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호

특집 | 崔·朴의 그림자

“朴 대통령 퇴임하면 박사모 해체”

정광용 ‘대한민국 박사모’ 전국중앙회장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7-01-26 09: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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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집회는 망국(亡國) 집회”
    • “어둠의 세력? 언론·검찰·정치권”
    • “최순실, 폭력 유발할 만큼 증오”
    • “인명진, 새누리당 궤멸시킨다”
    정광용(58) ‘대한민국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전국중앙회장과의 만남은 어렵사리 성사됐다. 정 회장은 2016년 12월 28일 전화 통화에서 ‘신동아’ 인터뷰 제의를 연신 거절하다 결국 수락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만날 장소를 정하자는 문자메시지에 대해선 묵묵부답. 2017년 1월 6일 이뤄진 통화에서야 그는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정 회장은 2004년 인터넷 포털 ‘다음’에 박사모 카페를 개설한 이후 줄곧 박근혜 대통령 팬클럽이자 지지 모임을 자처해왔다. 그는 2016년 10월 29일부터 이어져온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촛불집회에 맞서 같은 해 11월 19일 서울역광장에서 연 맞불집회를 필두로, 박사모 등 52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의 ‘태극기집회’를 이끌고 있다. 탄기국 대변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무한 사랑’과 ‘탄핵 반대’를 외치는 박사모의 가감 없는 속내가 궁금했다. 1월 10일 정 회장을 만났다. 그의 재킷 옷깃엔 태극기 배지가 선명했다.

    ▼ 만나기가 어렵다.

    “언론이 편파적인 탓이다. 집회신고 업무차 늘 경찰청을 들락날락거려 바쁘기도 하고. 아주 경찰청에 살림을 차렸다. 이번이 탄핵 정국 최초의 대면 인터뷰다.”

    ▼ 이곳이 박사모 사무실인가.

    “탄기국 유튜브 방송 ‘Voice Of Justice(정의의 소리)’ 사무실이다. 박사모는 다음 카페 자체가 온라인 사무실이고. 오프라인 사무실은 따로 없다. 여기 말고 다른 데 내 개인 사무실이 있긴 하다. 그런데 너무 알려고 들지 마라.”
     
    ▼ 정 회장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기에 묻는 것이다. 본래 말투가 그렇게 거침없나.

    “박사모 만들고부터 그렇다.”



    CF 감독 출신

    ▼그전엔 뭘 했나.

    “TV CF 감독, 좀 코믹하지만. 내가 필름 세대다.”

    ▼ 대중에 알려진 히트작이 있나.

    “그런 건 말할 거 없고…. 아무튼 돈 좀 만진 감독인데, 어느 날 문득 사업을 해보고 싶더라. 그래서 음성인식 어학학습기 사업을 벌였는데, 동업자 한 명이 수십억 원 떼먹고 필리핀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결국 접었다. 아직도 안 돌아왔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정 회장은 경영학을 전공했다. 박사모 카페 운영 전엔 상사맨과 CF 감독으로 일했고, 한때 ‘키스콤’이라는 광고제작사를 경영하기도 했다. 박사모의 전면에서 떠나 있던 최근 4년 동안은 모 회사에서 월급쟁이 생활도 했다. 영상소설 ‘쿠’(키스콤, 2000년), 수필집 ‘독도의 진실’(동강출판사, 2008년), 예수의 실존을 부정한 ‘예수는 없었다’(후아이엠, 2010년) 등 책도 몇 권 썼다.



    기억의 휘발성

    2017년 1월 10일 현재 박사모 회원은 7만2676명. 카페 개설 이래 최다 인원이다.

    ▼ 박사모 카페를 정확히 언제 개설했나.

    “2004년 3월 30일 밤 10시 30분.”

    ▼ 10여 년 전인데, 일시까지 다 기억하나.

    “하도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 인이 박였다.”

    ▼ 왜 만들었나.

    “당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극성을 부렸다. 보수세력은 괴멸했고, 지금처럼. 인터넷 공간을 죄다 노사모가 장악했다. 그해 4월로 예정된 17대 총선을 앞둔 절박한 시기였기에 보수우파도 결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던 차에 마침 그날 그 시각 TV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한나라당 17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눈물 흘리는 장면이 나오더라. ‘아, 저 사람이 대통령감이다. 박근혜라면 보수우파 또는 중도세력이 재기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카페를 열었는데, 박사모보다 한 해 앞선 다음 카페가 있더라. ‘근혜사랑’이었다. 그때 근혜사랑 회원 수가 1만2000명쯤인가 그랬다, 박사모는 나만의 1인 카페였고. 근데 내 카페의 회원 수가 일주일 만에 1000명을 돌파했다. 그러곤 오프라인에서 엄청난 홍보활동을 펼쳐 근혜사랑을 추월해버렸다. 그렇게 시작한 거다.”



    “소통 문제는 여러 번 지적됐지. 근데 난 대통령이 외부와 지나치게 소통하면 되레 부정부패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선지 박 대통령은 소통을 잘 안 했다. 그 바람에 최순실 씨가 바깥에서 돌아다니며 저지른 일이다. 박 대통령의 구체적 잘못을 논하라면, 난 없다고 본다.”

