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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당 경제통 최운열 의원 “정책이 고용 악화에 영향 준 것 인정해야”

“국민연금, 정부 이해 충족시켜선 안 돼”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인터뷰] 여당 경제통 최운열 의원 “정책이 고용 악화에 영향 준 것 인정해야”

  • ● “통계 지표로 정당화하려 들면 국민들 짜증”
    ● “‘국민의 오해’라거나 ‘언론 탓’이라 말해선 안 돼”
    ● “소득주도성장 효과, 현 정부에서 나타나기 어려워”
    ● “김수현, 장하성과 달리 주도적으로 나서진 않을 것”
    ● “부총리·정책실장 갈등 인한 불확실성 많이 해소”
    ●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네이밍 잘못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불행히도 2019년 한국에선 ‘경세제민(經世濟民)’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거리가 너무나 멀다. 여와 야, 청와대와 내각 공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주목받는 인물이 최운열(69)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최 의원은 한국증권연구원(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초대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거쳐 20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이념적 도그마를 경계하는 사고를 지녀 야당에서도 ‘말 통하는 여당 의원’으로 꼽힌다. 

특히 그는 여당 소속임에도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의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 의원은 “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브레이크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나는 정부·여당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 자처했다. ‘신동아’ 2018년 10월호에 실린 최 의원 인터뷰 기사는 J노믹스에 대한 가장 적확한 진단서로 평가받았다. 4월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 의원과 7개월여 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국민 피부에 와닿지 않는 소리

-이낙연 총리가 취업률과 실업률 등 최악으로 나타난 통계 이면에 인구구조 변화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인구구조 얘기는 조금 옹색합니다. 그 주장이 맞으려면 실업률도 줄든지 혹은 현 수준이 유지돼야죠. 그런 소리 들으면 국민이 더 화가 납니다. 일각에서는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하던데, 정말 국민 피부에 와닿지 않는 소리죠. 상용근로자 수를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모양인데 (통계상) 1년 이상 근무하면 상용근로자로 분류돼요. 비정규직이 2년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잖아요. 그러니 2년 되기 전에 잘려요. (이런 상황에서) 1년~1년 반 근무한 근로자가 늘었다고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청년 체감실업률은 지난해 22.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25∼29세 고용률은 2017년보다 1.5%포인트 오른 70.2%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신동아’ 2월호에서 “최근 고용통계를 보면 전체 일자리 양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청년의 경우 고용률이 올라갔고 실업률은 떨어졌다. 취업자 수도 다른 세대보다 상황이 괜찮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진단은 윤 수석과 사뭇 다르다. 



“통계 지표 갖고 정당화하려 들면 국민들 더 짜증납니다. 전통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어요. 구조조정 이뤄지면 일자리가 줄 수밖에 없죠. 예상치 못했던 미·중 무역마찰이 대외여건에 악영향을 끼치니 수출이 줄었어요. 물론 구조적 상황만이 (사태의)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 정부가 시행한 여러 정책, 가령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악화에 영향을 끼친 바가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명암이 있었다고 인정하더군요. 

“일자리를 킵(keep)한 사람은 임금이 더 올랐죠. 분명 명(明)이죠. 하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 자영업하다 문 닫은 사람이 있어요. 이런 건 암(暗)이죠.” 

최 의원은 여당 의원임에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3월 2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 의원이 최저임금 차등적용 도입 의사를 묻자 이 총리는 “막상 하려고 보면 많은 과제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 이 총리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더군요.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시장에서 작동할 수 없으면 좋은 정책이 아니죠. 서울과 도서벽지의 최저생계비가 같을 수는 없어요. 이런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결정권을 광역자치단체로 넘겨야 합니다. 그러면 광역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정책을 쓸 겁니다. 

제대로 된 산업이 없는 지역은 최저임금을 낮춰 기업을 유인할 수 있어요. 많은 기업을 유치하면 장기적으로 고용이 늘고 임금이 오를 겁니다. 처음에는 ‘우리 지역이 열등하냐’며 낙인효과에 반발할 수 있지만 일시적인 문제입니다. 업종별 차등적용도 마찬가지예요. 호황을 누리는 업종도 있는 반면 한계업종도 있습니다. 감당 능력이 다른데 업종 상관없이 똑같은 코스트를 제공한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죠.”


