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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종인·장하성식 경제민주화? 1%대 99% 양극화 가는 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김종인·장하성식 경제민주화? 1%대 99% 양극화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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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국의 ‘약탈적 분배’ 전철 밟아선 안 돼
  • ●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경제적 뿌리
  • ● 주주자본주의가 ‘돈 빼먹기 경제’ 주범
  • ●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쭉쭉 빨아먹을 것
“경제민주화는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함)다. ‘1%대 99%의 양극화’ ‘돈 빼먹기 경제’로 가는 통로 구실을 할 것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11월 2일, 10일 ‘신동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칼을 든 이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는데, 이 칼을 맞으면 한국 경제가 회생 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경제민주화는 시대의 화두 중 하나다. 대선 과정에서도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신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일그러진 시대 화두”라면서 “정치와 정책의 담론에서 경제민주화를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실패로 입증된 정책” “성장·고용·분배에서 다 낙제점” “무(無)역사적, 갈라파고스(galapagos)적 주장”이라고도 했다.



“성장·고용·분배 다 낙제점”

▼ 왜 일그러졌다는 건가.  



“민주화의 대상은 독재다. 우리가 경제독재 아래 사나? 경제독재 탓에 양극화가 일어났나? 재벌이 경제독재를 하나?”

그가 덧붙여 말했다.   

“미국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이 분배·고용에서 참담한 결과를 빚었다. 경제민주화 주장은 미국의 전문경영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포했는데, 미국의 전문경영인은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에 종속돼버렸다.

한국의 경제민주화론자가 지향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미국 경제가 잘나갈 때의 옛 전문경영 체제를 지향한다. ‘주주자본주의’라는 말이 상징하는 현재의 미국 경제는 경영자본주의가 잘나갈 때의 그것과 다르다. 미국의 전문경영 체제는 과거에 성공한 것이지 현재는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경제민주화론은 과거의 미국 모델을 흠모하면서 실패한 미국 모델을 만들어낸 수단을 개혁 방안으로 제시한다.

미국의 현재가 어떤가. 기관투자자가 전문경영인을 완전히 복속시키면서 중산층이 붕괴했다. 1%대 99% 구조가 나타났다. 트럼프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월가에 돈 단지만 갖다줬다’는 후회가 쏟아져 나온다.”

미국 경제의 현재에 대한 그의 분석을 더 들어보자.

“미국 경제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펀드자본주의가 압도적으로 전개되면서 금융투자자의 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식시장 위주의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큰 이익을 본 계층은 금융투자자와 ‘불경한 제휴(unholy alliance)’를 해 스톡옵션을 받은 CEO들이다.

미국 CEO 연봉은 1978년 이후 평균 10배쯤 높아졌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톱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연봉이다. 이들의 수입은 톱 CEO의 10배에 달한다. 이 같은 수입의 상당 부분은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의 형태로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 돈을 빼낸 것이다. 유상 감자라는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된다. 2005~2014년 10년 동안 미국 기업은 벌어들인 경상이익보다 더 많은 막대한 돈(3조6600억 달러)을 외부로 빼냈다(그래프 참조).



“한국 경제에 藥 아닌 毒”

기업의 돈을 외부로 빼낸 후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과 비용을 줄이거나 빚을 늘리는 방법으로 조달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근로자 임금은 생산성 향상에 뒤처졌고, 1990년대 들어서는 미국 근로자가 일본 근로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미국의 중산층이 붕괴한 것이다. 김종인(국회의원), 장하성(고려대 교수)식 경제민주화가 어떤 결과를 빚을지 미국의 전례를 보면 예측할 수 있다.”

‘경제학자 신장섭’의 학문적 성향을 알아두면 이런 주장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신고전학파 경제학’ ‘신자유주의 경제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주류 경제학에서 비켜서 있다. 보이지 않는 손(자유시장)보다 산업정책, 산업금융 같은 국가와 민간의 협력을 강조한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을 캐치업(catch-up, 따라잡기)하는 과정을 20세기 후반의 일본, 19세기 후반의 유럽과 비교한 연구가 유명하다. 한국의 반도체·철강산업을 틀로 삼아 제도와 기술이 캐치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했다.

그의 시각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비슷하다. 2002년엔 장 교수와 함께 ‘Restructuring Korea Inc.’(‘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했다. 장 교수가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at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는 ‘(주류 경제학 탓에) 세계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신 교수의 견해도 이와 같다.