    ▼ 최순실 씨와 지나치게 가깝게 지낸 건 문제이지 않나.

    “미국 대통령의 경우 공·사석에서 여러 사람 얘기를 듣는 것에 대해 불법을 논하지 않는다.”

    ▼ 여긴 대한민국이다. 근데 최순실 씨를 옹호하는 건가.

    “최순실? 만일 내 눈앞에 보이면 폭력을 쓸 만큼 증오한다. 박 대통령의 신임을 팔았잖아. 그 점에서 그는 매우 잘못됐다.”



    ‘忠臣不事二君’

    ▼ 정 회장은 2016년 11월 25일 박사모 카페에 올린 글에서 “박 대통령은 강렬한 정치적 첫사랑”이라 언급했다. 여전히 첫사랑인가.

    “다른 정치인 사랑할 생각 없다. 한 사람만 사랑해도 눈알 튀어나오려 한다.”

    ▼ 너무 맹목적인 사랑 혹은 추종 아닌가.

    “‘충신불사이군 정녀불경이부(忠臣不事二君 貞女不更二夫)’라는 옛 말이 있다. 무릇 충성된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정절 높은 여인은 두 지아비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멋지지 않나.”

    ▼ 진정한 ‘박근혜의 남자’ 같다.

    “왕은 하나지만 충신은 많다. 그러니 내겐 첫사랑이라도 박 대통령에겐 많은 사람 중 하나겠지. 내가 그 글을 올린 건, 박사모의 사랑은 박 대통령에 대한 것으로 끝내겠다는 뜻이다. 모르지. 보수우파가 한껏 위기로 치달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면 다시 나설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렇게까지는 가고 싶지 않다. 이쯤에서 끝내야 나도 먹고살 길이 생기지.”

    ▼ 박사모 회장이니 박 대통령과 만날 기회가 많았을 법한데.

    “2004년엔 많았다. 같이 행사도 여럿 했고, 자주 만났다. 그러다 1~2년 후쯤 박 대통령 쪽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많으면 되레 서로에게 상처를 줄 듯해 자연스레 멀어졌다.”

    ▼ 탄기국 집회를 일주일 단위로 연다. 개최 경비는 어떻게 충당하나.

    “경비 현황을 보여주겠다. 카메라 들고 와라. (자리를 옮겨 책상 위 PC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며) 사진 찍어라. 이게 서울역광장 집회 때 들어온 회원·시민들의 후원금이다. 1만 원, 10만 원, 20만 원…. 우린 100% 후원금과 현장 모금액만으로 행사를 치른다. 외부 지원은 전혀 없다. 나도 무보수로 일한다.”

    ▼ 최근 태극기집회와 관련해 박사모 카페를 통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인명진 목사의 입장을 물은 까닭은 무엇인가.

    “서청원 의원 기자회견 중 인 목사가 ‘광화문 애국보수집회에 나가지 말 것을 강요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인 목사는 과거 도시산업선교회 활동 시절부터 줄곧 좌파 성향을 보였다. 그가 보수 성향이란 건 사기다. 경력상 보수가 될 수 없는 사람이다. 설사 전향했다 해도 전향서를 쓴 적이 없다. 예컨대 나는 전향한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가 지금 하는 짓이 과연 새누리당을 부활시키려는 건가. 되레 완전 궤멸 단계로 가고 있다. 그래서 용서할 수 없다.”

    ▼ 새누리당 당원인가.

    “그렇다.”



    탄핵 기각 때까지 집회

    ▼ 이재명 성남시장의 셋째 형 이재선 씨가 박사모 성남지부장에 임명된 경위는.

    “일전에 성남지부 회원 한 명이 사람을 소개해준다기에 누구냐 물으니 이 시장 형이라더라. 지부장 하려면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지부 정기·번개모임도 가져야 하니 시간도 많이 내야 한다. 어쨌든 전화 통화를 하게 됐는데, 내가 맡아달라고 설득했다. 지부장 자리가 비어 우린 사람이 급했으니까.”

    ▼ 1월 7일 ‘박근혜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며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분신한 정원스님이 결국 사망했는데.

    “뉴스로만 접했다. 난 회원들한테 항상 평화 집회를 당부한다. ‘과격시위는 우리를 폭도로 만든다. 우리가 폭도가 되면 박 대통령은 죽는다’고. 스님이 열반에 드신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싶다. 극단을 배제해야 한다. 자기 것이라고 마음대로 붙였다 뗐다 하는 게 생명인가.”

    ▼ 언제까지 집회를 계속할 건가.

    “탄핵이 기각되는 그날까지.”

    ▼ 박사모도 유권자 집단이다. 차기 대선 때 조직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있나.

    “전혀 없다.”

    ▼ ‘4월 퇴진, 6월 대선’이란 새누리당 당론이든 아니든 박 대통령의 임기는 조만간 끝난다. 그 후 박사모 거취는.

    “해체 여부를 회원투표에 부쳐야겠지. 회장으로선 해체하는 게 맞다고 본다. 2004년 개설 당시 그랬거든. 목표를 달성하면 역사 속으로 아름답게 퇴장하자고.”

    ▼ 박 대통령 퇴임과 더불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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