콤플렉스(BRC)에 송도 브레인밸리를 조성하고, 여기에 MRI 핵심 부품인 마그넷을 들여와서 가천대 뇌과학연구원과 길병원의 기술력으로 11.7T MRI를 개발할 겁니다.

    나아가 지난 10년 동안 연구해온 7T MRI에 양전자단층촬영(PET), 컴퓨터단층촬영(CT)을 결합한 장비를 송도 브레인밸리에서 제조합니다. 뇌종양 등에 최적화한 차세대 암치료기 A-BNCT(붕소 중성자 포획 치료기) 개발도 송도 브레인밸리에서 진행됩니다. A-BNCT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아직 없어요. 뇌영상, 진단 분야에 관한 모든 기술력이 11월 30일 기공식을 치르는 송도 브레인밸리에 집약될 겁니다.

    또 하나의 연구 집중 분야인 대사성질환과 관련해서도 각 사업단이 국내외 제약사와 견고한 네트워킹을 갖고 신약 개발 및 유효성 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 올해 ‘인천시민 속으로’라는 구호 아래 대대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구체적 계획은.

    “지난 3월 25일 개원 58주년 기념식 때 ‘가천지역사회상생봉사단’을 창단했어요. 기존 사회공헌활동이 부서별로 따로 이뤄지다 보니 효과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상생봉사단을 중심으로 우리가 해오던 사회공헌활동을 하나씩 점검하고 새로운 활동도 기획 중입니다. 한 달 전 개최한 ‘가천 지역사회 상생과 나눔 바자회’가 좋은 사례입니다. 매년 간호부 주최로 10월 4일 ‘간호부 천사데이(day)’를 맞아 바자를 열었는데, 올해는 이 바자를 상생봉사단 주최로 병원 축제처럼 확대해 이 회장을 비롯한 가천길재단 임직원 분들한테서 기증 물품도 받는 등 풍성하게 열었어요.

    또한 지난해 말부터 거의 매월 의료봉사팀이 덕적도, 문갑도, 소야도 등 인천지역 섬 의료봉사를 다녔어요. 과거에 비해 섬 지역 의료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지만, 고령자가 많고 경제적으로도 여의치 않아 뭍에 있는 병원 한번 가기가 사실상 어렵다고들 합니다. 섬 지역 봉사는 앞으로도 이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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