그는 10월 18일 ‘경제민주화…일그러진 화두’라는 제목의 저서를 냈는데 “국회가 김종인 의원 등의 발의로 경제민주화 입법을 논의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경제학자로서 실상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썼다”고 책을 낸 이유를 설명하면서 “미국식 주주가치 경영은 한국 경제에 약이 아니라 독”이라고 강조했다.


왜 트럼프가 당선됐나

“주주가치 경영을 비판해온 윌리엄 라조닉 메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와 헤지펀드의 행동주의에 대해 공동 연구하고 있다. 원래는 라조닉 교수와 함께 영문 책을 낼 계획이었는데, 한국에서 경제민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을 보고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 급하게 한국어 책을 냈다. 국회와 정책 결정자가 경제민주화의 실체를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김종인 의원, 장하성 교수 등 경제민주화론자와 미국의 주주행동주의자는 공통점이 매우 많다. 주주행동주의가 미국에서 크게 실패했는데, 한국에 그 실상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웃사이더이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배한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가 급부상한 것도 이 같은 실패 탓이다.”

▼ 미국 중산층 붕괴가 ‘경제민주화’ 탓이라는 건가.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1%대 99%’ 구도에 대한 좌절감과 불만이 정치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단지 블루칼라 백인뿐만이 아니라 상당수가 화이트칼라 백인 근로자다.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잃거나 일자리가 위협받거나, 역량보다 훨씬 낮은 보수를 받으며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일한다는 생각은 블루칼라는 물론 화이트칼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 등 21세기 지식집약산업에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는 자부심을 갖고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 임금 상승의 사다리가 없어지고 실업의 위협이 상존하게 된 것은 자긍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성공해 임금을 많이 받는 중상위권 엔지니어나 관리자들이 구조조정의 집중적인 대상이 됐다. 이러한 상대적 고임금 근로자에게 가는 비용을 축소하고자 해외로 아웃소싱하거나, 값싼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올 경우 불만은 외국인이나 교역상대국으로 향한다.

1%대 99% 구도에 대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지명 경선자 버니 샌더스는 월가의 금융자본가를 공격하며 사회주의적 경향을 띠는 해법을 제시했다. 반면 공화당의 트럼프는 극우파의 전형적 모습을 보였다. 사회 문제의 적(敵)을 외부에서 찾은 것이다. 이민자와 교역상대국들을 공격했다. 결국 다수 미국인이 미국인 중심의 강한 미국 건설이라는 트럼프의 메시지에 환호를 보냈다.

이번 대선에서 클린턴과 트럼프가 ‘누가 더 나쁘냐’를 두고 경쟁하지 않았나.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골드먼삭스 회장으로 일한 로버트 루빈이 재무장관을 맡아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겸업과 변종 보험상품 판매를 허용한 것이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다. 현 체제를 만든 장본인이 빌 클린턴인 터라 힐러리는 체제를 바꾸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는 좋든, 나쁘든 체제를 흔들 것이라는 기대를 표출한 것이다.”



주주가치 극대화

▼ 미국 경제에 경제민주화라는 낱말을 붙이는 게 낯설다.

“미국의 ‘경제민주화’는 1970년대 이후 전문경영인의 전횡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공격에 사회운동가, 노동운동가, 기업사냥꾼, 기관투자자, 변호사, 학자 등 다양한 세력이 연합했다. 한국의 현재 상황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20세기 초반 대기업의 지분이 분산되면서 전문경영 체제가 들어섰다. 대주주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의 전문경영인은 20세기 중반 미국 경제의 대약진을 일으켰다. 경영자본주의의 전성기 때 미국은 성장뿐 아니라 분배라는 토끼도 잡았다.

전문경영인들은 장기적 안목에서 유보와 재투자(retain and reinvest)의 경영철학을 실현했다. 근로자들은 장기간 안정된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리라는 믿음을 가졌기에 내수 확대가 일어났다. 미국의 중산층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두터워졌다.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앞세운 한국의 기업가들도 그와 비슷했다.  

그러던 미국의 경영자본주의는 1970년대 들어 도전에 부딪힌다. 일본, 서독 등 경쟁국에 뒤지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다각화 투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주주행동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회운동가, 노동운동가, 기업사냥꾼, 기관투자자의 이해가 ‘주주가치 극대화’로 모아졌다.

주주가치 극대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으로부터 돈을 빼내가는 자금유출 창구로서의 주식시장 기능이 대폭 강화됐으며 약탈적 분배와 1%대 99% 구도가 나타났다. 헤지펀드 등은 기본적으로 ‘투기’하는 곳 아닌가. 한국은 미국의 그런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신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면서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외환위기 이전은 ‘융성기’

“미국식 개혁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돈을 빌려준 선진국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한국에는 기업사냥꾼이나 기관투자자 등 개혁을 추진할 민간 세력이 없었다.

