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호

Interview

“품질·판로 양수겸장… 불황은 ‘딴 나라’ 얘기”

‘고등어 달인’ 도경호 바다마을 대표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7-01-26 09: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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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웨이산 고등어로 맛·품질 두 토끼 잡아
    • 네트워크 마케팅기업 ‘애터미’가 최대 판로
    • ‘칼 같은’ 대금 결제…원어 수매 자금도 지원
    • 고객 만족 위해 키즈 제품 선보일 터
    ‘국민 생선’ 고등어. 얼마 전 세계 최초로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한 명태와 함께 한국인의 소박한 밥상에 사시사철 오르는 대표 먹거리다. 그런 고등어가 바닷가 아닌 내륙지역에서, 그것도 대규모로 생산된다면?

    “다들 의아해합니다. 하지만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원어(原魚·가공하지 않은 물고기) 상태로 수입해 간고등어로 가공 생산하니 사업장 소재지에 구애할 이유가 없죠.”

    대구광역시 북구 침산동에 자리한 수산물 가공업체 ㈜바다마을. 이 회사 도경호(57) 대표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로 세칭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고등어 1000t을 납품했어요. 국내 단일 수산물 가공공장으로선 우리 회사가 노르웨이산 고등어 납품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구 태생인 도 대표는 고교 졸업 후 1984년 대구의 영안냉동(1968년 설립)에 입사해 수산물 유통업과 냉동창고업에 첫발을 디뎠다. 영안냉동이 1990년 동보냉동으로, 1997년 세진냉장으로 상호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오로지 ‘수산물’ 한우물만 팠다. 이후 매출 신장을 위해 2001년 7월 바다마을을 설립해 수산물 가공업을 개시했다. 주로 학교 급식업체와 대형마트, 생협 등에 납품했지만, 매출액은 회사를 근근이 경영할 정도였다.





    2016년 고등어 매출 120억

    “매출 늘리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갖은 정성을 기울여도 유통 채널 확보가 어려워 매출은 답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한국 토종 네트워크 마케팅기업 ‘애터미(ATOMY)’에 고등어를 납품한 이후 회사가 급성장했죠.”

    애터미와 거래하기 시작한 때는 2011년 12월. 부산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지인으로부터 납품 권유를 받고서다. 하지만 도 대표는 선뜻 내키진 않았다고 한다.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선입견이 엄존해 썩 환영받지 못하는 업종이었기 때문. 게다가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도 아닌 고등어라니!

    “네트워크 마케팅기업이 고등어를 팔려는 것 자체를 당최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일면식도 없던 박한길 애터미 회장이 직접 우리 회사를 방문해 공장 시설과 제조공정을 꼼꼼히 점검한 후 ‘고등어 파는 건 애터미가 다 책임질 테니 최고의 맛과 품질, 신선도는 바다마을이 책임져달라’고 요청하더군요. 솔직히 ‘애터미가 팔아봐야 얼마나 팔겠어?’ 하는 의구심을 가졌어요. 당시 납품을 거절했다면 지금의 바다마을은 없었겠죠.”

    반신반의하면서 도 대표는 혹시 고등어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결국 돈 떼일 걸 각오한 그는 속는 셈치고 한번 납품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첫 납품량은 6500만 원어치.

    그런데 웬걸!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납품하자마자 고등어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판매 속도가 상상을 뛰어넘었다.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바다마을은 이듬해인 2012년 애터미에 무려 41억 원어치의 고등어를 납품했다. 2013년 43억 원에 달한 애터미 관련 매출은 2014년 60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2015년엔 다시 껑충 뛰어 8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필렛 가공, 저온 숙성

    2016년 바다마을의 고등어 관련 매출은 120여억 원. 이 중 90억 원가량이 애터미 납품 매출이다. 바다마을의 기존 유통 채널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애터미 납품 매출은 2011년 이후 해마다 수직상승 중이다. 애터미라는 최대 판로를 확보하기 전 고등어 관련 연매출이 30억~40억 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바다마을이 애터미에 납품하는 제품 명칭은 ‘애터미 간고등어.’ 2kg들이로, 고등어 머리와 꼬리, 내장, 가시를 제거해 먹기 좋게 손질한 필렛(fielet·육류나 가금류, 생선의 뼈와 지방질을 제거한 살코기) 가공과 저온 숙성을 거치는 게 특징. 별도의 손질 없이 요리할 수 있어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다.

    “필렛 고등어는 많은 손질을 거쳐 탄생해요. 고등어 가시를 기계로 발라내는 업체들이 있는데, 우린 오랜 노하우와 숙련된 기술자들의 수작업으로 가시 제거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가시 없는 고등어를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도 대표는 애터미 간고등어가 많이 팔리는 으뜸 비결로 국내산보다 인기가 높고 귀한 대접을 받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만 사용하는 걸 꼽는다.

    “우린 노르웨이산 가을 고등어만 고집해요. 겨울에 대비하려 먹이를 많이 먹어두기에 맛과 영양이 풍부하거든요. 이런 이유로 다른 철에 비해 가을 고등어 가격이 훨씬 비싸지만, 봄이나 여름철 고등어는 절대 취급하지 않습니다.”

