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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즐기다보면 ‘명예의 전당’ 오르겠죠?”

‘성찰하는 카리스마’ 고진영

  • 글 | 엄상현 기자|gangpen@donga.com

“힘 빼고 즐기다보면 ‘명예의 전당’ 오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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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덕분에 우승?

“힘 빼고 즐기다보면 ‘명예의 전당’ 오르겠죠?”
올해 마지막 LPGA 메이저대회인 프랑스 에비앙챔피언십 출전을 앞두고 국내 최고상금 대회인 한화금융클래식에 참가한 고진영을 대회장인 충남 태안 골든베이CC에서 만났다. 먼저 그의 건강 상태가 궁금했다.

“어깨는 다 나았어요. 담처럼 가볍게 결린 거라 오래가진 않았어요. 그런데 무릎은 아직 좀 힘들어요. 지난번 병원에 갔을 때 물이 찼다고 했는데 그 이후 시간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갔어요. 경기 도중에 좀 아프고, 끝나고 나서도 통증이 있어요. 살짝 붓기도 하고요.”

▼ 매주 강행군인데, 병원부터 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올 시즌은 마무리해야죠. 무릎 아프고 나서 우승했으니 남한테 아프다는 말도 못하겠어요, 하하. 오히려 골프가 더 잘되는 것 같기도 해요. 아프니까 힘도 덜 들어가고 욕심도 버려서 그런가봐요. 일단은 무릎을 잡아줄 수 있도록 허벅지와 무릎 주변 근육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처음 출전한 LPGA 메이저 대회인데,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해보니 어땠나요.

“그동안 국내 대회에만 뛰다보니 시야도 좁고, 여유도 없었던 것 같아요. 외국 선수들은 뭔가 좀 달랐어요. 날씨가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는 듯 수시로 바뀌는데도 불평 불만 하나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경기하더라고요. 자기관리도 철저한 것 같아요. 피지컬 트레이너를 경기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시합 당일에도 운동하고…. 우리나라에는 그런 선수가 드물거든요.

경기할 때도 많이 달랐어요. 경쟁자인 다른 선수가 어려운 퍼트를 성공하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해주더군요.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저는 처음에 축하를 받고 되게 어색했어요. 그런 분위기일 거라고는 상상 못했거든요. 국내 대회에선 선수들이 자기 경기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예요. 외국 선수들을 보면서 저도 저런 아량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죠.”

“연습도 의미가 있어야”

“힘 빼고 즐기다보면 ‘명예의 전당’ 오르겠죠?”
▼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했는데.

“저도 공이 잘 안 맞고 스코어가 안 좋으면 즐기는 게 쉽지 않았어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정신 집중도 안 되고, 정신을 다른 데 팔면서 의미 없는 행동을 많이 했죠.

그런데 이번에 영국 다녀와서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곧바로 제주 삼다수마스터즈에 출전했을 때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거든요. 날씨도 덥고 (역전패 당한) 기분도 잊히지 않은 상태였죠. 그런데 골프를 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도 속상하거나 후회되지도 않았거든요.

골프에서 점수나 등수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좋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그걸 보러 오신 분들과 저를 도와주는 분들을 생각하면 제가 경기를 즐기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처음으로 예선 탈락했는데, 그때도 즐길 수 있었나요.

“그때도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어요.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어요. 누굴 탓할 게 아니라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큰 자극제가 됐죠. 뭐가 부족했는지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죠. 골프선수라면 언젠가는 떨어졌다가 올라가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 아닐까요.”

▼ 그래도 첫 탈락인데.

“저도 예선 탈락하면 충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것 아니더라고요. 누구나 떨어질 수 있는 건데, 그동안 괜히 안 떨어지려고 저 스스로를 쟁여놨던 것 같아요. 물론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겠지만. 어쩌면 그 탈락의 순간을 평생 못 잊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순간 느낀 감정이나 생각들, 그 시간이 저 스스로를 깊이 성찰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과제도 하나 생겼죠.”

▼ 어떤 과제?

“공도 안 맞고 일관성 있게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스윙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지금 많이 연습하고 있고, 덕분에 훨씬 나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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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상현 기자|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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