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신동아-채널A 공동기획 ‘新대동여지도’ 기적의 건강밥상

바다의 보양식 전복, 혈관 청소부 낫토

  • 김경민 | 채널A 방송작가 79hyunny@naver.com

    입력2016-12-06 13: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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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식재료는 건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
    • 항암치료 때부터 전복으로 건강을 지켜온 60대 여성의 전복 예찬론, 뇌경색 진단 후 낫토로 반신 마비를 이겨낸 50대 남성의 건강관리법.

    전복

    중국에서 상어 지느러미, 해삼과 함께 ‘바다의 삼보(三寶)’로 불리는 전복은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고 전해질 만큼 예부터 귀한 식재료로 손꼽힌다. 전복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환자나 노인의 보양식으로 좋다. 특히 전복 내장엔 암을 억제하는 후코이단 성분이 있어 암 환자의 회복기에도 권장된다고 한다.

    암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살아 돌아온 뒤, 18년째 전복을 즐겨 먹는다는 김임순(62) 씨의 전복 활용법을 들어보자.

    “왼쪽 가슴에 동그란 게 만져져서 처음엔 이게 뭘까 생각했어요.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 매달리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만지면 조금 아프고 따끔한 느낌은 있었지만 큰일은 아닐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1년쯤 되자 녹두알 만하던 것이 대추알만큼 커지면서 가끔 찌르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


    “어떨 땐 갑자기 대못으로 쑤시는 것처럼 아팠어요. 그러면 팔까지 찌릿찌릿하고 통증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기운이 없어져요.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아 병원에 갔더니 유방암이라더군요.”



    일가친척 중 암 환자가 한 사람도 없었기에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던 김씨로선 진단 결과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과가 잘못 나온 거라며 부정하는 김씨에게 담당의사는 책을 펼쳐 보이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김임순 씨의 유방암은 이 책에 나온 것과 똑같은 종양입니다. 당장은 잘 이해가 안 되더라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금 당장 수술 날짜부터 잡아야 합니다.”

    그날은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왔는지도 모를 만큼 얼떨떨했다고 한다. 남편과 상의한 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아들에게 혹여 마음고생을 시킬까 봐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나중에 남편에게 듣기론, 딸아이가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다더라고요. 엄마가 수술하다 잘못될 수도 있는데, 오빠를 안 보고 수술하는 게 옳으냐고…. 당장 오빠를 부르자는 걸 남편이 겨우 설득했대요. ‘당분간 알리지 말고 우리 둘이서 엄마를 돌보자’고.”

    1997년 11월 11일 김씨는 차가운 수술대에 누웠다. 이미 상당히 전이된 터라 왼쪽 가슴 한쪽을 전부 절제해야 했다.

    시부모가 보내준 전복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엔 음식물을 다 토해서 먹을 수조차 없었어요. 치료받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 힘드니까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고요. 옷을 다 벗고 베란다로 나가 11월의 찬바람을 맞으며 타일 위에서 생선 굽듯 바로 누웠다 엎드려 누웠다 해가며 열을 식혔어요. 그렇게 화병을 삭였습니다.”

    혼자 방에 들어가 울기도 많이 울었다는 김씨. 그럴 때마다 다독여준 사람은 남편이었다.

    “남편을 붙잡고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한테 왜 이런 병이 오느냐’고 서러워했죠. 남편이 ‘왜 밥을 안 먹느냐, 먹어야지’ 하면 ‘그렇게 먹고 싶으면 당신이나 많이 먹으라’고, ‘나는 먹기 싫다’고 투정을 부렸어요. 그걸 묵묵히 받아줬으니 고맙죠.”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엔 아무리 좋은 반찬도 목으로 넘기기 힘들었다. 전남 완도가 고향인 시부모는 며느리가 수술 후 식사를 못한다는 말을 듣곤 전복을 보내왔다.

    “전복으로 죽을 끓여 조금씩 식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면 항암제를 못 맞고 돌아와야 하는데, 전복을 먹은 후 병원에 가면 백혈구 수치가 올라갔어요. 항암제를 맞고 돌아오면 일주일 동안은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전복을 계속 챙겨 먹었죠.”

    당시만 해도 전복은 1kg에 10만 원을 호가할 만큼 귀했다. 그런 전복을 하루에 2~3개씩 먹고, 껍데기도 아까워서 베란다의 항아리 위에 얹어놓았다.

    “힘들 때마다 베란다에 나가 밖을 보는데, 어느 날 전복 껍데기도 끓여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죽을 순 없잖아요.”

