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거국중립내각 구성 ➡ 탄핵 ➡ 당 해체”

김무성 前 새누리당 대표의 ‘朴 축출’ 3단계 수순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6-11-23 11: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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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로 벼랑 끝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 그리고 집권 여당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키맨’이다. ‘친박계 좌장’에서 ‘비박계의 리더’로 처지가 바뀐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맞은 김 전 대표의 생각과 선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가 ‘폐족’ 선언을 해야 할지 모를 위기로 빠져든 현실에서 김 전 대표는 당 내에서 자기만의 ‘계보’를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 초기에 김 전 대표는 “너무 확실하고 예민한 문제다. 쉽게 꺼질 일이 아니기 때문에 추이를 보고 있다. 야당의 지적을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신동아’ 11월호)이라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하지만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실태가 언론의 추적으로 드러나고 박 대통령까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한 데다 민심마저 극도로 악화되자 그는 여당 내에서 가장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당적 이탈을 요구하면서 “스스로 탈당하지 않으면 출당(黜黨)시켜야 한다”고 치고 나갔다. 박 대통령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 전 대표는 ‘탄핵’ 카드를 빼들었다. 그는 11월 14일 “대통령이 거리에서 요구하는 대로 ‘하야(下野)’를 받아들인다면 또 다른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기에 헌법 절차에 따라서 할 수 있는 길은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야하란다고 하야하면…”

    탄핵은 국회 본회의 의결 후에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최장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국정 공백이 오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은 신중하게 접근한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기자에게 “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는 탄핵이 유일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한 뒤 박 대통령 탄핵에 들어가고, 또한 새누리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한다”는 3단계 시국 수습 방안을 제시했다.

    ▼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는 대신 국회 주도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요.


    “정파의 계산을 떠나 대통령의 거취와 국정 운영은 헌법에 따라 질서 있게 진행돼야 합니다. 그 누구도 비헌법적 생각을 갖고 편법으로 해선 안 되는 거죠. 햐야는 법에 없는 이야기잖아요. 하야하면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그 짧은 기간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후보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선거를 치르면 그 결과에 대한 불복,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이런 점을 생각할 때 국민이 분노해서 하야하란다고 하야하면 안 되죠.”

    ▼ 하야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탄핵을 하는 게 낫다는 건가요.


    “그렇죠. 법이 있으니 법대로 하자, 이거죠.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할 땐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최순실을 기소할 때 대통령에 관한 혐의 부분이 나오겠죠. 그러면 검찰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또 추가로 특검을 실시하든지 해서 그걸 가지고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하고, 헌법재판소로 가는 절차를 밟아야죠. 그게 다 법에 있는데 법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이 가결되면 당장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됩니다. 장기간 국정 공백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간이 길든 짧든 법대로 해야죠.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대통령을 인정 못하겠다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현재의 황교안 국무총리 체제로 계속 가도 되고, 야당이 그걸 못 받아들이겠다면 여야가 협의해 새로운 내각을 띄우면 됩니다.”

    ▼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 임기 끝까지 가는 내각이 아니라 조기 대선 때까지만 운용되는 한시적 내각이 되는 셈이군요.

    “탄핵을 전제로 하는 내각이죠.”

    ▼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대통령의 ‘2선 후퇴’는 어떤가요. 헌법에 없는 정치적 용어라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하나요.


    “2선 후퇴는 국민적 열화가 빗발치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요구 하니 나온 말이죠. (탄핵 때까지의) 거국중립내각은 몰라도 정권을 넘기라고 하는 건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잖습니까.”


    “그것까진 계산 안 해”

    새누리당의 현재 의석은 129석이다. 산술적으로 여당 의원 가운데 29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야 본회의에서 탄핵이 통과된다.

    ▼ 대통령 탄핵의 경우 300명의 의원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저는 아직 그것까지는 계산하지 않고 있어요.”

    ▼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만으로 탄핵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 새누리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발전적으로 해체해야죠. 일단 당을 해체한 이후에 ‘헤쳐모여’ 하는 거죠.”

    ▼ 당을 해산한 뒤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다시 뭉치는 일종의 분당(分黨) 수순이네요.

    “그렇게 되겠죠.”



    “대통령 패션이 좀 독특하시니…”

    ▼ 당 대표 출신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친(親)박근혜계의 비판도 있습니다만.

    “근거 없는 비판입니다. 당 대표를 했건 안 했건, 뭐든 법에 근거를 둬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습니까. 대표를 했건 안 했건 무슨 상관이 있나요. 다들 법대로 할 생각은 안 하고, ‘몰아내!’ ‘몰아내고 보자’는 거 아닌가요. 몰아내서 오는 혼란은 누가 책임집니까. 60일 이내에 선거를 해야 하는데, 문재인이 되든 누가 되든 상대방이 인정하겠어요? 혼란이 또 생겨요. 질서 있는 퇴진, 그것이 탄핵입니다.”

    ▼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는데, 최순실 씨의 존재를 몰랐습니까.

    “물론 이름은 들었죠. 정윤회와 최순실이 부부였단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정치권에 있나. 정윤회는 비서실장도 하고 중요한 일도 하고 그랬기 때문에 대통령의 ‘어드바이저’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최순실은 혼자 사는 대통령의 살림살이를 돌봐주고 뒷바라지하고, 대통령의 패션이 좀 독특하시니까, 그걸 최순실이 해준다, 말벗이 돼준다, 뭐 이런 소문은 파다했죠. 그런데 국정에 참여하고 농단을 했다는 사실은 감쪽같이 몰랐던 거죠.”

    김 전 대표는 11월 12일 광화문 일대의 촛불 민심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았다. 박 대통령을 질서 있게 물러나게 함으로써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편이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4·13 총선 참패 이후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이 급락한 김 전 대표로선 반등의 계기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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