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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유력 대선 후보 반기문 vs 문재인 총력검증

지배구조 고치고 업종 확대 막고

문재인의 삼성 개혁 실체

  • 소종섭 | 시사평론가 jongseop1@naver.com

지배구조 고치고 업종 확대 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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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4대 재벌에 선전포고
  • ●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도화선
  • ● “삼성 개혁이 사회 개혁의 핵심”
  • ● “개혁 내용 오락가락하는 듯”(삼성 관계자)
재벌 개혁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판을 깔았다. 총수들이 회삿돈 수십억~수백억 원을 쌈짓돈 내놓듯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게 도화선이 됐다. 총수의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는 장치가 있었다면 이처럼 돈을 쉽게 건넬 수 있었겠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렇다 보니 촛불집회 현장에서 ‘재벌 개혁’ 구호가 심심찮게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민심의 투영이다.

1월 임시국회에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발의된 이유이기도 하다. 상법 개정안은 모회사 주식을 1% 이상 가진 소액주주라면 자회사나 손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이 담합하거나 일감을 몰아주는 등 법을 위반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아도 누구나 기업을 고발할 수 있게 했다.

재계는 곤혹스럽다. LG, SK가 탈퇴를 선언하는 등 대기업집단을 대표하는 조직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쇠락의 길을 걷는 가운데 재벌 개혁 흐름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경제 환경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고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국내 환경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특별검사의 칼날은 재벌 총수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긍정적이지만 실행에 의문

이런 흐름 속에서 재벌 개혁과 관련한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조기 대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발 빠르게 정책을 내놓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그는 ‘4대 재벌 개혁’ 나아가 ‘삼성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월 10일 재벌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3차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문 전 대표는 “30대 재벌의 자산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재벌의 비중이 5분의 1, 범(汎)삼성재벌로 넓히면 4분의 1에 달한다. 4대 재벌의 비중이 2분의 1, 범4대 재벌로 넓히면 무려 3분의 2다. 그래서 저는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3대 과제를 내놓았다. 먼저 지배구조 개혁이다.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서면투표를 도입해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를 편들지 않는 공정한 감사위원과 이사가 선출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재벌 총수들의 중대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도 약속했다.

두 번째는 재벌의 확장을 막고 경제력 집중을 줄이는 것이다. 재벌의 업종 확대 제한,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 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재벌의 갑질 횡포에 대한 엄벌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재벌의 갑질 횡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주장이다.

문 전 대표는 1월 5일 대통령 경호실 폐지와 검찰 수사권 경찰 이양 등 권력기관 적폐 청산 대책을 내놓았다. 개헌, 민생 경제 살리기 제안 등도 밝혀나갈 계획이다.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앞서서 각종 정책을 선보임으로써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지지도 선두라는 데에서 머물지 않고 다른 후보들과 질적인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벌 해체는 아냐

사실 재벌 개혁은 문 전 대표가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어젠다는 아니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재벌 개혁을 말했다.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2012년 8월, 문 전 대표는 한 종교단체가 주최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말하는 재벌 개혁은 재벌 해체는 아니다. 재벌이 갖고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재벌의 지배 구조, 의사 결정 구조가 민주적이지 못한 부분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벌이 이끌고 있는 거래 질서의 불공정함이 개혁돼야 한다. 한편으로 사회적 대타협은 재벌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제대로 하려면 전반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2012년 대선 때 문 전 대표가 내세운 재벌 개혁 관련 핵심 공약은 다음과 같다.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3년 내 해소 △10대 그룹에 대해 순자산의 30% 이상 출자 금지 △지주회사의 부채 비율 허용 기준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는 등 지주사 구성 요건 강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억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확대 △재벌 총수 경제 범죄 형량 강화 등이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실행에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후보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출총제(출자총액제한제)와 순환출자 등과 같은 강력한 출자 규제는 물론 지주회사제 및 금산분리 원칙 강화 등의 제도 개선을 제안하는 문 후보의 공약은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출총제 재도입의 경우 10대 대기업집단에 대해 순자산의 30% 제한을, 순환출자의 경우 신규 순환출자는 즉시 금지, 기존 순환출자는 3년 유예기간 자율 해소 등 곧바로 실행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성 면에서 다른 후보에 비해 앞서 있다. 그러나 과거 노무현 정부 역시 이러한 종합적인 공약을 제시하고도 재벌 개혁에 실패했다. 그런 점을 상기할 때 문 후보가 재벌 개혁의 세부적인 추진 전략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실행력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가 달궈지던 초기인 지난해 10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간 경제연구소 소장들과 만났다. 당시 현장에는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장, 황규호 SK경영경제연구소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소장이 참석했는데 그의 발언 요지는 이랬다.


재벌 경제연구소장들 만나

“경제성장의 혜택이 재벌 대기업을 비롯한 소수에게 돌아가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배분돼서 중산층과 서민의 소득을 높여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가 공정해지고,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이 해소돼야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해결될 수 있다. 이런 것에 재벌 대기업의 역할이 아주 필요하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여전히 재벌 대기업이 견인차 역할을 해줘야 한다.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 원을 걷은 것은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는 반기업적인 행태다. 이런 일들이 모두 없어져서 기업들이 경영 활동에만, 경제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그런 아주 좋은 기업 환경을 만들어가겠다.”

