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호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정년 65세 시대’ 일본은 지금…

  • 전영수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change4dream@naver.com

    입력2015-07-21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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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보다 한발 앞서 ‘노인대국’에 진입한 일본은 2013년부터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과연 이 제도 덕분에 일본 사회는 노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깔끔하게 해소됐을까.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유엔은 1999년을 ‘국제 고령자의 해’로 삼았다. 당시 ‘고령자 5원칙’을 내놨는데 자립, 참여, 건강, (자아)실현, 존엄이 그것이다. 존엄과 건강을 지키며 사회에 참여해 자아를 실현하며 자립할 때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모두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5원칙을 손쉽게 실현할 수 있는 든든한 공통 전제가 있다. 바로 ‘일’이다. 일을 하면 5원칙은 자연스럽게 확보된다. 튼튼한 육체(건강)로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참여)함으로써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고(존엄) 보람(자아실현)된 노후소득(자립)이 보장된다. 고령 근로의 다목적 함수다.

    장수는 축복이다. 더욱이 무병장수라면 천혜다. 다만 ‘장수=축복’은 일부의 전유 공식이다.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겐 해당 사항 ‘없음’이다. 인간다운 노후를 가로막는 호구지책의 생존 압박 때문이다. 유전(有錢)장수가 아니면 노후 행복은 요원하다. 고령인구의 상대빈곤율이 50%에 달하는 한국은 특히 그렇다. 해법은 돈으로 요약된다.

    해법은 돈이다

    행복한 노후를 영위하는 데 따르는 변수는 많다. 흔히 건강, 취미, 관계 등 비재무적인 행복 변수가 강조되지만, 냉엄한 현실은 자산 · 소득 등 금전 이슈를 1순위에 올려놓은 지 오래다. 빈약한 노후안전망을 보건대 재무 항목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최우선 카드다.



    결국 장수 사회의 최대 관심은 ‘일’로 요약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 지속적 고용 확보가 절대 목표다. 단기적, 단편적인 주변부 일자리는 통과의례일 따름이다. 닿아야 할 목적지는 양질의 중심부 일자리다. 일단은 최대한 버티자는 게 은퇴 세대는 물론 중장년의 속내다. 직장은 전쟁터지만 사회는 무간지옥인 까닭에서다.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는 공포는 환갑을 넘긴 은퇴 세대뿐 아니라 4050세대까지 아우른다. 정년 연장이 반갑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연봉 하락, 업무 전환 등 연장 조건이 매력적이지 않을뿐더러 고비용의 화이트칼라 대부분은 정년 도달 이전에 퇴직 압박을 받는다.

    ‘환갑 현역’의 한국적 정년 연장은 이 과정에서 채택됐다. 우여곡절은 겪겠지만 적어도 법적 장치는 마련됐다. 다만 그리 손쉽게 안착, 확대될 이슈는 아니다. 이는 선행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이다. 기업, 정부, 직원 제각각의 이해 조정이 힘들다. 2013년 65세 정년이 시작된 일본의 사정이 그러하다.

    결과부터 요약하면, 일본은 대기업 위주로 정년 연장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는 추세지만 가려진 속내는 통계와 조금 다르다. 근로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65세까지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명목일 확률이 높다. 자의반 타의반 정년 연장을 적용받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성장 경로, 고용 모델, 제도 현황 등을 보건대 일본과 한국이 선택한 정년 연장의 방향과 의지는 옳다. 품은 들지만 그래도 하는 편이 낫다. 정년 연장뿐 아니라 평생 현역까지 감안해 제도 정비를 시작하는 게 맞다. 한국, 일본처럼 특정 연령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강판당하는 고용 관행은 성(性), 학력 차별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다.