    9~10월 잡힌 노르웨이산 고등어의 체내 지방 함유량은 27% 안팎. 다른 시기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어획 현장에서 바로 급속 냉동시킨 만큼 풍부한 육즙이 보존돼 촉촉하고 고소하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국내산에 비해 크기가 일정하고, 수급 상황이 들쑥날쑥하지 않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노르웨이산이니 방사능 공포로 인한 판매 위축 현상도 자연스레 피해갈 수 있다.

    바다마을은 노르웨이 정부가 안전성과 맛을 보증한 ‘노르게(NORGE)’ 로고를 달고 부산항 등으로 입고된 고등어를 엄격히 선별해 적기에 선점한다. 간고등어는 원어가 얼마나 신선하고 좋은지에 따라 맛이 좌우되기에 도 대표는 무엇보다 품질 좋은 고등어를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바다마을은 고등어에 간이 적절하고 고루 배게 하기 위해 소금물에 담갔다 빼는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전남 신안에서 생산된 천일염, 전남 보성에서 재배된 녹차 우린 물을 섞은 염수를 자동분사방식으로 뿌려 간을 한 후 0~5℃의 숙성실에서 저온 숙성한다. 그래서 비린내가 적고 맛과 영양이 뛰어난 게 특장점이다. 반 마리씩 진공 포장해 번거로운 손질을 줄여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고, 생선뼈 등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것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바다마을은 2001년 12월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해썹)을 취득했다.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 즉 최종 제품을 검사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생산→유통→소비의 전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제품 또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증하는 예방 차원의 개념이다.



    최상의 파트너십

    바다마을의 간고등어 생산라인은 애터미에 납품한 이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명절 때는 애터미의 요청 물량을 대지 못할 정도다. 2016년 추석 때 주문량이 넘쳐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한 도 대표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도 애터미 주문량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장기 불황이라지만, 도 대표에겐 “‘딴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아무리 유통회사가 잘 팔아준대도 결제 조건이 나쁘면 납품업체는 망합니다. 생존이 어려우니까. 대형마트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납품하기도 힘들지만, 납품한다 해도 결제 조건이 썩 좋지는 않아요. 그런데 애터미는 납품 후 일주일 만에 ‘칼같이’ 대금을 현금 결제해줍니다. 예컨대 지난주에 물건이 나가서 거래명세표와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무조건 다음 주 수요일에 결제가 이뤄져요. 처음 몇 번만 이렇게 주다 나중엔 대금을 늦게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7년째 단 한 번도 어긴 적 없어요.”

    도 대표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판로 개척도 힘들지만, 납품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는다”며 “애터미의 결제 시스템을 모든 대기업이 도입한다면 중소기업 발전과 동반성장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 대표가 애터미에 놀란 점은 또 있다. 품질 좋은 원재료를 제때 좋은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게 원어 수매자금도 빌려줘서다. 바다마을은 매년 10억~15억 원을 지원받는다. 안정적 판로 제공에다 자금 지원까지…. 가히 최상의 파트너십인 셈이다. 이 때문에 도 대표는 동종업계 중소기업 대표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바다마을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애터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50여 곳 중 애터미가 자체적으로 뽑은 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애터미가 우리 회사에 요구하는 건 딱 한 가집니다. ‘고등어 잘 팔린다고 자만해선 안 되고 그럴수록 자세를 낮춰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거예요. 우리뿐 아니라 다른 협력업체에도 똑같이 주문해요. 제품 질에만 신경 쓰라는 거죠.”

    도 대표는 납품 후 한때 애터미가 일반 대형마트 등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동종업체를 협력사로 선정해 서로 경쟁케 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제품 질에만 신경 쓰라”

    “박한길 애터미 회장이 ‘우리는 절대 다른 업체를 넣어 쓸데없이 경쟁시키지 않겠다’며 ‘기존 협력업체가 신규 제품 납품에서 우선권을 갖는다’더군요. 여러 업체를 경쟁시키지 않는 대신 협력업체의 품질관리엔 철저합니다. 그러니 납품업체들은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죠. 경쟁업체가 없다고 느긋하게 납품하는 게 아니라 애터미가 ‘매의 눈’으로 점검하는 걸 무서워하죠. 이것이 애터미 협력업체들이 품질 좋은 제품을 일정하게 납품하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바다마을의 향후 계획은 생선 먹길 꺼리는 어린이들을 위해 가시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이미 구워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키즈(kids) 상품을 내놓는 등 더 많은 소비자가 수산물을 접하게 하는 것이다. 경영이념은 ‘자연을 존중하며 사람을 이롭게 한다.’ 도 대표의 부연이다. “바다라는 자연에서 나는 수산물 자체를 존중하고 좋은 제품으로 가공해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이롭게 하자는 뜻입니다. 축약하면, 기본을 지키자는 거죠. 기본만 잘 지켜도 세상이 바르게 가는데, 그렇지 못하니 요즘 시국이 어수선한 것 아니겠어요?”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중략)…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고등어를 먹으며 가수 김창완의 옛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를 흥얼거리는 이가 적지 않을 터. 고등어에 담긴 어머니의 가족 사랑이 오롯이 피어나는 느낌이다. 고객을 위해 매일 고등어와 동고동락하는 도 대표의 마음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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