경제의 실제온도

최 의원은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부총리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 어떤 고용방식을 택하겠는가”라고 물었다. 비정규직에 ‘고위험 고수익’ 원칙을 적용해 정규직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동일노동, 공정임금’론이다. 홍 부총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철폐’가 진보이고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보수라는 이분법이 있습니다. 

“잘못됐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분 자체가 없어질 겁니다. 지금은 비정규직의 경우 해고는 쉽고 월급은 적게 줘도 되니 내가 사장이더라도 비정규직 뽑지 않겠어요? 반면 취업자는 정규직을 원하겠죠. 부총리가 솔직하게 이야기하진 않더라고요. 지난 정부 때도 황교안 당시 총리에게 똑같이 물었어요. 그분도 (동일노동, 공정임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어요.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시대 흐름을 제대로 못 읽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이슈가 이념적 도그마처럼 고착화돼버린 것 같습니다. 

“맞아요. (동일노동, 공정임금은) 우리나라 증권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어요.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하면 됩니다. 물론 노조는 추후 임금하락 압박을 받을 거라 생각하니 반대하겠죠. 하지만 한국이 있어야 기업이 있고,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있어요. 기업 망하면 한국 경제 망합니다. 한국 경제 망하면 무슨 직장이 있겠습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여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안타까운 것은 성과가 있어도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그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취사선택해서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부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3월 28일 유튜브 채널 ‘추미애TV’에 나와 “‘경제에 무능한 정부’는 왜곡·과장된 정치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여당 소속인 최 의원의 생각이 궁금했다. 

-대통령과 공정위원장이 말한 ‘실패 프레임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제에는 실제 온도와 체감온도가 있어요. 실제 온도, 즉 성장률이나 취업자 수를 두고 ‘뭐가 나쁘냐’ 이야기할 수 있죠.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상당히 달라요. (그렇다고) 정책 당국자가 ‘왜 다르냐’고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정책하는 사람은 늘 겸손해야 합니다. 왜 국민이 그렇게 느끼는지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이 정책 당국자의 자세지, ‘국민이 정말 오해하고 있다’ ‘언론 탓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들은 개방 경제하에서 소득주도성장이 부작용을 낼 거라고 지적해왔습니다. 

“수요가 살지 않으면 공급도 살지 못합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공급 위주의 경제만이 정통 이론이라고 하는데, 글쎄요. 세계경제가 성장 패턴을 이어왔을 때 유효한 정책이 (지금의) 유일한 대책이다? 우리 학자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봐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중에 날 거라고 보나요? 


“타이밍이 참…. 정권을 맡았으니 타이밍 탓해서는 안 되겠죠. (다만) 정책은 어느 사이클에서 시행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갈릴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기에 이런 정책을 썼다면 효과는 당장 나타났을 겁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계경제가 침체돼 있고,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도 떨어져 있습니다. 미·중 무역마찰로 수출 여건도 나빠요. 당장 효과가 나기 어려워요. (설사) 나타나도 먼 훗날일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각종 코스트를 지불하고 욕 얻어가면서 펼친 정책 효과는 다음 정부가 누릴 겁니다. 이 정부에서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김앤장과 홍앤김

3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3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의 최대 변수는 ‘김앤장(김동연 전 부총리, 장하성 전 정책실장)’ 간 정책 엇박자와 갈등설이었다. 장 전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분배 노선’에, 김 전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밑바탕에 둔 ‘성장 노선’에 방점을 찍은 채 정책을 폈다. ‘시민사회 그룹’과 ‘관료 그룹’의 알력다툼으로도 비쳐 경제 운용의 리스크로 비화했다. 이후 두 사람 모두 교체됐다. 정부·여당 소식에 두루 밝은 최 의원에게 물었다. 