    모아놓은 전복 껍데기를 끓여봤더니 쌀뜨물처럼 뽀얗게 우러났다. 그날부터 전복 껍데기 우린 물을 수시로 마시며, 그 물로 밥도 짓고 찌개도 끓이는 등 다양하게 활용했다.

    “전복은 버릴 게 하나도 없어요. 껍데기, 내장까지 다 활용할 수 있어요. 아픈 후에 건강 챙기려면 힘드니까 아프기 전부터 챙겨 드시라고 모두에게 권하고 싶어요.”

    김씨는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고 나서도 꾸준히 건강을 관리한다. 지금도 밖에서 만든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고 손수 해먹는 음식만 고집한다.

    “주변을 보면 수술한 지 16년이 지났는데도 암이 재발해 세상을 떠난 분이 있어요. 암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어서 먹는 걸 특히 조심해야 하거든요. 제가 건강 관리하는 걸 본 사람들은 다 놀라요.”

    빵집을 지날 때면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느라 힘들다는 김씨. 밀가루는 거의 입에 대지 않고 간장, 된장, 청국장, 심지어 홍삼까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

    “건강을 100으로 놓고 본다면 의사는 30%만 봐준다 생각하고, 70%는 내가 직접 관리해야 해요. 요즘 백세시대라는데 꾸준히 운동하면서 몸에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으면 120세까지도 살 수 있겠죠?”


    전복의 효능

    전복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 예부터 보양식으로 쓰였다. 타우린과 칼슘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혈압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전복 내장엔 암을 억제하는 후코이단 성분이 있으므로 내장을 함께 먹는 게 좋다. 다만 전복은 결합조직이 많아 단단한 질감을 지녔기에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은 생것으로 먹기보다 익혀 먹는 게 좋다.


    김임순 씨의 전복 건강밥상

    전복 껍데기 물
    전복 껍데기를 솔로 문질러 이물질을 없앤 뒤 물을 넉넉히 붓고 한 시간 동안 끓인다. 뽀얀 물이 우러나면 식혔다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물 대신 수시로 마신다. 밥이나 찌개 등 각종 요리의 육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복죽
    찹쌀과 쌀을 섞어 불린 뒤 손질한 전복 내장을 넣고 주무른다. 전복 내장과 섞인 쌀을 들기름에 볶다 전복 껍데기 우린 물을 붓고 푹 끓인다. 쌀알이 퍼지면 미리 볶아놓은 전복 살을 넣고 섞어 완성한다.

    전복 내장 볶음
    따로 손질한 전복 내장을 들기름에 볶은 후 양념간장에 버무린다. 전복 내장은 몸이 찬 사람의 경우 생것보다는 조리해서 먹는 게 좋고, 상온에 오래 두면 독소가 생기므로 되도록 빨리 먹어야 한다.


    낫토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를 뜻하는 ‘혈전(血栓).’ 혈전을 방치하면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등이 생겨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낫토는 혈관 속 찌꺼기인 혈전을 녹여 피를 맑게 하는 ‘혈관 청소부’로 잘 알려져 있다. 4년 전 뇌경색 진단을 받은 뒤 낫토를 즐겨 먹으며 반신(우측) 마비를 이겨냈다는 김철호(59) 씨를 만나보자.

    4년 전 어느 날,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던 김씨. 갑자기 손에 힘이 빠지고 발음이 되지 않는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이순신을 발음하려고 하면 ‘이수시’, 한국은 ‘하국’. 이런 식으로 ‘ㄴ’ 자가 발음되지 않았어요. 이상하다, 내가 뭐에 홀렸나?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취한 것처럼 발음이 안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갑작스러운 발음장애

    어떻게 강연을 이어갔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황급히 강연을 마치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선 과로로 인한 신경성 증상인 것 같다며 수액과 비타민을 처방했다. 의사 말을 믿고 안심한 것도 잠시. 금요일에 치료를 받고 귀가했지만 주말 내내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아내 박영옥(57)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월요일 아침에 샤워하다 갑자기 손이 말을 안 듣는다는 거예요. 바로 나와서 글씨를 써보는데 영 못 쓰더라고요.”

    김씨 자신도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병원에 가려는데 오른손에 든 숟가락이 쑥 빠져 떨어졌어요. 예부터 곡기가 끊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그동안 살아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곧바로 달려간 대학병원에선 “밥을 먹다 수저를 놓쳤다”고 하자 양팔을 앞으로 쭉 펴서 어깨 높이로 들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팔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야속한 오른팔은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내려왔다.