주식시장 위주의 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이 전격적으로 집행되는 과정에서 장하성 교수 등 소액주주 운동을 하던 국내 세력도 주주민주주의 세력으로 터를 잡았다. 미국 대기업 경영진의 전횡은 재벌 총수의 독단으로 환치됐다. 비즈니스 그룹에는 선단식 경영이라는 낙인이 찍혔으며 후진적 경영으로 치부됐다.”

▼ 재벌의 방만한 경영이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한국 경제의 거시지표를 보면 ‘암흑기’가 아니라 ‘융성기’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사실상 완전고용을 유지했다. 비정규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1987~1997년 임금 상승률이 연평균 4.3%에 달한다.

1990년대는 경제민주화론자가 주장하듯 옛 발전모델의 모순이 축적된 시기가 아니라 성공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때다. 1991년 대우조선이 창업 후 최초로 흑자 전환했다. 그리고 현대중공업과 세계 1, 2위를 다퉜다. 한국이 조선 1등이 된 때가 1990년대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결실이 언제 나타났나. 현대자동차의 비약적 수출 증가는? 1990년대 아닌가.

외환위기 이전에 성장과 분배가 함께 좋았던 이유는 대기업의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가 결실을 본 것이다. 주주자본주의의 공격을 받은 미국의 경영자본주의 시대처럼 한국 기업은 배당 등을 통해 이익을 주주와 나누거나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놓지 않았다. 기업이 이익을 재투자하니 고용이 늘었고, 근로자의 임금도 계속 올랐으며, 내수도 좋아지고, 분배도 개선됐다.  

외환위기는 금융자유화 등 시스템 전환 과정의 잘못과 동남아 금융위기가 악화하면서 벌어진 ‘사고’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이 어떤 식으로 대응했나.”

▼ 우리의 IMF 구조조정과는 반대로 갔다.

“고금리는커녕 금리를 0%대로 내린 것도 모자라 양적 완화까지 했다.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해 고용을 유지했다. 돈 대주면서 사람 자르지 말라고 호소한 것이다. 외환위기 때 한국은 긴축에 신음하지 않았나. IMF가 요구하는 대로 개혁이 이뤄진 한국 경제는 이후 훨씬 나빠졌다. 앞서 강조했듯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 경제는 성장, 분배, 내수, 고용이 다 좋았다.”

▼ 김종인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거대 경제세력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치권력이 자본권력을 견제해야 ‘자본의 독주’를 막는 것 아닌가.   



‘1%대 99%’ 만든 장본인들

“경제독재의 주체가 과연 누구인가. 김종인 의원 등의 주장은 재벌이 경제독재를 한다는 것인데, 최순실 씨의 K스포츠니 미르재단이니 하는 것을 보면 이놈 저놈 와서 삥 뜯어가는 곳이 대기업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 이사회에 30조 원의 특별 배당을 요구했다. 이렇듯 삼성그룹의 약점인 경영권 승계를 붙잡고 ‘고급 협박’을 하는가 하면 삼성전자 분사 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요구한다. 나스닥에 상장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더욱 쉽게 관철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기업은 약탈적 펀드의 힘에 공포를 느낀다. CEO의 약점을 잡고자 미행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영자들은 싸우기보다는 타협하는 쪽을 선택한다. 기관투자자가 원하는 대로 인수·합병한 후 그 과정에서 돈 빼먹는 것을 방관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입법이 이뤄지면 한국 기업 또한 미국 등의 투기자본에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1%대 99%를 만든 장본인들이 한국에서 더욱 활개 치게 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기업 주주로 들어왔다. 대기업 경영자가 그 사람들 눈치 보느라 투자를 마음대로 못한다. 투자자 눈에 들 만한 투자밖에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공정거래법도 강화됐다. 예전엔 삼성전자에서 번 돈으로 삼성자동차에 투자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막아놨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론자의 주장대로 입법과 정책이 집행되면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되겠나. 재벌의 공백을 기관투자자가 메우게 되는데, 이 사람들이 미국에서 1%대 99%를 만든 주체다. 기업에 딱 들러붙어서 거머리처럼 쭉쭉 빨아먹는다. 먹을 만큼 먹고 다른 데로 옮겨가 또 빨아먹는다.”

▼ 정부와 재벌이 짬짜미하던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건가.