    정년 연장, 평생 현역으로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많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고, 직원은 고령 근로를 확보하며, 기업은 숙련자 확보 등이 가능하다. 물론 고도성장 때 만들어진 고용 · 임금 시스템을 개혁해야 기대효과가 극대화한다. 그러자면 부작용과 불협화음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청년실업 등 사회의 반발이 그렇다. 일자리 쟁탈전이 없다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청년 박탈 체감도는 심각하다. 청년 등 전체 구성원의 이해와 동의가 필수다. 사회적 공감을 얻어야 한다. 정년 연장이 세대를 관통하는 협력 모델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일본의 정년 연장이 우리에게 주는 힌트는 적지 않다. 고용 · 임금 모델이 상이한 서구 모델보다 일본 사례가 실효성이 높다. 일본도 한국처럼 고용 시장이 경직돼 있다. 노후생활을 위한 근로 기회 확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임금 시스템도 연공서열을 겸비한 생활급 체제로 연령차별이 일상다반사다. 신입사원을 일괄 채용하는 내부 고용 위주인 탓에 중도 퇴직 등에 따른 이직, 전직은 물론 외부 고용에 빈틈이 별로 없다. 그때 그때 필요하면 채용하고 해고하는 서구식과 달리 기업 내부에 의탁하지 않는 노동력이면 전적으로 비정규직이다. 일자리 품질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고령 인구는 물론 은퇴 연령에 즈음한 중장년 역시 장기적, 안정적 고용 확보가 힘든 이유다.

    정년 연장의 설득력은 이때 발휘된다. 3300만 명(2014년 10월)에 달하는 일본 고령인구(65세 이상)의 실질적인 노후 소득 확보 목적이 먼저다. 정년 연장으로 꾸준한 일거리를 유지해 소득 루트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지금처럼 연금 부담이 계속되면 재정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정년 연장에 앞서 연금 지급 타이밍을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높이니 ‘마의 벽’으로 불리는 5년 공백(60→65세)을 메워줄 정책 대안이 필요했고, 그게 정년 연장이었다.

    권고에서 의무로

    일본의 정년 연장은 순차적인 과정을 거쳤다. 5년간 근로자를 추가로 채용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면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수다. 처음엔 65세 계속고용이 ‘노력 규정’으로 시작됐다(2000년 개정 고령자고용안정법). 최대한 협조해달라는 의미다. 그러다 비용부담을 우려한 기업이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자 법적 의무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2004년 개정 고령자고용안정법). 65세 정년제 등 계속고용(직원이 희망하면 정년 이후에도 계속고용)의 단계적 도입을 의무화한 것이다. 선택지는 △정년 상향 △계속고용(근무 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의 3가지다. 그 결과 2013년 4월, 65세 정년 의무가 순차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조류다. 프랑스는 정년을 연장(60→62세)하고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높이는(65→67세) 개혁안을 내놨다. 영국은 연금수급 개시연령(여성)을 65세까지 늦추고 최대 68세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은 이미 2004년부터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67세로 늦췄고 조기 은퇴의 경우 연금급여를 삭감했다. 늦었지만 한국도 60세 정년연장법이 통과됐다. 일본처럼 정년 연장을 ‘권고사항→의무조항’으로 바꿨다.

    결국 일본은 원하면 누구든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만들어졌다. 연령별로 차등 적용한 후 2025년 최종 완성된다. 이는 65세 수급을 위한 연금개혁 스케줄과 연동했기 때문으로, 기업으로선 대응 시간을 번 셈이다. 반발하면 회사 이름을 공표하는 등 규제도 마련했다.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자발적 비정규직 선호

    통계는 합격, 실제는 거품?
    현재 일본 기업은 정년 연장을 시대의 조류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3가지 선택 카드 중 압도적으로 많은 건 근무 연장과 재고용 형태로 65세까지 고용하는 계속고용이다. 정년 상향과 정년 폐지의 경우 기업 부담이 적잖아서다. 사규 개정을 통한 65세 정년 기업은 전체의 13.6% 수준이다. 그나마 10여 년 전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2013년 기준 일본 기업의 정년 연령은 전체 기업의 82.7%가 60세로 못 박는다.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인 경우에는 93.4%에 달한다. 정년 60세를 유지한 채 65세까지 실질적인 계속고용(재고용)을 택하는 기업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정년 도달자의 4분의 3이 계속고용의 길을 걷는다. 2013년 6월 기준 과거 1년간 정년 도달자 중 76.5%가 계속고용이다. 나머지 22.3%는 근로자 본인이 계속고용을 희망하지 않고 60세 정년을 택한 경우다.

    그런데 계속고용은 대개 비정규직이다. 즉 60세를 경계로 비정규직이 급증한다. 남성의 경우 55~59세 비정규직은 14.3%인데, 60~64세(57.1%), 65~69세(74.4%) 등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진다.

    특이한 건 자발적인 비정규직 선호다. 장기적, 안정적인 근로소득은 노후준비가 부족한 은퇴 세대 대부분의 희망사항인데 일본은 좀 다르다. 53.9%의 응답자가 60세 이후의 근로 형태 중 비정규직(파트타임 · 단시간근로 등)을 선호한다.