    “오른팔이 자꾸 떨어지는 걸 보더니 엄지와 다른 손가락들을 차례로 맞닿게 해보라고 했어요. 약지까지는 닿았는데 엄지와 새끼손가락은 닿지 않더군요. 그걸 보더니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자고 했어요.”

    힘든 검사를 마친 후 듣게 된 결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뇌경색’. 좌뇌 후두부 신경이 1cm가량 죽어서 언어와 행동에 장애가 온 것이라 했다.

    “사업을 하다 보니 평소 일주일에 한 번은 폭탄주를 10~15잔씩 마셨어요. 술을 좋아해서 그런지 10여 년 전부터 고혈압과 당뇨가 있었죠. 혈압 수치는 제일 높았을 때가 250㎜Hg, 혈당은 300㎎/dL가 넘었어요.”

    입원 후에야 술을 즐긴 과거가 후회됐다는 김씨. 양쪽 팔에 3대씩, 모두 6대의 주삿바늘을 꽂고 누워 있자니 이대로 죽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몸 한쪽을 못 쓰는 장애인이 되는가 보다…내게 그런 불행이 왔다고 생각하니 정말 슬펐어요. 병시중을 드는 아내가 하루라도 없으면 마치 오른팔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아내의 빈자리가 크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일주일의 입원치료 후에도 5~6개월 약물치료를 진행했지만, 한번 어눌해진 말과 행동은 그 후로도 3년 동안 계속됐다. 그뿐만 아니라 예전과 달리 작은 일에도 자주 화를 내고, 늘 다니던 길을 지날 때 처음 온 것처럼 반응하기도 했다.

    직접 만들어 먹는 낫토

    “제가 수천 명 앞에서 원고 없이도 강연하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 일이 있은 후엔 사람들만 보면 두려웠어요. 머릿속에선 할 말이 빙빙 맴도는데 입 밖으로 말이 돼서 나가질 못하니 저로선 사망선고나 다름없었죠.”

    현재 전북 군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한 맛집을 운영하는 김씨의 원래 전공 역시 식품과 관련한 것이었다. 병원에선 퇴원 후에도 약을 계속 먹으라고 했지만, 전공을 살려 약 대신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싶었다.

    “식사할 때 매일 챙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뭘까 찾다보니, 낫토가 혈전을 없애는 데 좋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직접 만들어보게 됐죠.”

    재료가 되는 흰콩부터 직접 꼼꼼히 고른 뒤, 삶아서 낫토 종균을 넣고 사흘 동안 발효시키면 집에서도 손쉽게 낫토를 만들 수 있었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낫토를 먹은 지 3개월이 지나자 서서히 몸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고 한다. 혈압과 혈당 수치가 정상에 가깝게 떨어졌고, 밤늦게까지 일해도 피곤함이 덜했다. 어눌한 행동과 발음도 낫토 덕분에 제대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다시금 강단에 선 김씨는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낫토를 직접 만들어 먹은 지 올해로 3년째. 요즘은 낫토 전도사가 돼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직접 만든 낫토를 나눠주기도 한다.

    “제가 정성껏 만든 걸 먹으니 보약이 따로없죠. 이젠 낫토를 생활화해 제가 먹는 음식 중 안 들어가는 경우가 없어요. 낫토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낫토의 효능

    대두가 낫토로 발효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끈적끈적한 점액엔 나토키나제란 효소가 들어 있다. 이 효소 성분은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피브린을 분해하고 혈관에서 혈전이 생성되는 걸 억제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고혈압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나토키나제는 혈전을 녹여 피를 잘 돌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분이므로 수술 전후엔 지혈에 문제가 없도록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김철호 씨의 낫토 건강밥상

    낫토
    흰콩을 3시간 불려 껍질을 벗긴 뒤 중간 불에서 3시간 동안 찐다. 콩에서 갈색이 돌면 낫토 종균 또는 발효된 낫토를 넣고 섞는다. 공기가 통하는 뚜껑을 덮고 전기장판으로 45~50℃ 온도를 유지해 사흘 동안 발효시키면 완성된다.

    낫토 토마토 주스
    낫토 맛이 거북한 초보자를 위한 요리! 토마토 한 개에 낫토 한 스푼을 넣고 갈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낫토 주스가 완성된다.

    낫토 김밥
    낫토는 다양한 요리와 조화를 이루는데, 김밥을 말 때 재료에 낫토를 추가해 낫토 김밥으로 즐기기도 한다. 나토키나제 효소는 열에 약하므로 끓이지 않고 생으로 다양한 곳에 활용하는 게 좋다.


    ※ 이 글은 개인의 체험담으로, 의학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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