“짬짜미라는 부정적 표현을 사용했는데, 어떤 나라든 잘되려면 기본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잘 협력해야 한다. 한국이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프랑스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했는데 그 결과 해운업 경쟁력이 되살아났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는 게 나쁜 일이 아니다.”


정부와 재벌의 짬짜미

▼ ‘베테랑’이란 영화 봤나. 그 영화에 재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투영돼 있다.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양극화는 재벌 구조 탓이라기보다는 IMF 체제 이후 구조조정이 결정적 원인이다. 재벌은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것이며 가족경영 또한 전 세계적으로 널려 있다. 재벌이 비효율적 체제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각국의 기업을 연구한 결과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는 가족경영이 전문경영보다 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족경영은 전문경영과 마찬가지로 잘되는 곳도 있고, 잘못되는 곳도 있다. 다만 가족경영의 가장 큰 장점은 미래를 보고 장기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이익률이 평균적으로 높다고 본다.”

▼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일은 분명히 있다. 예전 같으면 이익이 낮더라도 국가를 위해 이쪽저쪽 투자할 터인데 이익을 높이는 쪽으로만 가는 경향도 있다. 전체적으로 대기업의 투자가 적으니 중소기업이 하청으로 할 일도 줄어든다.”  

▼ 그렇다면 주주자본주의 시대 이전, 그러니까 경영자본주의 시대의 미국식 전문경영인 체제가 대안인가.

“경영자본주의 시대에는 ‘조직 내 승진’을 목표로 일했다. 조직을 키우는 게 목표다 보니 장기 투자가 이뤄졌다. 그런데 금융 환경이 바뀌었다. 기관투자자의 힘이 강해진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세상이 바뀌었다.”

그는 “기업의 생산활동과 관련된 지분을 어떻게 유지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경영권 승계 제도가 국제적으로 어떻게 시행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경영권이 가족에게 넘어가는 것에 별 규제가 없는 그룹이다. 인도, 호주, 싱가포르는 상속세가 거의 없고, 브라질 멕시코 등은 한 자리 숫자의 상속세율로 경영권 승계가 쉽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아직은 상속세가 없다.

둘째, 경영권이 가족으로 넘어가는 것을 인정하되 사회공헌 의무를 부과하는 그룹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이 이런 제도를 운영한다.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하지만 공익재단을 설립하면 경영권 이전이 가능하다. 미국의 록펠러 가문, 포드 가문,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이런 방법으로 기업과 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셋째, 부의 세습을 아주 강하게 규제하는 그룹이다. 한국이 여기에 속한다. 상속세율이 최고로 높은 수준이다(경영권 이전의 경우 65%). 공익재단을 통한 경영권 이전도 거의 불가능하다. 어느 제도가 가장 합리적인가.”(신장섭, ‘경제민주화…일그러진 화두’, 222쪽 참조)



“생산적 복지 부담케 하자”

그는 경영권이 가족으로 넘어가는 것을 인정하되 사회공헌 의무를 부과하는 두 번째 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 특정 가문이 대대손손 해먹는 것을 방치하자는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다.

“대를 이어 사업을 잘 일군 가문이 쭉 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처럼 생산적인 일을 계속하면서 사회에 충분히 환원할 수 있다. 2, 3, 4대가 잘못하는 곳은 스스로 망한다. 2, 3, 4대로 이어지는 것은 전문경영인과 조화를 이뤄 그만큼 경영을 잘했다는 얘기다.

경영권 승계 시 65%의 상속세를 그대로 적용하면 씨를 말리든지, 해외로 도망가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상속세율을 크게 낮출 수 있겠나. 현실적으로 재단을 통해서 승계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 공익재단을 통해 승계를 허용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게 건설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 가족에게 승계하도록 해주되, 사회공헌 의무를 부과하자?

“공익재단은 사회복지를 위해 직접 돈을 쓰는 형태가 정형화한 것 같은데, 고용만큼 커다란 사회복지가 없다. 재단을 통한 승계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면서 투자·분배·고용이라는 생산적 복지를 부담케 하자. 경영권 승계의 도구가 된 재단에 속한 기업을 1부, 2부로 나눌 것도 제안한다. 2부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적당한 이윤을 내면서 투자, 매출을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군이다. 재단의 이익이나 자산을 갖고 만드는 새로운 기업은 처음부터 상생을 모토로 삼도록 강제할 수 있다. 중견기업, 중소기업과 합자해 고용과 성장이 목표인 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케 하자는 것이다. 공익재단의 재원 중 상당 부분은 직접적 사회복지에도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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