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고영태 매뉴얼’이 검찰 수사 교본?

최순실 수사 막전막후

  • 특별취재팀

    입력2016-11-18 10: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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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최순실·안종범 공범 구도”
    • “검찰 조직 보호가 우선”
    • 태블릿 PC 둘러싼 음모론 무성
    • 朴, 처벌하기 애매한 일탈?
    ‘통일 대박’ 연설문 등 200여 개의 파일이 발견된 삼성 태블릿 PC. JTBC는 이것이 ‘최순실 씨의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태블릿 PC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가 됐고, 검찰 수사에서도 유력한 범죄증거로 채택됐다. 보도 다음 날, 그리고 일주일 후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씨에게 일부 원고를 보낸 적이 있다” “오랜 인연을 갖고 있던 최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최순실 씨는 ‘세계일보’ 인터뷰와 검찰 조사에서 이 태블릿 PC에 대해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다룰 줄도 모른다”고 거듭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최씨가 이런 태도를 고수하면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JTBC는 이 태블릿 PC가 최씨의 것이라는 근거로 태블릿 PC에 최씨의 ‘셀카’ 사진이 저장돼 있는 점, 문서가 딸의 개명 전 이름(유연)으로 저장돼 있는 점을 들었다. 김모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개통해 최씨에게 제공했다는 게 JTBC의 설명이다.

    검찰도 비슷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 최순실 사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해당 태블릿 PC를 분석한 결과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입수 경위 등 구체적인 사용 정황은 재판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씨의 한 지인은 “최씨는 와이파이도 잡지 못할 정도로 전자기기를 다루는 데 서툴다.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 측으로부터 원고를 받아 본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그 원고를 받은 수단인 태블릿 PC와 그 안의 자료들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부정하는 것이다.



    ‘최씨의 주장이 말이 되느냐’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이 태블릿 PC가 최씨의 것임을 입증할 책임은 최씨를 기소한 검찰에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한 최씨의 주장을 깨뜨릴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JTBC가 최씨의 셀카 사진이라고 한 사진의 경우 옆 사람이 최씨를 그런 각도로 찍어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JTBC가 보여준 이 태블릿 PC 화면에 따르면, 최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이것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JTBC가 질러버린 것”

    “만에 하나 최씨의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측근이 이 태블릿 PC를 썼다면 최씨의 사진이 저장돼 있거나 ‘유연’을 아이디로 쓴 것이 이상하지 않다. 언론이 불충분한 정황만으로 ‘최 씨의 태블릿 PC’라고 질러버린 것 같다. 보도 후 최씨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JTBC는 당사자인 최씨의 입장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최씨의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PC가 최씨의 것으로 인정된다 해도 여기에 저장된 개별 자료들이 최씨의 것이라는 점은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최씨가 박 대통령 측으로부터 어떻게 원고를 받아서 어떤 기기를 통해 수정해 어떻게 박 대통령 측에게 보냈는지를 자백하지 않는 한, 검찰은 이 PC와 그 안의 자료들이 범행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규명해야 한다. 대법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 때 대법원은 ‘해당 PC가 본인 소유라 하더라도, 해킹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e메일에 매일매일 접속해 쓴 글도 본인이 쓴 글이라고 개별적으로 인정해야 법적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태블릿 PC가 최씨의 것인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최씨가 e메일로 대통령의 원고나 휴가 사진 같은 자료들을 직접 내려 받은 과정까지 검찰이 입증해야 재판 때 증거능력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검찰도 태블릿 PC에 있는 파일들이 청와대에서 작성된 것인지, 어떤 경로로 저장됐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를 처벌하려면 태블릿 PC의 취득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JTBC가 입수한 뒤 검찰에 제출하기까지 해당 원고 내용 등 증거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이 법정에서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JTBC는 PC 취득 경위와 관련해 “최순실 씨가 사무실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고 두고 간 것을 확보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휴대가 간편한 자신의 태블릿 PC를 왜 남에게 맡기냐’는 의문이 들지만, 이 방송사는 구체적 취득 장소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최씨 사무실 건물의 한 관리인은 다른 언론에 “태블릿 PC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영태·이성한 안 건드린다?

    해당 태블릿 PC에 PC 소유자가 독일에 갔을 때 외교부에서 보낸 문자가 남아 있는 만큼 이 PC가 독일에 간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PC가 독일이 아닌 한국에서 JTBC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씨의 최측근이다가 최씨와 멀어진 키맨(keyman)들 중 누군가가 이 PC와 관련된 것 아니냐?” “JTBC가 우연히 물건더미에서 집어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제공받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음모론까지 떠돈다. 판도라의 상자 노릇을 한 이 PC가 언론사를 거쳐 검찰에 전달된 경위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최 씨가 PC를 부정하면 검찰이 확인해야 할 사안이 많아진다”면서도 “입증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씨의 e메일, 최씨에게 e메일로 자료를 보낸 청와대 인물의 e메일, PC 등을 다 확인하고 있다. 우려하는 만큼 재판에서 증거 인정 여부가 문제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블릿 PC가 검찰에까지 흘러 들어간 경위는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검찰의 수사 태도를 보면 검찰이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지 드러나는 듯하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상무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순실 씨의 최측근이었다가 최씨와 틀어졌다. 이 두 사람은 언론 폭로의 전면에 섰고 검찰 조사에도 적극 응했다. 고씨는 나중에 부인하긴 했지만 언론에 “회장(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뜯어고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씨는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경위,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K·비덱스포츠 운영 과정, 청와대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 등의 실마리를 풀어줄 얘기를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고영태·이성한 씨를 향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최순실 씨는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5억 원을 달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은 이 협박 사안에 대해서도 수사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수사 도중 필요할 때마다 고영태·이성한 씨에게 협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안종범 공범 구도가 검찰발(發)로 자주 보도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고영태가 만든 매뉴얼’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朴 무혐의 가능성은?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 수사에도 속도를 낸다. 박 대통령은 “수사를 받겠다”고 밝히며 칼자루를 검찰에 넘겨준 상황. 검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혐의 입증부터 발표까지 하나하나가 다 정권에 비수가 될 수 있다. 대충 하면 ‘봐주기 수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판이다.