-홍남기 부총리·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라인은 잘하고 있습니까? 홍 부총리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이 갈등(상황)은 아니잖아요. 경제정책은 부총리가 주도하는 게 맞죠. 다만 우리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해서 (처음에) 장관이 없다 보니 청와대가 주도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게 너무 오래갔습니다. 청와대 수석은 비서일 뿐이잖아요. 부총리를 전면에 세워 경제정책을 끌고 가도록 (청와대는) 서포트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주도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두 사람 간) 하모니상 별문제가 없다고 봐요. 김수현 실장은 굉장히 겸손합니다. 장하성 전 실장 때와는 달리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나서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부총리와 정책실장 간) 불협화음은 없을 겁니다. 둘 사이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많이 해소됐다고 봐요. 그러니 부총리가 더 소신껏 자기 정책을 폈으면 좋겠어요. (다만) 이분(홍 부총리)도 워낙 온화한 사람이라 자기 목소리를 크게 안 내려고 하는 듯한데, 주도해서 끌고 가야죠.” 

-부총리는 공무원이기도 하지만 정무직이죠. 


“홍 부총리 본인은 반면교사를 생각할지도 모르죠. 직전 팀이 받은 그런 비판(불협화음)을 우리 팀은 받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서로 목소리를 낮추고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그래도 부총리가 주도해가는 게 맞습니다.” 

최 의원은 ‘김앤장’ 갈등설이 불거질 무렵 ‘신동아’ 인터뷰에서 “부총리와 정책실장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럴 바엔 차라리 ‘서별관회의’라도 부활하라”고 주장했다. 서별관회의는 과거에 부총리와 정책실장, 경제수석, 경제부처 장관, 금융위원장 등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고위 관료들의 비공식 모임을 일컫던 명칭이다. 이와 관련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신동아’ 2월호에서 “지금은 집현실 회의’라고 부른다”면서 회의가 부활했음을 공식화했다. 

-서별관회의가 부활했다고 하더군요. 

“경제팀이 수시로 만나 의견을 조율하고 있어요. 그 역시 청와대가 아니라 부총리 주도로 해야죠.”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는 우리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낮은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OECD 가입국이긴 합니다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수준이잖아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5000만 국민이 제대로 먹고살려면 파이를 더 키워야 합니다.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 수준이지만 성장률이 우리보다 높습니다. 처절한 반성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현재 성장률에 만족한다? 꿈이 없는 거죠. 정책 당국자의 표현으로는 적절치 않죠.”


트리플 감소세

3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9% 감소했다. 2013년 3월(전월 대비 1.2% 감소)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설비투자도 10.4% 줄어 5년 3개월 만에 최대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소매판매도 0.5% 줄었다. 생산·투자·소비가 모두 뒷걸음질친 셈이다. 

-최근의 ‘트리플 감소세’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요? 

“정책 입안자 처지에서는 굉장히 좋지 않은 타이밍에 정권을 잡은 거죠. 현실을 받아들이고 시장에서 작동 가능한 정책을 펴는 수밖에 없습니다. 긴 호흡으로 봐야 합니다. 먼저 내수를 어떻게 확대할 거냐. 소비가 진작돼야죠. 중산층 이하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야 소비로 이어집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정책목표는 맞습니다. 이 방향마저 꺾이면 한국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겁니다.” 

-양 극단의 갈등이 아닌 유연한 사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방향은 유지하되 전략적 미스는 빨리 수정하면 됩니다. (다만) 정부·여당은 실패를 자인하는 것 같으니 그렇고(수정에 소극적이고), 야당은 정권 잡는 게 목표니 무조건 반대하게 돼 있습니다. 정치집단의 생리니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아쉬워요. 정부가 실패하길 바라는 공격은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죠.” 

문재인 대통령은 3월 21일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정부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주식 거래대금에 적용된 세율을 0.3%에서 0.25%로 낮추는 자본시장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코넥스 상장주식 세율은 0.3%에서 0.1%로 더 큰 폭으로 내린다. 최 의원은 민주당 ‘가업 상속 및 자본시장 과세 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관련 이슈를 주도해왔다. 그는 “증권거래세가 징벌적 성격이 있었다”면서 “공정과세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증권거래세 인하로 부동산에 쏠린 유동자금이 금융으로 흘러갈까요? 


