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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논쟁

‘의료계 최순실’이 의료정책 농단〈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vs ‘근거 없는 악의적 주장일 뿐’〈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의료계 최순실’이 의료정책 농단〈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vs ‘근거 없는 악의적 주장일 뿐’〈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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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 과징금 부과 압박?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10월 대한의사협회에 10억 원, 전국의사총연합에 1700만 원, 대한의원협회에 1억2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단체가 2009년부터 2014년 7월까지 혈액검사대행기관과 초음파제조업체 등에 ‘한의사들에게 혈액검사대행을 하거나 초음파진단기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니 거래를 중단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게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이유였다.

공정위는 “의료전문가 집단이 경쟁사업자인 한의사를 퇴출시킬 목적으로 의료기기판매업체 및 진단검사기관들의 자율권, 선택권을 제약하고 이로 인해 경쟁이 감소하는 등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해당되며 “한의사들이 혈액검사를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정확한 진단, 한약처방, 치료과정 확인 등이 어려움에 따른 영업 곤란 및 한의 표준화·객관화·과학화에 필수적인 초음파진단기 구매까지 차단됨에 따라 한의사의 의료서비스 시장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의협은 우선, 복지부가 2015년 11월 30일 공정위에 보낸 답변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답변서는 공정위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됐다. 복지부는 답변서에서 “1995년 8월 4일 ‘한의사가 혈액 및 소변을 채취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의학적 진찰, 진단이나 임상검사 등은 다른 의료기관 등에 의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민원에 답변한 바 있고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의학적 검사를 의료기관 등에 의뢰하고 그 결과를 한방치료에 참고 활용할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고 했다. 그동안에도 한의사들의 채혈을 줄곧 허용해왔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1995년 8월 민원 답변의 정확한 문구는 “한의원에서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임상병리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는 할 수 없으나 환자 진료에 필요한 보조적인 의학적 진찰, 진단이나 임상검사 등은 다른 의료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이다. ‘한의사가 혈액 및 소변을 채취해’라는 문구는 없다. 이에 대해 의협은 “다른 의료기관에 임상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는 것은 한의원에서 혈액을 직접 채취해 검사를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채혈부터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석까지 다른 의료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복지부는 원래 내용에도 없는 문구를 임의로 삽입해 허위 내용을 답변했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복지부 주장대로 유권해석이 바뀐 적 없었다면 과거에도 현재도 한의사들의 채혈이 합법이란 건데, 그렇다면 최 이사장이 2013년 10월에 대통령에게 그런 요구를 할 이유도 없고,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대화가 오갔다는 자체가 최소한 그때까진 법적으로 한의사가 채혈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위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한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 사용은 최근에도 법원에서 불법이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의사들의 구입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불법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제조회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전문가단체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그런 요구가 과징금 대상이 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한의사는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해 의료행위를 할 수 없지만 학술·임상연구를 목적으로 한 사용은 가능하다.

이 소장은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 뒤엔 최 이사장이 있다며 “이 정도 위세라면 ‘의료계 최순실’이라고 불러도 과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 이사장은 2014년 11월 13일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은 “내 말 한마디에 보건복지부가 유권해석을 변경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합리적인 루트로 정책을 제안했고 정부도 합리적이라고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최순실 씨처럼 대단한 권력이 있었다면 이렇게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종하지 않았겠나. 공정거래위원장도 단독으로 만난 게 아니라 ‘중소기업 공정경쟁정책협의회’에서 공개적으로 만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회원 단체의 애로사항을 모니터링하면서 회의, 간담회를 주관한다. 한의산업협동조합 역시 수시로 애로사항을 건의하는데, 그걸 보고 문제가 있다 판단해서 나보고 참석하라고 한 것이다. 만약 내 요구가 잘못된 것이었다면 그걸 허용한 공정거래위원회나 복지부에 따져야지 왜 나를 물고 늘어지는지 안타깝다.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려고 정책을 제안하면서 노력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라고 토로했다.



의사와 한의사의 영역 다툼?

의학계와 한의학계는 왜 이렇게 혈액검사기 등 현대의료기기 사용 여부에 민감할까. 최 이사장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한약을 먹으면 한약재의 종류와 상관없이 간이 나빠진다고 하는 것에 같은 의료인으로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한약 짓기 전 간수치를 측정하고 복용 기간에 맞춰 간수치를 측정해서 그런 불신을 씻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며 “수탁기관에 의뢰하려 해도 받아주지 않고 직접 혈액검사기기를 사서 사용하면 고발이 들어왔다. 그래서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혈액검사는 혈구 수나 기능, 각종 항체, 항원의 유무를 통해 질병의 유무를 진단하는 의료행위”라며 “더구나 간수치는 현대의학 개념이다. 왜 한방에서 간수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복지부 한의약정책과가 2011년 내린 유권해석대로 ‘한방 의료행위로서의 혈액검사의 의미는 한의사가 한방의학적 이론에 근거해 혈액의 점도, 어혈 상태를 살펴 진찰, 치료, 연구 목적으로 한 한방의료 영역의 검사를 의미한다. 양방의학적 이론에 의한 혈액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는 한의원에서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준수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한의사들도 초음파기기를 사용하고 혈액검사를 함으로써 오진을 줄일 수 있다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시간과 비용 낭비도 줄일 수 있어 환자들 편익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사들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의약분업을 왜 했나. 환자가 불편하지만 환자들의 안전이 강화되기 때문에 한 것이다. 환자들 편리하자고 환자 생명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의사의 영역이 있고, 의사 영역이 있다. 자기 영역에서 환자를 돌보면 되는 것이다. 의학용 기기를 사용하려면 의사 면허를 따면 된다. 선박면허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지 않나.”

최 이사장은 현대의료기기를 의사들 전유물인 양 말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학적 산물이 아닌 과학기술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

“자동혈액검사는 혈액 성분 수치를 보여주는 기계일 뿐이다. 한의사가 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느냐고 묻는 것은 한의사가 왜 안경을 쓰고, 컴퓨터를 사용하느냐고 묻는 것처럼 어리석은 질문이다.”

최 이사장은 “중국 중의학에는 이런 제약이 없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중의학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의학을 비하하려 하기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소장은 최 이사장의 궁극적 목적이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판매해 이익을 챙기려는 장삿속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은 “조합에서 판매가 된다 해도 나에게 일원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 의료기기 총판회사에 내 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함께 협력해서 한의산업을 활성화할 조합원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조합 쇼핑몰을 문제 삼던데,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 원래 조합사 간 협력사업인 공동구·판매인데 이런 것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환자 안전과 편의가 최우선 가치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과 영역 다툼은 오랫동안 계속돼왔다. 그동안 법원은 판례를 통해 양쪽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 지어왔다. 하지만 그 내용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13년 12월 한의사에게 안과 관련 기기 사용을 합법화한 것처럼, 지난해 5월엔 서울고등법원에서 한의사의 뇌파 측정 의료기기 사용을 합법으로 판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뇌파계 검사가 환자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위해도 2등급(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의료기기)으로 허가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말한다. “의료행위의 개념은 고정 불변인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 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라고. 물론 거기엔 ‘환자의 안전’이 가치 판단의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신동아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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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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