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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푸른 바다의 전설’? 해녀는 현실의 삶 그 자체”

‘제주 해녀문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산파역 와이진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푸른 바다의 전설’? 해녀는 현실의 삶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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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공동체 문화

“해녀들이 굉장히 유쾌해요. 어머니들이니까 뒷집 아들 얘기, 옆집 아저씨 허리가 부실하다는 야한 농담도 하시고. 그렇게 삶을 즐기세요. 월수입도 웬만한 대기업 과장 월급 정도 되고요. 마라도에서 만난 94세 해녀 할머니는 뭍에선 제가 도와드리지 않으면 일어나지도 못하시는데 물속에선 엄청 빠르세요. 제가 못 따라가요. 아니, 이렇게 밝은 모습인데 왜 그렇게 백과사전이나 박물관엔 죄다 삶에 찌들어 보이는 흑백사진 속 해녀들뿐일까 싶었어요. 그럴수록 해녀의 삶을 정확히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더욱 커졌죠.”

와이진은 해녀들만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에도 감명을 받았다.

“어느 해녀가 애를 낳거나 몸이 아파 물에 못 들어가면 다른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가져다 줘요. 그게 일본의 ‘아마’와는 다른 제주 해녀문화라고 해요. 아마 시스템은 일정 구역의 바다를 임차한 주인에게 고용된 아마들이 해산물을 채취하면 그날 채취량의 일정량을 아마에게 일당 주듯 지급하는 거예요. 반면 제주 해녀는 서귀포 해녀, 성산 해녀 등 마을 단위로 구성되죠. 물질 솜씨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똥군)으로 나뉘고. 아마는 아마대로, 해녀는 해녀대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닌 거죠. 요즘 제주 곳곳에 생겨나는 이른바 ‘해녀학교’도 제발 ‘해녀체험학교’로 명칭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외국인들은 ‘해녀 스쿨’이라니 거길 다녀오면 진짜 해녀가 되는 줄 착각하거든요.”



또 하나의 ‘해녀’

“‘푸른 바다의 전설’? 해녀는 현실의 삶 그 자체”

아시아 최대 해양박람회 ‘아덱스’에서 제주 해녀문화를 알리는 와이진. [사진제공·와이진컴퍼니 ]

와이진은 2013년 4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덱스(ADEX·Asia Dive EXpo)에 초청받은 것을 계기로 국제무대에서 제주 해녀 알리기에 나섰다. 매년 두 번(4월 싱가포르, 9월 중국 베이징) 열리는 아시아 최대 해양박람회인데도 한국 부스가 없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와이진은 이 행사에서 메인 무대를 제공받아 수중사진작가로서의 활동과 한국의 바다에 대해 강연하던 중 아마는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분에 아는 외국인이 많지만 한국 해녀에 대해선 거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후 그녀는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홍콩, 미국 등지에서 열리는 전 세계 해양박람회에 참가해 제주 해녀를 알리기 시작했다. 2014년 아덱스 때는 아예 마라도 최연소 해녀 김재연(41) 씨, 2016년 3월 KBS 1TV ‘인간극장’에 소개된 성산 해녀 김옥자(78) 씨와 함께 참가해 세계인이 제주 해녀를 직접 접할 수 있게 했다. 항공료와 숙박비는 와이진이 사비로 댔다.

와이진은 얼마 전 대구의 안경 브랜드 SNRD와 안경다리에 해녀의 물질 사진을 넣은 ‘해녀 안경’을 출시한 데 이어, 2017년 3월엔 해녀 사진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제주 해녀를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12월 21일엔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여성신문사가 주관한 ‘2016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도 받았다. 여성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장려하고 격려하는 상이다.

지금껏 다각도로 제주 해녀 알리기에 나서온 와이진의 작업 명칭은 ‘해피 해녀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이제 해피 해녀 프로젝트는 끝났네요’라는 거였어요. 하지만 제 작업은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타깃으로 한 게 아니어서 해녀 분들이 허락하는 한 촬영을 계속할 겁니다. 사실 되게 힘들긴 해요. 물때를 맞춰 제주를 오가는 게. 항공료 부담도 크고. 하지만 해녀들도 점점 줄어드는 데다, 국내에 수중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 작가가 저 하나뿐인데 제가 지금 해두지 않고 후배 세대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늦을 것 같아요.”

와이진, 그가 떠났다. 1월 18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프리 다이빙 챔피언들을 모델 삼아 ‘인어공주’ 등 동화 속 내용을 재현하는 수중 화보 촬영을 위해 인터뷰 다음 날인 1월 4일 출국한 것. 해녀와 마찬가지로 그의 개인 파인아트 프로젝트 중 하나다. 2017년 8월엔 멸종 위기에 놓인 상어를 보호하기 위한 다큐멘터리도 촬영할 예정이다.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도 못하면서 한국 여성 최초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수중사진작가의 길로 성큼 들어서고, 2015년엔 여성으로선 세계 최초로 수심 101m 잠수를 기록하기도 한 와이진. 개척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 또한 ‘바다의 피’가 흐르는 ‘해녀(海女)’라면 과장일까. 





신동아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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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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