“과거에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했습니다. 그러니 손해건 이익이건 세금 내라고 한 겁니다. 지금은 주식투자 인구가 500만 명입니다. 펀드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죠. 정작 부동산 세제보다 자본시장 세제가 불리하게 짜여 있습니다. 돈 있으면 부동산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 고리를 끊어야 시중의 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야 생산적 금융으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자본시장에 주식, 채권, 파생상품, 펀드 등 여러 상품이 있는데 다 개별과세입니다. 합산과세 해야죠. 증권거래세가 큰 세수이긴 합니다만, 대한민국이 이 정도 선진국이 됐으면 어떤 세금이건 조세정의에 맞아야죠.”


네이밍이 잘못됐다

-진보진영에서는 예비타당성(예타) 면제를 두고 ‘토건으로의 회귀’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기존 SOC(사회간접자본)를 수리·보완하는 수준의 투자를 통해 고용도 창출하고 경제성장도 뒷받침해야죠. 예타 면제는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인데요, 대통령 말씀대로 지역균형발전 문제도 생각해야겠죠.” 

최 의원은 또렷한 시장주의자다. 그러면서도 시장의 역기능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경영학자다 보니 대기업의 경영 투명성 제고에도 관심이 많다. 그가 당내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 단장에 내정됐던 까닭이다. 이와 관련 최근 회자되는 단어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다. 최 의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두고 “굉장히 좋은 취지”라면서도 “두 가지 수정이 필요하다”며 말을 이었다. 

“첫째, 네이밍이 잘못됐습니다. 우리 정부가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라고 부르니까 오해를 받습니다. 연기금은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잖아요.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로 명칭을 바꿔야 합니다. 둘째,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지배구조를 정부와 정치권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형태로 바꿔놓고 시행해야 합니다. 그대로 두고 시행하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판받게 돼 있어요. 수탁자 책임은 가입자의 이해와 가치를 극대화하는 겁니다. 국민연금도 가입자 이해를 극대화해야지, 정부의 이해를 충족시키면 안 되잖아요.” 

최 의원은 “지난 대한항공 주총은 대주주 이해만 극대화하는 경영이 한국사회에서 더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여줬다”면서도 한 가지 전제를 덧붙였다. 

“정권 바뀐다고 국민연금 이사장 바꾸지 말고, 정말로 중립적인 전문가가 5~10년 끌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놓으면 국민이 모두 (스튜어드십 코드에) 박수 칠 겁니다.” 

-‘갑질’ 문제라면 이견이 없을 텐데, 기관투자가가 판단키 어려운 경영상 이슈도 많지 않을까요?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이 200여 개 됩니다. 만약 국민연금이 5%를 갖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의결권을 행사하려 한다? 95%가 막아줄 겁니다. 엘리엇이 현대차에 무리한 요구를 하니 다수 기관투자가가 막아줬잖아요. 그게 스튜어드십 코드입니다. 걱정할 필요 없을 정도로 자본시장이 성숙해졌어요.”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경제민주화 3법 통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록 무산됐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카드까지 언급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세 법안이 동시에 통과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의원은 “(이중) 상법 개정안은 재벌을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시켜주는 법”이라면서 운을 뗐다. 


선진국형 감독체계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상법 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에 대해서는 거의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다만 기업들이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정책위 의장에게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중 하나를 도입한 회사에는 나머지 하나의 시행을 유예한다든지 하는 식으로라도 야당과 협상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공정거래법에서 기업이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게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입니다. 검찰은 공정거래법 위반했다고 수사에 착수해놓고, 막상 다른 건을 갖고 별건수사 진행할 수 있죠. 당정협의 때 법무부 차관이 ‘예규에 별건수사 못 하게 막겠다’고 이야기했어요. 다만 예규는 언제든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시행령까지 올리면 좋겠다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은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복수의 금융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현대·롯데 등 대기업 집단을 관리하기 위한 법이다. 최 의원의 설명이다. 

“제조업 회사가 금융업을 하게 되면 금융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으라는 겁니다. 그러고도 금융사업 할 필요가 있으면 하면 됩니다. 선진국형 감독체계 방법이에요.”




신동아 2019년 5월호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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