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호

특집 | 崔·朴의 그림자

미공개 崔 부동산 확인 은닉재산 논란 확산

〈단독 입수〉국세청 문건으로 드러난 ‘최순실·정윤회 부동산 내역’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조현주 | hjcho@donga.com

    입력2017-01-20 10: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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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삼동 건물과 용인 토지 새로 드러나
    • 崔 재산 386억에서 365억으로 줄었다?…은닉 의혹 커져
    • 2007년 이명박-박근혜 경선 무렵 작성
    • 사정기관, 10년 전부터 최순실에 주목
    • ‘최태민에 놀아난 박근혜’ 괴문서도 함께 입수
    ‘최 순실 게이트’의 맹아는 10년 전인 2007년 싹텄는지 모른다. 당시에 대선 본선보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경선이 더 주목을 받았다. 거론된 여당 후보들이 약체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같은 당이 맞나 싶게 치열한 네거티브 싸움을 벌였다.

    박 후보 측은 이 후보의 BBK, 도곡동 땅, 경부운하 문제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대응해 이 후보가 최대 공격 포인트로 삼은 게 최태민 일가 문제였다. 자연히 최태민의 딸 최순실 씨와 사위 정윤회 씨(이때는 이혼하기 전임)도 입방아에 올랐다.

    하지만 두 진영의 네거티브전엔 온도차가 있었다. 이 후보 측은 선두를 유지한 상태여서 박 후보 측만큼 공격에 열을 내진 않았다. 이에 따라 최태민 일가 문제 중 직접 당사자인 최태민과 박 후보의 의원실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가 주 타깃이 됐다.

    대신 최순실은 수면 아래에 있었다. 많은 사람은 ‘특별한 사회 활동이나 공적 경력이 없는 주부 최순실이 박근혜 후보에게 영향을 주면 얼마나 주겠어?’라고 여겼다. 물론 이는 섣부른 판단이었고 잘못된 추정이었지만, 어쨌든 이런 태도는 2012년 대선을 거쳐 2016년 초·중순까지 이어졌다.





    사정기관의 ‘촉’

    그러나 사정기관의 생각은 좀 달랐던 듯하다. 이들은 2007년부터 정윤회뿐만 아니라 최순실에게 주목했고 최순실에 대해 깊이 조사했다. 그리고 최순실의 재산이 정윤회 재산의 10배쯤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권력’은 돈에서 나온다. 박근혜에 대한 권력 서열 1위는 정윤회가 아니라 최순실임을 이때 사정기관은 짐작했을 수 있다.  

    ‘신동아’는 국세청이 2007년 작성한 ‘최순실 부동산 보유 내역’ 문건과 ‘정윤회 부동산 보유 내역’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 작성자 이름이 없지만 ‘국세청 작성’ 사실은 취재 루트를 통해 확인됐다. 사실 국세청 같은 곳이 아니면 이런 개인 재산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알아낼 수도 없다. 국세청이 왜 이런 문건을 작성했는지는 바로 ‘유력 대선주자의 시크릿’에 대한 사정기관의 ‘촉’과 관련돼 있을 것이다. 2007년이 노무현 정권 시절인 점을 감안하면 야당 유력 주자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견제 의도도 배경으로 추정될 수 있다. 이들은 10년 전부터 ‘박근혜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감지하고 예의주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문건에는 당시 언론에 별로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던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소유한 땅과 건물들이 적시돼 있다. 특히 문건은 최순실 씨와 정윤회 씨의 부동산 보유 현황뿐만 아니라 과거에 사고판 과정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개인이 도저히 추적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개인이 추적할 수 없는 내용

    문건을 보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 95번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 95-1번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9-11’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1’ ‘서울 강남구 역삼동 689-25’ ‘서울 강남구 역삼동 689-26’ ‘서울 강남구 역삼동 812-13’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아파트’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일대 임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일대 임야’ 등이 언급돼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최순실 씨는 1986년 이미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9-11번지(대지와 건물)를 보유하고 있었고, 1988년 ‘신사동 640-1’, 1995년 ‘역삼동 689-25’ ‘역삼동 689-26’, 1996년 ‘충정로2 95번지’ ‘충정로2 95-1’의 대지와 건물 등을 사들였다. 이 가운데 ‘신사동 640-1번지(미승빌딩)’는 2017년 현재 최씨의 보유자산 중 자산가치가 가장 높은 건물로 알려져 있다.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의 미승빌딩의 현재 시세는 약 200억 원이다.

    이 문건에는 최씨가 2002년부터 사들인 강원도 평창 땅도 적시돼 있다. 최씨는 2002년 7월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이목정리 298, 299, 300, 301, 303, 304, 305, 306 등 8필지(1만8713㎡)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또 2004년 7월에는 강원도 평창군 도사리 848, 849, 184, 184-5, 190, 191, 191-1, 191-2 등 8개 필지(16만403㎡)를 샀다. 이 토지들은 이목정리와는 약 3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도사리 일대 8개 필지는 초창기 최씨와 전남편인 정윤회 씨가 70대 30으로 나누어 사들인 뒤, 2011년 정씨가 자기 소유 지분을 딸 정유라 씨에게 증여하면서 현재는 최씨와 딸 공동 소유로 돼 있다.