    이는 공적연금 의존도가 평균적으로 높다보니 추가로 필요한 소득이 제한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령 부부, 무직 세대의 경우 노후소득 중 공적연금 의존율이 90%를 웃돌 정도다. 유유자적한 연금 생활이 가능한 일본의 특수성이 고령 근로자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연결된다. 그게 아니면 현역 시절 쌓아둔 저축을 인출해 영위하는 생활이다.

    일본의 은퇴 세대 대부분이 월 24만 엔의 연금소득을 받는다(가처분소득은 19만 엔 수준).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23만~24만 엔으로 4만~5만 엔의 적자생활이 불가피하다(후생성 분석). 따라서 이 부족분에 대한 추가 소득을 얻는 일자리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대기업 · 정규직만 혜택?

    일본에서 65세 이후 계속고용이 가능한 기업은 전체 기업의 68.7%다. 적어도 제도적인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본인의 희망(14.9%)보다 회사의 요청(71.2%)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적 자본에 한정해 실질적인 정년 폐지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제도적, 통계적인 연장 효과를 훼손하는 수면 아래의 한계, 모순, 함정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우려하거나 준비 부족으로 정책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월급 감소다. 늦게 퇴직해도 실질임금이 급락해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일만 오래할 뿐 손에 쥐는 생애소득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봐서다. 임금 피크제에 따라 대개 60세 이후엔 월급이 60~70%로 준다. 최대 절반가량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분 변화(정규직→비정규직)의 불안감과 함께 고작 촉탁계약으로 5년의 시한부 일자리를 얻은 게 전부라고 푸념한다. 반면 기업은 정년 연장이 신입 채용, 현역 임금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염려한다.

    정년 연장의 수혜 대상을 선정하는 데 작위성이 개입될 우려도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만 정년을 늘릴 경우다. 아니면 미리 명예퇴직 형태로 정년 연장 대상 자체를 축소할 개연성도 있다. 정년 연장 계약 시점인 60세 이전에 일찌감치 명예퇴직 카드로 예상 인원을 줄이려는 관행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금융업계 등에선 50대 초중반에 옷을 벗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약 조건의 악화도 문제다. 최대 절반 수준으로 월급이 주는 데다 그나마 주변 업무에 한정한다면 제도의 효과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후배 직원과의 마찰로 존경을 받기는커녕 거추장스러운 ‘민폐 직원’으로 전락할 여지가 있다. 그나마 이는 대기업 · 정규직의 얘기다. 정년 연장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 비정규직은 그림의 떡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로선 재고용 기회만도 부러울 따름이다. 환갑 이후에도 일하고 싶다면 스스로 재취업 자리를 찾는 게 현실적이다. 60세를 넘기면 취업상담소(헬로워크)조차 부담스러워한다.

    ‘월급벌레’ 취급받기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더 복잡해진다. 많은 기업이 이미 내부에 인재파견회사를 설립해 60세 이상 사원을 재고용한 후 원래 회사에 파견하는 형태를 취한다. 전형적인 파견근로다.

    젊은 후배로선 소속이 달라 존경은커녕 협업조차 꺼리게 된다. ‘쓰기 힘든 직원’ 취급을 당하거나 고달픈 일만 맡기는 등 결국엔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는 게 현실이다. 수입 격감에 더해 재고용 후의 신분과 인간관계에 상당한 고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월급벌레로 비난받느니 그만둘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온갖 ‘압박 수단’이 난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5세 전에 자발적으로 떠나게끔 유도하는 반칙 탓이다. 집단적인 무시나 따돌림 등이 그것이다.

    결국 정년 연장은 고용 권한을 쥔 기업의 동의가 필수다. 그런데 기업은 고용비용 증대 우려, 임금제도 개혁 압박 등을 이유로 신중한 편이다. 따라서 순조로운 정년 연장을 위해서는 정책 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당근이 있어야 기업도 움직일 유인이 발생한다. 이를 일본 사례를 통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정년 연장을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지원과 자금 보조를 실시한다. △고령자 고용확보 충실 장려금 창설(희망자 전원이 65~70세까지 근무 가능한 고용 확보 조치 때 지급) △재택근무 보급 · 촉진(취업자 중 20%까지 재택근무 확대 지원) △실버 인재센터 지원(고령 근로자에게 취업 기회 제공) △공평 · 투명하고 쉬운 연금제도(2013년까지 소득비례연금과 최저보장연금으로 연금 일원화) △국민연금보험료 납부 개선(납부 환경을 개선해 무연금 · 저연금 방지 등). 예산은 계속해 늘어 최근 15조 엔에 육박한다. 상담지원 서비스와 사업소세 등 세제상의 우대 조치도 동반된다.

