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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崔그룹, ‘뻣뻣한’ 남재준 경질 “내가 류길재 장관 만들었다”<정호성>

최순실 그룹, 국정원·대북정책에도 개입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崔그룹, ‘뻣뻣한’ 남재준 경질 “내가 류길재 장관 만들었다”<정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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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 人事부터 ‘삐걱’

崔그룹, ‘뻣뻣한’ 남재준 경질  “내가 류길재 장관 만들었다”<정호성>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왼쪽부터). [동아일보]

워싱턴의 유력 정보지 ‘넬슨리포트’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 워싱턴 외교가에서 “지적 수준이 낮고, 전략적 세련미가 떨어지며, 미성숙하다”는 혹평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임기 내 사고만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깜’도 되지 않는 최순실 그룹이 정책과 인사에 개입하다 보니 외교·안보정책에서도 이런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시곗바늘을 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로 되돌려보자. 다음은 앞서 언급한 A씨의 얘기다.

“남 총장은 (정호성 전 비서관과 부딪히고) 김장수 씨가 대통령 안보실장에 내정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남 총장이 국정원장이 된 것은 논리적 귀결이 아니라 우연의 산물이었다. 2013년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다. 핵실험을 안 했으면 남 총장에게 국정원장을 맡기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남 총장이 국정원장 내정 전화를 받은 게 핵실험 이틀 뒤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임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때 빛을 발하는 자리인데, 남 총장은 위임을 받은 수준이 미흡했다.”



“욕하는 것 처음 봤다”

崔그룹, ‘뻣뻣한’ 남재준 경질  “내가 류길재 장관 만들었다”<정호성>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 이병호 국정원장(왼쪽부터). [동아일보]

‘위임받은 수준이 미흡했다’는 것은 청와대와 ‘보이지 않는 손’ 탓에 권한을 제대로 위임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서 일한 전직 간부는 “차장 인사 때부터 남 전 원장의 말이 먹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남 전 원장은 B씨를 차장으로 임명해 함께 일하려 했으나 이런저런 ‘저항’이 뒤따랐고, 그러다 박 대통령이 엉뚱한 인물을 임명해 당황했다는 것이다.



남 전 원장은 국정원장 내정 직후인 2013년 3월 초,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돼 있던 국정원 직원 C씨와 독대했다. 남 전 원장이 육사 25기, C씨는 육사 41기로 두 사람이 독대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가 남 전 원장에게 C씨를 만나보라고 직접 요청했기에 새까만 육사 후배이자 부하 직원과 1대 1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C씨가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할 때 “어마어마한 위세를 보였다”고 여러 사람이 전했다.

“도대체 걔가 누구냐.”


남 전 원장은 C씨와 대화를 나눈 날 밤 11시께 측근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C씨에 대해 물었다. 남 전 원장의 전화를 받은 측근은 이렇게 회고했다.  

“남 전 원장이 욕설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사람이 쌍욕을 하면서 ‘걔부터 잘라’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국정원에서 파견한 것이니 소환해서 자르라는 거였다.”

이 인사는 남 전 원장에게 “당장 그렇게 할 일은 아니다”라며 달랬다. C씨는 2013년 5월 논란이 된 이른바 ‘국정원 정치 개입 문건’과 관련해 입길에 오르면서 국정원으로 복귀한다. 야권 등이 제기한 ‘반값 등록금’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안을 담은 문건의 보고 라인에 C씨의 이름이 있는 게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국정원은 “공식 문서가 아니다”라고 부인했으나 C씨는 이 논란의 여파로 국정원으로 복귀했다.

국정원 조직의 순리대로라면 C씨를 지방으로 내려보냈어야 하는데, 남 전 원장은 그를 국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게 하면서 나뒀다. 한직(閑職)이지만 그에게 보직도 줬다. C씨는 2014년 8월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를 분석·총괄하는 국내보안 요직으로 영전한다. 남재준 전 원장이 물러난 지 석 달 뒤다.



대통령 독대 못한 국정원장

국정원 주변의 증언을 종합하면 3인방은 “세월호 문제 해결 대책을 마련하라”고 국정원에 요구했고, 남 전 원장은 “국내 문제에는 개입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전직 국정원 고위인사는 “남 전 원장이 세월호 탓에 경질됐다”고 단언했다. “남 전 원장이 3인방의 요구를 대통령의 뜻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 전 원장의 한 측근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남 전 원장은 직원들에게 ‘세월호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고 이틀 후 경질됐다. 대통령은 세월호 때문에 밤잠 못 자며 시달리는데, 국정원장은 일절 관여하지 말라고 공언했으니 3인방 처지에서 보면 괘씸해도 이런 괘씸한 자가 없었을 것이다.”

국정원 국내 파트는 역대 정권의 수족 노릇을 했다는 오명을 썼다. 군사정권 때는 총선에 개입하는 게 당연시됐다. 이명박 정부 때의 댓글 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의 국정원 전직 고위인사는 “남 전 원장 경질의 주체는 3인방”이라면서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도 처음엔 3인방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였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김 전 실장과는 얘기가 잘 통했는데, 남 전 원장을 경질할 때는 김 전 실장도 그를 두둔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 전 원장은 임명 초기 북한 정권 붕괴 등과 관련해 국정원의 목표를 보고한 뒤로는 박 대통령과 독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외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북한을 상대로 공작을 하는 국정원장과 대통령이 정례적으로 독대하지 않은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내 뜻이 아니다.”

2014년 8월의 국정원 인사를 두고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은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가 원장으로 부임한 후 이뤄진 1급 간부진 인사 때 청와대가 특정 인물을 지목해 교체하라고 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 국정원 인사가 1주일 만에 뒤집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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