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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너 임팩터’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 성공시 미소 이어 세계 3번째 도전

2016년 한국 달 탐사 가능할 수도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루너 임팩터’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 성공시 미소 이어 세계 3번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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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너 임팩터’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 성공시 미소 이어 세계 3번째 도전

‘루너 임팩터’ 상상도

“10년 안에 사람을 달에 착륙시킨 뒤 지구로 안전하게 귀환시키겠다.”

1961년 5월 25일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약속했다. 이렇게 시작된 미국의 ‘아폴로 계획’은 1969년 7월 21일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해 첫발을 내디디면서 성공한 듯했다. 하지만 아폴로 11호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달에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우주 개발에서 달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식었다.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달 탐사가 2000년대 들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04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2년 동안 중단됐던 미국의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하고 달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는 내용의 우주개발 로드맵을 발표한 게 계기가 됐다. 일본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달 탐사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3년 달에 궤도선을 보내고 2025년에는 달에 착륙할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러브콜’로 이 계획이 확 앞당겨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르면 2016년경, 달 상공에서 초소형 위성(큐브샛·CubeSat)을 떨어뜨려 달 표면에 충돌시키는 한미 합작 달 탐사 프로젝트인 ‘루너 임팩터(Lunar Impactor)’ 계획이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루너 임팩터는 지난해 초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을 눈여겨본 NASA의 적극적인 ‘대시’로 시작됐다. 처음 NASA의 제안은 자신들이 개발한 큐브샛을 한국의 인공위성에 실어 발사해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의 ‘No’에도 NASA의 적극적 러브콜

한국의 NASA 격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미래비행체연구팀장인 주광혁 박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나라는 우주개발기본진흥계획에 맞춰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있어 NASA의 제안을 수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우주개발기본진흥계획은 우주개발진흥법에 따라 5년마다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올해부터 제2차 우주개발기본진흥계획이 시행 중이다.

주 박사는 KARI에서 오랫동안 달 탐사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달 탐사에 관해서는 KARI에서 실무 총괄을 맡고 있다. ‘달 전도사’로 불릴 만큼 달 탐사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한국이 한 번 ‘NO’ 했지만 NASA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이야기는 NASA와 KARI가 공동으로 큐브샛을 개발해 쏘아 올리는 쪽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4월 양측이 한국에서 만나 회의를 하며 처음 이런 의사를 타진했다. 양측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면서 주 박사는 지난해 11월 NASA 에임스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를 찾아 두 번째 회의를 했다. 이 출장에는 정부 관계자도 동행했다. 에임스연구센터는 NASA의 여러 센터 가운데 달 탐사를 총괄 진행하는 곳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퍼필드에 있다.

양측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올해 1월 기자가 에임스연구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NASA는 한국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에임스연구센터의 벨가켐 자룩스 박사는 “지난 1년간 KARI와 협의를 해왔다”며 “올해 루너 임팩터 기초 연구를 진행한 뒤 내년에 한국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룩스 박사는 미 서부의 명문대인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으로 에임스연구센터에서 임무설계 부서(Mission Design Division)의 책임자(Chief)다.

자룩스 박사는 “왜 한국을 파트너로 정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달 탐사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의 인공위성 기술과 인재들을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이 지금껏 자국 위성을 3기나 쏘아올린 만큼 인공위성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며 기술적인 수준에서도 NASA의 훌륭한 파트너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아리랑(다목적실용위성) 1호’에 이어 2006년 ‘아리랑 2호’, 2010년 정지궤도복합위성인 ‘천리안’을 쏘아 올린 바 있으며 이 가운데 아리랑 2호와 천리안이 활동 중이다.

사실 루너 임팩터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먼저 눈독을 들였다. 에임스연구센터가 루너 임팩터를 구상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예산을 전액 지원하겠다며 NASA에 적극적으로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NASA는 사우디아라비아 대신 한국에 손을 내민 것이다.

자룩스 박사는 “초소형 위성이 크기는 작지만 대형 위성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작은 위성 안에 고성능 탑재체를 넣어야 하는 만큼 정교한 엔지니어링 실력이 필요하며 이런 점에서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며 “1980년대만 해도 현대자동차가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엔지니어링 실력은 최고”라고 극찬했다.

달 재착륙 계획 백지화하며 저렴한 큐브샛 선택

루너 임팩터는 우주선에 가로 세로 각각 10㎝, 높이는 30㎝이며 무게는 1~3㎏ 정도인 큐브샛 2, 3기를 실어 달 상공에 보낸 뒤 큐브샛을 달 표면에 떨어뜨리는 게 목표다. ‘임팩터’라는 이름도 위성을 달에 충돌시킨다는 뜻에서 붙였다. 큐브샛은 달 표면에 부딪히기 전까지 13.5초라는 짧은 시간을 비행하면서 달의 자기장을 측정해 지구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큐브샛은 달 표면에 부딪힌 뒤에는 파괴되면서 수명이 다한다.

2009년 NASA는 2.4t급 대형 충돌체를 달에 떨어뜨려 달 표면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엘크로스(LCROSS)’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지금까지 NASA가 달에 보낸 위성들은 하나같이 엘크로스처럼 1t 이상의 큰 위성이었다. 큐브샛처럼 작은 초소형 위성을 달 충돌 실험에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NASA의 이런 변화는 부시 정권에서 오바마 정권으로 넘어오면서 미국의 달 탐사 정책이 변화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4년 달 재착륙 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 NASA는 30여 년간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우주왕복선을 보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우주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부시 전 대통령의 발표 이후 NASA는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하고 달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는 내용의 우주개발 로드맵을 짰다. 여기에는 2020년 달에 우주인을 4명 보내 약 7일간 체류하게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달에 착륙해 2024년에는 사람이 6개월간 살 수 있는 기지를 만들겠다는 복안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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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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