    고령 근로를 완성하자면 품이 많이 든다. 고도성장기의 레일을 걷어내고 새로운 길을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노동시장 참가자의 이해와 동의가 필수다. 특히 새로운 제도 도입은 선순환 기대효과만큼 상대적인 손실 · 피해도 발생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최선책은 찾기 힘들어서다. 따라서 앞서 진행돼야 할 작업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정부가 할 일이 많다. ‘평생 현역’ 제도를 완성하는 최종 마침표는 정부가 찍는 게 옳다. 평생 현역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정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연공임금을 대체할 다양한 소득 증대 제도를 마련하고 능력 재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령 근로의 불가피성을 알리고, 현행 각종 제도 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게 방책이다.

    다양하고 유연한 근무 형태

    제도 안착을 위한 결정적인 키는 기업이 쥐고 있다. 비용부담을 감안하면 재계의 부정적인 반응은 당연하다. 업종, 업태별 미세 조정 없이 정년 연장을 강요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실질적인 정년 연장에도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임금 시스템 재설정에 있다. 기존의 연공서열적 임금 구조와 처우를 고치지 않는 한 기업의 비용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관건은 고령 근로자의 임금 커브를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계속고용 중인 일본 기업은 대부분 정년 당시 수준의 절반 안팎으로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충격과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임금부담 없이 희망자 전원의 임금 커브를 40대 전후로까지 앞당겨 평평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때 너무 평평해지면 4050세대의 필요임금 감소가 발생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조금씩 임금 감소를 감내하는 거국적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고령 근로를 위한 다양하고 유연한 근무 형태를 설정하는 것도 좋다. 직종에 따라 65세 이전에도 체력, 건강, 의욕 등 개인차가 존재하기에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정년 연장 방법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고령 근로자의 필요에 맞춘 단시간 근로 등이 대표적이다. 고령 근로자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유연한 근로 환경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 차원에서도 경기 부침에 호응하는 탄력적인 수급 운용이 가능해진다. 고령 근로자 본인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년 연장을 위한 고령 근로자의 자발적인 인식 개선, 눈높이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사내 활력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60세 이상 선배 근로자를 어떤 일에 배치할 것이냐의 문제다. 가령 쉬지 않고 지각도 하지 않지만 일도 안 하는 고령 사원이라면 조직 전체의 동기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령차별 철폐다. 피라미드형 인구구조 때 만들어진 저연령 · 저임금 고용제도(연공임금)는 합리성이 떨어졌다. 고령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노동자원으로 부각됐다. 즉 이들을 적절한 임금에서 고용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 정년제도와 모집 · 채용의 연령제한을 없애자는 얘기다.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갖췄다면 연령을 이유로 채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다.

    후속 세대에게도 긍정적

    일본은 65세 정년 연장이 이미 보장됐다. 그럼에도 ‘정책 완료’는 아니다. 노인인구는 사실상 평생 현역을 희망한다. 남은 생이 너무 길어진 ‘장수 불안’ 탓이다. 아베 정권 출범 후 20년 디플레와 불확실성이 개선됐지만 그렇다고 장수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니다. ‘장수 불안→소득 정체→소비 축소→내수 침체’에 대한 염려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니 가능한 한 오래 일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이때 정년 연장은 부족한 노후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효과적이다. 사회생활의 연장은 신체적, 심리적인 만족효용도도 높여준다. 시각을 넓히면 정년 연장의 경제적 합리성은 더 뚜렷해진다. 가령 유휴 노동력을 활용해 성장 활력을 유지 · 확보할 수 있다. 고령화 심화 시기를 살아야 할 후속 세대를 위해서도 긍정적이다. 연금과 취업 기회 등 노소(老少) 대결이 없진 않지만 미래지향적인 설득력을 감안하면 세부 갈등의 조정 확률은 충분하다. 정년 연장은 현재 이슈가 아닌 미래 이슈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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