    검찰 안팎에선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현직 대통령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참고할 만한 전례도 없다. 이론적으로는, 대통령은 재임 중 기소되지 않고 검찰은 공소장으로 말하는 조직이므로, 검찰이 대통령을 수사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금같이 여론이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상황에서 검찰이 굳이 대통령의 편에 서서 배려할 필요가 있겠냐”며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면 공개 소환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의 혐의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몇몇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검찰은 검찰 조직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 검찰은 지금 청와대보다는 야당과 언론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귀띔한다.

    박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일탈행위임엔 분명한데 법적으로 처벌하기 애매모호한 일탈행위 같다”는 말도 나온다. 최순실 씨는 검찰에서 “박 대통령이 연설문과 정책문서를 봐달라고 먼저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도 박 대통령의 지시로 문서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가 담긴 녹취가 나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연설문 등 문서를 최순실 씨에게 유출한 문제의 경우 최종본이 아니므로 관련 법규들로는 대통령을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서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에게 재단 후원을 요청하거나 안종범 전 수석에게 모금을 지시한 정황도 파악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 같은 좋은 취지에서 그렇게 요청하거나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재단의 돈이 최순실 씨 쪽으로 빼돌려질 것을 알면서도 요청하거나 지시한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에서 횡령 등 각종 범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서 “나는 좋은 취지로 시킨 일인데 그렇게 횡령을 하거나 직권을 남용하며 일을 진행하는 줄 몰랐다”고 진술하면 책임이 안 전 수석과 최씨에게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에게 보장된 불소추 특권도 무혐의 처분을 받는 데 유리하다. 박 대통령은 이 특권에 따라 임기 중에는 기소되지 않는다. 또한 박 대통령의 지시가 통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정농단에 관여한 인물들이 박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하더라도 검찰이 다소 이상하지만 통치행위의 일부로 판단하면 무혐의가 불가능하진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반대로, 수사를 마친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확신할 수 있다. 이때 검찰은 박 대통령을 기소하진 않더라도 대통령의 혐의를 특정해 최순실의 공소장 등에 분명하게 적시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의 혐의를 따로 공표하는 방식으로 혐의 내용을 국민에게 알릴지 모른다.



    “야당·언론에 더 신경”

    통상 공인의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은 보도 준칙에 따라 언론에 설명하곤 하는데, 현직 대통령에 대한 범죄 혐의 설명은 곧바로 정권에 대한 규탄으로 비칠 수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의 하야 내지 탄핵 요구를 걷잡을 수 없이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을 검찰청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우리는 박 대통령이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안팎에선 최순실 수사의 ‘역편향’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늘 강한 쪽에 붙어서 기득권을 유지하며, 이런 차원에서 최순실 수사가 현직 대통령에게 불리한 쪽으로 편향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조직을 보호하려는 검찰이 힘 빠진 박 대통령보다는 미래 권력인 야당이나 언론에 더 신경을 쓴다’는 말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95%대 5%의 싸움이다. 그간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고 비난받았는데 이번만큼은 95%의 편에 서서 정권의 잘잘못을 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법조계 인사는 “실제로 박 대통령의 공범 혐의가 보도되고 있다. 검찰에서 흘린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고민이 깊은 듯하다. 다음은 재경지역 한 부장검사의 말이다.

    “검찰이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 및 최순실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을 협박·강요해 돈을 받아내고 민간기업 인사에 부정하게 관여한 혐의가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어서 기소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고 치자. 이건 검찰이 대통령에게 ‘하야하라’고 선언하는 것과 똑같다.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 못지않게 ‘이 수사 결과를 국민에게 어떻게 알리느냐’도 매우 중대하고 민감한 이슈다.”



    “특검이 빈손 되게…”

    큰 사건을 여러 차례 맡은 적이 있는 한 검사장도 “보도 준칙에는 공인의 피의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돼 있는 만큼, 수사팀은 범죄 혐의가 있다면 이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뒤탈이 적다는 것. 다만 이 검사장 역시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죄다 언론에 제공되면 사실상 검찰이 이번 정권을 하야시키는 그림이 될 수 있지 않나. 조사가 끝나면 어디까지 공개할지, 예우 차원에서 누가 발표할지에 관해 대검 간부들이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검찰은 여야가 도입하기로 한 특별검사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 특검팀 규모가 1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임수빈(사법연수원 19기), 이광범(13기), 강찬우(18기) 등 특별검사 후보도 하나 둘 거론된다.  

    그러자 검찰은 부랴부랴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이영렬 본부장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처음 사건이 배당된 형사8부(한웅재 부장검사)뿐만 아니라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 형사7부(정순신 부장검사)까지 동원했다. 이에 대해 “정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처음엔 설렁설렁하다가 특검이 가시화하자 수사에 열을 내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특검의 성공은 곧 검찰의 입지 축소를 의미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특검 가동 전에 최대한 많은 수사 성과를 내서 특검이 더 밝혀낼 게 없게끔 하겠다는 게 검찰의 속내다. 요즘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이는 것도 특검에서 추가로 압수수색을 해서 찾아내는 자료가 없도록 하려는 취지다.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라는 성과를 특검에 넘길 수 없기에 대통령 관련 수사도 서두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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