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조두순 ‘화학적거세’ 효과 없어… 알코올중독 치료부터”

피해자 주치의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12-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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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욕과잉 행동으로 옮기고 외부 환경도 성적 해석

    • 탄원서에 ‘피해자와 대면하겠다’… 범죄 책임 부정하는 태도

    • ‘화학적 거세’도 당사자 의지 있어야 실효… 조두순에 효과 없을 것

    • 실효성 없는 조치로 스트레스 커지면 재범 가능성만 높아져

    • 치료 없으면 재범 가능성 높아… 정신과 진단 어려울 정도

    • 나영이 ‘나 알아볼까 무섭다’ 눈물 흘려

    2010년 3월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제1교도소 독방 CC(폐쇄회로)TV 화면 속 조두순. [뉴시스]

    2010년 3월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제1교도소 독방 CC(폐쇄회로)TV 화면 속 조두순. [뉴시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68)이 징역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12월 12일 출소한다. 2008년 성폭행 사건 당시 피해자 나영이(가명·당시 8세, 현재 20세)의 주치의이던 신의진(56)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없다면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2008년 사건 당시 피해자 나영이의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로, 피해자에 대한 치료·상담 과정에서 조씨의 폭력적 심리 상태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9~11월 신 교수는 나영이 일가의 이사에 필요한 전세자금 3억여 원을 모금해 전달하기도 했다. 조씨가 출소 후 원래 살던 경기 안산시 자택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지자 나영이가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12월 8일 ‘신동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건 직후 나영이는 ‘저 사람이 12년 후에 날 알아보고 찾아오면 어떡하느냐’는 공포에 시달렸다. ‘그 사람이 너를 어떻게 알아보겠느냐’고 달래도 쉽게 안심하지 못했다”며 “최근 부모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조씨가 출소한다는 사실에 나영이가 많이 울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게 조씨의 심리 상태와 재범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일방적 성교육으론 심리 치료 안 돼”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법무부는 조씨가 수감 중 550시간 동안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해당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개요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법무부가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치료라고 하긴 곤란한 내용이었다. 단순 성교육이라고 하면 모를까. 그 정도로 조두순의 심리를 치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범죄자는 보통 사람과는 이질적 집단이다. 폭력 성향이 발현되는 이유와 방향 모두 제각각이다. 가령 어린 아이만 성폭행하는 범죄자가 있는가 하면, 조두순처럼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시무시한 폭력을 휘두르는 이도 있다. 범죄자마다 특성에 맞게 치료해야 한다. 치료 결과 범죄로 이어질 폭력적 성향이 낮아졌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조씨가 치료를 통해 죄를 뉘우칠 가능성은. 

    “조씨는 술 마신 탓에 범행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러 차례 피해자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전형적으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다. 성범죄자의 잘못된 인지(認知) 상태를 치료하는 핵심은 바로 이런 태도부터 깨는 것이다. 조씨는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심리적 ‘디나이얼(denial·불쾌한 기억에 대한 회피·부정)’ 증상을 보이는 듯하다.” 



    조씨는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총 12건의 탄원서를 냈다. “술 마시고 일어난 일을 술 깨면 기억하지 못한다”며 “(나는) 어린 아이를 강간하는 파렴치한 인간이 아니다”라고 범행을 부인했다. “억울하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주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12월 5일 JTBC ‘스포트라이트’는 조씨와 교도소에서 3년간 수감 생활한 동료 재소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해당 동료 재소자는 “조두순이 CC(폐쇄회로)TV에서 전파가 나온다며 그로 인해 성적욕구를 느낀다고 했다더라. 음란 행위를 하다가 걸린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조씨의 이런 행동에서 정신 병리적 문제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동료 재소자의 증언을 어찌 보나. 

    “사실이라면 조씨가 보인 언행은 충분히 위험한 사인(sign)이다. 아직까지 성욕이 과잉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증언에 따르면, 성욕을 직접 행동으로 옮긴다. 외부 환경을 이상하게 해석하는 것도 우려된다. ‘전자파가 성욕을 자극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하지 않나. 조씨는 전자파마저 성적(性的)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이상 성욕을 정당화하기 위한 태도다.” 

    -전문가로서 조씨의 정신 상태를 분석하자면. 

    “정신 병리적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과거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인했듯이 조씨는 자신이 기르던 개도 잔인하게 죽이지 않았나. 다른 사람, 다른 존재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능력의 유무는 사이코패스인지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조씨가 범죄 당시와 이후 보인 행동을 보면 정신 병리적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듯하다. 우선 자신의 힘을 억제 못해 폭력적 성향을 보인다. 범행 수법의 잔혹성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알코올 의존증은 물론, 술을 마시면 특히 더 포악해지는 문제도 있다. 정신의학적 진단이 어려울 정도다.”

    “조씨, 다른 존재의 고통에 공감 못해”

    -출소 후 재범 가능성은. 

    “대단히 높지 않을까.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꼭 필요하다. 출소 후 조씨를 방치하면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출소 후 조씨에 대한 감시·관리는 어떻게 이뤄질까. 조씨는 출소일로부터 7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에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10월 30일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청은 관계부처 합동 공동대응방안도 내놨다. 조씨의 거주지 반경 1㎞에 폐쇄회로(CC)TV 35대를 설치해 감시하고 조씨만 감독하는 전담 보호관찰관을 두는 것이 뼈대다. 검찰은 10월 16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조씨를 대상으로 음주 금지(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와 심야 시간대 외출 제한 등 특별준수사항을 신청했다. 

    -정부의 대책이 재범을 막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대책은 조씨에 대한 감시·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간과하는데, 대부분 범죄자가 스트레스에 상당히 취약하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이 ‘아웃’될 수 있다. 그때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조씨를 필요 이상 잘 대해주자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관리해야 한다.” 

    -일각에서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학적 거세는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효과가 좋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약물의 경우, 여성 호르몬을 기초로 만들어 성욕이 적어진다. 다만 이런 성 충동 억제 약물은 심리치료도 병행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약물·심리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스스로 변하겠다는 당사자의 의지다. 그런 점에서 조씨에게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억지로 약물을 투여해 성 충동을 줄이자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비(非)전문가적 발상이다.” 

    -당장 필요한 대책은. 

    “조씨는 전과 18범이다. 1980년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1990년대에는 살인도 저질렀다. 이 사람의 범죄 ‘트리거(trigger·방아쇠)’는 술이더라. 기저에 깔린 폭력 성향이 음주를 계기로 폭발하는 것이다. 다른 치료에 앞서 알코올 의존증 치료가 급선무다. 알코올 의존증 전문가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조두순 코앞에 왔는데 정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만”

    조씨의 출소를 앞두고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씨에게 사적(私的) 제재를 가하겠다는 글이 여럿 게시됐다. 이를 두고 신 교수는 “사적 제재는 범죄 예방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범죄자를 치료하는 것이 재범을 막고 우리 사회를 지키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조두순이 우리 코앞에 왔다. 사람들은 조씨가 이웃에 살게 된 것에 분노하고 두려워한다. 정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놨다. 그럼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대응은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범죄로부터 사회와 이웃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역설적으로 범죄자를 케어(care)해야 한다. 여기에 돈과 시간도 써야 한다. 조씨가 아니라 주변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다. 본인이 스트레스를 견딜만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한 편, 범행을 막을 심리적 제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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