이때까지는 2012년과 기본적으로 인식의 궤가 같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강도가 좀 세졌다. 12월 27일 ‘시사인’과의 인터뷰가 상징적이다. 여기서 ‘삼성개혁’ 발언이 나왔다. 이례적이었다. “(최순실 게이트를) 정경유착을 확실히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재벌의 소유 및 지배 구조도 바꿔야 한다. 10대 재벌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재벌 개혁을 지켜봐야 하고, 그 가운데서도 삼성에 대해서는 더더욱 특별히 제대로 개혁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삼성 개혁은 공정한 사회와 공정한 경제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삼성 개혁’이 재벌 개혁 범주를 넘어 사회 개혁의 핵심이라는 인식을 표출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음을 공개한 것이다. 10일 재벌 정책 발표 내용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 전 대표가 재벌에 대해 좀 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데에는 아무래도 ‘최순실 게이트’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재벌들이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 나아가 적극적으로 이득을 취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에 나온 재벌 총수들도 진실을 밝히기보다 모르쇠로 일관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런 와중에 터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의 술집 종업원 폭행 사건 등 이른바 ‘재벌가 갑질’도 재벌 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높였다.



참여정부, 삼성과 긴밀한 관계

문 전 대표의 ‘삼성 개혁’ 발언 이후 정·재계에서는 노무현 정부와 삼성의 관계가 회자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 전 대표가 참여정부와 특별히 남다른 관계였던 삼성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언급했기 때문이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끈 참여정부는 역대 정권 가운데 삼성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정권 출범 직전 삼성경제연구소가 국정과제 보고서를 만들어 노 대통령에게 전달한 일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노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같은 시기에 비밀리에 11개 팀을 짜 70여 명의 연구원이 밤을 새워가며 국정 어젠다를 만들었다. 나중에 ‘국정 과제와 국가 운영에 관한 어젠다’라는 이름으로 묶여 나온 400여 쪽에 달하는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다. 2004년 국정감사 때 심상정 의원이 “이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으나 청와대로부터 돌아온 답은 “폐기됐다”였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작업을 끝낸 뒤 관련 자료를 모두 파기했다. 당시 삼성과 노무현 정권을 잇는 정책 파이프라인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광재 전 의원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정권 출범 기간에 삼성경제연구소는 동북아 중심 국가론, 신성장 동력 개발론, 혁신 주도형 성장론, 산업 클러스터론 등 국가 차원의 과제 선정을 견인하고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4년 9월 이광재 의원 등이 주도한 의정연구센터와 ‘경제 재도약을 위한 10대 긴급 제언’ 심포지엄을 열어 2만 달러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거대 선진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빠르게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혁신 교육’도 삼성경제연구소의 몫이었다. 2004년 9월 국무총리실 과장급 이상 105명이, 같은 해 12월에는 통일부 과장급 이상 간부 88명, 이듬해 1월에는 기획예산처 4급 이상 간부 70명이 교육을 받았다. 2005년 4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5월에는 재정경제부 간부들이 삼성인력개발원에 입소하기도 했다.



‘관심 둘 여유 없다’ 반응도

‘삼성맨’도 다수 정부에 들어갔다. 진대제 삼성전자 총괄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이 됐다. 2004년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과 사돈관계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대사로 임명됐다. 2005년 7월에는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가 국가정보원 최고 정보책임자를 맡았다. 노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대선자금도 받았다. 2002년 8월과 11월에 삼성으로부터 채권 15억 원, 현금 15억 원 등 30억 원을 받았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와 ‘특별한’ 관계에 있던 삼성그룹을 개혁하겠다는 문 전 대표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어떤 것일까. 오랫동안 대관 업무를 맡아온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마디로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왜일까.

“지금 주요 재벌그룹의 관심은 온통 특검(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특검)에 쏠려 있다. 총수를 겨누는 특검의 수사 때문에 특검 동향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과거 같으면 이미 주요 대선주자들에 대한 분석보고서가 다 나왔을 시점이다. 그런데 지금은 위에서 관심이 없다.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 등을 할 상황이 아니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인사도 아직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재벌 개혁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런 시국에 정치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문 전 대표는 전에 재계 연구소장들도 만난 것으로 아는데 생각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당시 문 전 대표가 “재벌 대기업의 역할이 아주 필요하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여전히 재벌 대기업이 견인차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고 했는데 왜 느닷없이 재벌 개혁을 강조하느냐는 뉘앙스였다.

삼성은 매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하고, 일주일 뒤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발표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미뤄진 인사와 조직 개편이 해를 넘겨 1월 중순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의 삼성 관계자는 “계획을 잡는다고 해도 의미가 없고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투자 계획 등 중요한 의사 결정도 미뤄지고 있어 정신이 없다. 현재 최우선은 특검 수사에 대응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치고 나오자 정치권 안팎에서 견제하는 흐름도 거세지고 있다. 가장 세게 비판한 사람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일련의 발언들과 행보에 비춰보면 이번 재벌 개혁안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재벌 개혁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재벌 경제력 집중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빠져있다. 계열분리명령제나 기업분할명령제처럼 재벌이 힘을 오남용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에 정부가 계열사 주식 매각 또는 기업 분할을 명령할 수 있는 특단의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재벌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공허하다. 재벌의 원청·하청, 재벌 중소기업·중소상인 사이의 갑을 관계 혁파 방안도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불공정 경쟁 구조 깨는 게 먼저”

이재명 성남시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법인세 인상 얘기가 전혀 없다. 영업이익과 사내 유보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질적 의사가 있는지 의문이다. (문 전 대표의) 재벌에 대한 태도와 노동에 대한 태도가 상반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문 전 대표가 굳이) 4대 재벌을 특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갑의 지위를 가진 기업을 ‘4대 재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개혁은 보편적인 원칙에 입각하는 것이 옳다. 누구(특정 기업)를 겨냥하기보다는 공정 경쟁의 원칙에 따라 기울어진 경제 생태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저는 불공정 경쟁 구조를 깨는 일이 핵심 주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문 전 대표와 다른 관점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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