    ‘정윤회 부동산 보유 내역’ 문건을 보면 정씨는 최씨와 결혼하기 전인 1982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공아파트’를 매매한 이후에 부동산 매매 기록이 없다. 그러다 1996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689-25’를 매매하는데 이는 최씨의 모친인 임선이 씨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9년간 崔 재산이 줄었다? 

    1996년부터는 최씨와 공동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들이 적시돼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689-25’ ‘서울 강남구 역삼동 689-26’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일대 7개 필지’ 등이다. 이외에 정씨는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600-15(대지)’를 2002년 매매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는 등기부등본과 대조한 결과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문건 속 부동산 내역들은 등기부등본 등과 비교했을 때 대체로 사실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문건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최순실 씨의 재산 목록을 보여주고 있어 이목을 끈다. 최씨의 부동산 보유 내역 문건에 드러난 서울 강남구 역삼동 689-26(대지와 건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산81-3번지(토지)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곳이다.

    신동아가 이 문건을 바탕으로 추가 취재한 결과 ‘역삼동 689-26’은 1996년 최순실 씨와 정윤회 씨가 각각 지분 60%, 40%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최씨와 정씨 지분에 대해 국세청의 압류가 들어왔고, 2002년 5월 15일 압류가 해제됐다. 이후 이 부동산은 2002년 7월 15일 이모 씨에게 매매됐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 산81-3번지’는 최순실 씨가 어머니 임선이 씨의 맏딸(최순실 씨 생모인 임선이 씨가 최순실 씨의 생부인 최태민 씨가 아닌 다른 남자 사이에서 얻은 딸)인 최순영 씨와 함께 2003년 1월 4일 매매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다 2012년 소유권이 박모 씨에게 넘어갔다.  

    게다가 문건은 최씨 재산의 이동 흐름과 부동산가액을 통해 최씨의 재산 규모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이 문건을 참고해 해당 지번들의 등기부등본과 폐쇄등기부를 떼어 비교해본 결과 부동산 면적, 취득일자, 양도일자 등이 대부분 일치했다. 일부 주소(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184-5, 191-1, 191-2)는 문건 표기상 오류(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산184-5, 산191-1, 산 191-2)를 빼곤 문제가 없다. 이 문건의 높은 신빙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2007년 당시 부동산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순실 씨 재산은 총 385억9973만7341원에 달한다. 정윤회 씨의 재산은 총 32억9819만6609원이라고 적시돼 있다. 그런데 2014년 정윤회 씨와 이혼한 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최씨 공식 재산은 총 365억 원이다. 최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재경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최순실 씨의 재산을 350억 원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2007년에 비해 2016년에 최씨의 재산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2007년 최씨의 재산 규모가 이 문건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이 문건은 최순실 씨 은닉 재산 의혹을 풀어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에 따르면 최태민 씨가 생존해 왕성하게 활동할 때인 1980년 중후반에 이미 최순실 씨는 자신의 명의로 요지인 서울 강남구에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남녀관계’에서 ‘금전관계’로

    ‘신동아’는 이 국세청 문건과 함께 ‘최태민에 놀아난 박근혜’라는 선정적 제목의 두꺼운 괴문서도 함께 입수했다. 인터넷에선 잘 검색되지 않는 최태민-박근혜 관련 옛날 언론보도 등이 수록된 이 괴문서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비방 용도로 작성돼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뿌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괴문서는 최태민과 박근혜 의혹을 기존의 통념인 ‘남녀관계’보다는 ‘금전관계’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박근혜의 유신권력과 최태민이 합쳐지면서 최태민의 재산이 크게 불었다는 게 의혹의 얼개다. 이는 요즘에 특별검사 측이나 일부 언론매체들 사이에서 급부상 중인 ‘박근혜-최태민 공동재산론’ ‘최순실 일가 8000억 혹은 조 단위 재산보유설’과 일맥상통한다.

    예컨대 이 괴문서는 “10·26사태 후 김계원 대통령비서실장실의 ‘금고Ⅱ’에서 9억여 원이 나와서 전두환이 박근혜에게 6억 원을 줬다. 문제는 박정희 대통령 집무실의 ‘금고Ⅰ’이다. 금고Ⅰ에 있던 돈 중 일부를 금고Ⅱ로 옮겨서 써왔으므로 금고Ⅰ에 더 많은 비자금이 있었다. 박정희의 통치비용은 연 60억 원(1970년대 화폐가치)으로 알려진다. 10·26 직후 박정희의 시신에서 금고Ⅰ의 열쇠가 꺼내져 박근혜에게 전달됐고 박근혜가 금고Ⅰ을 열었다. 박근혜만이 금고Ⅰ의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적힌 기사를 수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 경선 당시 자신이 금고Ⅰ을 열어본 것을 인정했지만 그 금고에 돈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국세청 문건과 괴문서의 존재로 미스터리는 아마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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